01월호 스페셜 PLUS

R&D 패러독스에서 벗어나려면

한국연구재단 전략혁신본부장 황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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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 패러독스에서 벗어나려면 한국연구재단 전략혁신본부장 황준영

01 The leader's message.

새해가 되면 사회 곳곳에서 저명인사의 신년사를 자주 접하게 된다. 과학기술계도 예외는 아닌데, 우리 사회에 기여하는 과학기술의 중요성과 밝은 미래를 강조하는 내용이 신년사의 주를 이른다. 변화와 혁신도 빼놓을 수 없다. 여기에 눈에 띄는 키워드가 또 있다. 바로 윤리와 성과라는 단어다. 그 배경에는 명(明)과 암(暗)이 동시에 존재한다.

우선 과학기술계에 윤리라는 단어의 비중이 높아진 것은 과학기술의 영향력이 그만큼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산업화와 정보화 시대를 거치면서 과학기술을 경제 발전의 수단과 동력으로 인식했던 게 사실이다. 또한 최근들어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첨단 과학기술이 우리의 삶을 통째로 바꿀 수 있다는 사실도 현실화되어가고 있다.

이제는 과학기술이 경제와 산업의 성장을 이끄는 원동력일 뿐만 아니라 사회, 문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 우리의 삶과 불가분의 관계라는 사실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위상이 높아진 것이다. 강력한 연구윤리를 요구받는 것은 그런 위상 변화의 유력한 증거다.

다른 한편으로 지난해 과학기술계는 연구비 부정 집행, 부실 학회 문제, 부당 저자 표시 등으로 시끄러운 한 해를 보냈다. 물론 과거에도 이러한 일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유독 따가운 눈총과 질타를 받았다. 이것은 과학기술계가 국민의 높아진 눈높이와 변화된 사회를 위해 성실하고 책임 있는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제 연구 윤리는 연구자 개인뿐 아니라 과학기술계 전체가 공적 책임 의식을 갖고 추구해야 하는 시대적 요구다. 그래서 윤리를 책임감의 이음동의어로 읽어도 무방할 것 같다.

성과 측면에서도 명암이 교차한다. 과학기술의 힘은 참으로 놀랍다. 상상만 하던 일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는 것이 과학기술이다. 물론 불확실성도 과학기술의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그래서 실패를 최소화하기 위해 소극적이고, 집행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 과정에 집착하고, 성과에는 큰 무게를 두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이것이 과학기술계를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이 곱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왜 성과가 나오지 않느냐는 질책을 받아야 했고, 그런 질문에 축척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답하는 것 외에는 설득할 방법이 없는 상황이었다. 투자에 비해 성과는 부족한 일명‘코리안 R&D 패러독스’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연구의 불확실성을 인정하면서도 크고 작은 연구 성과 발굴과 창출에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이다. 동시에 성과를 제대로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 과학기술 분야의 R&D는 전문적인 내용이 많아 국민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연구자들도 이것을 쉽게 설명하고 전달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연구실적도 단순히 SCI 논문 수가 몇 편이냐에 그쳐서는 안 된다. 과학적 진보를 가져온 논문이 얼마나 되고, 우리 사회에 어떻게 기여할 것인가에 대한 가치를 알려야 한다. 그래서 성과를 확산과 공유의 다른 말로 읽어도 되지 않을까?

한국연구재단의 할 일이 많다. R&D의 양적인 성장에 비해 성숙하지 못한 연구윤리 문화를 바로 세우기 위해 재단이 앞장서야 한다. 올해 연구윤리지원센터를 설치하는 것은 이러한 다짐의 실천이자 연구윤리 문화에 앞장서겠다는 약속이다. 건강한 연구윤리 문화를 조성하는 동시에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불확실한 연구윤리 문제를 예측하고 예방하는데 우리 재단이 선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성과 확산의 패러다임도 바뀌어야 한다. 연구과제 하나하나가 멋진 성과를 내는 것도 중요하다. 동시에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는 다양한 연구 결과가 모여 최종적으로 어떤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지에 대한 분석과 설명도 필요하다. 연구 결과물의 성과 관리는 연구비 지원 기관의 중요한 책무 중 하나다. 지적 호기심을 자극해 과학기술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유도하고 그 중요성을 널리 알리는 시발점이 되기 때문이다.

연구윤리 문화 정착에 앞장서면서 수많은 연구 성과가 우리의 삶에서 어떤 의미가 있고 어떻게 기여할 것인지를 설명하고 공유하는 것은 우리 재단의 몫이자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지금부터라도 연구자들과 함께 앞으로의 방향을 공유하고 윤리와 성과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우리 재단은 올 경자년(庚子年)도 매우 바쁜 한 해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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