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월호 신진연구자 “톡”

DNA 유전정보도 포장이사를 한다?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유전체불안정성 제어연구센터 이호수 연구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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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와 염색체에 보관된 유전정보는 세포분열을 통해 후세에 온전히 전달돼 인류의 역사를 이어왔다. 하지만 이들도 때론 임무완수에 실패하곤 한다. 우리 몸속에서는 매일 5,000만개의 세포가 소멸하고 새롭게 탄생하지만 이들 중 약 1,000개의 세포는 방사선이나 화학물질에 노출된 DNA가 변이를 일으키거나 염색체의 숫자와 구조가 변화하는 유전체 불안정성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한, 유전적‧환경적 요인이 없는 상황에서도 세포분열 자체의 오류로 유전체 불안정성이 유발되기도 한다. 우리 몸에는 유전체 안정성을 감시하고 유지하는 일종의 분자기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생화학교실 이호수 조교수는 유전체 불안정성 제어의 실마리를 풀기 위해 미지의 분자기구 ‘RSF1’을 연구하는 생명공학자이다.

이렇게 걸어왔습니다.

노화와 암 유발하는 유전체 불안정성,

인체단백질 RSF1으로 실마리 풀다

대학원 시절부터 DNA의 유사분열과 안정성을 조절하는 인체단백질 RSF1에 주목하셨다고요?

유전체 불안정성 제어연구는 암과 노화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또 이를 제어할 수 있는 신규 표적과 전략을 제시할 수 있는데요. 저는 그 중에서도 세포의 크로마틴* 구조와 역동성을 조절하는 단백질인 RSF1(Remodeling and spacing factor 1)에 의해 유전체 안정성이 유지되는 기전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RSF1은 크로마틴을 리모델링하는 유전자예요. 염색체의 구조를 응축하거나 풀어주는 흥미로운 기능을 하는데요. 아직 많은 연구가 진행되지 않은 미지의 영역입니다. 석사 과정부터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RSF1이 DNA 복제 과정뿐만 아니라 염색체가 나뉘는 유사분열기(mitosis)에도 관여함을 밝혔습니다. RSF1의 새로운 기능을 찾을 때 마다 큰 보람을 느낍니다.

*크로마틴(chromatin) : 진핵세포의 핵안에 존재하는 DNA단백질 복합체. 크로마틴을 구성하는 히스톤 단백질은 DNA분자와 결합해서 뉴클레오솜이라는 단위구조를 만들고 DNA를 압축시키고, 채우는데 도움을 준다.

7년간 한 우물을 팔 수 있게 해준 RSF1의 특징이 궁금한데요.

RSF1은 크로마틴에서 염색체의 기본 구조인 뉴클레오솜(nucleosome)의 위치를 변경하고 간격을 조절하는 단백질복합체로 처음 알려졌는데요. 최근에는 난소암과 유방암을 비롯해 다양한 암 조직에서 RSF1이 과발현 된 현상이 목격되며 암을 유발하는 인자로 보고되었습니다. 또한, RSF1이 과발현 된 암화 세포는 항암치료에 저항성을 보입니다. 이처럼 RSF1은 항암치료 등의 예후를 예측할 수 있는 중요인자이지만, 아직까지 그 기능은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저는 연구를 통해 RSF1이 세포 유사분열기 동안 동원체(centromere)*에 위치하는 유일한 크로마틴 리모델러 단백질임을 밝혔습니다. X자 모양 염색체의 잘록한 허리 부분, 아래 사진에서 빨간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RSF1이 위치한 곳입니다. 또 히스톤 말단 잔기의 수식화 변화는 뉴클레오솜의 구조변화를 비롯해 유전자 기능조절과 단백질 복합체 형성 등에 영향을 미치는데요. 이 같은 히스톤 단백질 수식화에 따른 뉴클레오솜의 구조 변화는 RSF1에 의해 조절됩니다.

*동원체(centromere) : 세포핵이 유사분열할 때 방추사가 붙는 염색체의 잘록한 부분

X자 모양의 염색체의 잘록한 허리 부분에 붉은 형광물질로 염색한 RSF1이 보인다.

세포의 유사분열기를 이사에 비유하셨어요. RSF1이 DNA정보를 옮기는 운반 책임자인가요?

물건을 상자에 담아 이사한 후 풀어보니 일부가 없어지거나 망가진 경험 있으신가요? 어쩌다 한 번 하는 이사도 힘든데 우리 몸의 세포는 하루에도 수천만 번 이사를 해요. DNA는 인간의 유전정보를 담은 이삿짐으로 히스톤이라는 박스에 담겨 다음 세대로 이사해요. 유전정보 이삿짐을 운반하는 과정이 바로 유사분열기인데요. 짐을 잘 싸는 것만큼 운반도 중요합니다. 세포는 유사분열기를 거쳐 정확하게 2개로 나눠지는데, RSF1이 없는 세포들은 23쌍의 염색체가 제대로 나눠지지 못해요. RSF1이 원활히 기능하면 뉴클레오솜이 X자 모양을 보이며 잘 나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11자 모양을 보여요. 실제로 유사분열기에 문제가 생긴 세포는 염색체 수와 구조 이상 같은 유전체 불안정성이 발생해요. 이는 결국 세포의 암화를 비롯한 퇴행성 질환의 원인이 됩니다. 또 노령임산부의 경우 RSF1 부족 현상이 나타나기도 해요.

유전자 불안정성과 변이가 암과 같은 질환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어요.

성인의 몸은 약 60조개의 세포로 구성돼 있는데요. 하루에 5,000만개가 죽고 새롭게 분열하여 매일 전체의 약 2%가 교체됩니다. 새로 분열한 세포 중 약 1,000개 정도는 유전자 불안정성과 변이 때문에 암화되기도 해요. 이들은 대부분 면역세포에 의해 살해되지만 그 과정이 오래 쌓이면 암으로 발전해 죽음에 이르기도 합니다. 저와 같은 연구자들은 유전자의 불안정성과 변이를 살펴보면서 1)DNA가 어떻게 복제되는지 2)DNA가 잘못되었을 때 고치는 과정은 어떤 것인지 3)DNA가 단백질로 변화하는 과정, 그리고 그 과정에서 암이 발생하는 이유 4)DNA가 단백질이 되는 것을 조절하는 단백질로 발현되지 않는 DNA의 조절부분은 어떤 것이 있는지 5)암세포와 돌연변이와 진화는 어떤 관련이 있는지 등을 밝히고 있습니다.

유사분열기 동안 RSF1 결손에 의해 발생되는 유전체 불안정성

유전체 불안정성 제어 연구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요?

학부 3학년 때 학부생 연구원으로 ‘세포주기 단백질에 의한 멍게 배아세포 발달 과정 조절 연구’에 참여했습니다. 세포가 두 개로 나뉘는 일련의 과정이 마치 시계 톱니바퀴처럼 매우 정교하게 조절되는 점이 매우 흥미로웠어요. 대학원에 진학하며 지도교수님이 진행하는 바이러스성 종양단백질 ‘HBx’에 의한 유사분열 조절 연구에 참여했는데요. 이때 RSF1이 HBx와 결합하여 유사분열에 영향을 미치는 매개자임을 처음으로 규명하였습니다. 이후 RSF1이 HBx 가 없는 상황에서도 유사분열기 동안 크로마틴에 존재함을 확인했습니다. 또 RSF1 결손에 의해 딸세포의 이른 분배, 지체염색체(lagging chromosome), 비동맹 염색체(unaligned chromosome) 등과 같은 다양한 유전체 불안정성 현상이 유사분열기에 특이적으로 나타남을 확인하였고, RSF1에 의한 다양한 유전체 안정성 유지 기작을 증명해왔습니다.

연구재단 신진연구자지원사업이 유사분열 조절 메커니즘 연구의 디딤돌이 되었다고요?

2017년 한국연구재단의 신진연구자지원사업에 선정되며 DNA와 관련된 히스톤 단백질 H2A 수식화 변화에 따른 유사분열 조절 메커니즘 규명 연구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연구는 미국 텍사스 사우스웨스턴 메디컬 센터의 Hongtao. Yu 교수와 공동연구로 진행했는데요. 연구결과 히스톤 H2A 단백질의 수식화 조절이 유사분열기 동안 염색체가 잘 유지 될 수 있게 역할을 하는데 중요하다는 것을 최초로 증명하였습니다.

2017 Presentation awards 2018 세포주기학회 발표

2020년부터는 신진연구자 후속지원사업으로 한 단계 더 깊이 있는 연구를 시작하셨습니다.

DNA 손상신호/복구 과정에서 히스톤 수식화의 중요성은 익히 알려져 있습니다. 손상된 DNA의 복구신호는 세포분열을 마친 직후인 간기(G1-S-G2기)에 매우 활발하지만 세포분열 중인 유사분열기에는 억제됩니다. 이는 복구보다 분열에 집중하여 크로마틴의 정보 보존에 집중하려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RSF1이 DNA 손상 복구과정에 관여하게 되는데 간기와 유사분열기에서의 역할이 다를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처럼 하나의 인자가 세포분열 시기에 따라 다른 일을 하는 것이 매우 흥미롭습니다. 선행 연구결과 RSF1이 유사분열기에 크로마틴 정보를 보존하는데 필수적이고, PLK1과 결합할 뿐 아니라 히스톤 수식화를 조절함으로 유사분열기 손상신호/복구 조절자로 작용할 가능성을 발견하였고, 중요 유사분열 조절인자인 Aurora B 단백질의 활성화 조절에 관여함을 확인하였습니다. 저는 그 가능성을 확인하는 것을 목표로 2020년도 신진연구후속지원사업에 지원했습니다. 앞으로 실험을 통해 유사분열기 동안 DNA가 손상 될 경우 RSF1이 어떻게 역할 하는지 등을 확인하고자 합니다.

자신의 한계 뛰어넘은 거북이가 토끼를 이긴다!

나만의 연구주제를 정하고 신진연구자의 길을 개척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한 편의 논문을 완성하기까지 매 순간순간이 고비였던 것 같아요. 특히 RSF1 단백질이 유사분열기에 특이적 역할을 할 것이란 가설을 세운 후 실험을 통해 증명하기까지 상당한 노력과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유사분열기 동안 RSF1의 위치를 특정하고, RSF1 유전자가 결여된 세포의 특징을 확인하기까지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또 세포를 관찰하는 형광현미경이 워낙 고가장비이고 복잡하여 사용법을 숙지하는 것도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그동안 약 수 천개의 세포를 관찰한 것 같아요.

관련 분야의 세계적 동향, 그리고 교수님의 연구 경쟁력도 소개해주세요.

크로마틴 복합체는 DNA 복제, DNA 손상복구, 히스톤 수식화의 중요인자이지만 세계적으로 소수 그룹만이 연구하고 있습니다. 특히 유사분열기 크로마틴 리모델러 기능연구는 저희 그룹에서만 진행하고 있는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연구인데요. 저 역시 RSF1을 오랜 시간 연구하며 전문가가 될 수 있었습니다. 최근 크로마틴 복합체가 유전체 보존에 중요 인자로 부각됨에 따라 관련 연구가 활성화 되었으면 합니다.

생명과학을 연구하는 과학자로서 고민하는 지점은 무엇인가요?

연구를 진행하며 ‘정말 이 결과가 맞는 것일까?’,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려고 한 것은 아닐까?’ 늘 의심하고 반문해요. 실험결과가 ‘참’으로 나왔더라도 제가 잘못된 조건을 넣은 것이 우연히 ‘참’으로 나올 수도 있거든요. 저는 제 연구 결과가 맞다고 믿지만 조건이나 해석이 잘못됐을 수도 있기 때문에 늘 연구실 선후배, 동료들과 데이터를 공유하고 토론하며 실험 방법과 과정이 적합했는지 검토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가 논문을 발표한 뒤 같은 맥락의 논문이 나오면 기분이 좋아요. 그만큼 재현성이 높아진다는 의미가 되니까요.

은퇴 순간까지 열정적인 연구자가 되고 싶다고 하셨어요. 연구자로서 롤모델이 있나요?

훌륭한 연구자가 많지만 오랜 시간 옆에서 본보기가 되어주신 조혜성 교수님이야말로 본받고 싶은 연구자이세요. 조 교수님은 정년을 3년 남기셨음에도 도전에 주저하지 않는 열정적인 연구자이십니다. 고여 있는 연구자가 되지 않기 위해 항상 노력하시죠. 저희 연구그룹은 매주 금요일마다 아침 8시부터 미팅을 진행하는데 교수님께선 4~5시간을 서서 미팅에 참여하실 정도로 에너지가 넘치세요. 저도 교수님처럼 한 평생 열정 넘치는 연구자가 되고 싶어요.

UT 시절 그룹 야유회

연구의 효과를 높이는 좋은 습관이 있나요?

제가 세운 가설을 그림으로 그리는 것을 좋아 합니다. 그림을 그리고 맞는 가설들을 연결해 나가다 보면 어느새 저의 목표점이 모델로 완성이 되거든요. 모델을 증명하기 위한 실험 조건들을 찾고 증명해 나가면서 모델도 수정하다 보면 좋은 연구 결과로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토끼와 거북이 우화에서 연구 침체기를 극복하는 노하우를 배우셨다고요?

얼마 전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거북이가 토끼와의 경주에서 이길 수 있었던 비결은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해 자신의 길을 갔기 때문인데요. 한 가지 더, 자신의 열등감과 한계를 뛰어 넘었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큰 울림이 됐습니다. 노력과 성실함은 연구자의 가장 큰 무기입니다. 하지만 실험 결과가 잘 안나오면 위축되기 마련이에요. 주변을 돌아보면 실험이 잘 되는 친구도 있고, 좋은 직장에서 경제적 안정을 이룬 친구도 있는데 아직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자신이 초라해 보일 때가 있습니다. 이런 순간을 회복하지 못해 연구를 포기하는 친구들도 보았습니다. 이런 때일수록 사람들과 소통하는 여유를 갖고 꾸준히 앞으로 나아간다면 다시 연구에 대한 열정과 재미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신진연구자에게 연구재단은 어떤 의미일까요?

훌륭한 연구 결과를 도출하려면 좋은 아이디어와 연구비, 연구 인력 3박자가 모두 갖추어져야 합니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이를 증명해줄 인력이나 자원이 없다면 연구는 완성될 수 없습니다. 저는 실험 연구자의 전성기가 40대 중반 까지라고 생각하는 데요. 졸업 후 7년 이내 신진 연구자에게 연구비를 지원하는 사업은 이 시기 연구자들이 실험에 몰입하여 좋은 과학자로서 발전할 수 있는 발판이 됩니다.

연구자로서 궁극적으로 도전하고 싶은 목표도 들려주세요.

제 연구는 전체 과학분야로 보면 미미할 수도 있지만, 작은 연구 하나하나가 세계 최초로 새로운 사실을 찾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연구성과가 쌓여 인류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믿음이 있어요. 무엇보다 연구가 재미있고요. 유사분열을 통한 유전체 불안정성 유도 메커니즘에 대한 또 하나의 새로운 조절 기작을 보고함으로써, 유사분열기 연구 활성화에 기여하고픈 바람입니다. 이를 기반으로 DNA와 염색체의 안정성을 조절하는 분자기구의 기능을 조절하거나 유전체 불안정성 세포를 선택적으로 제거함으로써 질환의 예방 및 치료 효과를 높이는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연구 신호등

추천하는 연구자 마인드?

학위를 받을 때 눈물을 흘리는 것은 그 동안의 역경을 이겨냈기 때문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초심을 잃으면 논문 결과만 쫓는 연구자가 될 수 도 있습니다. 고여 있는 물이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연구자의 마인드를 추천합니다.

좌절했을 때 극복법?

생명공학은 컴퓨터처럼 식을 넣으면 답이 나오는 학문이 아니에요. 때로는 밤 12시, 1시까지도 실험이 지속돼 육체적, 정신적으로 지치기도 해요. 이럴 땐 하루 정도 연구에 대한 생각을 내려놓고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 재충전의 시간을 갖길 권유합니다.

꼭 피해야 할 습관?

실험을 하다 보면 실수할 때가 있어요. 특히 처음 진행하는 실험은 몸에 배어 있지 않아 집중력이 흐려질 때가 있는데요. 동료와의 잡담, 음악 감상 등 집중력이 흐트러트리는 행동은 삼가야 해요. 반면 꼼꼼한 표기는 실수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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