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월호 신진연구자 “톡”

지구의 미래가 궁금하면?
기후모델링 해볼까!

전북대학교 지구환경과학과
박종연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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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현실이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을 때도 있다. 지난해 9월 시작해 10억 마리가 넘는 야생동물의 생명을 앗아간 호주 산불은 장장 6개월의 사투 끝에 지난 2월 비로소 종식됐다. NASA는 이번 산불로 4억 t 이상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됐다고 추정했다. 호주 산불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기후변화와 이로 인한 자연재해는 특정 국가의 이야기가 아닌 지구촌이 함께 고민해야 할 화두이다. 1950년대 기상예측으로 시작된 지구환경 연구가 시간이 지날수록 전 지구적인 공감대를 형성하며 학문의 깊이를 더하고 있는 이유이다. 전북대학교 지구환경과학과 기후모델링실험실 박종연 교수는 기후모델링을 통해 지구의 미래를 예측하는 젊은 과학자이다. 온도와 강수량과 같은 물리적 변수 외에도 플랑크톤 같은 다양한 생지화학 변수를 적용하여 보다 신뢰도 높은 기후변화와 해양생태계의 미래를 밝히는 박종연 교수의 연구실을 찾았다.

이렇게 걸어왔습니다.

해양 생지화학 변수까지 고려한 시뮬레이션으로

바다 자원지도 그린다

기후모델링으로 미래 지구환경을 연구해오셨죠.

과학자는 실험을 통해 가설을 검증하여 새로운 이론을 발표하거나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습니다. 하지만 미래 기후와 같은 지구환경은 연구 대상이 지구 전체이기 때문에 거대한 기후시스템을 직접 실험하기란 불가능합니다. 즉, 가설 검증을 위한 여러 변수를 지구에서 직접 조절할 수 없기 때문에 인간은 컴퓨터상에 수치화된 가상의 지구를 만들었습니다. 바로 기후모델(Climate model)인데요. 대기-해양-육지 등 지구 시스템을 구성하는 여러 인자의 역할과 상호작용을 설명하는 물리법칙을 프로그래밍 언어를 이용해 수학적으로 표현한 수치화된 지구입니다. 저는 기후모델링을 활용하여 기후변화 메커니즘, 기후-해양생태 상호작용, 생지화학 변화 예측과 관련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기후모델링 연구는 어떤 방법으로 진행되나요?

기상청 역시 수치화된 기상모델에 온도와 습도, 풍향과 풍속 등 직접 관측한 기상 정보를 입력하여 짧게는 몇 시간 후부터 길게는 한 달 후의 날씨도 예보합니다. 기후모델링은 일기예보 보다 더 먼 미래인 다음 계절, 수십 년, 혹은 100년 후를 예측하는 연구입니다. 수치화된 지구에 현재 지구의 관측 정보를 입력하면 미래 정보를 예측할 수 있습니다. 기상청이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일기예보를 하는 것처럼 기후모델링도 컴퓨터가 기본 도구입니다. 제 경우 컴퓨터 CPU 수십-수백개를 병렬로 연결하여 시뮬레이션합니다. 전 지구를 수십-수백개로 쪼개서 계산하고 더하는 과정을 반복하는데요. 시뮬레이션은 전 지구를 대상으로 하지만 동해와 멕시코만과 같은 지역규모 예측도 가능합니다.

지구환경예측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나요?

기후모델링은 수치의 근간이 되는 일종의 비선형방정식을 컴퓨터를 이용해서 푸는 과정인데요. 학부 4학년 실습수업에서 ‘순압 소용돌이 방정식’ 하나를 컴퓨터를 이용해 푸는 숙제가 주어졌습니다. 이 방정식은 우리가 잘 아는 뉴턴의 제2법칙인 ‘F=ma’ 방정식에서 유도된 식인데요. 이 식을 컴퓨터에 넣고 풀어보니 태풍을 모의 할 수 있었습니다. 하나의 방정식으로 태풍이라는 자연현상의 원리가 설명 되는 것이 정말 신기했고, 이후 전공에 더 흥미를 갖고 연구를 지속하게 된 것 같습니다.

한국연구재단의 신진연구자지원사업(생애첫연구사업)으로 차별화된 기후모델링 연구를 시작하셨어요. 플랑크톤 변화에 따른 어업량 변화를 예측하셨죠?

지금까지 기후예측은 온도나 바람, 유속, 강수량과 같은 한정된 물리적 변수를 이용했습니다. 2018년 한국연구재단 생애첫연구에 지원하며 기존 변수에 더해 화학적, 생물학적 변수까지 확장하는 연구를 제안했습니다. 대표적인 변수인 해양의 플랑크톤, 대기와 해양의 CO2 등을 변수 입력해 시뮬레이션하여 식물성 플랑크톤과 같은 전 지구 해양의 생지화학(生地化學) 변수의 계절이나 경년 변동 예측이 가능함을 증명하고자 했습니다. 기후모형을 이용한 해양생태 예측 관련 연구결과를 지난해 7월 ‘사이언스(Science)’지에 발표했습니다.

생지화학 변수를 반영한 연구결과는 농·어업과 같은 산업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생지화학 변수까지 확장한 기후모델링 결과는 환경과 보건, 농·어업, 정책 등 수많은 산업 분야에 활용도 높은 기후 정보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일례로 바다생물의 주요 먹이인 해양 플랑크톤의 변화량을 예측하면 태평양과 인도양, 북극해 등에서 1~2년 후의 어업량 예측이 가능했습니다. 이 같은 예측결과는 어획쿼터제와 같은 정책을 과학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해양수산부에서도 역학적 기반의 해양 생태환경 예측을 통해 자원관리형 어업 구조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어족자원과 생산량 모두 증가 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향후에는 유해조류 번식, 저산소증과 같은 해양 오염과 재해를 예측하는 범위로도 확장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미래 지구환경 연구가 현실 사회에 실제 도움이 될 수 있는 만큼 보다 의욕적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관측자료를 활용하고, 또 시뮬레이션 결과를 사회정책과 연결하려면 융합연구도 중요할 것 같아요. 관련 분야의 세계적 동향도 궁금합니다.

물론입니다. 일차적으로는 실제 기온, 강수량 등 실제 관측 정보가 필요합니다. 또한 기후 정보는 보건, 농업, 어업 등 다양한 산업연구의 기반이 되는 만큼 이들 분야와도 협력이 진행됩니다. 더불어 통계분야와의 협력도 중요하고요. 최근에는 기후모델링과 인공지능(AI)의 협력을 추진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어요. AI 학자들이 과거의 기후 데이터를 활용한 연구결과 꽤 신뢰성 높은 예측결과가 나왔어요. 일부에선 기후모델링 무용론에 대한 이야기도 들리는데요. 저는 방대한 과거 데이터가 필요한 AI와 자연의 원리를 기반으로 만든 기후모델이 경쟁관계가 아닌 상호보완적 관계 속에서 보다 정교하게 미래를 예측하리라 전망합니다.

과학자의 호기심과 사회적 책임감은 나를 움직이는 동력

전북대 임용 전 기상장교를 비롯해 출연연, 유학 등 다양한 경험을 하셨어요.

전공을 살릴 수 있는 기상장교로 지원해 군복무를 마쳤습니다. 학교가 아닌 조직사회를 경험한 좋은 기회가 됐어요. 제대 후 석사과정을 마치고 한국해양연구원 위촉연구원으로 입사해 2년 후 정규직 발령을 받았는데요. 마음 속에서 더 깊이 있게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맴돌았죠. 마침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의 박사과정 연구원 모집 공고가 나왔어요. 당시 결혼을 하고 막 첫아이를 얻은 때라 안정된 길을 택할지, 새롭게 도전할지 고민도 컸지만 어떤 길이든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이 편했습니다. 무엇보다 아내와 가족의지지 속에 당시엔 어떤 확신도, 보장도 없었지만 삶을 다채롭게 할 수 있는 유학을 선택하였습니다.

독일 박사 졸업 후 동기들이 만들어준 모자 독일 박사 졸업 후 동기들이 만들어준 모자를 쓰고

독일에서는 아프리카 미래 기후를 연구하셨다고요?

막스플랑크연구소에서 박사과정과 박사후연구원을 하며 아프리카 미래 기후를 예측하는 연구과제에 참여했습니다. 아프리카는 지구상에서 생활환경이 가장 열악한 곳 중 하나예요. 특히 사하라사막 아래쪽은 사회‧경제적으로도 매우 불안정하죠. 또한 아프리카는 적도 지역에 존재하는 가장 큰 대륙이기에 미래 기후 연구 대상지로도 의미가 큽니다. 아프리카 대륙의 강수량이 점점 줄면 사막화를 피해 사람들을 아래쪽으로 이주시키는 등의 정책의 방향을 제시해 줄 수 있는 연구였는데요. 하나의 기후 모델만으로는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세계 여러 나라에서 개발된 40여 개의 기후모델자료와 기후모델링 실험을 통해 미래 아프리카 강수 예측과 관련 메커니즘을 분석하였습니다. 다행히 연구결과 미래 아프리카 강수는 증가하는 추세였고 사막화가 악화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독일 막스플랑크 기후연구소 독일 박사 최종 발표 후 지도교수와 함께

흔들림 없이 연구를 추진할 수 있는 동력은 무엇인가요?

기본적으로 자연과학 연구는 호기심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구환경에 대한 관심, 모델링을 통한 현상 해석의 흥미, 또 여기에 컴퓨터 코딩에 대한 거부감이 없으면 누구나 연구할 수 있는 분야입니다. 또 한 가지, 과학자는 호기심을 충족하는 연구를 하며 사회적 지원을 받고 있어요. 제가 원시시대에 태어났다면 생존을 위한 수렵과 채집에 힘써야 했을 텐데요. 현대사회에 태어난 덕에 지적 호기심을 푸는 일에 매진할 수 있습니다. 연구에 대한 호기심과 결과에 대한 기대감, 그리고 사회적 책임감등이 저의 연구 동력으로 작용합니다.

최근 호주 산불을 비롯해 춥지 않은 겨울 등 기후변화 관련 염려의 목소리가 큽니다. 미래 기후를 연구하는 학자가 바라보는 지구환경이 궁금합니다.

지구는 최근 100년 사이 엄청난 외적 자극을 받았지만, 워낙 규모가 방대하기에 인간의 행위가 즉각적인 문제로 드러나진 않았어요. 하지만 지구가 어느 순간 한계점을 지나면 변화 속도를 제어하기 어려우리란 전망입니다. 1991년 미국에서는 격리된 공간을 만들고 햇빛을 제외한 모든 에너지와 물질의 상호작용을 차단한 뒤 지구와 같은 지속가능한 생태사이클을 만들려는 시도가 있었어요. 과학자들의 예상과 달리 생태계 유지는 실패했고, 실험은 중단되었습니다. 지구와 같은 지속가능한 시스템을 만들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그리고 인간의 인위적인 행위가 자연의 균형을 바꾸고 그것이 다시 인간의 생존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였습니다. 한정된 지구 자원과 환경은 한 번 손상되면 회복이 어렵습니다. 따라서 많은 연구자가 기후변화의 원인을 알리고 이를 저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연구자로서의 책임감을 느낍니다. 지구온난화의 문제성이 아직 피부로 느껴지지 않는다면, 본인이 타고 온 자동차의 배기가스를 다시 차 안으로 넣는다고 생각해 보세요. CO2 배출 억제와 친환경적 삶에 더욱 많은 관심을 두게 될 겁니다.

미국 더운 여름날 프린스턴대학에서

연구자로서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좋은 연구결과가 나와 논문을 작성할 때가 아닐까요? 논문을 발표한 후 관련분야 연구자들에게 메일로 질문을 받거나, 학회에서 제 연구를 얘기해주고 연구 이야기를 나눌 때 가장 즐겁고 보람을 느껴요. 특히 지난해 사이언스에 발표한 결과는 생지화학 변수로 어업량까지 예측하여 환경보호는 물론 경제적 이득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보람이 컸습니다.

앞으로 목표로 하는 연구, 또 이를 위해 연구자로서 바람이 있나요?

생애첫연구를 통해 기후모델링을 통한 생지화학변수 예측의 걸림돌이었던 모델 초기화 문제를 해결하고 예측 범위를 생지화학변수까지 확장할 수 있었는데요. 앞으로 대기의 오존양과 에어로졸, 해양의 용존산소량과 산성도, 대기-해양 탄소 플럭스 등의 예측을 통해 증가하는 미래 기후 정보 수요에 부응하는 연구를 하고 싶습니다.

더불어 정확한 예측을 하려면 먼저 좋은 기후모델이 있어야 합니다. 또 현재를 충실히 반영한 관측 정보가 있어야 정확하게 미래를 예측을 할 수 있고요. 하지만 생지화학정보는 해양의 용존산소량을 비롯해 질소, 인, 카본과 같은 수십 가지 변수를 모두 관측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아직 자체 기후모델이 없을 정도로 관련 연구분야의 운동장이 열악한 상황입니다. 시뮬레이션을 비롯해 우리나라 기후연구의 저변이 확대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연구 신호등

추천하는 연구자 마인드?

저도 노력하는 것이지만 하루에 한 가지씩 새로운 것을 발견하거나 배운다는 마음을 가져보세요. 하루에 한 가지이지만, 1년이 쌓이면 굉장히 큰 결실로 돌아올 것으로 기대합니다.

좌절했을 때 극복법?

제 경우 운동을 하면 스트레스가 풀려요. 긍정적인 에너지도 얻고요. 또 연구는 수학문제를 푸는 것처럼 꾸준히 생각하면 어느 순간 돌아가든 뚫고 가든 해결점이 보이더라고요. 끈기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힘들다면? 축구경기도 할 때는 정말 최선을 다하지만 경기가 끝나면 승패를 겸허히 받아들이는 것처럼 균형감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연구가 인생의 다는 아니니까요.

꼭 피해야 할 습관?

게으름, 본인의 한계를 너무 쉽게 규정짓는 것 등이 제가 피하려고 노력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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