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월호 신진연구자 “톡”

20세기 초 신문학으로 고찰하는 동아시아

이화여자대학교 중국문화연구소
김선영 박사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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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초, 동방의 작은 나라 한국은 물론 스스로를 세계의 중심으로 자부해온 중국 대륙도 밀려드는 신사상과 신문물의 홍수 속에 신구의 충돌, 가치관의 혼란을 피하지 못했다. 유교적, 봉건적 전통과 결별하고 반제국주의 기치 아래 새로운 문학사상을 주창한 청년문학가들은 격동기 동아시아를 어떻게 서술했을까? 이화여자대학교 중국문화연구소 김선영 박사의 연구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한국과 중국의 현당대문학(現當代文學) 관념의 전변이다. 식민지, 제국주의, 근대화란 화두 속에 담긴 수많은 담론을 글로 풀어낸 현당대문학을 이해하려는 시도는 현재 우리의 뿌리를 찾는 과정과도 같다. 김선영 박사는 연구재단의 지원을 통해 연구의 외연을 한국과 중국에 이어 대만 신문학으로 확장하고 있는 신진연구자이다. 한국에서 인문학자로 홀로서기란 지도에 없는 길을 찾는 외로운 여정이지만 문학과 함께 하기에 즐거움이 더 크다며 환하게 웃는 김선영 박사의 연구 이야기를 소개한다.

이렇게 걸어왔습니다.

한국과 닮은 듯 다른 중국과 대만 문학에서

동아시아 현당대를 보다

웹진과 인문학자와의 만남이 오랜만입니다. 독자들께 박사님의 연구주제를 소개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중국 현당대문학을 연구하는 김선영입니다. 시기적으로는 20세기 전반기, 근대화 과정에서 신구 전환기를 중심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연구 대상은 동아시아 지역의 (새로운) 정치와 학술(관념과 내용)의 전변 가운데 이루어지는 상호작용, 그리고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로 들면 대학체제의 등장, 여기서 등장하는 지식인, 청년 내부에서도 대학생이라는 주체, 그리고 그들이 주도하는 문화 운동과 잡지 등 매체와의 결합을 통한 (결국 정치적인)효과 같은 것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김선영 박사는 20세기 초 한국과 중국의 현당대문학 속 다양한 사회담론을 고찰하는 신진연구자이다.

중문학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요? 박사님이 생각하는 중문학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계기라기보다 제가 대학에 들어갈 무렵은 우리나라와 중국의 경제적 교류가 막 활발하게 시작되며 사회적으로 중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던 시기였어요. 저 역시 자연스럽게 중어중문학에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중국은 지리적으로 가깝고, 같은 한자문화권이라 전통 문화적 요소 중 익숙한 면이 있어요. 하지만 현재 사회‧정치 체제 자체가 한국과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각 사회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사회‧정치‧문화적 요소가 비슷하면서도 다른 부분도 많아요. 이런 것들이 중국 현 당대 문학연구의 흥미로운 부분이기도 합니다. 사실 이렇게 오래 공부할 줄 몰랐고요. 아직도 계속하고 있습니다.(웃음)

지금은 일제 식민지시기 한국‧대만의 ‘문학’ 관념의 전변과 그에 대한 동시대적 서술을 비교연구 중이시죠.

먼저 박사 논문 주제부터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요. 20세기 초 동아시아 지역의 애국운동과 신문학론의 발생과 발전을 주제로 한 논문이에요. 중국의 오사운동, 한국의 삼일운동이 같은 1919년에 발생을 하고, 그 전후로 신문화 운동이 일어났던 부분에 흥미를 느껴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동아시아 지역이 전통사회에서 현대사회로 근대화하는 과정에서 그 안의 중국 중심의 문화적 질서를 타파함으로서 완전히 새로운 정치와 문화를 맞이하는 새로운 중국, 새로운 한국을 구성하고자 하는 지식인들의 책략으로서 신문학론을 제기했고 발전시켰다는 맥락으로 작성했습니다. 곧 신문학이라는 비정치적 책략 및 수단을 동원하지만 결국은 새로운 정치 체제 및 정치적 주체를 만들어 내는 결과를 의도했다는 점에서 공유점이 있다고 봤거든요. 이때 한중비교였다면, 박사후 때는 대만과 한국을 중심으로 일제식민지 시기 때 문학이라는 관념을 어떻게 다루고 있나를 중심으로 비교하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연구 범위를 점점 확장하는 중인 거죠.

김선영 박사가 연구활동 중인 이화여자대학교

동아시아 문학담론 대상을 한국과 중국에서 대만으로 확장한 이유가 있나요?

제국주의 영향을 받은 건 중국도 마찬가지지만 굳이 식민지 종류를 나누자면 중국은 반식민지고, 한국은 완전 식민지라는 면에서 차이가 있거든요. 그리고 중국의 경우는 여러 국가가 중국을 식민지화하는데 관여했고, 한국은 일본만 개입을 했다는 점에서 다르고요. 이러한 면에서 대만은 일본의 식민지 경험을 공유했다는 점에서 중국(대륙)보다 한국과 유사한 점이 많습니다. 다만 한국은 그 당시에도 ‘민족-국가’라는 개념이 매우 강했고, 주권을 회복하겠다는 의지가 강했던 반면 대만은 지역에서 국가 관념으로 전환되는 과정을 거쳤기에 이런 부분에서는 서로 차이가 있어요. 이런 상황에서 신문화를, 그리고 그 안에서 문학 관념을 어떻게 운용했느냐를 알아보는 건 분명 공유점과 차이점이 존재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부분을 연구대상으로 삼고 있어요.

중화문화권임에도 지금까지는 대만문학과 문화에 대한 연구는 많지 않았던 것 같아요.

중어중문학계 내부에서도 대만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적었어요. 우선 자료 수집부터가 중국에 비해 훨씬 어려워요. 저도 대만 자료를 구하는데 알게 모르게 느끼는 두려움이 있었던 것 같아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는 그런 마음이요. 그래서 이번 연구를 통해서 어떤 식으로 자료에 접근할 수 있는지, 원문자료부터 시작해서 현재 나오는 연구 자료까지 어떤 식으로 접근할 수 있는지 잘 정리하고 싶어요. 그러면 대만에 관한 연구도 더 많이 늘어나겠죠. 한국과 대만은 식민지 시기만 해도 비슷한 점이 많아서 사회‧정치‧문화 등 다방면으로 비교 연구를 할 대상이 엄청 많을 것 같은데도 뭔가 소외되어있는 분위기예요. 이 연구를 시작으로 다른 연구자들의 관심도 환기하고 저 자신도 새로운 연구대상을 더 쉽게 발견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대만여행도 많이 했는데, 사실 대만 역사, 대만 문학과 관련해 대학 내에서도 수업도 거의 없는 편이죠. 이번 연구성과가 나오면 한국, 중국, 대만을 문학 개념으로 아우르는 수업을 구성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화여대 중국문화연구소에서 연구 중인 김선영 박사

관련 분야의 동향도 궁금합니다. 더불어 문학연구자가 가져야할 자세가 있나요?

요즘은 중국 현당대문학 연구자들도 문학 자체의 연구에 머무르기보다는 영화와 드라마 같은 문학을 응용한 문화콘텐츠 연구를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제 경우는 아직 좀 더 날것을 대상으로 하는 어찌 보면 고루한(?) 연구를 한다고 볼 수 있어요. 전 아직 예전의 텍스트를 새롭게 해석하는, 즉 기존의 주류적인 맥락 사이에 어떤 허점이 있느냐를 발견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냐를 보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런 경우 성실함이나 꼼꼼한 연구 태도가 필요하죠. 그런 태도를 갖추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쉽진 않지만요)

아시아 지역의 문학 관련 변화 지형도

완성을 꿈꾸는 젊은 인문학자

우리 사회는 인문분야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 같습니다. 신진연구자의 길을 걷는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아무래도 인문분야 자체가 연구주제를 정하고, 연구하고, 결과를 내기까지 전적으로 개인 역량이나 운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다 보니 연구에 시간도 품도 많이 들고 연구자들이 헤매는 경우도 많고요.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사실 그 과정이 끝난 후에도 연구 과정, 또 그 결과물로 먹고 살 수 있다는 확신이 없다는 점입니다. 주변에서 ‘그거 해서 뭐하냐?’하는 시선과 말을 많이 접하는데요. 학생 때는 학교 장학금으로도 생활 유지가 어렵다 보니 마음이 불안하고, 자존감이 낮아지는 고비를 겪기도 했어요. 제 경우 박사과정이 8년 간 장기화 되며 더 어려웠던 것 같아요. 하지만 연구가 즐거웠기에 하나를 완성하면 저 스스로에게 짧은 휴가 같은 보상도 주면서 학문의 끈을 놓지 않고 길을 찾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인문학을 연구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글쎄요. 교과서적인 답변인 것 같은데,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결국 인문학을 대체할 수 있는 건 없을 테니까요. 일례로 한 언어를 다른 언어로 번역하는 번역기술은 점점 더 발전하고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해 줄 거예요. 하지만 문학번역은 문장의 뜻만 그대로 옮기는 게 아니에요. 언어 자체의 문제도 있지만, 문학이라는 특성을 반영해 가장 그 작품답게 번역하는 일은 기계가 할 수 없어요. 결국은 사람 손이 타야 하는 데, 사람 손을 탄다는 거 자체가 인문학이란 의미예요. 이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고요. 문학 연구의 경우 텍스트는 남아있지만 결국 후에 해석하는 사람들의 생각이 많이 반영되고 그런 원리 자체가 인간의 자존감을 북돋아 준다고 생각해요. 결국 위로해 주는 거죠. 사람 마음을.

한국연구재단의 학문후속세대양성사업을 통해 20세기 초 동아시아 문학 담론 연구를 지속하고 계시죠?

중국 칭화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마칠 무렵 한국의 강사법이 바뀌었어요. 학문을 지속할 수 있는 선택지가 없어 고민도 컸어요. 이공계처럼 박사후연구원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는 않거든요. 다행히 한국연구재단의 학문후속세대양성사업에 선정돼 2년간 연구비를 지원 받게 됐어요. 좋은 기회가 주어진 만큼 중국에서 대만으로 범위를 확장하면서 연구의 줄기를 키우고 싶습니다. 더 많은 연구자들이 연구재단의 혜택을 받고 연구의 끈을 이어가면 좋겠어요.

김선영 박사가 유학한 칭화대학의 도서관

연구자로서 본받고 싶은 롤모델이 있나요?

지도교수님들이죠. 석사 때 지도교수님과 박사 때 지도교수님 두 분이 각기 다른 강점을 가지고 계세요. 홍석표 선생님은 성실하고 꼼꼼하게 연구하는 스타일이시고 왕휘(汪暉) 선생님은 연구범위, 연구대상, 연구방법이 광범위하고 다양하셔서 스케일이 크세요. 두 분의 장점을 두루 본받고 싶어요.

《하지미지》 등 중국의 문화 콘텐츠를 한국어로 번역하며 대중과의 소통에도 노력하셨어요. 학술연구와 다른 번역 활동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대중과의 소통은 좀 과장된 표현이고 그냥 요즘 유행하는 웹소설을 검토하고 번역하는 일을 부업(?)처럼 하고 있어요. 제가 하는 연구는 너무 딱딱한 편이라 이런 작업을 통해 ‘요즘 어떤 문화가 유행하는구나’하고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죠. 특히 요즘은 중국드라마나 그 드라마들의 원작소설이 많이 유행하고 있어요. 본래 저는 이런 것들에 관심이 전혀 없었는데 이런 작업을 하면서 더 다양한 종류의 중국문화에 관심을 갖게 되는 유익함도 얻고 있어요.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연구목표도 들려주세요.

박사후 연구로 한국과 대만의 신문학론 비교를 진행하면 결국 궁극적으로는 20세기 초 동아시아 지역의 문학 관념 변화를 지형도 식으로 정리해보고 싶어요. 원인, 과정, 결과, 연관된 작가, 작품, 문학론 등등. 그래서 지금 일국 중심으로 흩어져 있는 연구결과를 20세기 초 동아시아라는 범위 안에서 검토하고, 그 이후에는 계속해서 더 범위를 확장하는 식으로 신구 전환기 문학 관념 변화를 정리해 보고 싶어요.

연구 신호등

추천하는 연구자의 마인드는?

항상 평상심을 유지하는 것, 아무렇지 않아 하는 것.

좌절했을 때 극복법은?

그냥 좌절한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슬퍼하는 것.

꼭 피해야 하는 습관은?

우울하다는 그 감정 자체에 매몰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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