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월호 포커스 人

“투명한 공유와 협력이
차세대 리더십 성공 열쇠”

한국연구재단 김덕기 나노·반도체단장 (세종대학교 전자정보통신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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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영화 ‘백 투 더 퓨처’는 길거리에서 전자기기로 정보를 검색하는 미래를 그리고 있습니다. 자연 상태의 물질은 모두 도체 혹은 부도체 둘 중의 하나였던 고전역학의 틀을 깨고 전자들의 성질을 제어할 수 있게 된 반도체 기술의 발전은 영화 속 상상의 세계를 더 이상 놀랍지 않은 일상으로 바꾸었습니다. 이제 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5G, 자율주행차, 로봇, 웨어러블 디바이스, 바이오헬스케어 등으로 대표되는 4차산업혁명 시대는 기존 반도체의 물리적 한계를 뛰어넘는 더욱 혁신적인 차세대 기술의 등장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바로 작은 반도체 칩 하나에 수십~수백억 개의 소자를 집적하는 나노미터급 초미세·저전력 반도체입니다.
올해 한국연구재단이 나노와 반도체 기술 분야를 통합 지원하는 ‘나노·반도체단’을 출범시킨 것도 이 때문입니다.

새 국면 맞는 반도체 발전사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미래를 준비하는 신설 조직의 첫 책임자인 김덕기 나노·반도체단장은 이른바 ‘무어의 법칙’ ‘황의 법칙’ 속에 혁신을 거듭해온 반도체 발전사의 한복판을 관통하고 있는 인물입니다. 1995년부터 미국과 한국 등 국내외 반도체 연구개발 및 상용화 현장 전반을 두루 거치며 풍부한 지식과 경험을 쌓아 왔습니다.

Q웹진 독자들을 위해 단장님의 주요 이력을 소개해주세요.

제 전공은 반도체 공정·소자와 신뢰성 분야입니다. 미국 스탠포드 대학에서 반도체 배선의 신뢰성 관련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IBM에서 7년 간 연구원으로 지냈습니다. 주로 신소자 개발 분야에서 일했지요. IBM에서 처음 개발한 신소자 기술은 대만 기업에 기술이전 되었는데 소자 구조와 공정이 복잡하고 가격경쟁력도 떨어져 실제 제품화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를 반면교사 삼아 이퓨즈(eFUSE, electrically programmable fuse) 소자를 개발할 수 있었지요. 이퓨즈 소자는 자기재구성 소자의 일종인데 반도체 칩 내의 오류와 결함을 간단히 복구할 수 있어 현재 대부분의 컴퓨터와 모바일용 CPU에 적용되고 있습니다.

Q귀국 후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에서는 어떤 연구를 하셨는지요?

삼성전자는 2002년 국제반도체회로학술회의에서 반도체 메모리의 용량이 1년마다 2배씩 증가한다는 이른바 ‘황의 법칙’을 발표한 이후 실제로 매년 놀라운 반도체 집적화에 성공하며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으로 성장을 거듭 중이었습니다. 그런 만큼 인재 수혈 역시 국내외를 가릴 것 없이 공격적으로 추진되고 있었는데 저 역시 미국을 방문한 임원들로부터 입사 제의를 받아 2007년 합류하게 됐습니다. 삼성전자에서는 DRAM향 이퓨즈 소자와 3차원 저항메모리 소자 집적 검증 과제 등의 책임자로 일했고, 마지막 한 해는 실리콘 태양전지 기술개발에도 참여했습니다. 2011년 세종대 전자정보통신공학과로 일터를 옮긴 이후에도 역시 초저전력 회로 구현에 필요한 이온이동 기반 원자 스위치 소자와 함께 유기태양전지, 반도체 소자의 신뢰성 이슈 등에 관한 연구와 강의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Q최근 반도체 분야의 국내외 주요 이슈와 연구개발 동향이 궁금합니다.

반도체 기술은 그간 급속도로 소형화와 고집적화가 이뤄져 왔습니다. 하지만 3나노미터 이하에서는 평면 소자의 스케일링이 더 이상 불가능해 인공지능 등의 구현을 위해서는 새로운 신소자의 개발이 절실한 상황이지요. 현재 7나노미터 이하에서 FinFET 소자, 3나노미터 이하에서는 GAAFET·MBCFET 등의 소자를 이용한 성능 향상이 추진되고 있지만 그 이후의 신소자는 여전히 두드러진 후보가 없는 상황입니다. 이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신소자 개발 열기가 무척 뜨겁습니다. 그중에서도 차세대 시스템 반도체 기술의 핵심인 초저전력 기술이 가장 치열한 경쟁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인간 두뇌 수준의 연산능력·소모전력

세계시장을 선도해온 우리나라의 반도체 산업은 최근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습니다. 그간의 소형화와 고집적화를 넘어 4차산업혁명의 핵심기술들과 인간의 관계를 더욱 밀접하고 섬세하게 연결할 획기적인 차세대 반도체 기술의 개발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그런 만큼 핵심원천기술을 연구하는 대학·연구소와 실험실 기술의 상용화와 대규모 양산을 맡고 있는 산업계의 유기적인 협력체계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Q오랜 기간 산·학·연 현장을 두루 경험하신 만큼 향후 새로운 반도체 연구개발의 방향성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으실 듯합니다.

우리나라가 반도체 기술의 글로벌 리더십을 유지하고 강화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욱 교류의 폭이 더 넓어지고 빈번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대학과 연구소 등에서는 단위소자 수준의 연구는 활발하지만 이를 산업체의 제품화로 이끌 수 있는 협력체계가 아쉽습니다. 서로 간의 정확한 정보 제공과 이해가 국내 반도체 기술과 관련 인재양성 등을 한 차원 더 높은 수준으로 이끄는 동력이 될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Q단장님께서 생각하시는 기초원천 연구와 산업적 응용의 연계 강화 방안은?

반도체 분야의 산업체는 당장의 제품화가 중요합니다. 이에 따라 미래지향적인 연구에 인력과 자원을 투입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대학과 연구소의 경우는 원석을 발굴하는 기초원천 연구에 집중할 수 있지만 이를 다이아몬드로 가공하는 첨단 제조공정 이용의 기회를 가지기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학, 연구소가 차세대 지능형 반도체 신소자 후보 과제들을 산업체 파운드리 수준에서 검증을 해볼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협력과제가 필요합니다. 또한 국내 나노기술 개발의 주요 인프라 기관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효율적인 투자를 통해 대학이 보유한 연구개발 시설, 산업체의 양산시설이 상호보완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체계를 갖추는 것도 중요합니다.

Q현재 나노·반도체단에서 추진 중인 국책연구과제를 소개해주세요.

반도체의 미세화 한계를 극복하고 인간 두뇌 수준의 연산능력과 소모전력을 가지는 차세대 지능형 반도체 신소자의 핵심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큰 목표입니다. 이에 따라 향후 10년간 2,405억 원을 투입하는 고성능·초저전력 연산처리 신소자 원천기술 및 신소자 설계 및 집적검증 시스템 개발이 진행됩니다. 신소자 원천기술 개발에는 초저전압, 정보밀도개선, 미세전류제어, 스마트 배선, 3차원 집적, 두뇌모사 소자 기술 등이 포함됩니다. 신소자 설계 및 집적검증 기술 개발은 신소자 기반 설계 툴, 이키텍쳐 및 설계, 웨이퍼 레벨 신소자 집적검증 기술 등이 지원 대상이지요. 이밖에 창의적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하는 자유공모형 신개념 소자 기초 기술과제도 지원할 예정입니다.
차세대 반도체 개발의 또 다른 축인 나노 분야에서는 기존 나노·소재 원천기술 사업의 맥을 잇는 사업으로 올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한 나노·미래소재원천기술개발 사업이 신규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또한 현재 일몰 단계인 나노융합 2020 사업의 후속사업으로 나노·소재융합 2030 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르면 2021년부터 예산을 확보해 사업을 본격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Q신설 나노·반도체단의 첫 번째 책임자로서 뜻하고 계신 바가 있다면?

2년의 임기는 무언가 결과를 내기에 짧은 시간입니다. 하지만 한국연구재단 국책연구본부는 이미 많은 대형 국책과제들의 경험이 풍부합니다. 저와 나노·반도체단 구성원들 역시 연구과제의 관리자라기보다는 연구자의 일원이란 마음가짐을 갖고자 하고 있습니다. 연구자들의 과제 수행 전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최종 목표인 원천기술 개발과 사업화의 어려운 점들을 함께 풀어나가려고 하고 있습니다.

Q끝으로 웹진을 통해 연구자와 재단 구성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산·학·연 현장을 넘어 이제 우리나라의 미래인 원천기술 연구개발의 핵심기관에서도 일할 수 있게 된 것이 정말 기쁘고 또 한편으로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특히 출근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연구재단이 그간의 다양한 시행착오를 거름 삼아 이미 국제적으로도 손색없는 훌륭한 연구기획·평가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이 매우 인상적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향후 이 같은 훌륭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더 많은 정보 공유와 신뢰 구축을 통해 한국의 연구자와 기업들이 전 세계적인 기술 리더십을 더욱 굳건히 이어나가는 데 기여하도록 하겠습니다.

서로 간의 정확한 정보 제공과 이해가
국내 반도체 기술과 관련 인재양성 등을
한 차원 더 높은 수준으로 이끄는
동력이 될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한국연구재단 김덕기 나노·반도체단장

About the interview

김덕기 나노·반도체단장

서울대학교 금속공학과를 졸업하고 스탠포드 대학교에서 재료공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IBM 자문 엔지니어와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 수석 연구원을 거쳐 2011년부터 세종대학교 전자정보통신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IEC TC 124 실무그룹 4의 의장과 IEC TC 47 부간사, 한국마이크로전자 및 패키징학회 사업이사 등을 역임했다. 연구와 개인의 삶에서 얻은 경험을 통해 국가 R&D 역시 좋은 때이든 안 좋은 시기든 우여곡절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한다면 반드시 원하는 목표를 이루게 되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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