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월호 신진연구자 “톡”

미개척 생물자원 ‘지의류’의 DNA를 밝힌다

순천대학교 한국지의류연구센터
김원용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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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표면적의 6%를 덮고 있는 엄청난 미생물 군단이 있습니다. 얼음의 나라 극지방과 사막의 극한 환경에서도 강인한 생명력을 자랑하는 ‘지의류’입니다. 2008년 국제우주정거장 실험을 통해 우주에서의 생존 가능성도 이미 입증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낯선 이름이지만 이미 북미유럽을 중심으로 지의류의 생리활성 물질을 활용한 의약품 개발 연구가 활발합니다. 1년에 1㎜에 불과한 속도로 더디게 성장하지만 곰팡이와 녹조류가 협동하는 공생체제는 어떠한 환경에도 적응하는 강인한 생명력의 근원으로 평가받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지의류의 생리활성의 매커니즘을 규명하고 대량생산의 열쇠가 될 생물공장 개발에 성공한 연구진은 없습니다. 생태도시 순천에서 천연물계의 블루오션, ‘지의류’의 천연물 생합성 유전자 규명에 도전장을 내민 신진연구자 김원용 연구교수를 만났습니다.

이렇게 걸어왔습니다.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천천히 성장하지만

협동의 생명력은 강인하다

교수님이 신약개발의 열쇠로 주목한 ‘지의류’는 어떤 생물자원인가요?

자연에는 수많은 미생물이 공존합니다. 지의류는 세균과 곰팡이(진균) 등 수많은 미생물과 경쟁하며 살아가는 생명체 중 하나에요. 많은 분들이 지의류를 나무나 바위에서 자라는 이끼나 버섯과 혼동하기도 하는데요. 이끼는 식물, 버섯은 진균류인 반면 지의류는 종속영양으로 살아가는 곰팡이와 광합성을 하는 미세조류가 공동생활을 하는 상리공생생물입니다. 곰팡이는 균사로 집을 지어 추위와 더위를 막아주고 조류는 광합성을 통해 생장에 필요한 물질을 만들죠. 대기오염에 민감한 탓에 도시에서는 찾아보기 어렵지만, 지구 표면적의 6%를 차지할 정도로 영향력 있는 생물체이기도 해요. 특히 항균, 항생 효과가 우수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예로부터 티벳 지역에서는 지의류를 말린 설차를 즐겨 마셨다고 합니다. 세계적으로 지의류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며 지의류가 생성하는 대사산물에 대한 정보가 많이 밝혀졌어요. 하지만 아직까지 지의류의 어느 유전자가 어떠한 과정을 거쳐 유용한 물질을 만들어 내는지에 대한 정보는 거의 없어요. 앞으로 지의류 유전체 분석을 통해 인간에게 유용한 생물자원 개발에 일조하고 싶습니다.

‘매화나무지’는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대표적인 지의류다 지의류 유전자분석 전문가 김원용 연구교수

지의류는 일반인에게 널리 알려진 미생물이 아닌데요.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요?

박사과정에서 식물의 병을 예방하기 위해 곰팡이를 연구했어요. 야외수업의 일환으로 지의류를 채집하는 시간이 있었는데요. 서로 다른 생물이 한집에서 살아가는 공생체일 뿐만 아니라 남극과 사막과 같은 극한 환경에서도 생존하는 강인한 생명력을 갖고 있음을 알게 됐어요. 뿐만 아니라, 일부 지의류는 지구상 유일하게 탄소고정과 질소고정을 동시에 할 수도 있습니다. 우주 개척가들은 화성에 생명의 씨를 뿌린다면 지의류가 가장 적합할 것으로 보고 2008년 우주실험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이러한 점들로 지의류에 흥미를 갖기 시작했고요. 2년 전 미국 진균학회에서 우리나라 지의류 연구의 선구자인 허재선 교수님을 만난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습니다.

연구재단의 해외우수신진연구자유치사업을 통해 미국에서 한국으로 연구 무대를 옮기셨다고요?

한국연구재단은 우리나라의 연구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내 책임연구자와 해외에서 선진 학문과 기법을 배우고 경험한 신진연구자가 공동으로 과제를 수행하는 해외우수신진연구자유치사업을 지원하고 있어요. 허재선 교수님은 지의류의 불모지인 우리나라에서 지난 20년 간 지의류의 분류학 그리고 생태학적 연구부터 생리활성까지 폭넓고 깊은 연구를 진행해 오신 분입니다. 곰팡이나 지의류 연구는 국내 바이오 분야 중에서도 비인기 분야로 연구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었어요. 2년 전 학회에서 만남을 계기로 해외우수신진연구자유치사업에 함께 도전해 볼 것을 제안해주셨고, 저 또한 석박사 과정에서 경험한 유전체 분석과 곰팡이 독소 연구를 바탕으로 미개척 분야인 지의류 연구에 참여하고 싶었습니다. 지금까지 허재선 교수님이 한국지의류연구센터에서 추진해온 지의류 연구에 제가 공부한 진균유전학 지식과 유전체 분석 기술이 더해지면 지의류 유용물질의 대량 생산의 열쇠를 찾는 과정이 보다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합니다.

순천대학교 한국지의류연구센터의 경험과 역량을 바탕으로 교수님이 본격적인 지의류 유전체 분석과 지의류 형성곰팡이 2차대사산물 생합성 유전자 발굴연구를 추진하신 거군요.

한국지의류연구센터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남극과 남미 등 전 세계에 분포한 지의류를 채집해 왔습니다. 지의류생물자원소재은행사업도 15년간 지속하며 국내 약학대학 등 지의류의 생리활성을 연구하는 그룹에 분양해 오기도 했습니다. 이런 일련의 연구를 통해 국내 연구진들은 다양한 지의류에서 다양한 생리활성 물질을 발견하고 여기에 항바이러스 성분이 있음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순천대학교 약대와 공동연구를 통해 항암, 항균 효과도 찾았고요. 다만 이 같은 유효물질을 만드는데 중요한 유전자가 무엇인지를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한국지의류연구센터는 크게 지의류 보존과 생태, 분류동정, 물질 연구로 크게 3개 팀으로 구성돼 있는데요. 저는 지의류 물질연구를 통해 유전자의 특성을 밝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의류 유전자 지도를 완성하고 천연물 관련 유전자를 찾는 연구는 어떤 방법으로 진행되나요?

인간의 유전자 지도 완성은 생명공학의 도약을 이끌고 다양한 의학적 실현을 구현했듯이 지의류의 유전체 정보가 밝혀지면 보다 다양한 생명공학적 활용이 가능할 전망입니다. 하지만 지의류는 일반적인 곰팡이균보다 생합성유전자가 많아 생리활성물질 관련 유전자를 찾기가 힘듭니다. 또 생합성 유전자의 크기가 평균 유전자와 비교했을 때 6~7배 커서 유전자를 분리하여 분자생물학 관련 연구를 수행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리고, 지의류 곰팡이의 느린 생장률과 돌연변이 제작 기법의 부재로 유전학 연구가 현시점에서는 불가능합니다. 때문에 전체 RNA 수준인 전사체에서 유전자 발현량과 저희 연구그룹이 관심 있는 물질의 생산량 상관관계를 확인해 ‘이 유전자가 이 물질을 만드는 것일 것이다’라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발현양이 높은 유전자를 후보 유전자로 채택하여 이들 중 다시 진짜배기를 골라야 합니다.

생장속도가 느린 지의류의 배양 실험 모습

지의류의 느린 생장속도 극복을 위해 생물공장에서 대량생산의 해법도 찾고 있죠?

지의류에서 약리활성 기능 물질을 찾더라도 워낙 성장 속도가 더딘 탓에 의약품 개발을 위한 대량 공급이 어렵습니다. 따라서 생물공장(대리기주)으로 쓸 수 있는 특정 곰팡이를 찾는 연구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대리기주에 지의류의 생합성 유전자를 이식해 대량생산하는 원리인데요. 유전공학 기술로 지의류 DNA를 PCR로 증폭시키고 이것을 생물공장이 되어 줄 제3의 곰팡이에 이식해 생리활성 물질을 대량생산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하지만 아직 세계적으로 지의류 유전자를 활용한 생물공장이 성공한 사례가 없을 만큼 어려운 도전이기도 합니다. 미국, 캐나다, 독일 등 지의류 연구의 선도국들은 누룩곰팡이인 (Aspergillus oryzae)를 대리기주로 오랜 기간 실험했지만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누룩곰팡이는 일반적인 미생물 연구에서 대리기주로 사용되지만 지의류 물질의 생합성에는 적합하지 않는 게 아닌가 추정하고 있습니다. 저는 지의류와 계통학적으로 가까운 곰팡이를 찾아 대리기주로서의 가능성이 있는지 실험하고 있습니다. 특히 볏집, 왕겨 같은 농업부산물에서 잘 생장하고 천연물질 또한 잘 만드는 곰팡이들을 찾아 생물공장을 개발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10년 마라톤의 시작,

완주하는 사람만이 월계관을 쓸 수 있다

박사 과정과 박사후 과정을 거치며 지의류 연구를 위한 기반을 다지셨어요.

지의류와의 인연은 거슬러 올라가면 전남대학 응용식물학부에서 시작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신입생 때는 전공 공부가 막연했는데, 군대 제대 후 생화학 수업이 너무 재미있어서 학부 실험실을 찾아 갔습니다. 첫 연구실 생활의 시작이었죠. 석사 과정에서는 식물분자생물학을 공부했습니다. 박사과정은 병에 잘 견디는 작물 개발을 위해 식물병리학을 전공했어요. 특히 식물병 중 곰팡이와 관련된 식물병, 좀 더 구체적으로는 식물을 병들게 하는 곰팡이 독소 유전자를 연구했습니다. 그 독소 역시 천연물의 일종인데, 대표적인 항생제 페니실린은 페니실리움이란 곰팡이가 만드는 천연물입니다. 스타틴 계열의 고지혈 치료제도 곰팡이의 대사산물을 이용해 개발됐습니다. 이후 박사후 과정에서는 곰팡이의 유전체와 전사체 분석을 통한 곰팡이 포자발달 연구를 했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연구 경험을 바탕으로 지금은 유전체를 중심으로 한 지의류 천연물 생합성 유전자 발굴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지의류 내생곰팡이 물질 분야 전문가를 꿈꾸는 김원용 연구교수

교수님만의 연구 주제를 찾기까지 어려움은 없었나요?

제가 대학원에 진학할 무렵 우리나라에서는 진균학이나 식물병리학이 주목받지 못해 관련 연구를 할 수 있는 실험실이 많지 않았습니다. 석사 과정에서 분자생물학을 전공하며 식물에서의 저온 스트레스 저항성 유전자를 연구한 뒤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 이유이기도 합니다. 미생물학에 있어 곰팡이 연구는 마이너리티에 속합니다. 지금은 유전체 분석기법과 유전자 편집과 같은 생명공학 기술의 발달로 국내에서도 점점 곰팡이 연구분야가 확장되고 있습니다만, 대학원과 박사후 과정을 거치고 귀국했을 때 곰팡이 천연물 연구를 지속할 수 있는 실험실이 많지 않았습니다. 다른 연구자들이 지름길로 갈 때 혼자 돌아서 가는 것 같아 고민도 많았지만, 결국 모든 과정이 지의류 천연물 분야의 전문가로 성장 할 수 있었던 디딤돌이 된 것 같습니다.

유효물질의 보고로 주목받고 있는 지의류의 세계적 연구 동향도 궁금합니다.

우리나라는 곰팡이를 비롯한 지의류 연구가 양적, 질적으로 부족한 상황이지만 세계적으로는 굉장히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어 왔습니다. 심해나 장속처럼 미생물 순수분리가 어려운 다양한 장소에서 미생물 군집을 알아내는 메타지놈(metagenome) 분석 방법이 상용화되면서 이들을 배양하지 않고도 자연 상의 수많은 미생물들이 얼마나 많이 자라는지도 알게 됐습니다. 그 결과 지금까지 식물이 만든다고 알려진 약리활성물질들 중 많은 수가 실은 내생곰팡이에서 만들어 짐을 알게 됐습니다. 일례로 주목(朱木)나무 껍질에서 찾은 항암제 택솔(Taxol)도 나무가 아니라 그 안에 사는 곰팡이가 생성하는 물질임을 알게 됐습니다, 하지만 나무 한그루에서는 겨우 약병 몇 개 정도를 만들 수 있는 택솔이 추출됩니다. 따라서 실험실 배양을 통한 대량생산과 유전공학 기법을 통한 균주 개량 등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자신의 성격 중 연구자로서 장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고정관념이 없고 ‘이렇게 해보면 되지 않을까?’하고 엉뚱한 생각을 잘 하는 것 같아요. 다른 연구자들이 시도하지 않았던 무모한 도전을 망설이지 않아요. 물론 대부분 다 실패했어요.(웃음) 하지만 생명의 본질을 찾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적용했던 방법에서 벗어나 새로운 생각, 새로운 방법을 찾는 것도 중요해요. 엉뚱한 도전 중 단 하나만 성공해도 새로운 출구를 찾게 되니까요.

연구자로서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보람이라고 말하기는 거창하지만, 제가 연구한 내용을 학회에서 발표하고, 또 제가 관심 있게 본 논문의 저자들을 직접 만나 교류할 때 가장 즐겁습니다. 또 제가 쓴 논문이 다른 연구자에게 인용이 되고 활용될 때 보람을 느끼고요. 궁극적으로는 제가 하는 연구가 학문적 발견에 그치지 않고 사회로 환원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지의류 천연물질을 좀 더 값싸고 손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대량생산의 길을 열어 항암제 등 신약 개발의 기반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런 의미를 찾아 연구하고 실험하고 논문을 작성하고 한 발 한 발 앞을 향해 가는 게 가장 큰 보람입니다.

2019년 한국미생물연합회 포스터 발표(세종대학교)

먼저 연구자의 길을 걸어온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보통 연구가 재미있고 좋아서 대학원에 입학하지만, 입학과 함께 최소 10년은 뛰어야 하는 마라톤이 시작됩니다. 열정적으로 달리다가도 실험 결과가 나쁘면 위축되고 움츠러들죠.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끈기 있게 프로젝트를 완수했을 때 해 축적되는 힘이 큰 자산이 됨을 알려주고 싶습니다. 그 과정이 모여 새로운 길을 안내하거든요. 순간의 어려움과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 그리고 잘하는 분야를 찾아 끈기를 갖고 걸어가세요. 저 역시 석박사, 박사후과정의 모든 연구 경험이 있었기에 지의류 연구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궁극적으로 도전하고 싶은 연구목표도 들려주세요.

지의류는 천연물 합성과정, 공생기작 규명, 저온과 방사능과 같은 극도의 환경스트레스 저항기작 등 앞으로 밝혀야 할 신비가 무한히 많은 미생물입니다. 또한 과학자들은 지금까지 발견된 곰팡이는 전체 곰팡이의 10%도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만큼 무한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분야입니다. 그 중에서 지의류는 식물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내생곰팡이를 가지고 있는데, 거기에는 지금까지 보고되어지지 않은 많은 신종들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지의류생물소재은행에서는 이러한 지의류내생곰팡이를 적극적으로 수집하여, 생리활성 물질을 찾는 연구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대량생산의 열쇠를 쥔 대리균주를 찾는 것 외에도 자연생태로 채집한 지의류에서 녹조류와 곰팡이를 분리한 다음 이것을 재합성하는 실험과 세계 최초로 유전자편집 기술을 이용한 지의류 곰팡이 유전자 연구 또한 진행하고 있습니다. 꾸준하고 도전적인 연구를 통해 지의류를 비롯한 곰팡이 천연물 연구 분야의 전문가가 되고 싶습니다.

연구 신호등

추천하는 연구자의 마인드는?

호기심이 중요합니다. 연구에 대한 열정은 수시로 뜨거웠졌다 차갑게 식기도 하지만, 항상 자기 연구 분야에 호기심이 충만하다면 연구자로서 반등할 수 있는 계기를 언제든 마련할 수 있습니다.

좌절했을 때 극복법은?

연구에 바쁜 와중에도 자기만의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여가 생활이 중요합니다.

꼭 피해야 하는 습관은?

자만하지 않아야 합니다. 실험실 생활은 단체 생활입니다. 정말 오랜 시간 동료, 선후배들과 동고동락하게 됩니다. 서로 도와야 슬기롭고 재미있는 실험실 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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