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월호 신진연구자 “톡”

한의학 임상과 실험으로
대사질환 해법 찾는 젊은 허준

대전대학교 한의예과(사상체질의학과) 곽진영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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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500년 전, 조선의 어의 허준은 우리의 전통의학을 집대성한 ‘동의보감’을 편찬하며 한의학의 우수성을 알렸습니다. 조선 후기 이제마는 사람을 체질에 따라 태양인·태음인·소양인·소음인의 네 유형으로 나누고 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사상체질의학을 완성했습니다. 이처럼 오랜 시간 우리 땅에서 이루어진 수많은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발전한 한의학은 이제 그 전통을 현대화, 과학화하는 노력을 통해 국민의 건강증진과 난치병 치료에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대전대학교 한의예과 곽진영 교수는 과학적 연구로 한의학의 효과성을 입증하고 현대인의 만성질환인 대사증후군과 뇌혈관질환 치료 해법을 찾아 나선 젊은 허준입니다. 임상 진료와 연구를 통해 한의학의 전통을 더욱 빛내는 곽진영 교수를 대전대학교 대전한방병원 임상연구센터에서 만났습니다.

이렇게 걸어왔습니다.

첨단과학으로 한의학 전통을 더욱 빛낸다

천안한방병원 진료실과 대전한방병원 임상시험센터를 오가며 한의사이자 연구자로서 1인 2역을 훌륭하게 수행중 입니다. 먼저 독자들께 교수님 소개를 해주세요.

현대의학 발전과 생활수준 향상으로 인간의 수명은 연장됐지만, 한편으로는 파킨슨병과 치매 등 퇴행성뇌질환으로 고통을 겪는 사람도 많아졌어요. 이들 질병의 발생 이유와 효과적인 치료법을 찾는 노력이 세계적으로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저는 한의학을 전공한 전문의이자 연구자로 관련 질환 치료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보통 화요일부터 토요일은 천안한방병원 진료실에서 중풍과 파킨슨병, 대사질환 환자를 치료하고 있습니다. 월요일에는 대전한방병원 임상연구센터에서 전통 한의학의 대사질환 치료 효과를 과학적으로 증명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한방병원의 많은 전문의가 임상과 연구를 병행하고 있어요.(웃음)

한의학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요?

어린 시절부터 아픈 사람을 치료하는 의사가 되고 싶었습니다. 특히 외과적 수술이 중심이 되는 양방보다는 약과 침으로 인체의 균형을 찾는 한의학에 관심이 더 많았어요. 또 제가 한창 학교에 다닐 때 드라마 ‘허준’이 인기리에 방영돼 한의학에 관심을 더 갖게 된 것 같아요.(웃음)

식생활의 서구화로 인해 대사질환이 현대인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교수님은 뇌혈관 질환 치료에 대한 관심이 대사질환 치료로 확장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심혈관질환, 뇌혈관질환은 현대인의 만성질환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고혈압, 당뇨와 같은 대사증후군이 이들 만성질환을 유발하는 위험인자로 작용합니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대사증후군의 예방과 치료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식습관과 생활방식이 급격하게 서구화되면서 대사증후군 유병률이 높아졌는데요. 대사증후군은 그 자체도 문제이지만, 각종 질환의 원인이 되기에 더 위험합니다. 따라서 생활습관개선이나 체중조절 외에 대사질환에 더욱 효과적인 한의학적 치료방법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대사증후군 외에도 퇴행성 뇌질환의 치료도 연구하고 있는데 한의학에서는 파킨슨병 같은 퇴행성 뇌질환 치료 시 떨림, 서동증, 강직, 자세 불안정성과 같은 운동성 증상뿐만 아니라 우울증, 위장관 증상, 배변 및 배뇨장애 등 복합적인 비운동성 증상 또한 중점적으로 치료하고 있습니다.

특히 사상체질의학에 기반을 둔 치료방법과 연구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요?

대사증후군, 나아가 뇌질환을 효과적으로 치료하기 위해 환자의 사상체질에 따른 대사성 질환의 치료 약물과 기기의 임상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몸이 불편하거나 이상을 느끼고 병원을 찾는 분 중에선 검사결과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진단받아 적절한 치료와 처방을 받지 못해 힘들어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경우 대부분 한의학 치료를 통해 순환대사, 열대사를 교정하여 신체 장부의 균형을 찾으면 병증이 해결됩니다. 이처럼 장부대소의 균형에 따라 사람의 체질을 네 가지로 분류하고 맞춤형으로 치료하는 사상체질의학은 일본과 중국에는 없는 한의학만의 독특한 성과입니다. 사상체질의학 관점에서 대부분의 질병은 인체의 장기를 구성하는 오장육부의 불균형, 즉 장과 부의 기능이 지나치게 크거나 작은 편차에서 기인하는 것들이 많습니다. 사장체질 치료법 중에는 실험으로 효과가 증명된 것도 있지만, 아직 문헌과 한의사의 경험으로만 전달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한의학이 모두가 인정하는 제도권 의학으로 자리매김하려면 과학적 연구를 통해 이를 증명하고 체계화하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지난해 연구재단의 신진연구자지원사업을 통해 ‘소음 병태 비만 동물모델 개발 및 체질 특성에 따른 대사성 질환’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셨죠?

대사질환 환자에 대한 체질처방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검증하기 위해 체질 병태를 가진 동물모델을 만들고 그 동물모델을 활용하여 비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사상체질 중에서도 소음 병태를 유발한 동물모델을 개발하고 한의학의 치료효과를 검증하는 게 목표입니다.

신진연구자지원사업 2차년을 맞아 소음병태를 유발한 동물실험이 본격 시작될 예정이다

신진연구 2년차를 맞았습니다. 지난해 중점적으로 추진한 내용, 그리고 올해 주목해야 할 연구내용은 무엇인가요?

지난해에는 소음병태를 유발하기 위해 동물모델의 소화기능을 떨어뜨리는 방법, 즉 비소(脾小)를 유발하는 방법과 비소가 적절히 유발되었는지 검증하는 방법 등 소음인의 체질을 구현한 동물모델 개발 방법에 대한 논의와 탐색이 진행되었습니다. 더불어 대사증후군에 사용되는 한방처방을 탐색하고 그 중 연구를 통해 검증할 처방을 선정하였습니다. 올해는 지난해 결정된 소음병태 유발방법과 검증방법을 토대로 동물모델을 개발하고 검증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대학원 시절부터 대사질환 치료를 위한 소양·태음 병태유발 동물실험에 참여하셨습니다.

예전부터 많은 한의학 연구자들이 사상체질에 따른 대사질환 치료법을 과학적으로 증명하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대학원 지도교수님이셨던 안택원 교수님이 태음인, 소양인 병태 유발 동물연구를 진행하실 때 연구원 신분으로 참여했습니다. 당시 폐 기능이 약한 태음인 병태를 유발하기 위해 볼레오마이신(bleomycin)이라고 하는 약물을 투여한 한 후 태음조위탕을 투약하여 혈압과 비만 개선효과를 확인하였습니다. 임상시험에서도 비만을 포함한 대사증후군 환자에게 태음조위탕을 투여하자 비만, 고혈압, 당뇨 완화 효과가 나왔습니다. 또한 실험동물의 신장 기능을 약화시킨 후 진행한 소양인 병태유발 연구에서는 양격산화탕, 저령차전자탕의 치료효과를 과학적으로 입증했습니다. 당시 다루지 못했던 소음인과 태양인 병태 유발 연구를 후속으로 추진하였습니다.

과학의 언어로 전통의 한의학을 빛내는 신진연구자 곽진영 교수 연구를 위해 제작한 시험 기구

교수님의 연구가 기존 대사증후군 관련 연구와 차별화되는 특징은 무엇인가요?

사상체질의학에서는 지나치게 장부가 큰 편대지장(偏大之臟)과 반대로 장부가 지나치게 작은 편소지장(偏小之臟)의 균형을 맞춰주는 치료를 시행합니다. 그동안 동물시험에서는 이런 체질적 요소가 반영되지 않은 채 체질처방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검증했습니다. 이번 연구에서는 소음 체질의 장부대소의 차이를 실험동물에 유발하여 사상체질의학의 처방을 보다 확실하게 검증하고자 합니다. 하지만 어려움도 있는데요. 지금까지 동물의 체질병태를 유발한 선행연구가 없기 때문에 체질병태를 유발하는 방법 선정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지난해에는 비소를 유발하는 방법과 비소가 적절히 유발되었는지 검증하는 방법 등 소음인 체질병태 동물모델 개발 방법에 대한 논의와 탐색이 진행되었습니다. 다양한 문헌연구와 선행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실험동물 방부의 비대신소를 유발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센나엽(Senna leaves) 전탕액 등을 투약해 위장의 기능을 떨어뜨렸습니다.

신진연구자지원사업의 앞으로 과제 진행 계획도 소개해주세요.

소음인 체질병태를 유도한 동물모델이 개발되면 이 동물모델에 비만 또는 당뇨와 같은 대사증후군에 속하는 병증을 유도하여 소음병태와 대사증후군과의 연관성을 살펴보고 여기에 1차년도에서 선정한 소음인 대사증후군 처방을 투여하여 유효성과 안전성을 검증할 예정입니다.

사상체질의학이 더욱 널리 사용될 수 있도록 길을 닦다

한의사로서, 연구자로서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한의학은 몇 백 년 간의 진료경험과 수많은 의료인의 지식이 축적된 전통의학으로 많은 난치병을 치료할 수 있는 소중한 재산입니다. 하지만 한의학의 용어나 개념이 생소해 쉽게 한방치료를 시도하지 못하는 환자들도 많이 있습니다. 의사로서 환자들을 치료하는 일도 보람이지만, 연구를 통해 한의학 치료 효과를 과학적으로 증명하고, 명확한 개념 정리를 통해 더욱 많은 사람에게 한의학의 우수성을 알리고 싶은 바람이 있습니다. 진료에서 얻은 다양한 경험과 아이디어를 실험을 통해 검증하고, 환자분들에게 직접 치료 시 불편한 부분, 치료법의 장단점 등을 들으며 치료법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환자들의 병증이 완화되는 것을 보면 정말 기쁘고, 보람됩니다.

곽진영 교수는 진료실과 실험실을 오가며 의사이자 연구자로서 1인 2역을 소화하고 있다

전통 한의학 지식을 서양의 생명과학 연구방법으로 실험하는 데 어려움은 없나요?

한의학 지식, 특히 사상의학에서 각각의 체질별로 가장 약한 장부를 일컫는 보명지주(保命之主)를 비롯해 앞서 이야기한 편대지장(偏大之臟), 편소지장(偏小之臟)과 같은 용어를 현대의학 용어와 정확히 일치시키기 어려워 실험에 접목할 때 어려운 부분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소음인의 특징은 비대신소(脾大腎小)인데 비(脾)가 현대의학에서 비장과 일치하느냐, 보명지주는 정확히 무엇이며 어떻게 증명하느냐 하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안택원 교수님과 다른 많은 교수님께서 연구에 도움을 주시고 조언을 해주셔서 이를 기반으로 연구 방향을 잡아가고 있습니다. 저를 비롯한 한의학 연구자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실험을 시도하는 것 자체가 전통의 개념을 현대적으로 명확히 밝히는 데 도움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연구자의 길을 시작한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저도 연구를 시작한 지 오래되지 않아 조언을 드리기는 어렵지만, 예전에 비해 한의사가 진료 외에 연구에도 많이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고 있습니다. 한의학은 수술과 독한 약물요법 중심의 치료가 힘든 연세가 많거나 면역력이 떨어진 분들이 통증이나 고통에 대한 부담 없이 치료받을 수 있고, 회복 효과도 좋습니다. 양한방 협진 시 시너지 효과도 인정받고 있습니다. 한의학의 치료 효과를 한의학계는 알고 있어요. 하지만 고서의 기록만으로는 일반인과 제도권을 객관적으로 설득하기 어렵습니다. 여전히 과학적이지 못하다는 편견도 존재하는 만큼 제도권 의학에 편입하려면 치료 효과를 과학적 방법과 언어로 증명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미약하나마 한의학의 과학화, 체계화를 위해 동참할 수 있어 기쁜 것처럼 후배들 또한 한의사의 진로에 대해 좀 더 다양하게 생각할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연구재단의 지원사업에 대한 바람 또는 당부의 말씀도 전해주세요.

연구 경력이 적은 신진연구자들은 시험책임자로 연구할 기회가 적고 연구계획과 방법에 대한 제약도 굉장히 많습니다. 연구재단은 다양한 분야의 신진연구자들이 원하는 주제를 다양한 방법으로 연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창구입니다. 앞으로도 창의적이고 개혁적인 연구, 생소한 분야의 연구에도 많은 지원을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또 하나 요청하고 싶은 것은 한의학 분야는 여전히 편견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연구계획서 작성 시 모든 학문 분야에 일률적으로 선행연구 결과를 요구하는데요. 한의학은 비교적 최근 현대적 실험이 시작됐기 때문에 다양한 병증과 치료법마다 선행연구 결과를 제시하기 어려움이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수백 년 간 이어온 한방의 진료 경험, 동의보감 같은 고서의 내용을 선행연구로 인정해주는 등 개혁적인 연구를 열린 시각으로 지원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천안한방병원 임상시험센터 선후배동료들과 함께한 곽진영 교수 (앞줄 왼쪽 첫번째)

교수님이 궁극적으로 도전하고 싶은 연구 목표도 들려주세요.

소음인의 병태를 가진 동물모델을 기반으로 대사증후군 외 다른 질병에서도 사상제질의 유효성을 검증하고 싶습니다. 나아가 한의학, 특히 사상체질의학의 효과와 안전성을 검증하고 환자분들을 위해 사상체질의학이 더욱 널리 사용될 수 있는 발판을 만들고 싶습니다. 또한 사상의학은 특정 양방 상병명에 국한하여 사용하기 어렵고 체질 병증에 따라 처방해야 되기 때문에 훌륭한 사상처방들이 한방과립제의 보험화에 적용되지 못했는데 이런 특성을 고려하여 사상처방의 한방과립제와 첩약 처방에 건강보험이 적용되어 한의학이 국민건강 증진에 이바지하고, 한방병원을 찾는 환자들의 부담을 덜어 드릴 수 있도록 사회적 제도가 뒷받침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연구 신호등

추천하는 연구자의 마인드는?

성실함과 호기심이 연구자의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

좌절했을 때 극복법은?

노력한 만큼 성과가 나오지 않거나 연구가 잘못된 방향으로 진행된 거 같아 고민될 때 주변 선배님들에게 대처법이나 개선점을 여쭤보고 반영하려고 노력합니다.

꼭 피해야 하는 습관은?

게으름, 안주하려는 태도는 피해야 합니다. 일상에 익숙해지면 자신도 모르게 새로운 지식을 배우거나 더욱 발전하려는 노력이 사라질 때가 있어요. 그러면 진료도 연구도 좋은 결실을 볼 수 없습니다. 반대로 조금이라도 새로운 걸 시도하고 노력하면 신기하게도 환자분들이나 주변 분들도 그런 노력을 알아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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