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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시대, ‘국제협력’의 재발견

한국연구재단 국제협력기획실장 강동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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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시대, ‘국제협력’의 재발견 한국연구재단 국제협력기획실장 강동섭

09 The leader's message.

전 세계 하루 평균 30만 명의 환자를 발생시키고 있는 코로나19의 위력은 실로 엄청나다. 이미 우리의 일상을 바꾸었고 건강과 경제를 가까이서 위협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영향을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평소 사람의 이동이 많은 재단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아직 믿을 만한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사람 간 대면 접촉 최소화가 최선의 방역이니 만큼 국제협력사업을 포함한 대부분의 재단 사업에서 평가나 회의가 면대면 방식에서 비대면 방식(온라인, 화상 등)으로 전환돼 진행되고 있다. 어쩌면 코로나19가 종식된 이후에도 비대면 방식이 주류가 될 수도 있겠다. 이스라엘의 역사학자 유발하라리는 온라인 강의를 두고 여러 논란으로 실행을 하지 못하다가 코로나19로 대학 캠퍼스가 폐쇄되면서 단 일주일 만에 온라인 강의시스템이 구축되었고 현재 잘 운영되고 있다면서 코로나19가 끝난 이후에도 이 시스템은 유지될 것이라고 했다. 우리가 그것을 ‘새로운 표준의 도래’라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본질을 흐리지 않고 오히려 강화하면서 잠재적 위험으로부터 안전을 지키고 효율을 높이는 방식이라면 그것을 굳이 중단할 필요는 없을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뉴노멀 시대의 국제협력’이라는 화두가 여기저기서 던져지고 있지만, 코로나19 위기를 겪으면서 그동안 소홀했던 국제협력의 본질적 가치와 기능들을 재발견하고 깊은 고민과 성찰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첫 번째는 ‘안전’이다. 재단을 통해 외국에 파견돼 있는 연구자들과 외국에서 한국으로 들어와 있는 연구자들의 안전을 이번처럼 신경 쓴 적이 없다. 정부의 지침에 따라 연구자들에게 준수사항들을 안내하고 현지 상황을 수시로 체크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연구자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안전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안전매뉴얼’과 관련 지원제도의 마련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두 번째는 ‘유연성’이다. 코로나19로 국경이 봉쇄되고 있는 마당에 국제협력 사업을 예전처럼 할 수는 없다. 연구자들에게 기존의 방식이나 규정을 지킬 것을 요구할 수 없다. 해외 협력기관과 합의하에 연구기간 연장이나 연구계획의 변경도 허용하고 있고, 외국인 한국체류 일수가 지원조건인 사업의 경우 입출국이 쉽지 않은 올해는 이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국가 간 협력사업(한국-스웨덴, 한국-중국 등)에서는 기존 협력분야 대신에 감염병 관련 백신·치료제 개발 분야로 변경하여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의 해외진출을 지원하고 있는 사업에서는 기존 프로그램을 하반기로 연기하고, 대신에 우리 기업의 K-W진단키트 및 K-방역 맞춤형 해외진출(美 FDA 긴급사용허가 신청)을 지원한 결과, 1개 기업은 이미 승인을 받았고 2개 기업은 승인 대기 또 다른 2개 기업은 신청을 진행 중이다. 경직된 사고와 제도 운영으로는 이러한 국제협력의 묘미를 살릴 수 없음을 잘 보여주는 사례가 아닌가 생각한다.

세 번째는 ‘파트너십’이다. UN를 비롯한 국제기구들이 코로나19 글로벌 팬데믹 해결을 위해 국제사회의 논의를 주도하고 있다. UN은 지속가능개발목표(SDGs)와 연계하여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보건 및 경제 위기에 대한 돌파구를 찾기 위해 최근 “UN Research Roadmap for the COVID-19 Recovery”라는 이름의 협의체를 구성하여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재단도 실무그룹 중 하나인 Macroeconomics and Multilateral Collaboration Steering Group의 멤버로 적극 참여하고 있다. 한편, 세계연구기관장협의회(GRC)는 코로나19 위기에 각국의 연구지원기관들이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를 서로 공유하는 장(웹사이트)을 마련해 연구지원기관들의 역할 강화를 촉구하고 있다. 여기에 총 22개국 33기관들이 46개 사업을 게시하였고, 재단은 국제협력본부가 실시하고 있는 ‘Rapid Call 프로그램’을 사례로 올려놓았다. 이 밖에 재단이 회원기관으로 참여하고 있는 IIASA(국제응용시스템분석연구소), HFSP(휴먼프론티어사이언스프로그램), ISTC(국제과학기술센터) 등과 같은 국제기구와도 코로나19를 비롯한 글로벌 이슈와 관련된 파트너십이 강화되고 있다. 앞으로도 국제사회는 재단에게 글로벌 이슈 해결을 위한 주요한 파트너로서 역할을 해 줄 것을 더 많이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네 번째는 ‘중개자 역할’이다. 정부와 협력하여 전 세계로부터 찬사를 받은 K-방역(과학기술 및 ICT를 활용한 코로나19 대응)을 선진국은 물론 개도국에게 웹세미나를 통해 공유․전파하고 있다. 또한, 재단의 직원이 파견되어 있는 주재국(7개국)의 코로나 19 대응과 관련된 기사들을 모아 매주 금요일 온라인으로 재단 내외부로 배포하고 있다. 인재매칭시스템과 해외사무소 등 해외거점을 활용하여 핵심 분야의 해외인재와 우리 연구자 간 교류 및 공동연구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향후에는 특정 분야나 사업을 두고 타 사업본부와 해외 기관 사이를 중개하는 역할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것을 알리고, 다른 나라의 사례를 정리하여 내부로 알리는 것이 국제협력의 본질적 기능 중에 하나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러한 중개자의 역할은 더욱 활성화되어야 할 것이다.

다섯 번째는 ‘글로벌 리더십’이다. 앞서 언급한 ‘파트너십’과 연계하여 재단이 국제사회에서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국제무대에 내놓을 수 있는 아젠더와 관련 콘텐츠를 개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국제무대의 actor로 활약할 수 있는 공간을 보다 더 넓혀가는 것도 재단의 몫이다. 도약의 발판이 될 수 있는 토대는 충분하다. 해외거점(해외사무소 4개 , KIC 4개, 과기협력센터 6개)이 있고 재단과 관계를 맺고 있는 국제기구(OECD GSF, HFSP, ISTC, IIASA 등)와 협력기관(51개국 81개 기관)도 많다. 그 바탕 위에서 전문성과 역량을 갖춘 재단 직원이 주도적으로 활약하는 모습이 기대된다. 이를 위해서는 ‘국제협력 전문관’ 제도의 도입이나 국제협력 전문가 양성을 위한 교육과정 운영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나눔’이다. 재단 직원이 주도하는 국제사회 기여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다. 현재는 대학이나 연구기관을 통한 사업밖에 없다. 예를 들면, 개도국에 연구지원기관을 설립하거나 리모델링하는 사업이다. 사업내용은 연구지원 사업 및 조직의 설계, 연구지원관리 프로세스 및 시스템 구축 등이다. 재단이 40년이 넘는 연구관리 노하우를 가지고 있고, 미국 NSF에 이어 가장 큰 규모의 연구지원 예산을 가지고 있는 세계적 기관이라는 점, 2008년부터 실시해 온 개도국 대상 연구관리 역량 강화 사업(Capacity Building Program)과 연계할 수 있는 데다 에티오피아를 비롯한 많은 개도국들의 수요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충분히 실행 가능한 사업 아이템이라 할 수 있다. 그렇게 하면 개도국은 연구지원 인프라 구축과 역량을 제고할 수 있게 되고, (가르치는 것이 배우는 것이므로) 재단은 더 정교한 연구지원시스템을 갖추게 될 수 있게 될 수 있을 것이다. 참여한 직원은 국제사회 발전에 기여했다는 보람을 느끼게 될 것이다.

요컨대, 코로나19는 재단 국제협력에도 위기를 불러왔지만 더 큰 기회를 얻기 위한 많은 고민과 노력의 계기 또한 제공하고 있다. 기후변화나 감염병 같은 글로벌 공통 이슈들은 어느 한 국가나 분야의 노력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국제협력의 필요성과 중요성은 앞으로 더욱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가운데 재단이 이미 국제사회의 여러 협의체에 편입돼 있고, 국책사업 등에서 이슈 친화적으로 사업이나 조직이 운영되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생각한다. 팬데믹 시대에 들어선 국제협력에 대한 보다 더 진지한 성찰을 통해 국제협력이 우리나라의 연구역량을 제고하는 것은 물론, 재단의 위상을 높이고 구성원들의 자긍심을 고취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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