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연구비 투자의 목적이 국가의 미래를 위한 R&D 투자인가, 아니면 과학자들을 위한 후생 복지인가? 당연히 전자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전제로 보면, 국가 연구비가 어떻게 배분되어야 할 것인가에 대한 큰 방향이 정해지게 된다. 연구자 주도의 Bottom-up 과제(예 : 일반연구자지원사업, 리더연구자지원사업 창의연구)와, 국가 아젠다에 따른 Top-down 과제(예 : 21C 프런티어연구개발사업)가 적절하게 배분되어야 할 것이다. Top-down과제는 국가 R&D 관점에서 중·장기, 중·단기적인 포트폴리오가 만들어져야 되고, 투자에 따른 결과의 정확한 목표가 설정되어야 한다. 이 목표는 각각의 아젠다에 따라 다르게 정해질 것이나, 과제 종료 시에 가시화된, 투자 연구비에 대비한 경제적 가치(라이센스 비)만을 말하는 것이 아님은 당연하다. 반면에, Bottom-up과제는 연구 분야를 넓게 지정해 주고, 구체적 연구 주제는 제시하지 않은 상황에서, 연구자 주도의 연구제안서를 받아서, 연구자의 선행 연구업적과 연구능력 및 연구계획의 우수성을 바탕으로 선정하게 된다. Bottom-up과제는 국가 미래 과학기술의 Pipeline이며, 이 과제들의 수준이 곧 국가 과학기술의 수준이다.
 
 
국가 아젠다에 따른 Top-down 연구사업은 당연히 일몰제로 운영된다. 목표로 설정한 아젠다가 어느 정도 이루어지게 되면, 그 사업은 종료되면서 그 결과는 다음의 새로운 방향의 사업으로 연결되거나, 과학기술계에 보급되도록 하면 된다. Top-down 사업에 속한 과제는 당연히 사업 자체와 함께 일몰제로 운영될 것이고, 그 중에서 우수한 과제들은 Bottom-up 과제 풀에 들어가게 된다.
반면에, 연구자의 연구업적과 능력 및 계획의 우수성을 바탕으로 선정하는 Bottom-up 과제는 일몰제로 운영되어서는 안 된다. 과제 기간이 끝날 때마다, 새로운 경쟁을 통한 Renewal이 가능하게 해야 한다. 리더연구자지원사업 창의연구과제, 중견연구자지원사업 도약연구과제 등도 이러한 과제에 속한다. '경쟁을 통한 Renewal'에 대한 반대 의견 중에 대표적인 것이 "이와 같은 과제에 선정되어 몇 년 간 연구를 해 왔으면 이미 많은 혜택을 누린 것이니, 이제는 다음 사람에게 기회를 주어야 되지 않느냐?"이다. 이러한 의견은 '연구비는 과학자들에게 주는 복지'라는 관점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국가 R&D 투자라는 관점에서 보면, 주어진 시점에서 가장 경쟁력이 있는 곳에 투자를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된다. 이미 선행 연구를 통하여 상당한 수준에 도달한 연구자가 같은 주제로 대형 연구비를 받아서 다년간 심화 연구를 수행하게 되면, 그 연구자는 그 주제에 관해서 국제적 리더 연구자의 하나로 성장하게 되는 경우가 많이 있음을 보게 된다. '리더연구자지원사업 창의연구과제' 등이 그 예이다. 이에 대한 계속 투자는 그 연구자로 하여금 명실 공히 국제적인 제일인자로 성장시킬 가능성이 크고, 이는 곧 우리나라에 세계를 리드하는 연구 분야/연구자를 확보하는 결과가 된다. 이러한 방법보다 더 효과적인 R&D 투자 방법이 있을까? 구체적인 안으로, 대규모 연구비를 지급하는 Bottom-up 과제들을 5년 마다 "경쟁을 통한 Renewal"을 할 수 있는 과제로 전환하기를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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