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고유가와 기후변화 및 화석연료 고갈에 따른 에너지 공급의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원자력 이용확대를 선택이 아닌 필수조건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미국·중국·인도 등에서 대규모의 원전 추가 건설이 추진되고, 원자력 선진국 주도 미래 원자력 핵심기술 개발의 지속적 추진이 예상되고 있으며, 그동안 원자력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이던 유럽에서도 원전건설을 심각히 논의하고 있다. 우리나라도「국가에너지 기본계획(2008.8)」을 통해 2030년까지 원자력발전량 비중을 36%에서 59%까지 높일 것을 밝혔고,「미래원자력시스템 장기추진계획(2008.12)」을 통해 2030년까지 미래원자력시스템 개발에 대한 계획을 표명하고 있다.

이렇듯 저탄소, 무공해 에너지원인 원자력이 세계적으로 재조명 되면서, 미래원자력기술 확보를 위한 주요 원자력 선진국들 간의 기술선점 경쟁이 심화되고 있으며, 향후에는 이러한 경쟁이 더욱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우리나라는 요르단 연구용원자로와 아랍에미리트(UAE) 상용원전 수주를 계기로, 원자력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긍정적 인식이 증가되면서, 미래 원자력시스템 개발을 위한 좋은 기회를 얻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가 미래원자력기술 선점을 통해 원자력 최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과제는 무엇일까? 필자는 미래원자력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는 충분한「재원과 인력」이 적시에 공급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요소이고, 이러한 요소들을 잘 충족시켜 원자력 최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새롭게 변모된 한국연구재단의 역할이 매우 중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연구재단은 각 사업별 심사(평가)·선정·연구비 지원·성과관리 등의 각 단위과제별 지원을 위한 업무뿐만 아니라, 특히 원자력분야에 있어서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원자력진흥종합계획 및 사업 전체를 기획하고, 정부가 올바른 정책을 수립할 수 있도록 조언하는 정책기획 기능까지 전반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따라서 원자력연구개발에 종사하는 한 사람으로서, 미래원자력시스템의 차질 없는 개발을 위한 한국연구재단의 전폭적인 지지와 지원을 바란다.
 
2009년 요르단 연구용원자로와 아랍에미리트(UAE) 상용원전 수출은 지난 80~90년대부터 핵심·원천기술 개발을 지속적으로 추진했기에 가능했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연구재단 및 한국원자력연구원을 중심으로, 연구자들은 향후 20~30년 이후를 내다보며 또 다른 미래를 준비하는 노력을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앞서 언급한 '미래원자력시스템 개발 장기추진계획'이 원활히 추진되어야 한다. 이 계획은 사용후핵연료를 평화적으로 재활용할 수 있는 핵비확산성 파이로 건식처리(Pyroprocessing)와 이와 연계한 소듐냉각 고속로(SFR; Sodium-cooled Fast Reactor) 개발을 주 내용으로 하는「친환경 고속로 순환핵연료주기 시스템」과 경제성 있는 수소생산이 가능한「원자력이용 수소생산시스템」개발을 주요 골자로 한다. 이 계획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서는 향후 20년간 약 7조원의 예산이 투입되어야 하지만, 현재까지 투자계획의 획기적인 변화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이 계획의 원활한 추진여부가 미래 원자력시장에서 주도권을 가질 수 있느냐 없느냐의 성패를 좌우할 가장 중요한 열쇠라고 생각한다. 특별법의 제정, 원자력기금요율 인상, 일반회계사업 확대 등을 통해 미래원자력시스템 개발을 위한 자원 확충을 시급히 추진해야 할 것이다.
 
 
아랍에미리트(UAE) 상용원전 수출 계약 및 정부와 산업체의 원전수주를 시작으로, 원자력 전문기술인력 확보문제가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고, 현재 일부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전문인력 확보전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분위기다. 우리 연구원의 경우도 요르단 연구용원자로 수출과 중소형 일체형원자로인 SMART 설계·검증사업 추진, 미래원자력시스템 핵심 원천기술개발사업을 병행해야하는 상황에서 많은 신규인력을 확보해야하지만, 이공계 기피현상 등으로 인해 우수 전문기술인력을 적기에 확보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고, 여기에 정부의 공공기관 선진화 방침까지 더해져서 신규인력의 충원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해야 할 일은 점점 많아지는데 신규인력의 충원은 되지 않고 고령화되어, 이전에 비해 단위 인력당 업무효율성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 지난 20~30여 년간 원자력분야 인력양성을 등한시 했던 결과가 현재의 인력부족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반세기를 위한 먹을거리를 창출해야 하는 시기로, 원자력분야의 인력을 수급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고 중요하다. 하지만 당장 눈앞의 부족인력을 해결하려는 단기적 관점에서의 인력양성정책만을 추진하는 우는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인력양성계획을 범부처 차원에서 수립하고 추진하여, 우리나라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미래원자력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그 정책의 중심에 교과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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