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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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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 외부 관계자 및 전문가와의 대담을 통해서 한국연구재단의 비전 및 추진 전략, 사업의 지원 방향 등을 공유하고 학계 및 연구자와 협력의 기반을 만들어 가겠습니다. 올해 열 번째로 만난 분은 한국연구재단 경영관리본부를 이끌고 계신 박대현 본부장입니다.

한국연구재단의 살림살이를 책임지고 있는 경영관리본부는 경영실(인재경영팀·운영지원팀) 재정기금실(재무회계팀·기금관리팀) 지식정보실(지식관리팀·정보팀) 등 3실 6개 팀의 조직으로 구성되어 있다. 총 72명의 직원이 재단 내 인력, 회계, 자산 및 시설 관리 등 살림살이에 기본이 되는 업무부터 과학기술진흥기금, 원자력연구개발기금 운용·관리, 사업 지원실적 관리, 연구사업 지원관리 시스템 구축 및 운영까지 폭넓은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2015년 7월 1일 부임한 박대현 경영관리본부장은 무엇보다 ‘즐거운 일터’를 강조했다. 박 본부장은 “창의적 연구와 글로벌 인재양성이라는 재단의 미션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임직원들이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라며 “보람된 직장을 구현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Q. 경영관리본부장으로 부임한 뒤 매일 바쁜 시간을 보내시고 계실 텐데요. 3개월 정도 지났는데 경영관리본부장으로서 가장 주력하고 있는 일은 무엇인가요?

한국연구재단 특성상 대외적인 서비스를 많이 강조합니다. 대외적인 서비스가 잘 되려면 먼저 직원들의 일터가 즐겁고 행복해야 하죠. 매일 인상 쓸 일만 있는데 웃으면서 바깥사람들을 대할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가장 먼저 신경 쓰고 있는 게 직원들의 복지입니다. 저희들에게 주어진 여건 내에서 여러 가지 부족한 면이 있더라도 직원들이 즐겁고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일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Q. 직원들이 즐겁고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려면 눈에 보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도 세심하게 살펴야 할 것 같은데요.

휴게실이나 편안한 회의실 등과 같은 공간을 조성하고 확충하는 일도 진행하고 있고요. 또 복지만큼이나 중요한 일이 자신이 일한 만큼 인정받고, 또 자신이 잘 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불편부당한 인사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회사나 마찬가지겠지만 즐겁고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여건은 복지시설이나 근무 환경 못지않게 인사에 의해 좌우되기도 하죠. 편중되어 있거나 불편부당한 부분이 있다면 이것을 골고루 분산시키는 일도 즐겁고 행복하게 일하는 일터를 만드는데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제가 경영관리본부장으로 있는 동안 인사만큼은 공평하고 균등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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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만이라도 일에서 탈출”…사내 라디오 방송국 기획

Q. 재단 자체적으로 사내 방송국을 만들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방송국이라고 이름 붙일 만큼 대단한 건 아니고요. 기존에 있던 휴식 공간에 조그만 녹음시설을 만들고 오디오 장비와 방송 시스템을 갖추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젊고 끼 많은 직원들을 중심으로 진행자들도 모집했습니다. 점심시간 20~30분 동안 음악도 틀어주고 직원들의 소소한 소식이나 에피소드를 전해줄 예정입니다. 일단 라디오 방송으로 시작하지만 점차 비디오 방송으로 확대하고 싶은 욕심도 있어요.

Q. 사내 라디오 방송을 생각하신 배경이나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요.

일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일과 놀이, 혹은 휴식을 철저하게 분리할 줄 알아야 하거든요. 그야말로 일할 때는 일에 집중하고 쉴 때는 쉬는 일에만 집중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럴 여건이나 환경이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우선 점심시간, 잠깐 동안이라도 일에서 잠시 벗어나 쉬는 일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는 취지고요. 또 하나는 연구재단 정도의 규모만 되도 다른 부서나 직원들이 무슨 일이 있고, 어떤 고민을 하는지 잘 모릅니다. 관심을 둘 만한 여유도 없는 게 사실이고요. 잠깐이지만 그런 방송을 통해서 같은 울타리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끼리 서로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자는 뜻도 있습니다.

Q. 경영관리본부장으로 있는 동안 이것만은 꼭 실현해보고 싶다는 일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경영관리본부에서 하는 일이 여러 개 있지만 앞에서 강조했던 것처럼 궁극적으로는 연구재단의 모든 직원들이 즐겁게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것을 위해서라면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마다하지 않고 할 생각이고요. 휴게실도 확충해야 하고 평가장도 부족하고, 특히 외부에서 연구재단으로 오셔서 일하고 계신 분들의 공간도 열악한 실정입니다. 할 일이 많습니다. 경영관리본부장이 새로 와서 이것저것 한다고 하니까 직원들 입장에서는 귀찮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래도 조금 더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곳을 만들자고 하는 일이니 넉넉한 마음으로 이해해줬으면 좋겠어요.

Q. 연구재단은 연구비 집행관리 투명성 강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이를 위해 역점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제도는 무엇인가요?

그동안 연구비 중앙관리 실태조사, 연구관리 우수기관 인증제 등을 통해 연구비 집행관리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주력해 왔는데요. 이 과정에서 대학 등 연구기관의 연구비 관리 행정 부담은 가중되는데 실질적인 연구비 관리체계가 정착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있었습니다. 이에 따라 연구재단에서 주관하는 연구비 중앙관리 실태조사와 KISTEP에서 주관했던 연구관리 우수기관 인증제를 올해부터 ‘연구비 관리체계 평가’로 일원화했습니다. 연구 현장의 행정적인 부담은 완화하면서도 연구환경의 효율성을 높이자는 취지입니다.

Q. 연구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애로사항을 해결하는 것도 필요할 것 같은데요.

그렇습니다. 이를 위해 연구재단은 매년 전국 주요 대학의 연구 현장을 직접 방문해 연구비 집행에 따른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올바른 연구비 집행 방법을 알려주는 ‘찾아가는 연구현장 컨설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올해부터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을 포함해 기업까지 확대 시행하고 있습니다. 교육과 컨설팅 범위도 연구관리 인프라와 조직, 규정에 관련된 내용뿐만 아니라 연구비 사전 정산 검토 등으로 확대했고요. 이와 함께 연구비 집행 관련 문의에 대해 정확하고 신속한 응대를 통해 연구비 부적정 집행을 사전 예방할 수 있도록 올해부터 ‘연구비 정산 콜센터’를 구축·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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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현장 행정부담은 덜고 연구비 관리는 더 투명하게”

Q. 연구비 집행관리 투명성 강화를 위해 앞으로 더 보완하고 강화할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최근에도 모 국립대학 교수가 산학협력 지원금을 횡령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등 많은 제도적 보완에도 불구하고 연구비 관련 잡음이 가끔씩 나오고 있습니다. 연구비 집행관리 투명성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절차와 제도를 강화하고 있지만 일부 불성실한 연구자들로 인해 대부분의 성실한 연구자들이 과도한 행정부담과 불편을 겪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연구현장의 과도한 행정부담은 완화하면서도 연구비 집행관리 투명성과 실효성을 확보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연구자의 자율성은 보장하되 연구비 관리의 책임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연구비 집행관리 시스템을 개선할 필요가 있고, 또 그런 방향으로 개선되고 있습니다.

Q. 새로운 연구비 관리 시스템도 도입된다고요.

연구재단에서는 연구비 부정에 대한 사전 예방과 관리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올해부터 새로운 연구비 관리 시스템인 ‘Ezbaro 시스템’을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주관 연구기관과의 연구관리 시스템과 연계해 연구비 사용내역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기능을 강화한 것인데요. 이를 토대로 연구비 집행의 투명성과 관리 효율성을 확보하고 이미 확보된 데이터를 통해 연구자의 책임성을 더욱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Q. 연구재단에서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치셨는데요. 본부장님이 생각하는 연구재단의 미래 방향, 역할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연구재단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에 대해서는 다른 보직자들이나 전문가들이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보탤 얘기가 더 없습니다. 다만 경영관리본부장의 입장에서 보자면 연구재단이 창의적 연구와 글로벌 인재 양성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모든 임직원이 한마음 한뜻으로 주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는 일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아야 결국 서비스의 질도 높아지고 외부에서의 만족도도 높아지지 않겠습니까? 연구재단은 4조 5000억 원에 달하는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을 관리하는 국내 최대의 연구관리 기관입니다. 이에 걸맞은 글로벌 역량과 서비스의 품질을 갖추기 위해 부단히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요. 또 그러기 위해서는 연구재단부터 모든 임직원이 창의적이면서도 즐겁게 전문적인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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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터사이클로 출퇴근…“라이딩하면 복잡한 생각도 정리”

Q. 독특한 취미활동을 많이 즐기시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모터사이클로 출퇴근하신다고요. 모터사이클을 즐기시게 된 계기가 있나요?

특별한 계기가 있는 것은 아니고요. 다만 젊었을 때 처음 모터사이클을 탔을 때의 느낌과 기분은 늘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제대하고 복학 준비하고 있을 때 모터사이클을 타는 친구가 있었거든요. “타면 시원하냐”라고 물어봤더니 한 번 직접 타봐야 그 맛을 안다고 하더라고요. 그 친구 얘기처럼 직접 타보니 그 느낌을 알겠더군요. 모터사이클에 몸을 맡기고 달릴 때 바람이 피부를 스치고 지나가는데 너무 기분이 좋았습니다. 언젠가 때가 되면 본격적으로 라이딩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다가 2000년대 초부터 타기 시작했습니다.(박 본부장은 다양한 취미활동을 하는 것으로 연구재단 내에서도 소문이 자자하다. 활동적인 취미를 좋아해 배드민턴과 야구도 즐긴다. 연구재단 내 야구단 ‘파이오니아'의 단장을 맡고 있다. 최근에는 가족, 지인들과 캠핑하는 것을 즐기고 있다.)

Q. 그래서 모터사이클을 ‘어른들의 마지막 장난감’이라고 하는 모양입니다. 또 다른 매력은 무엇입니까?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물론 이것저것 안전에도 신경 써야 하고 교통 흐름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하죠.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그런데 신경 쓰는 것과 생각을 하는 것과 따로 움직이게 됩니다. 자동차 운전할 때도 비슷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모터사이클을 타면 자동차를 운전할 때와는 비교도 안될 만큼 많은 생각들이 떠오릅니다. 그런 생각들이 어지럽게 교차하는 것이 아니라 버릴 것은 버리고 집중할 것에만 집중하게 됩니다. 그래서 머리가 복잡하거나 스트레스 쌓일 때 모터사이클을 타면 머리도 상쾌해지고 생각들이 정리돼요. 해방감을 느낀다고 할까요? 직접 타 보시면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웃음).

Q. 평소 생활신조나 인생철학으로 삼는 좌우명은 무엇인가요?

거창한 좌우명은 없고요. 단지 좌고우면(左顧右眄) 하지 말자, 정도는 실천하면서 살려고 노력하는 중입니다. 이쪽저쪽을 둘러보고 이리저리 생각하면서 앞뒤를 재거나 망설이면 제대로 되는 일이 없는 것 같습니다. 눈치 보지 않고 소신껏 일하면서 매 순간 결정하다 보니 결국 그게 통하는 경우가 많았고요. 그래서 사람들에게 한때는 ‘성격이 강하다’, ‘호불호가 심하다’는 말도 듣곤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진심을 알게 되고, 그러다 보니 이해해주는 사람들도 더 많아지게 되고요. 좌고우면하지 않고, 내 이름 석 자 창피하지 않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한국연구재단 웹진 독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한 마디 해주세요.

전형적인 가을 하늘에 청명한 날씨, 요즘 정말 좋은 때인 것 같습니다. 하루하루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가끔 파란 하늘을 보면서 잠깐의 여유와 휴식을 가져보시면 어떨까요?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옛말도 있듯, 바쁘고 힘들수록 이 좋은 가을을 그냥 보내지 마시고 가슴으로 느껴 보시면 좋겠습니다. 우리나라 가을은 발길 닿는 곳마다 예술입니다. 여유가 된다면 짧은 가을 여행도 적극 추천하고 싶습니다. 가을이 더 깊어지기 전에 사랑하는 가족, 벗, 이웃들과 좋은 그림, 좋은 풍경 많이 만드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