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월호 신진연구자 “톡”

화학과 공학의 이중주로 찾는 에너지 해법

KAIST 화학과 변혜령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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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혜령 교수는 자연과학과 공학 두 개의 나침반으로 인류 최대의 화두인 에너지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 나선 전기화학자이다. 화학의 클래식함을 기반으로 시대의 요구를 해결하는 연구자가 되고 싶다는 변 교수는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았던 원리를 직접 찾아냈을 때, 더불어 동료 연구자의 멋진 논문을 읽을 때 즐거움을 느낀다는 천상과학자이다. 하지만 신진에서 중견과학자로 성장하기까지 그 역시 수많은 고민의 터널을 지났다. 연구자로서의 정체성을 고민했던 대학원 시절과 박사후 과정을 마치고 세계 유수의 연구그룹과 활동하며 자신만의 연구 토양을 구축해온 변혜령 교수의 연구이야기를 소개한다.

변혜령 교수, 이렇게 걸어왔습니다.

촉매·이차전지·ESS의 공통분모는 전기화학

KAIST 화학과에서 최초로 선발한 전기화학 전공 교수님이세요.

제가 2016년 2월 KAIST에 임용되었는데요. 당시 화학과에서 전기화학 에너지 저장 전공자를 채용하는 경우는 거의 드물었어요. 물론 외국에서는 꽤 있었지만요. 이차전지는 순수화학 보다 공학 분야에 가깝다는 인식이 있었거든요. 사실 KAIST 임용 전에 몸 담았던 일본의 이화학연구소(RIKEN)도 자연과학에 대한 연구는 세계 최고였지만, 전기화학 에너지 분야는 제 연구실 (Byon Initiative Research Unit, 2011-2016)이 처음으로 시작했어요. 아마도 상업화된 리튬이차전지를 뛰어넘을 수 있는 차세대 전지의 원천적인 개발을 위해 자연과학적 관점에서 기초 연구의 필요성이 부각된 것 같습니다. 특히 에너지 저장 및 전환 장치에서의 전기화학적 측정 및 분석은 최근 몇 년 사이에 큰 주목을 받고 있어요. 환경 문제의 중요한 이슈들을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연구 분야가 형성되면서 그 근본의 화학적 메커니즘을 제시할 필요성이 높아진 거죠. 같은 이차전지를 다루더라도 공학 분야에서 ‘이렇게 하면 효율이 높아져’라고 이야기한다면 전기화학은 ‘효율이 높아지는 건 바로 이런 이유야’라고 근본 메커니즘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전기화학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가 있나요?

전기와 화학 반응의 관계를 연구하는 전기화학은 자연과학 관점에서 문제를 분석하고 공학적 관점에서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학문이에요. 화학 반응에서 산화는 전자를 잃는 과정이고, 환원은 전자를 얻는 과정인데요. 전기화학의 근본적인(fundamental) 부분도 상당히 재미있지만, 인류가 직면한 현실 사회의 문제해결에도 많은 역할을 하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예를 들면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전지 그리고 수소 생산을 위한 물의 전기분해 연구도 전기화학의 대표적인 영역이에요.

고속 충전이 가능한 리튬-산소 전지를 개발하며 연구자의 역량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으셨어요. 관련 연구성과도 소개해 주세요.

리튬이온 배터리는 작년 노벨화학상 수상자를 배출할 만큼 중요한 분야인데요. 아직 난제가 많아요. 우리나라에도 전기차가 빠르게 보급되고 있지만 아직 한번 충전으로 주행할 수 있는 거리가 만족스럽지 못한 상황이에요. 노트북이나 휴대폰 배터리에 많이 사용되는 리튬이온 전지보다 리튬 산소 전지는 에너지 밀도가 3~5배 정도 높아 차세대 전지로 기대 받고 있습니다. 산소를 이용해 친환경이라는 장점도 있고요. 하지만 충방전 사이클 수가 낮고 충전 속도가 높아지면 전지 효율 성능이 급속히 저하되는 등의 많은 난제가 있어요. 방전 과정에서 리튬 산소 전지 내부에 형성되는 리튬과산화물 및 부산물들 때문인데요. 이들이 충전 시 느리게 분해되어 전지 효율 성능이 떨어졌죠. 다공성 탄소물질인 ‘CMK-3’를 전극으로 사용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보여주었는데요. 방전 생성물인 리튬과산화물의 형상과 구조를 조절해 충전 과전위를 낮출 수 있었으며 충전 속도를 40배 높여도 80%의 전지 효율 성능을 유지할 수 있음을 보였습니다.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했는데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2018년 2월호에 게재됐어요. 비싼 촉매를 사용하지 않고도 리튬과산화물의 형상, 구조 및 크기를 제어해 전기화학 특성을 변화 시켜 차세대 전지 개발의 실마리를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2017 중국 다보스 포럼 중 KAIST ideaslab 발표 2017 일본화학회 distinguished lectureship award 수상

촉매와 레독스흐름전지 연구에서도 좋은 성과를 내고 계세요.

촉매 연구는 산소발생반응과 이산화탄소환원반응을 주로 연구하고 있어요. 산소발생반응은 물을 분해해서 수소를 생성하는 상대반응인데요. 반응 속도가 굉장히 느려 수소 만들기가 어려웠습니다. 따라서 반응 속도를 높이는 촉매를 찾고 있어요. 또한 대기오염 등 사회적 문제가 되는 이산화탄소를 고부가가치의 선택적인 화합물로 전환시킬 수 있는 촉매 개발 및 반응기작의 이해를 목적으로 합니다. 또 태양이나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데요. 신재생에너지의 경우 변환한 전기에너지를 저장해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저장시스템(ESS)이 필요해요. ESS는 저렴한 가격, 큰 용량, 높은 안정성을 갖춰야 하는데요. 호주와 미국 등 국토가 넓을 지역을 중심으로 레독스흐름전지가 많이 사용되고 있어요. 하지만 바나듐을 활물질로 사용하는 레독스흐름전지의 경우 덩치가 공장처럼 커서 우리나라처럼 좁은 공간에서는 사용하기가 어려웠어요. 따라서 바나듐을 대체할 수 있는 유기분자를 활물질로 개발하여 궁극적으로는 마을 단위에서 사용할 수 있는 컴팩트한 중소형 ESS를 개발하고자 합니다.

전기화학을 이용한 에너지 저장/전환 분야의 영역이 굉장히 다양한 것 같아요.

이렇게 펼쳐 놓으니 분야가 다양하네요.(웃음) 하지만 연구주제별로 연결고리가 있어요. 또 전기화학이란 공통분모가 있고요. 촉매 연구 성과가 이차전지 연구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 ESS 실험 결과가 촉매에 아이디어를 주기도 합니다. 또 최근에는 KAIST 신소재공학과에서 주관하는 글로벌특이점 신소재혁명연구 중 하나인 ‘머신러닝을 사용한 에너지 물질 스크리닝 연구’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에너지저장체 후보 물질 발굴을 위해 연구자가 실험실에서 일일이 후보 물질을 만들고 테스트를 진행했는데요. 머지않아 머신러닝을 이용해 후보 물질을 더욱 쉽게 시뮬레이션할 수 있게 될 전망입니다.

연구란 세상에 없는 답을 찾는 과정

2018년 젊은 과학자상의 주인공이세요. 연구분야를 개척하고 중견연구자로 성장하기까지 어려움은 없었나요?

돌아보면 연구 자체의 어려움 보다는 연구자의 정체성을 찾는 과정에서의 고민이 깊었던 것 같아요. 학부를 졸업하고 대학원에 진학할 때, 대학원 졸업 후 박사후연구원, 박사후연구원을 마친 후 다음 진로를 선택할 때 고민이 많았어요. 사실 학부 땐 전기화학 분야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어요. 특히 에너지 물리는 어렵게 만 느껴졌고요. 대학원에서는 화학 분야 중 나노관련 연구를 했는데, 어느 순간 이를 이용하여 에너지 분야를 연구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해졌어요. 저의 박사 지도 교수님이 인류의 혜택을 줄 수 있는 과학을 해야한다는 말씀을 자주 하셨는데, 특히 에너지 분야의 개발은 빈부의 격차, 지역별 격차를 떠나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당시 화학과에서 에너지 연구를 하는 그룹이 많지 않았어요. 마침 MIT 기계/신소재공학과 Yang Shao-Horn 교수 그룹이 전기화학 에너지 연구를 진행하며 화학전문가를 찾고 있었어요. 비로소 저의 연구 주제가 정해지고 독립된 연구 커리어가 시작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2018 젊은 과학자상 수상 실험실에서, Gas line construction

신진연구자로 발돋움하신 MIT와 이화학연구소에서 벤치마킹하고 싶은 연구문화는요?

MIT 학생들은 ‘내가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인류가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자부심이랄까? 자신감이 충만해요. 문제해결 의지가 굉장히 뜨겁죠. 이화학연구소의 연구자들은 굉장히 소탈해요. 누가 알아주든 아니든 자신의 연구 분야를 깊이 파기 때문에 철학도 깊고, 다른 사람이 생각하지 못한 기발한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것 같아요. 한국의 연구현장은 굉장히 다이나믹하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데 굉장히 열정적이고요. 제가 배운 각 연구환경의 장점을 살려 연구실을 운영하고 싶습니다.(웃음)

좀 더 나은 연구자가 되기 위해 고민하는 지점이 있으신가요?

화학의 클래식함을 기반으로 시대가 요구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연구자가 되고 싶어요. 어느 소설가의 에세이처럼 하루하루 반복적인 일상의 무게를 견디며 꾸준히 나아가면 매일매일 좀 더 나은 연구자가 되지 않을까요.

연구자로서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학회에서 만난 연구자나 학생이 “당신의 페이퍼를 굉장히 잘 봤어요.”라고 인사해 줄 때요. 저 역시 다른 연구자들의 논문을 읽으며 ‘와 ~ 내가 몰랐던 걸 이렇게 찾았네, 이런 해법이 있었네’라며 무릎을 칠 정도로 굉장한 카타르시스를 느낄 때가 있거든요. 동료 연구자들이 제 논문을 통해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한 연구자이지 않을까요?

학회 후, 연구실 학생들과 기분전환 2019 세미나

연구재단에 당부의 말씀도!

신진연구자들이 싹을 틔울 기회가 좀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모든 연구자가 연구비가 필요하지만 신진연구자 때는 그 가치가 다릅니다.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은 신진연구자에게는 정말 가뭄의 단비예요. 저 역시 임용 초기 5,000만 원 지원을 받았을 때 5억 원 같이 값지게 느껴졌던 기억이 납니다. 더불어 정말 연구가 좋아서 이제 막 연구자의 길을 걷고자 하는 박사후과정생들이 꿈을 접지 않도록 지원해 주셨으면 합니다.

2020년 목표와 계획도 들려주세요.

몰랐던 원리나 현상을 발견하고 세상 누구도 모르는 걸 우리 연구실에서만 알고 있다고 생각하면 굉장히 즐겁습니다. 그 내용을 논문을 통해 동료 연구자들에게 발표하는 건 굉장한 행운이고요. 학생들이 처음엔 동기와 목적이 뚜렷하지 않아 실험이 힘들고 논문쓰기 어렵다 생각하는 경우가 있어요. 하지만 첫 논문을 발표하고 그 즐거움을 느끼면 비로소 진짜 연구자로 성장하는 것 같아요. 올해는 학생들과 그 즐거움을 만끽하고 싶습니다.

후배들에게 전하는 연구 신호등

추천하는 연구자의 마인드

스스로 해답을 찾는 자세가 중요해요. 대학 수업까지는 답이 있는 과정이에요. 답을 잘 맞히는 학생이 좋은 성적을 얻기도 하고요. 하지만 연구는 세상에 없는 답을 찾는 과정입니다. 내가 찾은 답이 정답이 아닐지라도 궁금함을 파고 답을 찾는 자세가 연구자의 출발점입니다.

좌절했을 때 극복법

슬럼프는 외적인 환경과 더불어 자신의 감정을 스스로 조절하지 못하는 상황일 때 겪게 돼요. 빨리 자신의 상태를 인지하고 좌절감이 깊어지기 전 긍정적으로 기분을 전환하는 게 중요해요. 너무 힘들면 문제에서 한 발 떨어져서 바라보는 과정도 필요하고요. 육체가 건강해야 정신도 건강한 만큼 꾸준히 운동할 필요도 있습니다. 견디기 힘든 순간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길러주세요.

꼭 피해야 할 습관

연구실에서는 연구만!! 온라인 게임 등 다른 일은 하지 맙시다. 화학실험실은 특히나 경계를 늦추면 사고의 위험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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