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월호 신진연구자 “톡”

기후변화 열쇠,
탄소 저장고 산림의 지하 생태계 연구

충남대학교 조림생태학연구실 안지영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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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가스 배출량 세계 7위, 우리나라는 온실가스 배출량 제로를 목표로 지난 10월 ‘2050 탄소중립’을 선언했습니다. 기후변화 대응과 탄소 저감을 목표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는 가운데 그동안 간과했던 산림의 지하 생태계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특히 지구의 허파라 불리는 아마존의 열대우림 못지않게 냉대 기후 산림의 지하 뿌리부도 산림의 생산성에 기여하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사실이 최근 연구에서 밝혀졌습니다. 안지영 연구교수는 세계적으로 미개척 분야인 산림의 지하부-지상부 탄소 순환 메커니즘을 구명하는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연구로 기후변화 대응의 단초를 마련하고자 합니다.

part1. 연구자의 길

산림의 지하부를 주목한 이유가 궁금해요.

세계적으로 산림의 생태연구는 눈에 보이는 잎과 가지 등 지상부를 중심으로 진행됐어요. 산림의 지하부는 상대적으로 연구의 역사가 짧고 중요성이 저평가되었죠. 현재 세계적으로 연구방법론을 정립해가는 단계이기 때문에 연구자로서 도전할 수 있는 영역과 가능성도 컸고요. 저는 지하부 중에서도 토양 속 미생물과 균, 그리고 이들과 수목의 뿌리와의 관계에 관심이 많아요. 특히 토양에서 양분과 수분을 흡수하는 나무의 ‘세근(fine root)’은 일반적으로 직경 2mm 이하의 가는 뿌리를 지칭하는데요. 지상부의 잎이 봄이면 새순이 돋아 광합성을 하고 가을에는 낙엽으로 떨어지듯 세근도 마찬가지로 생장하고 사멸하는 사이클을 거치며 탄소를 고정하고, 분해되어 다시 토양 양분이 되는 등 수목과 산림의 생산성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세근 연구를 통해 지하부-지상부 탄소 순환 메커니즘을 규명하고 싶어요.

산림생태연구자의 길을 택한 계기가 있나요?

어릴 적부터 아버지랑 산에 자주 다니며 산을 좋아하게 됐어요. 대학에서 산림환경학을 전공했는데, 3학년 때 국립산림과학원 인턴으로 근무하며 막연하지만 ‘나도 연구를 하고 싶다’는 꿈이 생겼습니다. 다음 학기 정말 하고 싶은 공부가 무엇인지 찾고자 미국의 한 대학교에서 운영하는 교육 프로그램에 등록해 짧게나마 산림생태 연구를 현장에서 접하고 더 큰 흥미를 갖게 됐죠. 석박사 과정에서 세근이 산림의 생산성에 기여하는 바를 다양한 방법론을 적용해서 정량적으로 측정했는데요. 연구결과 침엽수림과 활엽수림에 따라서 산림이 탄소를 고정하는 양에 차이가 있었고, 이것에 지하 세근 생산성이 차지하는 비율도 다르게 나타났어요. 같은 침엽수림이나 활엽수림이라고 하더라도 적용한 방법론에 따라 차이도 컸고요. 이들이 ‘왜 차이가 나는지’, 또 ‘어떻게 차이가 나는지’ 밝히는 연구를 체계적으로 진행하여 기후변화로 인해 변화될 산림생태계를 예측하고 이 변화가 산림생태계 물질순환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하는 연구를 꾸준히 하고 싶었습니다.

교수님 인생에서 가장 큰 도전은 무엇이었나요?

일본 유학이요. 미리 유학을 준비한 게 아니라 일본어는 “안녕하세요” 인사말 정도만 하는 상태에서 무작정 단행했거든요. 미국과 아시아 국가 중 대상지를 고민했는데, 잠시 경험한 미국은 관련 분야 경험도 많고 수준도 높았지만 기후와 토양이 우리나라 산림과 차이가 커 향후 직접적인 적용이 어렵다고 생각했어요. 반면 일본의 산림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면이 많아요. 또 우리나라 초기 산림학은 일본의 임학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어요. 세계적인 임목육종학자이자 우리나라 산림녹화의 선구자로 불리는 현신규 박사님도 일본 규슈대학에서 임학을 전공하셔서 일본 대학의 연구환경에도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대학원 수업은 영어로 진행되어 학업에는 어려움이 없었지만 장학금을 받으려면 학교에서 요구하는 일본어 능력을 갖추어야 해 유학 초기 사비로 학비와 생활비를 충당하면서 어려움이 많았어요. 다행히 빠른 기간에 일본어를 익혀 2014년부터는 일본 공익재단인 로타리 요네야마 기념 장학회의 장학생으로 선정돼 생활비와 장학금 혜택을 받았습니다.

유학은 연구자의 길을 준비하는 데 어떤 도움이 됐나요?

당시 지도교수님은 스칸디나비아반도에서 러시아 북부, 시베리아, 알래스카 남부로 이어지는 아한대림을 무대로 임분을 구성하는 수목의 구성 상태와 수형, 수관층별 수목의 분포 등 임분구조에 대한 기후변화 영향을 연구하셨어요. 수업을 통해 교수님이 아한대 지역 산림에서 수십 년 동안 연구하신 내용을 자세히 배울 수 있었고, 직접 연구과제에 함께 참여하여 산림 생태 연구의 중요성도 배웠습니다. 또 유럽과 캐나다 등 각국 연구진과의 교류도 활발해 다양한 네트워크를 형성한 것도 연구자로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part2. 내가 하는 연구? 건강한 지구의 시작!

연구재단의 학문후속세대지원사업을 통해 진행 중인 ‘기후변화대응을 위한 지하부 산림 생태계 탄소순환 연구’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지구의 탄소 저장고인 산림과 기후변화는 불가분의 관계입니다. 산림은 기후변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배출해 지구의 탄소중립화에 기여합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최근에는 기후변화로 인해 산림의 집단 고사, 산불, 병해충과 같은 피해가 속출하는 상황입니다. 또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지구적으로 기후변화 영향으로 인해 산림구조가 바뀔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고요. 따라서 산림 생태계 내에서 일어나는 탄소순환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산림의 숨겨진 절반이라고 불리는 지하부에서도 활발한 탄소순환이 진행되고 있고, 특히 물과 양분을 흡수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세근은 기후변화를 평가하는 민감한 지표임에도 아직까지 연구가 미흡합니다. 땅속 세근의 동태를 비롯해 생물의 계절적 변화가 산림의 생산성에 어떤 영향을 어떻게 미치는지, 산림형에 따른 지하부 탄소순환 변화를 세근의 동태와 기능적 특성을 활용하여 예측함으로써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산림의 생태계 기능(ecosystem function)을 평가하고자 합니다.

보이지 않는 지하부를 연구하는 방법이 궁금합니다.

실험은 크게 침엽수림, 활엽수림, 혼효림 이렇게 세 개의 산림형별로 조사구 3곳을 설치하여 산림형에 따른 세근의 동태, 즉 생물계절, 턴오버, 생산량, 분해량의 차이를 구명하고 있는데요. 무주 편백림과 그 주변 활엽수 및 혼효림을 주 연구 대상지로 하고 있고, 충남대학교 내 소나무 및 상수리나무 시험림에서도 지하부 세근 생물계절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지하 토양과 세근의 성장을 관찰하기 위해 서류를 스캔하듯 스캐너를 이용합니다. 기존 투명 아크릴 튜브형 스캐너는 비용이 많이 들고 관찰 가능한 면적이 좁다는 단점이 있었는데, 투명 아크릴 박스를 땅속에 심고 평판 스캐너를 그 안에 설치하여 토양 뿌리 이미지를 주기적으로 촬영하여 기존의 단점을 보완했어요. 촬영한 이미지는 WinRHIZO Tron이라는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여 세근의 생장을 추적하고 세근의 길이, 면적, 볼륨 등을 분석하여 계절적 패턴을 추정합니다.

연구 중 예상치 못한 어려움은 없나요?

보통 봄과 여름에는 산에서 실험을 진행하고 샘플을 채취해요. 겨울에는 실험실에서 분석하는 시간이 더 많고요. 여름에는 산에서 일을 하다 보니 무더위와 모기와의 전쟁을 각오해야 합니다.(웃음) 또한 세근 샘플을 채취하는 과정도, 이미지를 분석하는 과정도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작업이에요. 집중과 꾸준함이 필요한 것 같아요.

연구재단의 지원이 독립연구자로 출발하는 기회가 되었다고요.

연구재단의 학문후속세대지원사업은 한국에서 연구자로 홀로서기를 하는 기회가 되었어요. 한국뿐만 아니라 제가 잠시 경험한 미국, 일본, 캐나다 등 세계 각국에서도 연구비 마련은 연구자들의 숙명과도 같아요. 국민의 세금으로 진행하는 연구인만큼 연구 그 자체로도 의미 있고, 또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어야 하고요. 그런 의미에서 연구 효과가 빠르게 나타나지 않는 산림연구는 상대적으로 연구비 편성이 적은 편이에요. 그럼에도 미개척분야인 산림의 지하부 연구의 중요성과 가능성을 평가해주셔서 연구자의 길을 개척할 수 있었고, 지하부 탄소 순환의 중요한 통로가 되는 세근의 생산성과 생물계절 등을 포함한 동태 정량화 연구, 나아가 세근 동태에 영향을 미치는 세근의 생리적·형태적·화학적 특성 및 외부환경 등 내·외부적 요인을 다각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제128회 일본삼림학회대회에 참가한 연구실 동료들과 함께

앞으로의 과제 진행 계획도 소개해주세요.

연구는 2019년 9월 시작해 2021년 8월 종료 예정으로, 계절별 세근의 생산성 등을 밝히고 있는데요. 2020년에는 서로 다른 산림형을 대상으로 세근 생산성을 정량화하는 다양한 방법론을 적용하여 그 값들의 차이를 알아보았고, 2021년에는 본격적으로 세근의 생리적, 형태적, 화학적 특성 등에 대해 분석할 계획입니다. 2020년에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일본 및 해외 연구진들과 계획했던 공동연구 진행에 어려움이 많았는데요. 내년에는 웹세미나 등을 통해 속도를 낼 계획입니다.

part3. 나의 연구 원동력&경쟁력

교수님만의 연구 경쟁력은 무엇인가요?

꾸준함인 것 같아요. 산림 연구는 성과가 바로바로 나오지 않아요. 계획한 실험에 맞춰 나무들이 반응을 바로 하는 게 아니기에 최소 1년 이상 꾸준히 관찰해야 해요. 또한 수목의 생장은 끝이 없기에 긴 타임 스케줄도 필요해요. 더불어 다양한 연구문화와 방법론을 토대로 저만의 길을 개척하는 것도 장점인 것 같아요. 일본, 미국, 캐나다, 북유럽 등 다양한 나라의 산림 연구 문화를 접할 기회가 있었는데요. 자기만의 분야에 깊게 파고들며 직접 실험 도구도 만들고 저비용으로 고효율을 창출하는 일본 연구자들의 모습도 귀감이 되었고요. 또 생태라는 큰 틀에서 다양한 학문 분야의 연구자가 소통하고 협력하는 미국의 연구 문화도 인상적이었어요.

교수님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연구자의 자세는 무엇인가요?

‘연구자로서 내가 틀릴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고 늘 마음속으로 되뇌어요. 과학이란 계속 새로운 기술과 방법론을 통해 예전에 진리라고 여겨졌던 것들을 다시 검증하고 새로운 발견을 해나가는 과정이니까요. 또한 산림 연구는 인간의 생활에 즉각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산림 연구를 통해 인간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연구자가 되고 싶습니다.

연구자로서 가장 행복한 순간? 궁극적으로 도전하고 싶은 목표도 들려주세요.

연구를 기획하고 시작할 때가 가장 설레요. 또 논문이 출판되고 동료 학자들로부터 성과를 인정받을 때가 가장 즐겁죠. 특히 2020년에는 학교에서 산림환경자원조성학 강의를 처음 맡아 설렘과 보람이 컸습니다. 연구 목표는 단기적으로는 2021년 좋은 저널에 논문을 발표하는 것이고요. 장기적으로는 지하부 수목의 생태적, 생리적 특성과 생장 연구를 통해 향후 수목 지하부의 사멸 과정, 즉 어떨 때 죽고, 어떻게 죽는지 단계별로 연구를 수행하며 미지의 지하부 산림 생태계를 더 파헤쳐보고자 합니다. 궁극적으로는 산림생태계의 지하부와 지상부 탄소 순환 메커니즘을 규명하여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산림관리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epilogue

산림은 단순한 숲이 아닙니다. 나무가 대기와 토양 사이에서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는 3차원 공간이자 다양한 동식물, 균들이 생성과 소멸의 메커니즘을 반복하는 복합 생태 시스템입니다. 산림생태연구가 안지영 연구교수의 산림 지하부 연구가 척박한 토양에 뿌리 내려 건강한 산림 생태계 조성, 나아가 기후변화 대응의 열쇠로 성장하길 기원합니다.

이렇게 걸어왔습니다

2019.03.~현재

충남대학교 산림환경자원학과 연구교수

2018.11.~2019.02.

충남대학교 산림환경자원학과 박사후연구원

2018.05.~2018.09.

일본 교토대학교 지구환경과학대학원 연구원

2015.04.~2018.03.

일본 교토대학교 산림과학 박사

2013.04.~2015.03.

일본 교토대학교 산림과학 석사

연구모음zip
  •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산림생태계 물질순환 구명 연구수행
  • 우리나라 산림 생태 및 조림에 관한 다양한 연구수행
  • 러시아 극동지역 아한대림의 구조 및 기후변화 연구수행

내 인생의 책

저에게 의미가 있는 책 두 권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첫 번째 책은 ‘파인만 씨, 농담도 잘하시네!’입니다. 고등학교 때 이과계열을 선택하면서 읽었던 책인데요. 물리학이 딱딱하고 지루하다는 편견을 깨주었고, 과학자가 다방면에 호기심을 가지고 즐기면서 연구할 수 있음을 깨닫게 해주었죠. 또 저희 대학원 연구실은 졸업생에게 어울리는 책을 중고서점에서 사서 선물하는 문화가 있는데요, 저는 일본어로 번역된 이 책을 선물 받았습니다. 앞으로 독립된 연구자로서 항상 호기심을 갖고 끈기 있게 연구하는 유쾌한 연구자가 되길 바란다고요.

두 번째는 박사학위를 받고 읽었던 책인데요, 바로 ‘랩 걸’입니다. ‘랩 걸’을 쓴 호프 자런은 식물학자에요. 저와 세부 연구분야는 다르고 저보다 훨씬 뛰어난 과학자이지만, 나무를 연구하고 여성과학자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 책에서 호프 자런은 과학자로서, 여자로서, 엄마로서의 삶을 나무의 성장에 빗대어 다른 과학자에게 이야기를 건네듯이 풀었어요. 과학계의 비인기 분야를 연구하면서 겪는 어려움에 특히 공감이 갔고, 제가 미래에 겪을지도 모를 과학자이자 엄마로서의 역할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 책이에요. 내가 좋아서 선택한 길이고, 내가 궁금해서 하는 연구이지만, 힘들고 포기하고 싶어질 때면 아래 구절을 되뇌어 봅니다. “모든 우거진 나무의 시작은 기다림을 포기하지 않는 씨앗이었다” 우리는 모두 땅속에서 기다림을 포기하지 않고 꿈틀거리는 씨앗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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