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월호 스페셜 PLUS

논문도 이젠 무료로 본다?
쉬운 듯 어려운 오픈액세스

한국연구재단 디지털혁신본부 데이터정보센터 학술데이터분석팀 김소형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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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도 이젠 무료로 본다?
쉬운 듯 어려운 오픈액세스

한국연구재단 디지털혁신본부 데이터정보센터
학술데이터분석팀 김소형 팀장

1995년 포브스(Forbes)는 세계 최대 학술 출판사인 엘스비어(Elsevier)가 “인터넷의 첫 번째 희생자”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인터넷상에서 연구자와 사서들이 저널을 자유롭게 유통할 것이므로, 저널산업은 사양될 것으로 본 것이다. 포브스의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고, 20년 후(2015년) 엘스비어는 34%의 기록적 이윤을 달성하게 된다.

본격적인 인터넷 세상이 열리면서, 엘스비어와 같은 거대 출판사들은 출판·유통 플랫폼을 독점하여 연간 구독료를 7% 이상씩 상승시켰다. 구독료는 도서관과 연구자가 감당하기 어려운 가격으로 치솟았다. ‘오픈액세스(OA, Open Access)’는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연구자들이 자발적으로 동참하여 등장한 출판·유통 모델이다. 2002년 부다페스트에서 첫 공식 선언된 오픈액세스는 ‘인터넷상에서 이용자 누구나 비용 지급 없이 학술지 논문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특별한 허가 절차 없이 최대한 재사용이 가능한 상태’로 정의된다.

영국은 골드, 미국은 그린? 오픈액세스의 두 가지 방법

오픈액세스를 실현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저자가 논문 출판비용을 선(先) 부담하고, 독자는 논문을 무료로 이용하는 방식이다. 이는 골드 오픈액세스(Gold OA)로 정부 입장에서는 논문 출판비용(APC)*을 별도로 마련해야하는 부담이 작용한다. 다른 하나는 공적기금으로 수행되어 심사가 완료된 논문을 저자가 직접 공개접근 DB에 등록하는 그린 오픈액세스(Green OA) 방식이다.

2002년 오픈액세스 선언 이후, 세계 각국은 공적기금을 받은 논문의 오픈액세스부터 적극 추진 중이다. 미국과 일본을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들은 그린 오픈액세스를 채택하고 있다. 대표 사례로 미국 국립보건원을 들 수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의 지원을 받아 심사가 완료된 논문의 경우, 출판 후 12개월 이내에 PMC(Pub-Med Central)에 공개하도록 법으로 정하고 있다. 반면, 영국을 비롯한 유럽의 국가들은 고비용의 예산을 부담하면서도, 골드 오픈액세스를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 APC(Article Processing Charge) : 논문출판에 드는 모든 비용

무료 논문인데 구독료를 내야 한다고? 하이브리드 저널의 등장

세계 각국의 오픈액세스 추진 노력에도 저널 구독료 상승은 멈추지 않았고, 가격 인하 효과도 나타나지 않았다. 출판사들은 오픈액세스저널 출판을 오히려 반기며, 저자로부터 선 지불받는 논문 출판비용(APC)을 새로운 이익 수단으로 삼았다. 오픈액세스 논문 1편의 평균 APC 비용은 220만 원*이다.

출판사들은 기존 저널에 오픈액세스논문 옵션을 두는 ‘하이브리드 저널’ 형태로 대거 전환했다. 무료 논문이 섞여 발간되어도 하이브리드 저널 구독료는 계속 상승했다. 하이브리드 저널의 가장 큰 문제는 저자가 APC 비용을 이미 지불했음에도 독자가 구독료를 다시 지불해야하는 더블 디핑(Double dipping)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 “오픈액세스의 재단 시범 적용방안 연구” 정경희, 한국연구재단 정책연구용역과제. 2020.

완전한 오픈액세스 전환, 독일의 막스 플랑크 디지털도서관에 주목

하이브리드 저널이 가진 문제점을 극복한 완전한 ‘오픈액세스 전환’, 어떻게 이룰 수 있을까? 이를 위해서는 글로벌 차원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공유되면서 “OA2020”이 시작되었다. OA2020은 글로벌 국가분담을 통해 SCI 위주의 대규모 저널을 오픈액세스 저널로 완전히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국가별 참여 의사를 확인하고, 해당 국가의 분담금을 계산하여 비용을 분담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국가별 분담금 기준은 저널에 투고한 저자 수를 기준으로 산정하기 때문에, 저자 수가 많은 국가일수록 분담금이 많아진다.

현재 OA2020의 중심역할은 독일의 막스 플랑크 디지털도서관(MPDL)이 맡고 있다. 하지만 아직 확실한 추진 주체가 없어, 국가별로 누가 먼저 시작할지 눈치 보기 중이라고 할 수 있다.

OA2020 웹사이트(이미지 출처 : 화면 캡처)
제14회 베를린 오픈액세스 컨퍼런스(이미지 출처 : Georg Botz)
국내 대학도서관의 해외 저널구독료, 연간 1,623억?

우리나라는 오랜 기간 해외 오픈액세스 진행 과정을 모니터링하면서, 기관별로 오픈액세스를 시행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럼에도 국가적 차원의 움직임은 제한적이었고, 실효성 있는 정책 또한 마련되지 못했다. 많은 국가가 공적기금으로 수행된 논문의 오픈액세스 의무정책을 강화하고 있는 데 비해, 우리나라는 아직 오픈액세스 의무정책을 법률이나 연구지원기관의 내부규정에 포함시키지 못하고 있다.

또, 해외 국가들이 직면했던 저널구독료의 압박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건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국내 대학도서관이 2019년 한 해 동안 지불한 해외 저널구독료는 약 1,623억 원이다. 2년 동안, 무려 71억 원*이 인상되었다. 이처럼 급격히 상승하는 구독료로 인해, 일부 대학도서관은 저널 종수를 줄이거나 저널구독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에 부닥치기도 했다. 구독료와 논문출판비용을 이중으로 지불하는 더블 디핑 문제도 존재한다.

* 국내 대학도서관 중 해외저널구독료를 1억 원 이상 지급하는 대학은 50개 미만으로, 도서관 예산 71억 원은 큰 금액임.

해외 저널 논문, 전 국민이 무료로 볼 수 있다면

독일 막스 플랑크 디지털도서관(MPDL)은 SCI 논문 수를 기준으로 한국의 국가 분담금을 약 1200억 원으로 제안한 바 있다. 국가적으로 연간 1,623억 원의 구독료를 지불함에도 대학별 저널이용이 제한되는 것을 고려할 때, 한국이 OA2020의 참여국이 되어 연간 1,200억 원의 분담금으로 전 국민이 해외 저널 논문을 무료로 볼 수 있다면 충분히 매력적인 빅딜(Big Deal)이 성사될 것으로 사료된다. 다만, 많은 국가가 여전히 서로 눈치를 보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관련 사안 검토는 면밀히 하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국내 학술지의 오픈액세스 상황은 어떨까

국내 학술지는 해외저널과 달리 대형 출판사를 통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출판하는 소규모 학회 학술지가 대부분이므로 오픈액세스를 추진할 때도 이를 고려해야 한다. 국내 학술지의 특징은 대부분 상용 DB 유통업자로부터 저작권료를 받고 있고, 저자의 게재료(투고료)에 상당 부분 의존하여 운영되고 있다. 국내 학술지의 대부분은 한국연구재단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의 재정적 지원(평균 500만~1000만 원)을 받기를 희망하지만, 안정적으로 혜택을 받기는 어렵다.

국내 학술지는 상업적 목적이 아닌 학술지 재정을 마련하기 위해 소액의 저작권료를 받고, 오픈액세스를 포기한 것이므로 정부에서 학술지 발행경비만 안정적으로 지원한다면 국내 학술지 대부분이 오픈액세스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

국가 차원에서 고민해야 할 오픈액세스, 실질적인 성과 기대

그 동안 우리나라는 오픈액세스에 대한 논의를 꾸준히 이어 왔으나, 개별 기관 단위의 노력으로 역량이 분산되어 실질적인 성과는 내지 못했다. 2020년 8월, 드디어 국가 차원의 오픈액세스 추진을 위해 정부 각 부처, 연구지원기관, 공공기관, 구독컨소시엄, 대학, 학회 등 주요 이해관계자가 모인 첫 거버넌스 회의가 개최되었다. 이 회의는 그동안 오픈액세스를 정부 정책의 영역으로 끌어들이지 못했던 한계를 극복하고, 정부의 핵심관계자들과 국가 차원에서 고민해야 할 정책으로 오픈액세스를 처음 공유하였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다. 2021년에는 국가 오픈액세스 협의체(가칭)의 활동을 통해 OA2020 관심표명의향서(EOI)를 제출하는 등 실질적인 오픈액세스 성과를 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김소형 한국연구재단 학술데이터분석팀

※본 글은 과학잡지 ‘에피’ 3월호(2021)에 수록된 원고를 요약·편집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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