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월호 포커스 人

“배려와 설득, 투명과 신뢰
일상화에 힘쓰겠다”

제6대 한국연구재단 문병주 상임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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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어 깨우다’(shake-up)란 영어 표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인사(人事)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분위기 쇄신의 가장 효율적인 지렛대로 작동해왔습니다. 새로운 인물의 등용과 조직의 변화를 통해 묵은 관습을 버리고 전열을 재정비하는 계기로 삼자는 것입니다. 그 만큼 새롭게 리더의 역할을 부여받은 이들의 부담도 클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3월 15일 한국연구재단 제6대 상임감사로 취임한 문병주 신임감사 역시 여전히 첫 출근의 팽팽했던 긴장감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문병주 감사는 지난 30여 년 간 대학과 정당 연구소, 대한민국 국회 등에서 민주주의 체제를 연구해온 정치학자입니다. 정치학은 크게 3가지 전공분야로 구분됩니다. 정치사상과 국제정치 그리고 비교정치입니다. 문 감사는 이 가운데 다양한 국가별 정치체제와 현상들을 비교·분석하는 비교정치(Comparative Politics) 분야 연구자입니다.

‘더 많은’ 부(富)와 ‘더 큰’ 민주주의

Q부임하신 지 한 달 정도가 지났습니다. 새로운 환경은 어떠신지요?

먼저 연구지원 글로벌 리더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한국연구재단 가족들과 함께 일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돼 매우 기쁘다는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낯선 환경에서 새로운 역할을 맡게 되니 부담감 역시 적지 않았습니다. 첫날 재단 식구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인사드렸는데 제가 받은 첫 인상은 배려였습니다. 혹시 업무 중에 괜한 방해는 되지 않을까 조심조심하는데 그런 마음을 헤아린 듯 오히려 먼저 반갑게 인사를 건네시던 동료 분들의 모습이 여전히 깊은 인상으로 남아 있습니다.

Q시작이 반이라고 하는데 첫 인상이 좋으셨다니 다행입니다.

‘작은 배려가 큰 감동을 준다’고 하는데, 업무용 문구나 생활용품처럼 작고 사소한 부분들까지 세심하게 챙겨주는 재단 관계자들의 마음 씀씀이가 제 긴장감을 녹였습니다. 반면, 각 본부와 부서 책임자들의 업무보고는 앞으로 제가 해야 할 역할과 책임감을 새삼 재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자리가 됐습니다. 불편함이 보이는 사무실 근무 환경과 과중한 업무 속에서도 공직자로서 맡은 바 임무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감동적이었지요. 덕분에 제 스스로도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지는 동기부여의 기회가 됐습니다.

Q상임감사님의 전공 분야인 정치학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저는 모든 학문은 크게 두 가지 범주로 대별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 많은 부(More Wealth)’와 ‘더 큰 민주주의(More Democracy)’가 그것인데, 우리 연구재단의 지원사업은 이 두 범주의 실현을 위한 사업입니다. 예컨대 기초연구나 국책연구 등은 ‘더 많은 부’를 이룸에 있어서 근간이 되는 사업이라 하겠습니다. 제가 전공한 정치학은 후자의 영역입니다. 민주주의는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가운데 배려와 설득, 그리고 포용을 일상화하는 이념이자 제도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공개와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투명한 국가를 지향합니다. 따라서 선진 민주주의 국가일수록 부정부패지수가 낮을 수밖에 없습니다. 개방성·투명성이 높은 만큼 부정과 부패가 더 잘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런 민주주의의 전개와 발전 과정을 과학적으로 비교, 분석하는 연구들을 주로 해왔습니다.

Q연구 활동뿐만 아니라 오랜 기간 의회입법 제안과 정책개발 등에도 기여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기억나는 일들을 몇 가지 소개해주세요.

저는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이후 노동과 복지, 그리고 문화 분야에 대한 관심과 연구의 폭을 넓혀 왔습니다. 입법 제안과 관련해서는 주거빈곤가구 지원방안과 비정규 노동자 사회보험률 제고 방안 등의 복지정책을 개발하고 제안하면서 현실세계의 문제 해결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15년여 동안 정당 연구소에 몸담으며 한국 선거·정당정치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예컨대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정책선거 정착을 위한 매니페스토 선거공약과 선거방송토론의 틀 구축, 한국 정당사상 최초의 정책엑스포 기획·실행을 통한 정책정당화 추진 등을 들 수 있을 듯합니다.

감사의 새로운 역할

Q거시적인 정책 연구에 참여해 오신 만큼 국가 R&D 전반에 대해서도 이해가 깊으실 것이라 생각됩니다. 한국연구재단 상임감사로서 뜻하신 바가 있다면?

저 역시 연구자의 한 사람인 까닭에 그간 제 연구에 많은 도움을 준 연구재단에서 일하게 됐을 때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런 만큼 상임감사라는 자리의 역할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았습니다. 제가 얻은 결론은 우선 학술적인 면뿐만 아니라 정책 연구를 통해 넓힐 수 있었던 시야를 이제 한국연구재단의 미래지향적인 전략 수립에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첫 회의 때도 밝힌 바 있지만 제 지론은 ‘감사의 역할에도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Q말씀하신 감사의 새로운 역할론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 부탁드립니다.

법과 재단 내규에 따르면 감사의 역할은 감시와 감독이 핵심입니다. 하지만 전통적인 감사의 역할 역시 시대와 대내·외 환경 변화에 부응해야 합니다. 먼저 오늘날의 감사는 감시와 감독이란 본연의 임무뿐만 아니라 연구재단이 ‘국가 연구개발 혁신’이란 목표에 도달할 수 있도록 돕는 지원자이자 협력자로서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해야 합니다. 또한 민주주의 국가의 정부기구답게 공정과 투명, 청렴의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과오를 찾아내고 책임을 묻는 조치 이상으로 선제적인 사전예방 중심의 감사활동이 중요합니다. 이와 함께 능동적인 문제 해결 중심의 감사활동에 주력하고자 합니다. 이런 새로운 방향성은 결국 어떻게 하면 연구재단이 연구자들로부터 더욱 신뢰받는 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란 고민의 일환이기도 합니다.

“내 것이 아니면 탐하지 말자”

현재 한국연구재단은 감사실 소속 감사총괄팀과 청렴감사팀 구성원들이 일상감사, 특정감사, 종합감사, 그리고 반부패·청렴정책 개발 등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감사 업무의 선제적인 제도보완과 사후관리 방안 마련에도 매진 중입니다.

Q감사님과 함께 새로운 방향성 모색에 나설 감사실 조직 운영 계획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감사 업무의 역할 재정립을 위해서는 먼저 익숙함에서 탈피해야 합니다. 개선책 없는 감사 활동의 무의미함과 함께 감사의 역할은 상벌의 관계를 명확히 해야 함이 중요합니다. 즉 징계만이 아니라 잘한 일에 대해서는 아낌없는 칭찬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공유되었으면 합니다. 기본적으로는 해당 업무의 전문가들인 만큼 최대한 자율을 보장하고 권한을 위임해 믿고 맡기되 책임은 제가 진다는 원칙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Q혹시 개인적인 삶의 나침반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늘 남이 아니라 나와 경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살다보니 스스로에게는 야박했던 편입니다. 그래서 요즘은 저 자신을 다독이고 격려하며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그런 가운데 혼자 되뇌는 말들이 “남을 도우려 하기 보다는 작은 것이라도 피해를 끼치지 말자,” “내 것이 아니면 탐하지 말자”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내 것이 아닌 것을 잘 압니다. 이 탐하는 것이 흔히 말하는 부정과 부패입니다. 실천이 어렵고 때로는 바보 같다는 소리도 들었지만 이런 신념을 지키려고 많은 노력을 해왔다고 자부합니다.

Q끝으로 재단 구성원과 연구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한국연구재단은 정부를 대신해 전체 학문영역의 연구개발을 지원하고 성과를 창출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고 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연구자와 대학 등 연구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을 수행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국민의 삶의 질 제고와 국가 미래발전에 기여해야 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따라서 두 영역 모두로부터 신뢰를 받으려면 무엇을 어떻게 왜 해야 하는가를 항상 고민하고 성찰하면서 제 역할을 다해야 합니다. 연구자들께는 재단 지원사업의 ‘공정’과 ‘신뢰’라는 두 단어에 대해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한 달 남짓이지만 연구재단에 와서 보고 느낀 것은 이 두 단어를 위해 쏟고 있는 구성원들의 에너지가 엄청나다는 것입니다. 믿음도 결국 상호작용인 만큼 연구자들께서 신뢰를 해주시면 더 큰 공정으로 보답할 수 있으리라 믿고 있습니다.

About the Interviewee 문병주 상임감사

건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정치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재)민주연구원 연구기획실장과 수석연구위원, 국회 정책연구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2021년 3월 15일 한국연구재단 제6대 상임감사에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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