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월호 생생 연구현장

해양영토 최전선
섬과 바다를 복원하다

인문한국플러스(HK+) 사업
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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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에게 친숙한 ‘다도해’와 ‘리아스식 해안’이란 표현처럼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도 섬이 많은 나라입니다. 인도네시아, 필리핀, 일본 다음으로 많은 3,300여 개의 섬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대륙에 속한 국가 중에서는 가장 많습니다. 독도와 이어도, 쿠릴열도와 센카쿠열도(다오위다오), 난사군도, 키프로스와 포틀랜드 전쟁 등의 영유권 분쟁에서도 알 수 있듯이 섬은 해양영토 확보의 최전선이자 포기할 수 없는 삶의 터전입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지난 2018년 세계 최초로 섬의 날(8.8)을 제정한 데 이어 올해 섬 관련 정책 총괄기관인 한국섬진흥원을 출범시키는 등 섬이 지닌 고유의 역할과 가치를 증진하기 위한 움직임이 한창입니다. 최근 이렇게 눈에 띄게 활발해진 변화의 물결 뒤에는 일찌감치 섬과 해양의 중요성을 재조명해 온 국내 유일의 섬 연구기관인 ‘도서문화연구원’의 오랜 노력이 숨어 있습니다.

섬 연구·진흥의 메카

“도서문화연구원은 1983년 설립된 우리나라 최초의 섬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섬이 산재해 있는 서남해를 중심으로 연구를 시작한 이래 한반도 전 해역과 동북아시아, 동남아시아로 지평을 확장하며 섬과 바다에 대한 개방적이고 역동적인 인식을 공유하기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또한 섬과 바다가 간직하고 있는 역사와 문화 이해를 바탕으로 올바른 정책적 대안을 개발하는 데도 큰 관심을 기울여왔습니다.”

(홍석준 도서문화연구원 원장)

도서문화연구원 소재지인 목포에는 오는 8월 설립되는 한국섬진흥원의 유치를 축하하는 플래카드가 도심 곳곳에 나부끼고 있습니다. 한국섬진흥원 설립지가 결정되기까지는 전국 6개 지자체가 경합을 벌였습니다. 이 가운데 목포가 최적지로 선정된 데는 전국 섬의 64.5%가 몰려 있는 전남도의 입지여건과 사업연계성만 고려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지난 38년 간 섬과 바다라는 독창적인 연구 분야를 개척해온 목포대 도서문화연구원의 존재가 중요한 낙점 배경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도서문화연구원 연구진의 무인도서 실태조사

섬은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큰 국민적 관심사는 아니었습니다. 통일신라 시대 청해진을 중심으로 당나라와 일본을 연결하며 해상 실크로드를 완성한 우리나라는 고려 말까지 해상강국의 지위를 유지했습니다. 하지만 조선 시대에 접어들며 왜구의 피해를 막기 위해 무역과 어로를 통제하고 섬을 비우는 해금정책이 실시되며 장구했던 해양문화와 역사의 맥이 끊어지게 됐습니다.

고립에서 개방으로

2009년 인문한국(HK)사업에 선정된 도서문화연구원은 10년 간 약 70억 원을 지원받아 ‘섬의 인문학-문명사적 공간인식 패러다임의 전환’이라는 주제의 연구 사업을 진행했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인문학자와 사회학자들이 한반도 서남해의 숨겨진 역사와 문화예술, 생태환경을 발굴·복원하고 주민들의 삶과 복지 문제를 조사했습니다. 또한 이런 연구성과들을 바탕으로 중요한 해양영토인 섬의 지속가능한 개발 가능성을 탐구하고 실천적 대안을 제시하는 정책 인문학으로서의 역할을 타진합니다.

HK사업을 통해 이뤄낸 도서문화연구원의 성과들은 독보적입니다. 10회에 걸쳐 전국해양문화학자대회를 개최하며 섬과 바다를 융합하는 공동연구를 주도한 데 이어 동아시아도서해양문화포럼 창립과 스코퍼스(SCOPUS) 국제학술지 ‘Journal of Marine and Island Cultures’ 창간을 통해 국제적인 연구자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도서해양 관련 인문학의 세계적 확산 작업에 시동을 걸었습니다. 또한 다양한 학술총서와 교양문고 시리즈를 통해 대륙과 반도에 머물렀던 우리 사회의 경직된 공간 인식을 지구촌시대·세계화시대 개방의 상징인 도서와 해양으로 넓히는 중요한 전기를 마련합니다. 전국 최초로 도서해양문화학 대학원 석사과정도 개설했습니다.

해양문화학자대회 참가자들의 독도 방문조사
제5회 동아시아 도서해양문화포럼
신안선 발굴 4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

인문학의 힘으로 견인한 해양 정책 제안의 성과들은 더욱 빛이 납니다. 2016년 연구원은 세계 최초로 ‘섬의 날’ 제정을 건의하며 국가기념일 지정을 이끌어냈습니다. 또한 정부와 지자체의 도서개발촉진법, 환경·문화·생태 융합관광상품의 대표격인 ‘가고싶은 섬’ 사업, 2028년 개최가 추진되고 있는 세계섬엑스포 등 다양한 정책 개발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해왔습니다. 이와 함께 전남 신안군의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지정을 이끌어내는 데도 크게 기여했습니다. 이런 공로로 도서문화연구원은 지난해 문화재청장 표창을 수상하게 됩니다.

새로운 정체성 ‘Islandness’

홍 원장은 “지방대가 살 길은 기존 대학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지역 연구라는 믿음 아래 도서해양 관련 인문학이란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왔다”며 “외로운 과정이었지만 한국연구재단의 선견지명으로 인문한국 사업의 지원을 받으며 지금과 같은 독립적인 학술 분야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최근 우리나라 서남해안의 큰 변화 중 하나는 육지와 섬, 섬과 섬을 잇는 연륙·연도교의 등장입니다. 강화도, 거제도, 남해도, 진도, 군산 선유도를 비롯해 목포시와 1,004개의 섬으로 이뤄진 신안군을 연결하는 ‘천사대교’까지 55개 연륙교, 56개 연도교가 건설되며 섬의 정의를 새롭게 내려야 할 만큼 급격한 사회문화적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다리를 통해 육지와 연결된 섬은 도서개발촉진법 상 이제 더 이상 섬이 아닙니다. 또한 21세기 국제사회 공동의 문제인 기후변화와 팬데믹, 고령화 역시 기존의 인식론을 넘어서는 새로운 섬의 인문지형 논의를 촉발하고 있습니다.

육지와 섬, 섬과 섬을 잇는 연륙·연도교의 등장

이에 따라 도서문화연구원은 지난해 시작된 HK+ 사업을 통해 섬 연구의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습니다. ‘섬 인문학, 인문지형의 변동과 지속가능성’이란 보다 종합적인 연구 아젠다를 통해 기존의 인문학뿐만 아니라 사회과학과 자연과학, 공학을 포괄하는 융합연구를 통해 변화의 물결 속에서 재편되고 있는 섬의 새로운 정체성(Islandness)을 탄생시킬 수 있는 국제적인 섬 전문 연구기관으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입니다.

‘섬, 위기의 바람과 변화의 물결’을 주제로 열린 2021 섬 인문학 학술대회

한국연구재단은 지난 2007년부터 대학 내 인문학 연구소의 육성을 위해 인문한국(Humanities Korea)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2017년부터 이를 계승 발전시키고 있는 인문한국플러스(HK+) 사업은 세계적 수준의 인문학 연구환경 구축과 인력양성을 위해 7년 간 지속적으로 우수 인문학 연구소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HK+ 사업을 통해 창출된 인문학적 성과를 세계적으로 공유하고, 안으로는 각종 교양강좌 및 교육프로그램 등을 통해 지역사회로 확산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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