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호 포커스 人

“잠재력 폭발 바탕엔 긴 수련…
문화융복합 내공 다지기 힘쓰겠다”

한국연구재단 인문사회연구본부 문화융복합단 김미혜 단장
(충북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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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한국연구재단의 학제간융합연구지원사업 시범사업으로 첫 발을 뗀 문화융복합 연구가 어느새 10여 년을 훌쩍 넘기고 있습니다. 문화융복합은 과학기술 주도형 R&D가 자칫 빠지기 쉬운 인간소외의 문제를 인문학적 통찰과 예술적 상상력의 결합으로 극복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김미혜 신임 문화융복합단장은 많은 어려움과 시행착오 속에서도 차곡차곡 크고 작은 성과들을 다져온 문화융복합 연구의 현주소를 그가 수업 중에 자주 들려주곤 한다는 무협영화에 비유합니다. 장작패기로 근육을 키우고 물동이로 균형감각을 익히는 지루하리만큼 오랜 인내와 집중이 마침내 폭발적인 성취로 터져 나오기 직전의 모습과 닮아 있다는 것입니다.

모호함을 합리적 수치로

김미혜 문화융복합단장은 의사결정에 관여하는 퍼지이론의 전문가입니다. 퍼지(Fuzzy)는 애매모호하고 불확실한 상황에서 두뇌가 판단하고 결정하는 과정을 수학적으로 이해하려는 이론으로 인공지능을 비롯해 공학, 기초과학, 의학, 인문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히 응용되고 있습니다.

Q단장님의 연구 분야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저는 학부부터 박사까지 수학을 전공하고 현재는 컴퓨터공학과에서 연구와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수학자가 공과대학에 자리를 잡는 과정은 연착륙보다 경착륙에 가까웠습니다. 제 퍼지적분 관련 연구가 실용학문에 가깝다 생각했는데 순수와 응용의 두 가지 학문 영역을 병행하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더군요. 하지만 불확실하고 애매한 상황을 수리적으로 정리하는 수학적인 사고체계가 제게는 일종의 좋은 무기였습니다. 먼저 개념과 원칙, 관계성에 대한 밑그림 작업을 하고 실무와 문제해결에 접근하던 수학적 훈련과 습관이 다양한 분야를 이해하고 융합해 시너지를 만들어가는 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물론 초기에 이해도를 높이기까지는 매우 더딘 발걸음이었지만 단계가 올라갈수록 점점 더 해결책을 찾는 일이 수월해졌지요.

Q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수학하는 공학자’ ‘수학을 활용하는 융합과학기술인’이 되고 싶다는 바람을 표현하셨습니다.

수학자가 공대 교수가 되니 초반에는 정체성을 찾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조급함이었던 것 같은데요. 그때 한 원로 교수님이 수학과 컴퓨터공학의 접점을 찾아보라 조언해주셨습니다. 내가 해온 퍼지 연구와 융합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 뇌과학, 영성처리 분야 등을 두드리던 중에 뇌졸중 재활프로젝트에 합류하게 됐습니다. 동작인식 기반의 기능성게임을 개발해 뇌졸중 환자의 재활을 돕는 연구였는데 제가 융복합 연구에 더욱 정진할 수 있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컸던 소득은 내가 아니라 상대의 입장에서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을 갖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오늘 이 자리에 오게 된 첫 단추가 아닐까 합니다.

Q문화융복합이란 용어가 익숙하면서도 여전히 생소합니다. 융복합의 대상 범위도 상당히 포괄적이고요.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문화융복합단의 주요업무를 소개해주세요.

문화융복합단은 심리학 기반의 감성과학부터 생활과학, 문헌정보학, 여성학, 예술과 체육까지 매우 넓은 학문분야를 포괄하고 있습니다. 저희 문화융복합단의 주요 기능은 크게 연구기획, 평가운영, 사업관리의 3개축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소관 분야의 연구동향과 지원현황을 분석하고 정책과제를 수립·관리합니다. 세부적으로는 학문후속세대, 신진연구자, 중견연구자 지원 등의 개인연구 지원과 인문사회연구소 같은 집단연구지원, 학술단체 등의 공동연구지원 사업을 수행합니다. 또한 여전히 연구환경이 열악해 보호가 필요한 인문사회계열과 미래지향적인 융복합 분야를 적극 지원하고 있습니다.

문화융복합의 확장성

김미혜 신임 문화융복합단장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는 인문사회와 예술 분야의 융복합 연구를 보다 활성화하는 것입니다. 과학기술 발전에 따른 물질적 풍요의 이면에서 날로 커지고 있는 우리 사회의 정서적 빈곤, 사회복지 문제 등의 딜레마를 해결하는 데 문화융복합 연구가 지금보다 더 많은 기여를 할 수 있다는 것이 김 단장의 지론입니다.

Q국내 문화융복합을 포함한 인문사회분야 연구지원을 어떻게 보시나요.

이공계 분야가 주도하는 융합연구는 이미 상당 수준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문예술 분야 융합연구에서 접근하는 것은 여전히 열악하며 적극적인 보호와 지원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급격한 사회 변화에 따라 인문사회 분야의 사회적 역할 강화에 대한 요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인문사회 학술연구지원사업의 경우 연 평균 1만 건이 넘는 신청 과제가 접수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공계 등과 비교했을 때 전반적인 지원 규모는 매우 저조하며 민간 투자 역시 미미한 실정입니다. 중장기적인 인문사회 분야 발전을 위해서는 계속해서 투자 확대와 효과적인 지원방안 모색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초연구지원사업 시행계획(2021, 교육부 이공분야 포함)

Q연구현장에서 느끼는 재단 지원 사업의 개선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문화융복합 분야를 포함한 인문사회 분야 지원의 경우 각종 사업이 혼재되어 있고 예산 과목명과 실제 사업내용이 상이한 것처럼 보이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에 따라 연구자들이 과제를 신청할 때 구분을 어려워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인문사회 기초연구사업과 인문학진흥사업의 경우 개인과 집단 연구가 혼재되어 있으며, 지원 분야는 무관한 경우들이 있습니다. 사회과학연구지원 사업 역시 사회과학 분야의 집단연구로 이해될 수 있지만 인문학과 융합분야도 지원이 가능합니다. 여기에 더해 지나치게 세분화된 사업 역시 지원하고자 하는 연구자들을 적잖은 혼란에 빠지게 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Q단장님께서 생각하시는 해결 방향을 말씀해주세요.

연구현장의 애로사항과 현행 사업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시도는 그간 지속적으로 활발하게 이뤄져 왔습니다. 우수학자 지원사업이나 인문도시지원사업 저술출판지원사업의 경우처럼 연구비가 단절되었던 사업이 다시 재개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유사사업을 최소화하고 사업명칭에서 오는 혼란을 해소하기 위해 자율적인 사업개편 노력과 시도도 다양하게 있어 왔습니다. 하지만 본질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사업 개편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사업의 구분을 보다 명료하고 직관적으로 표현해 연구자의 불편을 해소하는 한편 사업 추진의 전문성, 공정성을 제고하고자 하는 노력도 지속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문사회연구소(’19)

학문후속세대(’20)

마음 치유하는 힐링신약

김미혜 단장은 연구와 후진 양성을 위해 힘쓰며, 틈틈이 과학기술 정책과 관련한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왔습니다. 2010년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첨단융복합분야 전문위원을 시작으로 대통령직속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문화체육부 등 다양한 부처와 위원회에서 연구기획과 평가, 성과관리 전반에 걸쳐 풍부한 경험을 쌓았습니다.

Q임기 내 꼭 이루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2년의 길지 않은 임기 내에 무언가 굉장한 일을 한다거나 혁신할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는 새로운 것의 시도보다는 이미 많은 전임 단장님들께서 이뤄놓으신 업적을 보다 견고히 하고 더 폭넓게 확대하는 것을 제 역할의 중심에 두고 있습니다. 작은 개인적 바람으로는 과학기술 분야에서 인간의 신체적 건강과 생명에 대한 연구개발이 활발한 것처럼 인문사회계열에서는 사람의 마음과 정신을 치료하고 재활하는 연구들을 중점적으로 하는 게 어떨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인류사가 시작된 이래 축적되어 온 수많은 인문학, 문화예술적 전통과 자산들을 응용해 정신건강을 치료하는 힐링신약 콘텐츠 같은 것이 개발된다면 어떨까 상상하곤 합니다. 예를 들어 치료 효과가 있는 미술작품과 음악, 혹은 신체활동에 대한 데이터들을 수집 분석해 첨단기술이나 하드웨어와 연결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우울증 환자와 자살률 증가를 감소시키는 프로젝트 등 입니다.

Q새로운 유형의 융복합 연구가 될 것 같은데요. 또 다른 구상도 있으신가요?

앞서 말씀드린 게 사회문제해결형 융복합연구라면 문화융복합 콘텐츠와 인공지능 연구를 결합하는 ‘신지식 창출 공감형 융복합연구 모델’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최근 디지털아트 경매나 메타버스처럼 가상공간에서의 활동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문화예술 분야의 성과를 디지털화하는 작업이 많이 이뤄지고 있는데요. 이처럼 현실세계의 문화예술적 디지털 성과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가상현실 세계로 끌어들이는 연구모델이라 이해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Q끝으로 연구자들과 재단 구성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제가 연구재단과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2007년 구 학술진흥재단에서 추진하였던 남북학술교류위원회 때부터입니다. 최연소 위원으로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는데 그를 계기로 이후 다양한 정책 활동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문화융복합단장에 선임되며 연구재단의 역할과 업무에 대해 조금이나마 이해를 쌓았던 것을 무척 다행으로 여겼습니다. 하지만 막상 구성원의 한 사람이 되 보니 제가 알고 있었던 부분은 그야말로 조족지혈(鳥足之血) 새발의 피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개인적으로 상선약수(上善若水)라는 말을 가장 좋아합니다. 가끔 살아가다 보면 내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아 속상할 때도 있지만, 가만 생각해보면 대부분 원인은 자신에게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그런 때일수록 물이 흐르는 것처럼 순리를 따르는 게 최선이라 여겨지는데요. 연구재단의 업무 역시 사회 초년생처럼 상선약수의 마음으로 임해야한다는 각오를 매일같이 다지고 있으니 부족한 점과 실수가 있다면 연구자와 동료 직원들 모두 언제든 가감 없이 알려주고 이끌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About the Interviewee 김미혜 문화융복합단장

충북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해석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대통령직속 국가교육위원회와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전문위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연구개발특구위원회 민간위원, 교육부 외국인교육기관설립운영위원회 운영위원,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저작권위원회 민간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지난 8월까지 충북대학교 전산정보원장으로 역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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