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호 포커스 人

주연·조연·제작진
모두가 즐거운 융합연구

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본부 ICT·융합연구단 이상민 단장
(인하대학교 전자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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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비상이 코로나19로 침체됐던 국내 과학기술계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습니다. “누구의 도약이든 우리 모두의 도약”, “함께하지 않으면 정상에 오르지 못해”라는 영화 ‘히든 피겨스’의 대사들처럼 주춤했던 도전과 협력 정신에 새로운 자극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상민 신임 ICT·융합연구단장 역시 누리호 같은 멋진 무대가 결코 주인공만의 노력으로 될 수 없는 일이라 강조하고 있습니다. 보조출연자와 제작진, 관객까지 수많은 이들의 열정이 어우러져야 비로소 감동적이고 완성도 높은 결과물이 탄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소수자부터 일반인까지

이상민 ICT·융합연구단장은 전자공학자입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생체신호처리, 청각, 임상심리음향, 어지럼증 등을 연구하며 장애인과 노약자, 파킨슨병 질환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공학기술을 개발하는 데 많은 힘을 쏟고 있습니다.

Q단장님의 연구 분야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말씀해주세요.

전자공학을 바탕으로 의학과 생물학의 콘텐츠들을 융합하는 연구를 해오고 있습니다. 주로 장애나 인간의 건강생리와 같은 우리 주변의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지요. 음성 신호와 처리에 관한 연구는 보청기 시스템과 청각장애인 발음 교육 시뮬레이터 개발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인간의 감각기관 중 이동과 평형감각을 주관하는 전정계, 스포츠 생체역학에서 활용 중인 보행분석 등에 대한 연구를 통해 노인과 어지럼증 환자들이 쉽고 정확하게 자세를 잡을 수 있도록 하는 재활 프로그램도 개발하고 있습니다.

Q이들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어린 시절 보았던 ‘6백만 불의 사나이’ ‘소머즈’ 같은 드라마들이 머릿속에 잠재돼 있다 발현된 것 같습니다. 원래는 인간의 신체 능력을 월등하게 향상시키는 데 관심이 많았는데 점차 장애인과 노인들로 시선이 옮아가게 됐습니다. 마침 대학에 자리를 잡고 연구를 본격화할 무렵이 고령화 사회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던 시기였고, 건강에 대한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를 공학기술과 연결할 수 있다는 점이 재미있게 느껴져서 계속해서 의학 분야와의 융합 연구에 매진하게 됐습니다.

Q인간의 삶의 질 향상은 어쩌면 모든 과학기술인들의 꿈이 아닐까 싶은데요. 단장님께서 특별히 목표하시는 바가 있다면?

현재 진행하고 있는 연구는 우리 사회의 마이너리티가 중심입니다. 하지만 좀 더 깊숙이 생각해보면 이 기술들은 비단 노약자와 장애인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일반인들로도 혜택이 확장될 여지가 큽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가리지 않고 누구나 손쉽게 쓸 수 있는 제품과 사용 환경을 만드는 유니버셜 디자인(universal design)처럼 의료기기와 생활용품 사이의 건강보조기기로 사용자 영역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 것인데요. 최근에는 이를 염두에 두고 우리 사회의 마이너리티뿐만 아니라 일반인까지 모두에게 유용한 적정기술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신체뿐만 아니라 우울, 분노 같은 정서적 결핍에도 응용할 수 있는 길을 찾고 있지요.

융합연구라는 실마리

그간 우리나라의 ICT 산업은 국가경제의 대들보 역할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스마트폰 수출 부진과 반도체 피크아웃 우려 등 경기하락의 경고음이 계속되며 새로운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상민 단장은 융합연구에서 그 실마리를 찾아야 할 때라 말합니다.

QICT·융합연구단장에 선임되신 소감과 각오에 대해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국가R&D 체계의 발전을 위한 일에 참여할 수 있게 돼 개인적으로는 큰 영광입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상황들이 급변하는 상황 속에 연구단장 역할을 맡게 돼 긴장감이 높습니다. 시시각각 현실화되고 있는 기후변화, 4차산업혁명 기술이 촉발하고 있는 사회경제구조의 재편, 피아식별이 어려워지고 있는 국제정세, 특히 코로나19로 도전적이고 협력적인 연구가 잔뜩 위축된 시기인 만큼 어떤 전략과 전술로 연구자들의 활동을 지원해야 할지 다각적으로 고민 중입니다. 연구자들은 늘 새로운 것을 모색하는 집단입니다. 그런 만큼 이렇게 어려운 때일수록 더욱 변화에 앞장설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Q독자들에게 ICT·융합연구단이 지원하고 있는 분야와 업무들을 소개해주세요.

ICT·융합연구단의 지원사업 범위는 크게 ICT영역과 융합영역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ICT 분야는 전기전자·통신·컴퓨터·소프트웨어를, 융합분야는 바이오융합·에너지 및 환경융합·다학제융복합 분야로 구분됩니다. 전자의 경우는 기존의 전통적인 학문들과 연관되어 있어 개념과 범위에 대한 이해가 비교적 쉽습니다. 하지만 후자인 융합 영역은 복잡하게 느껴지실 것 같은데요. 의료, 생물, 에너지, 환경, 의식주 등 인간의 생활 및 산업 전반과 공학기술의 융합을 추구하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여기에는 인문사회와 공학기술의 융합도 해당되지만 아직 이 부분은 활성화가 미진한 편입니다. 이는 거꾸로 우리나라가 한층 높아지고 있는 문화 선진국의 위상을 굳히는 데 기여할 가능성이 더욱 높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Q연구현장에 계실 때 생각하셨던 ICT·융합연구 지원사업의 개선점이 있다면?

연구재단의 지원사업은 점점 더 연구자들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요구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연구자 입장에서는 아직 제대로 무르익지 않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공개적으로 다른 연구자들과 공유하고 평가받는다는 게 큰 부담일 수밖에 없습니다. 선정이 되면 다행인데 떨어질 경우 자칫 유출되거나 도용될 수 있다는 걱정도 한몫을 합니다. 이런 우려와 불안들을 잠식시킬 수 있는 제도적 보완장치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보다 주의 깊게 경청해야 할 것 같습니다. 성공적인 융합연구 사례를 보면 거의 대부분 함께하는 연구자들 간의 ‘신뢰’가 기본 바탕에 깔려 있습니다. 이와 함께 다양한 환경 변화에 대응하며 지원사업도 복잡해지는 경향이 있는데, 연구자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계속해서 사업의 흐름과 구조를 단순화하고 중장기적인 방향성을 제시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재단은 단순한 사업구조를 유지하며 창의성과 도전성이 우수한 과제와 연구자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함께 만드는 무대

최근 누리호 발사만큼이나 우리 국민을 기쁘게 했던 소식으로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세계적 흥행을 꼽을 수 있습니다. ‘K-’라는 접두사가 옥스포드 사전에 등재될 만큼 음악, 영화, 웹툰에 이어 드라마까지 전 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한국문화의 성공요인에 대해 많은 내외신들은 ‘재미와 감동의 조화’를 꼽고 있습니다. 이상민 단장은 융합연구의 성공요소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합니다.

QICT·융합연구 현장에서도 스스로 노력이 필요하다고 느끼시는 부분을 말씀해주세요.

연구 중에 부딪히는 많은 문제들의 해결을 위해서는 자신의 전문영역이 아닌 부분에서 상상력이 필요할 때가 많습니다. 그리고 그 상상력을 구현하려면 당연히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좋은 연구자를 만나는 것도 중요합니다. 서로 상생할 수 있는 교류와 협력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만큼 우리 연구자들이 보다 개방적인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여겨집니다. 타인과 협력하고 자신과 경쟁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Q임기 중 꼭 해내고 싶은 일이 있으시다면 무엇인가요?

우선은 ICT·융합연구단의 구성원들이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 싶습니다. 제가 말씀드리는 구성원이란 연구자와 연구재단, 정부부처까지 모든 참여자를 의미합니다. 이들 모두가 각자 맡은 일들에서 즐겁게 최선을 다하는 분위기가 된다면 우리나라의 융합 연구력은 저절로 향상되겠지요. 재미있고 감동적인 무대는 참가자만으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주연, 조연, 감독, 스태프, 관객까지 모든 역할이 제대로 어우러져야 가능한 일입니다. 연구현장 역시 마찬가지라 여겨집니다. 연구자와 재단, 정부와 국민 모두가 플레이어라는 주인의식과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그 과정에서 누릴 수 있는 재미와 감동의 혜택이 더욱 커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자 합니다.

About the Interviewee 이상민 ICT·융합연구단장

인하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LG이노텍, 삼성전자 연구원을 거쳐 2006년부터 인하대 전자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기업에서 학교로 이직한 후 홀로서기로 막막하던 시절, 연구재단 신진연구자 지원사업 선정이 큰 용기를 가져다줬다며 특히 새로운 길에 나서는 연구자들의 마중물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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