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호 생생 연구현장

인류의 생명줄
‘식량작물’을 지켜라

기초연구실 지원사업
부산대학교 식물분자면역학실험실

이전호 목록보기 다음호

식량 위기는 21세기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위협 중 하나입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2050년 지구촌 인구가 100억 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며 현재보다 최소 70% 이상의 식량 증산이 필요할 것이라 내다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시각각 악화되는 기후변화 속에 식량 부족 사태의 가능성은 오히려 점증하고 있습니다. 빈번해지는 홍수, 가뭄, 냉해, 고온현상과 병충해에 강한 우량종자의 개발이 시급해지고 있는 상황. 부산대 공동연구진은 한국인의 주식이자 30억 세계인의 생명줄인 벼를 더욱 건강하고 풍성하게 만드는 연구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첫 단추는 동물에 비해 아직까지 잘 알려지지 않고 있는 식물 면역계의 비밀을 파헤치는 것입니다.

식물의 팬데믹

옥수수, 밀과 함께 세계 3대 식량작물 중 하나인 벼는 약 13,000년 전부터 재배되기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오랜 시간 험난한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온 벼는 단위 면적당 높은 생산량과 인구 부양력으로 세계 인류의 40%, 특히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지역 대부분의 사람들을 먹여 살리게 되었습니다.

과밀화된 도시와 빈번한 국제 교류가 팬데믹의 온상이 되듯, 제한된 경작지에서 밀집 재배되는 식량작물 역시 수시로 대규모 감염병의 위협에 노출되곤 합니다. 아일랜드 대기근의 원인이 된 감자역병(1846), 벵골 대기근을 초래한 벼 깨씨무늬병(1943) 등이 대표적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1978년 발생한 벼 도열병으로 한 해 쌀 수확량의 40%가 사라지며 심각한 사회적·정치적 혼란을 야기한 바 있습니다. 도열병(稻熱病, rice blast)은 벼의 생육 과정 전반에 걸쳐 발생하는 식물병입니다. 불에 그슬린 듯한 갈색 반점이 잎, 마디, 열매를 뒤덮어 끝내 작물을 말라죽고 하게 말지요.

작물 재배 체험에 나선 연구진

식물과 동물은 미생물 감염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는 면역 전략에서 유사성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수용체(receptor, 受容體)라는 특정 구조의 단백질이 외부로부터 침입하는 병원체의 병원성 분자를 인식해 면역 반응을 일으키는 것인데요. 부산대 공동연구진은 식물의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수용체들의 정체와 작동방식을 규명하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면역 유도 수용체

“그간 지속적으로 품종과 재배법의 개량이 이뤄지며 도열병은 통제 가능한 영역이 되었습니다. 광범위한 살균제 사용도 효과적이었지요. 하지만 심화되는 기후위기 속에 식량안보는 이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처럼 주요 식량작물에서도 대규모 감염병 출현과 변이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새로운 육종 전략이 필요합니다. 사후약방문이 아니라 식물 면역계에 대한 심도 깊은 이해를 통해 언제 어디서 어떤 종류의 감염병이 발생해도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플랫폼 기술을 준비해야 할 때이지요.”

(김선태 부산대 식물생명과학과 교수·연구책임자)

식물 세포를 감염으로부터 보호하는 수용체들의 복잡성을 이해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세포막과 세포질에 무수히 많은 수용체가 분포하는데다 상호작용에 따른 변수 또한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그 복잡성을 파악하려면 오랜 시간 지난한 과정의 실험이 필요해 좀처럼 엄두를 내기가 힘들 수밖에 없는데요. 김선태 교수는 “2018년 기초연구실지원사업 선정이 물꼬를 트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고 전합니다.

김선태 교수와 식물분자면역학실험실 연구진

기초연구실 지원사업(BRL, Basic Research Laboratory)은 한국연구재단이 2009년부터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기초연구 강화 및 우수 연구자 양성을 목적으로 운영하는 사업입니다. 정예 연구자 3~4명의 집단연구를 활성화해 세계적인 원천기술 확보의 토대를 마련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선정된 연구그룹은 연간 5억 원 수준의 연구비를 지원받으면 특정 연구주제를 중심으로 융복합 연구의 기틀을 닦을 수 있게 됩니다.

벼에서 콩, 옥수수로

학부 시절부터 줄곧 도열병 연구에 매달려온 김선태 교수 역시 기초연구실 지원사업에 힘입어 식물 생명과학 분야에 열정이 높은 4명의 동료들과 공동연구진을 꾸릴 수 있게 됐습니다. 식물 신호전달 유전학 전문가인 제병일·김유진 교수와 병리학 전문가 전종성 교수(경희대), 육종 전문가인 권순욱 교수가 그들입니다. 기초부터 상용화까지 식물병 연구 전반에 걸쳐 탁월한 연구역량을 구축한 이들은 1단계 3년여의 기간 중 약 300개에 이르는 수용체들의 기능 파악에 주력한 끝에 두 개의 유력한 도열병 저항성 유전자를 발굴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부산대 기초연구실 공동연구진과 학생들 교내 LMO 시설을 점검하는 연구진

공동 연구진은 이 과정에서 2명의 박사와 8명의 석사, 4명의 박사 과정생 등 차세대 연구자들도 함께 육성하며 국내 식물병 연구의 저변을 두텁게 하는 데도 많은 기여를 했습니다. 이와 함께 국립대 최초로 부산대 내에 LMO 실험시설을 도입하는 한편, 신속한 정보공유와 협력연구가 가능한 모자이크 랩 설치 등 인프라 구축에서도 주목할 만한 행보가 계속되었는데요.

부산대 공동연구진은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 기초연구실 지원사업에 재선정되며 2023년까지 후속과제에 전념할 수 있는 안정적인 연구 환경을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새롭게 시작된 2단계에서는 특히 분자생물학과 육종학의 접목을 통해 병 저항성이 높은 고품질 벼 생산을 추진 중인데요. 관련 연구 성과를 옥수수, 콩 등의 다른 주요작물에도 응용하기 위해 다국적 기업과의 공동연구도 타진할 계획입니다.

한국연구재단 정보
  • 대전청사

    (34113) 대전광역시 유성구 가정로 201

  • TEL

    042-869-6114

  • FAX

    042-869-6777

  • 서울청사

    (06792) 서울특별시 서초구 헌릉로 25

  • TEL

    02-3460-5500

  • 간행물 심의번호

    20141223-2-17

한국연구재단 웹진 사이트의 콘텐츠는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 복사, 배포를 금합니다.

홍보실
  • 홍보실

    TEL 042-869-6111
    FAX 042-861-8831
     

웹진에 소개하고 싶은 내용이나 의견을 기다립니다.

Copyright © 2021 NRF all rights reserved.

당신의 공감talk

글 작성
  • - -

개인정보 수집·이용안내

  1. (수집·이용 목적) 한국연구재단 웹진 이벤트 당첨자 경품발송을 위한 연락처 확인을 위해 수집 · 이용하며,
    경품발송을 위한 목적 외로 사용하지 아니합니다.
  2. (수집항목) 필수항목 : 성명, 핸드폰번호
  3. (개인정보의 보유 및 이용기간)수집된 정보는 개인정보의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되면 지체 없이 파기합니다.
  4. (동의 거부권리 안내) 본 개인정보 수집 · 이용에 대한 동의를 거부할 수 있으며, 동의하지 않을 경우에는 이벤트에 참여할 수 없습니다.

유의사항 안내

  1. 당첨자 발표 후, 등록한 연락처로 모바일 쿠폰 발송 예정입니다.
  2. 잘못된 연락처로 인한 경품 발송 실패는 책임지지 않습니다.
  3. 문의: pr@plani.co.kr

개인정보취급방침 및 유의사항을 숙지하였으며 위 사항에 동의하십니까?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