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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발사체에 실린
우주강국 대한민국의 꿈
한국연구재단 국책연구본부 우주기술단 이복직 단장
(서울대학교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10, 9, 8, 7, 6…. 마침내 카운트다운이 시작됐습니다. 오는 15일 역사적인 2차 발사에 돌입하게 되는 ‘누리호’ 이야기입니다. 지금 이 시간 누구보다 큰 설렘과 긴장으로 밤잠을 설치고 있을 곳을 찾아가 보았습니다. 지금으로부터 꼭 30년 전인 1992년 국내 최초의 과학실험 위성 우리별 1호부터 순수 국내 기술로 독자 개발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까지, 우주를 향한 대한민국의 오랜 도전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지지하고 응원해온 한국연구재단 우주기술단이 그 주인공입니다.

카운트다운 돌입한 누리호 2차 발사

그중에서도 지난 3월 새로 부임한 이복직 신임 우주기술단장이 느끼는 책임감은 더욱 막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코앞으로 다가온 누리호 2차 발사가 다가 아니기에 더더욱 그렇습니다. 우리나라는 이번 누리호 2차 발사에 이어 두 달 후에는 대한민국 최초의 우주탐사선인 한국형 달탐사궤도선 다누리호의 발사, 내년 1월 차세대소형위성 2호를 싣고 다시 한 번 우주로 향하는 누리호 3차 발사까지 초대형 우주개발 이벤트가 줄줄이 계속될 예정입니다.

한국 우주개발사의 매우 중차대한 시기에 우주기술단장을 맡게 된 소감이 어떠신지요?

우선 제가 스스로 계획해서 맡고자 했던 일이 아니었기에 어떻게 말씀을 드려야할지 지금도 매우 부담이 큰 상태입니다. 학교에서 맡고 있는 교육과 연구도 중요한 까닭에 이번 우주기술단장 후보자 추천과 선임 모두 선뜻 받아들이기는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최근 우주기술 관련 산학연 생태계에서는 위성 전문가인 전임자에 이어 발사체 분야의 전문가가 뒤를 잇는 게 우주기술 전반의 조화로운 균형발전에 큰 힘이 되리란 의견이 많았습니다. 전임 단장께서 지난 3년 간 구축한 우주위성 분야의 지속가능한 연구개발 토대에 한국형 발사체의 중장기 기획이 더해진다면 우리나라가 한층 통합적이고 체계적인 우주개발을 도모할 수 있게 되리란 기대감이 높았던 것입니다. 그런 까닭에 우주기술 자립을 향한 우리나라의 담대한 도전 속에서 저 역시 책임감과 사명감을 갖고 헌신하는 것이 옳은 일이겠다는 판단을 하게 됐습니다.

웹진 독자들에게 단장님의 주요 연구 분야를 소개해주세요.

모든 항공우주 비행체는 비행 및 자세 제어를 위해 추진력을 필요로 하게 됩니다. 발사체의 경우 엔진에서의 연소과정을 통해 연료와 산화제가 가진 화학에너지를 열에너지 및 운동에너지로 변환시킴으로서 지구의 중력을 이겨낼 추진력을 얻게 되며, 이러한 연소 및 추진 공학이 제 전공 분야입니다. 연소 과정에서는 수천 가지의 화학종 사이에 수백 단계의 화학반응이 발생하여 매우 복잡한 열유체역학적 현상을 만들어내며, 그 과정에서 다양한 종류의 불안정성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그러한 불안정성의 발생 조건과 특성을 규명하고 제어할 방법을 개발하기 위해 슈퍼컴퓨터를 이용한 해석적 연구와 함께 여러 가지 실험적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고등학생 시절 SF영화를 보며 어느 곳이든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비행체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꿈을 꾸었습니다. 어디든 붙잡을 곳만 있으면 오르려는 아이들이나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이카루스 전설 등을 보면 인류의 DNA에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원초적 본능이 내재되어 있는 듯합니다. 며칠 전 미국 민간우주기업의 창업자를 만났는데 그 역시 하늘과 우주를 향한 도전은 인류의 운명 같다는 말을 하더군요. 저도 그런 인류의 꿈에 근접해 기여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어 늘 행복하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발사체 연구뿐만 아니라 2017년부터 국내 차세대소형위성 2호 개발사업의 전담평가위원으로도 활동하고 계십니다.

지상에서 발사되는 우주발사체는 짧은 시간 폭발적인 추력으로 대기권을 탈출해야 합니다. 반면 우주 공간에서 작동하는 위성의 추진은 장기간의 운용 안정성과 정밀도, 최대한의 연료 효율을 고민하기 때문에 사실상 추구하는 목표가 전혀 다른 분야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우주개발 역사가 매우 짧고 저변도 얇다보니 제가 우주위성의 자세제어용 추진 기술 분야에도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당시의 우주기술단장님께서 지금처럼 우주개발의 분위기가 한껏 무르익을 때를 대비해 두 분야의 전문가들이 융합적인 시각을 갖추도록 의도적으로 배치해주신 듯합니다. 덕분에 배경지식이 거의 없던 위성개발의 막전막후와 관련기술 동향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런 경험이 현재 우주기술단장으로서 우주개발 전반의 연구개발 지원과 기획에 큰 자산이 되고 있습니다. 더구나 차세대소형위성 2호는 제 임기 중 누리호의 3차 발사를 통해 우주로 투입될 예정이라 개인적으로 애정과 기대가 무척 큽니다.

“우주개발 과정에서의 실패는 두렵지 않은 일”

설계부터 제작, 시험 및 발사 운용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우리 힘으로 해낸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1차 발사는 미완의 성공이란 평가를 받았습니다. 마지막 단계에서 3단 로켓의 이상으로 위성 모사체를 목표 궤도에 진입시키지 못해 많은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그런 만큼 누리호 연구진과 관계자들은 이번 2차 발사만큼은 국민적 기대와 응원에 확실히 보답하겠다는 각오 속에 막바지 준비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곧 있을 누리호 2차 발사 준비가 매우 순조롭다는 소식이 언론을 통해 전해지고 있습니다. 현재 진행 상황에 별다른 문제는 없는지요?

수많은 실패와 시행착오를 딛고 일어선 우주강국들의 사례가 말해주듯이 우주개발은 성공에 대한 장담이 매우 어려운 분야입니다. 지난 10여 년 간의 누리호 개발 과정이 큰 사고 없이 비교적 순탄하게 진행돼온 것만으로도 이미 기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성공과 실패를 확연히 가르는 이분법적 사고 속에서 누리호 연구진과 관계자들은 그간 단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었을 것이라 여겨집니다. 지난해 10월 1차 발사에서 발생한 문제 역시 성탄절과 연말연시 연휴까지 반납한 채 밤낮없이 검토하고 분석한 끝에 빠르게 원인을 규명했습니다. 로켓 시험비행에 실패할 때마다 오히려 “매우 반가운 일”이라 표현했던 일런 머스크의 트윗처럼, 우주개발의 시험과정에서 잠재적 이슈가 드러나지 않은 채 운좋게 성공하는 경우가 어찌 보면 개발자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라 할 수 있습니다. 개발과정에서 미세한 결함이나 필요 이상의 과잉설계를 확인하고 보완할 기회를 놓친다는 것은 결국 저비용·고효율·안전성이 생명인 상용 발사체로서 경쟁력을 갖출 기회를 놓치게 된다는 것과 같은 말이기 때문입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란 속담이 가장 적절할 수밖에 없겠군요.

누리호 1차 발사의 실패를 복기하는 과정에서도 뜻하지 않게 값진 소득을 얻었습니다. 조사위원회를 구성한 지 2개월 만에 우리 스스로 3단 엔진의 연소가 조기 종료된 원인을 찾아내며 우주개발 선진국들이 결코 알려주지 않는 중요한 경험과 데이터들을 얻게 된 것입니다. 비행 중에 3단 엔진 내부의 헬륨탱크 고정 지지부가 풀리며 산화제탱크 배관에 균열이 생겨 산화제가 누출됐음에도 불구하고 폭발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은 그만큼 치밀한 설계와 튼튼한 성능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했습니다. 놀라운 속도로 원인을 파악한 덕분에 간단한 설계변경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변경된 일정에 맞춰 무사히 2차 발사를 준비할 수 있게 됐습니다.

누리호 2차 발사에서 달라지는 점은 무엇인가요?

누리호 1차 발사에선 1.5t의 위성모사체만 탑재된 것과 달리, 2차 발사부터는 우주환경에서 실제 작동할 성능검증위성이 실립니다. 국내에서 개발된 여러 우주기술부품의 우주환경 검증을 수행할 뿐 아니라, 국내 4개 대학에서 개발한 큐브위성 4기를 궤도에 투입하는 실질적 임무를 갖고 있습니다.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에서는 본 2차 발사가 마지막 시험비행에 해당하며, 성공한다면 우리나라는 세계 7번째로 1톤급 위성을 독자적으로 쏘아 올릴 수 있는 국가들의 대열에 합류하게 됩니다. 우리 힘으로 만든 국산 위성과 발사체가 우리 땅에서 동시에 우주에 오르게 되는 것입니다.

지구궤도 넘어 더 먼 우주로

“너희는 누리호를 보며 우주의 꿈을 키우게 될 거야. 우리는 700㎞를 날아갔지만, 너희는 달까지 화성까지 날아가겠지.” 최근 전파를 타고 있는 광고의 자막처럼, 누리호 발사는 우주개발의 끝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우리의 미래세대가 우주강국 대한민국에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수많은 과정 중의 하나일 뿐입니다.

그간 누리호 개발 사업에 300곳 이상의 연구소와 민간기업들이 참여하며 많은 기술과 경험이 축적됐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나라에도 민간 우주개발 시대가 본격화되리라는 기대가 높습니다.

75톤급 엔진 4기를 묶어 이륙중량 300톤급의 추력을 낼 수 있도록 개발된 누리호는 이미 그 자체로 완성 단계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로써 1.5톤급 저궤도 위성을 우주에 올릴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하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지구 저궤도 위성뿐만 아니라 달착륙선이나 화성탐사에 필요한 대형화물 수송까지 감당할 수 있는 우주 선진국의 발사체들에 비해선 여전히 역량이 떨어지는 게 사실입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누리호에 이어 내년부터 2031년까지 9년간 진행될 차세대 발사체 개발사업을 추진 중입니다. 누리호 대비 월등한 수송능력으로 약 7톤의 화물을 지구 저궤도로 수송할 수 있는 이륙중량 500톤급의 고성능 발사체입니다. 또한 2030년 발사가 계획되고 있는 달착륙선과 단군 이래 최대의 우주개발 사업으로 불리는 한국형 항법위성 사업도 계획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직접 항법위성 8기를 쏘아 올려 독자적인 위성항법시스템을 구축하려는 매우 도전적인 사업입니다. 또한, 한국형발사체고도화사업을 통해 누리호의 개발기술을 민간기업으로 이전하여 기업 주도하에 양산 체계를 갖추고 경제성 있는 발사체로 발전시키도록 계획하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국형 뉴스페이스 시대의 개막을 앞두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우주개발선진국과는 달리 여건이 충분히 무르익지 않은 상태에서 민간우주시대의 거대한 물결이 도래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월드컵 4강에 오르거나 김연아 선수가 탄생한 뒤 비로소 관련 종목의 저변이 넓어지고 제대로 된 인프라가 마련되기 시작했던 것처럼, 척박한 환경에서 기적처럼 누리호 개발에 성공했지만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그간 힘들게 구축해온 우주기술 생태계 전반의 지속적인 동반 성장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따라서 무엇보다 우리 재단의 정교하고 미래지향적인 연구개발 기획과 관리 역량이 중요해지고 있는 때이기도 합니다.

우주기술단의 소관 분야인 지능형 무인이동체 등의 항공기술 연구개발에 대한 관심도 높습니다.

우주와 항공은 비슷하면서도 다른 분야입니다. 따라서 성층권 고도도 무인기 개발사업처럼 융합의 관점에서 많은 접근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특히 이 부분에서는 한국연구재단 우주기술단의 R&D 사업 기획과 관리 시스템이 새로 출범할 항공우주청(가칭)을 지원하는 전문기관의 모태가 될 가능성이 큰 만큼 다양한 전문가들의 이야기에 늘 긴장하며 귀 기울이고 있습니다. 우주기술단은 현재 우주부터 항공까지 약 35가지의 연구개발 사업을 관리하고 있는데 무엇 하나 간단한 사업이 없습니다. 이에 따라 각각의 분야별 특성에 걸맞은 전문가 그룹의 확대도 시급해 이와 관련한 인력 확충과 조직 개편 계획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끝으로 신임 우주기술단장으로서의 각오와 연구자들에게 전할 당부 말씀 부탁드립니다.

본격적인 우주시대의 개막을 앞두고 국가적으로나 재단 자체적으로 큰 변화를 앞둔 시기에 과연 제 역량이 우주기술단장이란 자리를 감당할 수 있는 것인지 매일매일 스스로를 돌아보게 됩니다. 큰 기여는 못 할지라도 적어도 피해는 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심정으로 신경을 바짝 곤두세우며 우주기술단의 중책에 임하고 있습니다. 이런 막중한 책임감은 물론 저만의 고충이 아닐 것 이라 생각합니다. 민간 우주시대의 도래라는 갑작스런 환경 변화 앞에서 정부와 기업, 재단과 일선의 연구자들 모두가 마찬가지 심정일 것이라 믿습니다. 이런 한국 우주개발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잘 조율해 어떤 형태로든 우주강국 시대를 살아갈 미래세대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최선을 다해 국내 우주기술 생태계 전반의 발전에 힘을 쏟겠다고 각오하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이런 결심에 연구재단의 동료 전문가들이 큰 힘이 되고 있기도 합니다. 겉으로 크게 드러나지 않더라도 묵묵히 우주기술 전 분야의 연구개발 이슈와 세부적인 기술적 요소들을 속속들이 파악하며 밤낮없이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는 재단 연구원들에게 감사와 응원의 마음을 전합니다. 다만 연구원들이 과도한 업무 부담 때문에 전문기술 역량강화에 대한 열망을 펼칠 기회를 충분히 갖지 못해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조속히 인력이 확충되어 연구재단 구성원들의 R&D 기획·관리 역량이 한층 더 고도화된다면 국가 R&D 성과 또한 그만큼 발전하게 될 것입니다.

About the Interviewee
이복직 우주기술단장

서울대학교 항공우주공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국방과학연구소와 LIG넥스원을 거쳐 케임브리지대와 KAUST에서 항공우주 추진 및 연소 기술을 연구했다. 2016년 광주과학기술원, 2019년부터는 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한국연구재단 국책연구본부 전문위원과 차세대소형위성 2호 개발사업 전담평가위원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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