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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감나는 가상·증강현실 보여줄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 개발

2021 젊은 과학자상 대통령상 수상자 시리즈1
숙명여자대학교 ICT융합공학부 전자공학전공 이현구 교수

디스플레이(Display)는 ‘전시하다’, ‘보여주다’란 뜻이 있는 단어입니다. 현대사회에서는 TV, 컴퓨터, 휴대폰을 비롯한 각종 기계·전자제품이 작동하는 내용을 빛으로 구현해 시각적으로 전달하며 첨단 제조업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했습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의 장기화로 화상회의와 온라인 수업 같은 비대면 사회활동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고해상도 차세대 디스플레이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습니다. 2021 젊은 과학자상(대통령상) 수상자 이현구 숙명여자대학교 ICT융합공학부 교수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기존 디스플레이 기술의 한계를 극복했습니다. 콜럼버스의 달걀처럼 차세대 디스플레이 개발의 단초를 마련할 이현구 교수의 도전을 소개합니다.

PART 1.연구자의 길

이현구

2021년 젊은과학자상 주인공이십니다. 2020년에는 머크 젊은과학자상도 수상하셨어요. 수상소감과 함께 큰 상들을 잇달아 받으실 수 있었던 저력에 대해서도 말씀해주세요.

디스플레이학회에서 젊은과학자상 후보로 추천해 주셨어요. 하지만, 전기전자분야는 연구 주제도 폭넓은 만큼 많은 연구자분들이 좋은 성과를 내셨기 때문에 수상을 기대하지는 못했습니다. 수상 소식에 소름이 돋을 만큼 놀라고 기뻤습니다. 또 저에게 과분한 상인 걸 알기에 기쁨만큼 어깨도 무거웠습니다. 디스플레이 개발은 굉장히 다양한 학문 분야의 성과가 요구되는 융합분야로 저 혼자 연구를 진행할 수 없습니다. 오랜 기간 국내 산업체, 출연연, 대학의 많은 연구자분들이 도움을 주셔서 좋은 결실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더불어 많은 분들이 축하해 주신 만큼 앞으로도 더 열심히 연구하겠습니다.

이현구

디스플레이의는 첨단 기술을 사람들에게 직관적으로 보여주고 상호작용을 이끄는 매개체란 점에서 중요성이 큰 것 같아요. 디스플레이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요?

어렸을 때는 TV를 즐겨봤는데 화면 속에서 어떻게 영상이 구현되는지 무척 궁금했어요. 2004년 대학원에 진학하며 디스플레이와의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PDP와 LCD를 이용한 대형 TV 등 새로운 디스플레이 기술들이 등장해 관련 기술을 깊이 있게 공부해 보고 싶었어요. 특히 디스플레이는 연구성과를 눈으로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점이 엔지니어로서 큰 매력이었죠. OLED 연구로 석박사를 마친 후 최근에는 VR/AR용 디스플레이의 크기와 무게를 줄이는 동시에 더욱 선명한 화질을 구현하는 연구를 지속해왔습니다. 최근 집중하는 연구는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주목받는 양자점 발광 다이오드(Quantum-dot LED; QLED)를 비롯해 가상/증강현실용 OLED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초고해상도 디스플레이 기술과 다양한 광전자소자 등입니다.

이현구

기업과 정부출연연구소를 거쳐, 현재는 대학에 몸담고 계십니다. 산학연 현장에서의 경험이 교수님의 연구가 기술적, 산업적으로 결실을 맺는 든든한 배경이 됐을 것 같아요.

산학연의 다양한 연구환경과 시스템을 경험한 것이 연구자로서 큰 행운입니다. 한편으로 새로운 연구환경에서 새로운 과제를 시작하는 것은 언제나 큰 도전이고 모험입니다. 석사를 마친 후 병역특례로 LG 디스플레이에서 3년간 근무하며 다양한 LCD 패널 개발에 참여했어요. 박사를 마친 뒤에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7년간 정부·민간 과제를 기획하고 직접 수행했습니다. 2020년 3월 숙명여자대학교로 자리를 옮긴 후에도 디스플레이 등 광소자 관련 연구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기업은 첨단 제품으로 시장을 선도하고 이윤을 창출하려면 소비자의 선택을 받아야 합니다. 품질과 제조기간, 제조단가, 납기 일정도 모두 제품개발에 포함돼야 합니다. 개발자에게 쉽지 않은 미션이지만, 기술을 실제 제품으로 구현한 경험은 책으로는 배울 수 없는 큰 공부입니다. 반면 출연연은 국가의 미래를 책임질 연구주제를 발굴하고, 선도적으로 연구를 수행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많은 동료연구자들과의 협업을 통한 시너지를 만드는 것이 큰 장점입니다. 대학은 기업, 출연연과는 다른 의미에서 창의적인 도전이 가능합니다. 다양한 공동연구와 협업을 통해 연구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연구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습니다.

PART 2.내가 하는 연구는?

이현구

지금까지는 병렬로 나열했던 OLED 화소를 수직으로 쌓는 ‘적층형 풀 칼라 OLED 소자를 개발해 차세대 디스플레이 개발의 단초를 제공하셨습니다.

초고해상도 OLED 및 QLED는 단위 면적당 화소가 많을수록 해상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발광층 패터닝 기술이 중요합니다. 지금까지는 적, 녹, 청 보조화소 삼원색을 수평으로 배치하여 하나의 화소를 이루었는데요. 이 같은 방법으로 해상도를 높이면 디스플레이의 면적이 증가합니다. 하지만 최근 VR/AR 기기 등 작은 디스플레이에서 요구되는 고해상도 기술을 구현하려면 새로운 방법이 필요합니다. 지금까지는 OLED를 쌓는 것은 기술적으로 매우 어렵게 여겨졌는데요. ETRI 창의도전 과제를 통해 기존의 상식을 깨고 수직 적층형 Full-color OLED 소자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습니다. 적, 녹, 청 보조화소를 수직으로 적층하여 하나의 화소에서 총천연색 구현이 가능함을 입증하고, 기존 수평 구조 대비 3배 이상 높은 해상도 구현도 확인했습니다. 연구성과는 2020년 6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논문으로 게재됐습니다.

이현구

세계 최초로 0.8인치의 광시야각 OLED 마이크로 디스플레이도 개발하셨습니다.

비대면 문화가 가속화되며 가상현실·증강현실 기술도 더욱 발달할 전망입니다. 특히 MZ 세대의 새로운 생활공간인 메타버스 기술이 발전하며 초고해상도 마이크로 디스플레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VR/AR 기기는 대부분 고글 형태로 사람의 눈 가까이에서 영상을 구현합니다. 따라서 사용자의 눈의 피로를 최소화하고 몰입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초고해상도(>2000 pixel per inch) 디스플레이가 요구됩니다. 즉, 디스플레이의 크기는 1인치 이하로 작아지지만, 풀 HD 또는 그 이상의 디스플레이를 구성하는 화소를 모두 구현해야 합니다. 관련 연구는 2016년 ETRI 민군융합기술연구사업으로 시작돼 2018년 국내 최초의 SXGA급 0.7인치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관련 기술은 국내 기업에 기술이전되어 국산화의 발판도 마련했습니다. 이후 후속연구를 지속하여 세계 최초의 32:9 화면 비율을 가지는 광시야각 0.8인치 OLED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개발에도 성공했습니다. 최근 메타버스 기술이 2025년이면 300조 원 규모의 큰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그간 시장의 수요를 관망하던 대기업들의 관심도 높아지는 상황입니다.

이현구

첨단 기술을 연구하며 느끼는 애로사항은 무엇인가요? 나아가 교수님의 연구성과가 앞으로 우리의 삶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길 기대하나요?

디스플레이 기술은 혁신을 거듭하고 있지만, 메타버스 속 가상현실을 이질감 없이 체험하는 데는 여전히 한계가 있습니다. 이미 20년 전 영화 마이너리포트에서 톰크루즈는 허공에서 작동하는 투명 디스플레이가 등장했습니다. 영화 매트릭스는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정보를 디스플레이했고요. 이처럼 최첨단 디스플레이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SF 영화를 통해 일반인들에게 익숙한 장치가 되었습니다. 많은 분 들은 이미 관련 기술들이 현실에 있거나 쉽게 구현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일례로 접는 휴대전화 상용화는 굉장히 혁신적이고 도전적인 기술이었지만, 소비자들은 신기술처럼 느끼지 않는 예도 있습니다. 이처럼 사람들의 인식 속도와 기술 개발의 속도에는 큰 차이가 있는데요. 디스플레이 연구자로서 무엇을 연구해야할 지,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 고민이 많습니다. 엔지니어의 기본은 우리 사회의 불편을 해결할 방법을 찾는데 있음을 잊지 않고, 연구개발에 집중하고자 합니다.

PART 3.나의 원동력, 나의 경쟁력

이현구

OLED 초고해상도 디스플레이의 핵심 기술을 개발해 오셨습니다. 좋은 연구 결실을 보기위해 견지하는 연구자로서의 자세 또는 연구철학이 있나요?

현대의 연구개발은 끝이 없습니다.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어도, 워낙 빠른 속도로 새로운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디스플레이 연구자가 되려면 사람이 눈으로 영상을 볼 수 있도록 광학, 물리학, 전기신호를 빛신호로 바꾸기 위한 전자공학, 재료공학, 화학, 전기공학, 소자 및 회로설계를 위해 컴퓨터시뮬레이션, 수학 등 다양한 학문적 배경이 필요합니다. 한 분야를 꾸준히 공부하며 자신의 전문성을 키우는 동시에, 우수한 공동연구자들과 함께 협업하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저 역시 제가 부족한 부분들은 공부하며 막히는 부분에서는 동료 연구자들의 도움으로 얽힌 실타래를 풀 수 있었는데요. 수직 적층형 기술의 경우 2006년 기업에서 근무하며 특허로 출원할 때만해도 기술적으로 구현이 어렵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지난 십여 년간 관련 아이디어를 꾸준히 발전시켜 현재의 기술이 완성됐습니다. 지금은 당장 어렵더라도 포기하지 않으면, 해당 기술은 물론 저변 기술들이 계속 발전하며, 새로운 해법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이현구

교수님의 연구 분야에서 궁극적으로 이루고 싶은 연구 목표, 또는 앞으로 10년간 이것만은 꼭 해결하고 싶은 주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무엇을 해야겠다는 계획보다는 공학자로서 제가 연구개발한 내용이 실제 제품으로 구현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큽니다. 미래 사회는 비대면 활동이 증가하며, 사람이 기계 및 전자기기와도 소통하는 환경이 일반화 될 전망입니다. 이에 따라 디스플레이의 중요성이 더욱더 증가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디스플레이 소자와 함께 미래 디스플레이에 활용 가능한 다양한 광전자소자의 연구를 통해 가깝게는 최근 디스플레이 계의 화두인 마이크로 디스플레이나 초고해상 디스플레이 연구 분야의 난제인 화소 간 간섭문제 해결을 통해 색 재현율 향상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또한 시간이 걸리더라도 개발하고 싶은 기술이 있습니다. 오래 봐도 눈이 나빠지지 않는 디스플레이, 오히려 볼수록 눈 건강에 도움이 되는 디스플레이를 구현하고 싶습니다.

이현구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같이 추진하는 함께 달리기 사업에서 Post InP 양자점 관련 한국연구재단의 과제 기획위원으로도 활동하셨습니다.

지금까지 한국연구재단, 산업기술평가기술원, 정보통신기획평가원 등 지원기관별로 나뉘어 추진되던 정부연구개발과제가 부처의 벽을 허물고 함께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디스플레이소자 분야에서는 한국연구재단이 양자점소재개발을 지원하면, 산자부는 이를 대량 생산해서 패널에 적용하는 연구를, 중기부는 단기간 내에 제품에 적용 가능한 과제를 지원합니다. 한국연구재단의 과제 기획위원으로 활동하며 연구의 방향성을 고민하며 보람을 느꼈습니다. 한편 공학은 인력과 시간, 돈을 투자할수록 빠르게 발전합니다. 우리나라는 OLED 분야의 선도국이지만, 최근 중국의 투자공세가 거셉니다. 중국을 견제하려면 중국과 다른 전략이 필요합니다. 돈과 물량, 인력으로는 우위를 점하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때문에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로 기술적 격차를 유지하고 더욱 발전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길 기대합니다.

PART 4.내 인생의 책

스티브 잡스 자서전을 읽으며 엔지니어로서 존경과 공감을 느꼈습니다. 스티브 잡스하면 타고난 천재성으로 어렵지 않게 혁신 기술들을 개발해 온 것처럼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보이지 않는 힘든 상황을 극복하고 부단히 노력해 온 결과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PART 5.신진연구자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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