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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과학과의 우연한 인연에서 배운 삶의 지혜

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본부 이공학술지원팀 이수진 연구원

올해(2022년)는 UN이 지정한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세계 기초과학의 해(International Year of Basic Sciences for Sustainable Development, IYBSSD)’입니다.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의 달성을 위한 기초과학의 역할과 중요성에 대해서 국제적으로 합의함을 의미합니다.

7월 8일에 열린 유네스코에서의 IYBSSD 2022 개막 행사를 계기로, 저와 기초과학과의 우연한 인연을 회고하고자 합니다. 또한, 기초과학과의 운명적인 만남을 통해서 배운 삶의 지혜를 여러분께 소개하겠습니다.

‘학문의 즐거움’ : 삶의 지혜를 얻는 과정

지난 7월 허준이 교수의 필즈상 수상 인터뷰를 보면서, 고등학교 1학년 때 읽었던 책 <학문의 즐거움>이 떠올랐습니다. <학문의 즐거움>은 필즈상 수상자이자, 허준이 교수의 은사인, 히로나카 헤이스케 교수의 자서전입니다. 당시 고등학생인 저자가 풀었던 수학 문제(책 64쪽 참고)를 보자마자, 저도 ‘스스로의 힘으로 풀 수 있다’라는 것을 증명해보겠다며 문제와 씨름하던 기억이 납니다. 개인적인 수학적 호기심을 충족하는 과정도 흥미로웠지만, 저자의 인생의 여로를 추적하며 배움, 창조, 도전, 자기 발견의 과정에서 배울 수 있는 삶의 지혜가 더욱 인상 깊었습니다. 그중에서 기억에 남는 일화 2가지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배움의 목적’ : 지혜의 넓이, 깊이, 힘의 축적

첫 번째는 배움의 목적과 관련한 일화입니다. 시험을 준비하면서 반복하며 외운 정보임에도 불구하고 기억해 내기 어려운 경험이 많습니다.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도 결국 잊어버린다면, 왜 공부를 계속해서 해야 하는 걸까요? 저자는 공부하는 과정에서 ‘눈에는 안 보이지만 살아가는 데 있어 중요한 지혜’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의 두뇌에 불연속적으로 축적된 정보를 연속적으로 연상해 낼 수 있는 지혜의 ‘넓이’와, 장시간 동안 끈기 있게 사고하는 훈련과 고민을 통해 형성할 수 있는 지혜의 ‘깊이’, 고난과 역경 속에서 의지할 수 있는 지혜의 ‘힘(판단력)’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소심심고’ : 소박하게, 깊이를 더하는 생각

두 번째는 소심심고(素心深考)의 자세와 관련한 일화입니다. 배움 앞에서 항상 겸손함을 보이는 저자가 잠시 교만했던 시기와 관련한 에피소드입니다. 저자는 세미나에서 연구결과 발표 후에 엄청난 찬사를 받게 되자, 자신의 방법을 고집하고 편견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이 방법으로 못 풀면 현대 수학으로서 풀 수 없을 것이다.’라는 독선에 빠지게 됩니다.

저자는 성공의 경험이 자칫 소박한 마음을 잃게 만들 수 있고, 그것이 본인의 실패 원인이라고 생각하며, 원점으로 돌아가서 솔직하고 소박한 마음을 유지하는 것의 중요성을 역설합니다. 소심심고는 ‘소박한 마음으로 돌아가서 다시 깊이 생각하라’를 의미합니다. 배움을 통해 축적된 지혜와 소심심고의 자세는 재단에서의 생활에서도, 앞으로의 인생에도 모두 충분히 통용될 수 있는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호기심, 근거 없는 자신감’ : 불안에 대처하는 유연성과 원동력

2016년 10월 말, 당시 수강하던 강의를 통해, 2009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이자 영국왕립학회 벤키 라마크리슈난 회장의 강연에 참석했습니다. 그에게 노벨상 수상을 안겨준 리보솜의 구조와 기능의 소개를 현장에서 직접 수상자에게서 생생하게 들을 수 있어서 감동적이었습니다. 세미나가 끝난 후, 과학도와의 대화 시간에서 라마크리슈난 회장의 진솔한 답변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연구자로서 가장 중요한 태도는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연구자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은 ‘순수한 호기심’이며, 그것이야말로 연구를 지속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허준이 교수의 필즈상 수상 기념 수학 강연회 중 ‘근거 없는 자신감’은 유연성을 부여할 수 있다고 강조한 것과도 관련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선택한 길을 확신할 수 없어서 불안할 때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묻는 학생의 질문에, 근거 없는 자신감이 목표를 변경하도록 돕기도 하고 기존 목표를 향해 더 나아갈 수 있도록 하면서 인생을 끝까지 잘 살아낼 수 있게 하는 큰 힘이 될 수 있다고 답변했습니다.

앞으로 재단에서의 생활에서 업무를 지속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원동력이 무엇인지를 고민해 보았습니다. 최근 체험형 인턴 선생님들과의 ‘선배와의 대화’ 시간을 통해, 그동안 잊고 있었던 초심을 선생님들의 열정 가득한 눈빛에서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소심심고. 학술 및 연구개발 활동을 지원함으로 사회에 이바지하고자 했던 초심을 잃지 말자고 다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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