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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해결형 연구가 복합위기 돌파구”
한국연구재단 인문사회연구본부 전우현 본부장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국은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 리그에 진입한 세계 유일의 나라입니다. 하지만 성장동력의 고갈, 심각한 저출산과 고령화, 피아의 식별이 불분명한 전 세계적 패권 경쟁 등, 일찍이 경험해보지 못한 대내외의 복합위기 속에 과거의 성공방정식만으로는 더 이상 번영을 기대하기 어려운 때를 맞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학령인구 감소와 수도권·지방의 불균형,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라는 거대한 변화의 파고에 직면한 우리 대학 사회의 현실 역시 2023년 대한민국이 헤쳐 나가야 하는 복합위기의 압축판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위기는 해결 과정에서 늘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기 마련입니다. 전우현 신임 인문사회연구본부장은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문제해결형 연구가 위기의 대학, 나아가 우리 사회 전반의 각성과 도전의지를 재점화시키는 새로운 마중물이 될 수 있을 거라 강조하고 있습니다.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할 때”

지난 1월 한국연구재단 인문사회연구본부장에 선임된 전우현 본부장은 상법학, 그중에서도 특히 보험법을 중심으로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 등이 주도하고 있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사회 변화와 법·제도 개선에 관심을 기울여온 법학자입니다. 2016년에는 한국연구재단 사회과학단장을 역임하며 관련 학계 전반의 발전에도 큰 힘을 쏟았습니다.

인문사회연구본부장 취임을 축하드립니다. 이미 사회과학단장으로 일하신 바 있어 연구재단의 환경이 낯설지 않으실 텐데요. 복귀하신 소감 말씀 부탁드립니다.

2년간의 사회과학단장 임기 중 좋은 일이 많았던 덕분에 이곳을 떠나서도 자주 생각이 나곤 했습니다. 그러던 중에 예상치 못하게 다시 돌아오게 돼서 추억이 현실이 되니 감회가 더욱 새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함께 일하던 직원들과도 자주 연락하며 지낸 까닭에 재회가 무척 기뻤습니다. 하지만 과거의 기억으로만 잘 지낼 수는 없습니다. 이제 저와 우리 인문사회연구본부 모두 새로운 임무와 역량이 요구되고 있는 때인 만큼 한층 더 실질적인 기여를 해야 한다고 다짐하고 있습니다.

인문사회연구본부장 부임 후 어떻게 지내셨는지요?

새로 맡겨진 역할과 업무를 파악하는 게 우선이었습니다. 연구재단의 일과 사람 모두 익숙하다는 게 큰 도움이 됐지만 다시 처음부터 차근차근 새롭게 익힌다는 마음가짐으로 본부와 산하 연구단의 임무에 접근하고 있습니다. 특히 인사가 만사인 만큼 그간 상당 부분 변화한 인사 제도를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처리하는 데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사회과학단장으로 계실 때보다 인문사회 분야의 학술연구와 후속세대 양성의 어려움이 가중되었을 것으로 사료됩니다. 현장에 계시며 느끼신 학계의 분위기를 전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현재 우리 대학 사회가 겪는 입학 자원 고갈과 학과 구조조정 등의 문제는 곧 대한민국 전반의 어려움을 상징하는 것이라 여겨집니다. 여기에는 비단 한국의 상황뿐만 아니라 오랜 기간 지속되고 있는 팬데믹과 전쟁, 전 세계적인 경제 침체와 같이 국제 정세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고 보입니다. 이런 가운데서 국내 대학들이 더욱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부문이 학문후속세대 양성의 보루라 할 수 있는 대학원 진학률의 지속적인 하락입니다. 물론 대학과 학문, 특히 인문사회 분야의 연구자들은 이전에도 어느 한 순간 풍요로운 적은 없었습니다. 우리나라가 늘 위기를 상정하며 발전해왔듯이 국가와 사회 분위기에 늘 민감하게 반응해 왔습니다. 학문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한편으론 이런 상시적인 위기감이 우리 대학 사회의 꾸준한 혁신을 견인하는 원동력이 되어 왔다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그리고 향후에도 사회 여건의 변화 양상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대학을 넘어 사회 전반의 문제 해결에 기여하려는 연구 노력을 통해 어려운 현실의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학문후속세대 지원이 곧 미래의 대비”

한국연구재단 역시 ‘인문사회학술연구교수’ 등의 사업을 통해 국내 인문사회 학술 생태계의 위기를 타개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연구 환경이 열악한 인문사회 분야의 어려움을 감안해 시작된 ‘인문사회학술연구교수’는 A유형과 B유형으로 나뉩니다. A유형은 장기, B유형은 단기 지원사업으로, 올해의 경우 A유형은 총 400명 내외를 선발해 연간 4천만원씩 최대 5년간, B유형은 2,000명 가량을 선발해 1년 동안 2천만원을 지원할 예정입니다.

연구재단 역시 ‘인문사회학술연구교수’ 등의 기획으로 국내 인문사회 학술 생태계의 위기를 타개 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관련 사업에 대한 현장의 반응이 궁금합니다.

인문사회학술연구교수 제도는 연구 역량과 의지 모두 충분한데 전임교원이 되지 못하는 연구자들의 상당수를 학문 생태계 내에 수용할 수 있는 아주 좋은 제도입니다. 재단의 이런 노력이 어쩔 수 없이 연구현장을 떠나야 하는 상황에 놓였던 연구자들과 이를 걱정해온 학문 생태계 전반에 큰 용기를 불어넣고 있다고 확신합니다. 이에 따라 올해 관련 예산도 작년보다 370억 원이 늘어났습니다. 여전히 부족한 액수인 게 사실이지만, 더 탄력적이고 효율적인 활용을 고민해 보다 많은 학문후속세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본부장님과 인문사회연구본부 동료들께서 관심을 기울이시고 있는 주요 사업들에 대해서도 소개 해주세요.

저희 인문사회연구본부는 산하의 인문학단, 사회과학단, 문화융합단이 인문·사회와 예술·체육, 다학제 융합연구 전반의 학술연구 지원 사업을 관리합니다. 나아가 새로운 연구 사업의 기획과 학술정책의 수립 등도 맡고 있습니다. 세부적으로는 본격적인 학문에 처음 발을 들이는 박사과정생과 연구교수·강의교수 등의 신진 연구자부터 전임교원, 중견연구자, 우수연구자 등에 대한 연구 지원 사업을 총괄하고 있습니다. 이에 더해 공동연구와 융합연구, 대규모 전문 연구집단을 육성하는 인문한국(HK)과 한국사회과학(SSK) 사업, 인문학 대중화와 인문도시 사업 등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에 더해 학술지 발간과 학회 개최 지원처럼 학술단체를 지원하는 일도 포함됩니다.

학계뿐만 아니라 관계와 재계까지 두루 활동하시며 우리 인문사회 분야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을 하셨으리라 짐작됩니다.

국가연구개발비 투자 비중에서 1% 정도밖에 안 되는 인문사회 연구 분야에서 1억 원, 2억 원은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닙니다. 하지만 나라 전체의 살림살이를 관장하는 부처 관계자의 입장에서는 보는 관점이 다를 수밖에 없어 매년 보다 많은 예산 배정을 위해 큰 노력을 쏟아 붓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특히 국내 인문사회 연구의 큰 버팀목이라 할 수 있는 HK와 SSK 사업의 예산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라 이를 타개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는 중입니다. 한편으로는 이제 우리 인문사회 연구 생태계가 요구만 할 게 아니라 상대적으로 부족해 보이는 성과를 확대하기 위해 노력할 때라는 생각도 듭니다.

현재 우리나라가 처해 있는 무역수지 위기, 인플레이션, 장기간의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안보 상황은 모두 인문사회연구의 직접 과제입니다. 극적인 해결책이 아니더라도 이에 대해 국가와 국민이 납득하고 토론할 수 있는 대응책을 제시하는 것과 같은 문제해결형 연구를 위해 노력을 해야 할 때입니다. 고대 로마법을 보면서 느꼈던 바이지만, 시민법과 만민법 등의 법체계 정비는 로마가 도시국가에서 제국으로 팽창하는 지렛대였습니다. 르네상스, 계몽주의, 종교개혁, 산업혁명기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당시의 인문학과 사회과학은 사람들에게 깨달음의 계기를 제공했습니다. 전례없는 대한민국의 위기 앞에서도 인문학과 사회과학이 올바른 판단을 제시하는 나침판이 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개인도 국가도 도전정신이 중요”

전우현 인문사회연구본부장은 법학자인 동시에 전문 산악인이기도 합니다. 고산준령이 즐비한 영남 북부 지방에서 나고 자라서인지 대학에 진학해서도 산악부를 책임지며 수많은 암벽과 빙벽에 매달려 왔고, 현재도 대한산악연맹의 부회장을 맡아 산악인 후배들의 해외 원정에 물심양면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그가 도전적인 삶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도 이런 특별한 취미와 같은 맥락인 듯합니다.

등산뿐만 아니라 축구부 지도교수를 맡으시는 등 스포츠에 관심이 많으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학 산악회장을 하며 북한산 인수봉과 오봉, 도봉산 선인봉, 주봉 등만 100회 넘게 오르고 설악산 동계 원정처럼 대학생들의 알피니즘 문화를 발전시키는 데 나름 많은 공헌을 해왔다고 자부합니다. 당시 양성한 후배들이 알프스 3대 북벽과 히말라야, 미국 요세미티 등의 원정에 성공하기도 했습니다. 등산은 인자요산 지자요수(仁者樂山 智者樂水) 같은 경구나 선비들의 유산록(遊山錄)에서 보듯 건강을 지키고 호연지기를 기르는 최고의 스포츠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한창 등반에 빠져 있을 때는 산을 더 잘 타기 위해 역도 운동까지 했습니다. 축구부 지도교수를 맡으며 선수, 학생들과 함께 구르며 땀을 흘린 뒤 시원하게 맥주 한 잔 하는 것도 큰 기쁨이었습니다. 모름지기 몸과 마음이 건강해야 공부도 할 수 있고, 무엇을 하든 즐길 줄 알아야 크게 성공도 할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그리고 우리 대학 역시 이런 도전정신의 여하에 따라 미래의 모습이 크게 바뀌게 될 것이라 봅니다.

끝으로 연구자와 재단 구성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연구활동, 연구조직 모두 사람의 일인 만큼 등산이나 축구 같은 스포츠와 마찬가지입니다. 조화와 단결이 가장 중요한 성공의 동력입니다. 선의의 경쟁 속에서도 서로 배려하고 협력하는 마음가짐을 기반으로 우리 인문사회 연구 생태계 전체의 발전을 꾀하자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또한 현 정부의 3대 개혁과제와 같은 시대적 요구들에 대한 능동적인 대응과 해법 제시를 통해 제대로 성과를 보여준다면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위기가 또 다른 기회 창출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이런 반전의 계기 마련을 위해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About the Interviewee
전우현 인문사회연구본부장

서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7년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부임하였으며 한국연구재단 사회과학단장, 법무부 사법시험위원회 출제위원,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 조정위원, 공정거래위원회 약관심사위원, 금융위원회 자체규제심사위원,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 및 분쟁조정위원 등으로 활동했으며 한국보험법학회장, 한국상사판례학회장 등 학회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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