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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발 암 정복의 열쇠,
항암제 내성 유전자 잡는 신약개발 출사표

한국화학연구원 정보융합신약연구센터 조용희 선임연구원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百戰不殆), 즉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뜻으로 중국의 고전 <손자병법>에 나오는 말입니다. 조용희 박사는 암, 그중에서도 항암 치료 후 재발된 암을 정복하기 위해 신약 개발에 나선 신진연구자입니다. 그는 항암제를 개발에 앞서 암을 이루는 세포를 이해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생명공학연구자로 성장하며 쌓아온 기초연구 역량을 바탕으로 빅데이터 및 화학 분야와의 융합으로 항암제 개발에 속도를 내는 조용희 박사의 연구실을 찾았습니다.

PART 1.연구자의 길

보다 좋은 항암제 개발을 위해 출사표를 던지셨습니다.

조용희

암을 극복할 신약을 개발해,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고 삶의 질 향상에 직접적으로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좋은 약을 개발하려면 우리 몸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합니다. 몸속 세포 한 개는 작은 사회와 같아요. 저의 연구실을 예로 들면, 연구책임자인 저와 박사후연구원 1명, 그리고 UST 학생 2명이 팀을 이뤄 각자 맡은 역할과 기능을 수행합니다. 이처럼 작은 팀도 구성원들의 유기적 관계를 통해 유지, 발전하죠. 좀 더 범위를 넓히면 제가 일하는 한국화학연구원(이하 화학연)은 연구부서 외에도 행정부서, 보안팀, 시설팀, 구내식당 등 모든 조직이 상호작용하며 하나의 비전을 향해 나아갑니다. 암의 메커니즘도 이와 다르지 않아요. 암도 다양한 세포로 이루어져 있고, 그중 대장세포가 다양한 세포들의 관계를 이끌며 성장합니다. 이 같은 암의 기작을 연구하여 암의 성장에 핵심 역할을 하는 세포, 즉 약물치료 타깃이 될 핵심 단백질을 발굴하고 신약개발에 이르는 일련의 연구를 통해 항암제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어린 시절 꿈도 생명공학연구자였나요? 신약 개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도 궁금합니다.

조용희

제가 고등학생 때 세계적으로 줄기세포 연구가 붐이었습니다. 최신 연구소식을 접할 때마다 생명공학연구자가 되고 싶다는 꿈도 커졌는데요. 대학에서 생명공학을 전공하며 암세포에도 줄기세포가 존재하는 걸 알게 됐고, 암 줄기세포를 공부해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연구를 하고 싶었습니다. 대학원에 진학하고 박사후연구원까지는 암의 작용 기작을 밝히는 기초연구를 주로 했습니다. 암에 대한 이해가 쌓일수록 제가 생각하고 검증했던 내용이 실제 약물 개발로 이어져 암 환자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함께 커졌습니다.

화학연 입사 후 신약 개발의 꿈을 향해 한걸음 더 진전하셨다고요?

조용희

화학연은 저와 같은 생명공학연구자는 물론 화학전문가, 데이터전문가가 협업하여 신약 개발을 추진하기 때문에 약물 표적을 찾는 동시에 표적 단백질을 제거해 질병을 치료하는 ‘유비퀴틴-프로테아좀 시스템(UPS) 구현에 최적의 환경입니다. 현재 저는 암의 기작을 밝히기 위해 암 모사체(3D 오가노이드)를 개발하여 빅데이터 전문가와 함께 표적을 찾고 있었습니다. 과거에는 직접 세포실험을 통해 일일이 약품의 타깃이 되는 단백질을 찾아야 했는데, 이제 빅데이터 분석으로 보다 빠르고 효율적으로 타깃 단백질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주요 후보군이 추려지면 화학전문가들과 표적을 겨냥하는 신약을 보다 효과적으로 개발할 수 있습니다.

PART 2.내가 하는 연구는?

최근 세종과학펠로우십을 통해 진행하는 ‘소세포 암 오가노이드 이용하여 폐암 약물 치료 후 재발 관여하는 핵심 작용 기작 발굴’ 연구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조용희

소세포성 폐암의 표준 치료제인 EP와 함께 사용하여 환자의 생존율을 높일 치료제 개발의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연구의 목표입니다. 이번 연구의 첫 단계는 3D 암 오가노이드(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것입니다. 직접 암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할 수는 없지만, 실제 암 환자의 조직과 유전적, 분자생물학적으로 구조가 동일한 3D 암 오가노이드를 개발하면 보다 효과적인 연구가 가능합니다. 2단계 연구는 3D 암 오가노이드에 항암제를 처리한 후 약물에 전혀 반응성이 없는 세포만 분리해서 이들 세포는 왜 항암제 저항력이 있는지 분자생물학적 방법을 통해 분석합니다. 즉, 세포를 구성하는 어떤 유전자의 영향으로 항암제에 반응을 보이지 않는지 원인을 찾는 것이죠. 이들 유전자 후보군이 좁혀지면 세포 수준의 실험과 동물모델 실험을 통해 최종 유전자 후보를 찾게 됩니다. 마지막 단계는 이렇게 찾은 유전자가 만드는 단백질을 억제하는 항암제를 개발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기존 항암제 치료 후 재발을 억제하고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고자 합니다.

이번 연구를 시작한 계기가 있나요?

조용희

항암제를 처음 사용한 암 환자들은 대부분 약물 반응성이 50% 정도로 좋습니다. 하지만 약물치료로 호전된 환자들 중에도 암이 재발하는 경우가 많아요. 재발암은 약물치료로 암세포가 완벽히 제거되지 않고 살아남은 일부 유전자가 몸속 어딘가에 아주 작게 남아 있다가 다시 종양을 만들어 모습을 나타낸 것을 말합니다. 이번 연구 전 개인기초연구를 통해 소세포성 폐암 환자에게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EP 치료 후 살아남는 암세포를 분석하여, 그 기작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당시 연구는 암세포 전체를 대상으로 진행한 것이었어요. 후속연구를 통해 항암제에 반응하는 특정 세포의 유전자만 별도로 분석하고 그 특징을 찾아 기존 항암치료와 병용할 수 있다면 암 재발을 억제하고 환자의 생존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소세포 암 오가노이드 개발 및 빅데이터 분석 등 다양한 추진전략을 마련하셨는데요. 주요 연구 방법도 소개해 주세요.

조용희

적이 화학연을 사멸시키기 위해 구성원 중 연구자를 공격하는 약물을 개발하면 이 약물은 연구자에게만 통합니다. 시설팀과 보안팀, 행정부서 등은 살아남겠죠! 암 역시 특정 항암제 공격에서 살아남는 세포가 있습니다. 암세포는 다양성이 크기 때문에 하나의 약으로 암세포 전체에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암을 정복하려면 살아남은 세포의 특이적인 유전자를 선별하여 이들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 이유를 밝혀야 합니다. 이를 위해 연구초기에는 소세포성 폐암 환자의 암조직에서 대장 역할을 하는 세포를 배양하여 암 유전자의 다양성과 이질적 성질들의 상호관계를 의미하는 헤테로지니어스(heterogeneous)를 모방한 3D 암 오가나이드 시스템 구축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또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재발 관련 핵심 작용 기작을 발굴하였습니다.

기존 폐암 관련 연구와의 다른 차별성, 독창성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조용희

기존의 일반적인 항암제 연구는 단일세포를 무한 번식한 셀라인을 이용해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이 경우 암세포를 구성하는 요소들의 상호관계인 헤테로지니어스를 반영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어요. 저는 선행연구에서 아산병원과 협력해 10명의 폐암 환자의 암세포를 제공받았습니다. 이를 배양하여 실제 암 모사체인 3D 암오가노이드(애플리케이션) 제작 기술을 개발하였고, 이를 이용해 암세포의 작용기작을 발굴, 검증하고 있습니다. 약물개발 실험 역시 환자의 모사체를 이용해 실험하고 있으며, 나아가 약물 치료 후 살아남은 세포 유전자의 염기서열을 분석하는 싱글셀 알앤에이 시퀀싱(single-cell RNA-Seq)을 실시해 보다 정확한 기작 연구가 가능합니다. 한편 개인과제는 연구자 혼자 진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연구는 화학연의 빅데이터 전문가를 비롯해 화학전문가, 또 아산병원과 협업하며 단순히 치료제 개발이 아닌, 표적을 억제하고, 표적을 분해해서 없애버리는 화합물인 ‘프로탁(PROTAC)’ 개발이 목적입니다.

총 5년 과제인데요. 지금까지의 주요 성과와 함께 앞으로의 주요 계획도 들려주세요.

조용희

2021년 과제를 시작해 아산병원 공동연구를 통해 소세포성암 오가노이드 모사체를 구축했고, 이를 싱글셀 알앤에이 시퀀싱을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여러 세포의 클러스트가 존재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또 항암제 처리 결과 약물 저항성이 증가한 세포를 확인하고, 그 분자생물학적 특징을 살펴보았으며, 현재 이를 검증하는 단계입니다. 올해 3년 차 연구를 통해 반응성을 안 보이게 하는 유전자를 발굴하고, 그 유전자의 단백질을 표적화하는 신약개발연구를 화학팀과 공동연구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PART 3.나의 원동력, 나의 경쟁력

평소 연구에 임하는 마음가짐이 궁금합니다. 연구자로서 좌우명은 무엇인가요?

조용희

연구자는 스스로 솔직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좌우명도 ‘솔직하자’입니다. 한 주제를 오랜 시간 연구해도 결론이 안 날 때도 있어요. 간혹 연구자들이 정말 이게 맞는지 100% 확신할 수 없음에도 성급하게 결론을 짓고 다음 스텝으로 넘어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다음스텝으로 넘어가면 이후 문제가 발생하거나, 해법을 찾지 못했을 때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과정이 조금 느려지더라도 솔직함이야말로 목적지까지 가장 빨리 가는 길인 것 같아요. 물론 치밀하고 체계적인 연구 기획과 진행도 중요합니다.

연구자로서 가장 즐겁고 행복한 순간은 언제인가요?

조용희

실험 결과와 제가 세운 예측과 가설이 일치하는 순간이죠. 가설을 세웠다고 해서 바로 확인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세포실험, 동물실험, 환자 모사체 실험 등 단계 단계를 거치며 분자생물학적 방법으로 검증하는데 보통은 3년이란 시간이 소요됩니다. 그 지난하고 힘들었던 일련의 과정을 거쳐 제가 예상한 것들이 틀리지 않았음을 검증하면 정말 기쁘고 보람됩니다.

박사님의 연구 분야에서 궁극적으로 이루고 싶은 꿈은 무엇인가요?

조용희

결국은 제가 생각했던 좋은 약을 개발하고, 그 약이 실제 상용화되어 환자에게 투약되고, 환자의 생존율에 기여할 수 있길 꿈꿉니다. 지금도 전 세계에서 수많은 연구자가 항암제 개발에 매진하고 있지만, 그중 실제 약으로 출시되는 건 극히 일부입니다. 그만큼 힘든 일인 걸 알기에 생명을 살리는 신약 개발에 꼭 성공하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2023년을 시작하는 각오와 계획도 들려주세요.

조용희

사실 저에게 2023년은 중요한 해입니다. 현재 5개의 과제를 진행하는 대부분 올해 과제가 마무리됩니다. 소세포성 폐암에서 약물 저항 세포들에서 표적 단백질의 반응성을 완벽히 떨어뜨리는 것을 비롯해, 간암과 대장암 연구와 관련하여 2년 전 목표했던 걸 올해 이루는 해가 되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PART 4.생명공학연구자의 길을 준비하는 청소년/후배에게

생명현상 연구는 장님 코끼리 만지는 격인 경우가 많습니다. 같은 암이라도 항암제에 효과가 있었다가 저항성을 보이기도 해요. 발병 원인도 다양하고요. 저는 항암치료 후 살아남은 세포의 분자생물학적 기전을 살펴보고 있지만 이 역시 항암제 개발에 필요한 일부일 수 있어요. 일반 회사의 경우 오늘의 업무, 한 달의 업무가 어느 정도 정량적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하지만 연구자의 삶은 정해진 게 없기 때문에 굉장히 오랜 기간, 스스로 동기부여 하면서, 집착에 가까운 강한 의지를 갖고 코끼리 다리를 제대로 규명하겠다는 목표를 실현해야 합니다. 물론 생명현상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은 기본입니다.

PART 5.신진연구자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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