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양자기술의 중요성이 전 세계적으로 부각되고 있는데, 양자기술이 일반인들에게 관심의 대상이 된 시점은 아마도 2019년 구글이 양자컴퓨터가 고전컴퓨터에 비해 특정 문제를 매우 빠르게 풀 수 있다는 '양자우월성' 논문의 발표부터라고 볼 수 있다. 양자기술 중에서도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관심과 투자가 양자컴퓨팅 기술개발에 쏠려있다. 기술의 난이도 때문일 수도 있고, 기술이 실용화되었을 때의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양자컴퓨터는 양자중첩과 양자얽힘이라는 양자역학 현상을 이용하여 계산하는 컴퓨터를 말한다. 이는 큐비트(양자비트)라는 ‘0’과 ‘1’의 중첩상태를 가지고 연산할 때 병렬처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즉, 큐비트의 수가 늘어날 때 연산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지게 된다.
따라서 양자컴퓨터는 디지털 컴퓨터 대비 빠른 연산이 가능해 미래 산업·안보 생태계 판도를 바꿀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즉, 대규모 양자컴퓨터는 기존의 과학 난제를 해결해 혁신적인 과학기술 발전에 기여할 수 있고, 빅데이터, AI 기술 등에 응용되어 실생활을 편리하게 해줄 수 있다. 특히 노령화 자연원리 규명(신약·에너지 개발 등) 및 최적화된 조합, 경로(금융·교통 전력배분 등) 등을 빠르게 찾아냄으로써 다양한 산업 영역에서 혁신을 촉발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반도체 집적화의 한계(“무어 법칙”의 종언), 4차 산업혁명 시대 데이터 처리량 (AI, 블록체인, IoT 등)의 폭발적 증가 등으로 기존의 컴퓨터로는 해결하지 못하는 고속 컴퓨팅의 요구로 양자컴퓨팅 기술이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기존 RSA 암호체계 무력화시킬 수 있어 국가 보안체계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으므로, 세계 각국이 국가 핵심기술로 선정하고 막대한 연구개발비를 투자하고 있다.
이러한 양자컴퓨팅 기술의 세계적 경쟁은 이미 시작되었는데, IBM, 구글, 이온큐, D 웨이브, 중국 과기대 등은 이미 50큐비트급 이상의 초전도 양자컴퓨팅 시스템을 구축하였고, 영국, 독일, 호주, 이스라엘 등도 2025년 전후로 100큐비트 이상의 양자컴퓨팅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연구개발을 추진 중이다.
양자컴퓨팅의 핵심 구성요소인 큐비트로 구성된 양자프로세서를 구현하는 플랫폼은 여러 가지가 있다. 즉 초전도, 이온트랩, 중성원자, 광자, 스핀 등이 있다. 양자컴퓨팅 시스템 개발은 기술적 난도가 매우 높고, 다양한 요소기술이 결합되어야 개발 및 운영이 가능한 다학제적 접근을 필요로 한다. 요소기술에 대한 기초연구와 시스템 및 응용기술 개발을 위한 시스템 기술간의 강한 연계를 필요로 한다. 현재 가장 많이 연구되고 있고 시스템 규모 측면에서 가장 앞서있다고 볼 수 있는 초전도 양자컴퓨팅 시스템을 예를 들면, 초전도 큐비트 소자 설계·제작 및 평가, 대규모 큐비트의 3차원 적층기술, 양자프로세서 패키징, 양자잡음 한계의 고주파 증폭기, 전자기 및 열차폐, 극저온 냉각기술, 고주파 기반 큐비트 제어 및 신호 측정, 문제에 최적화된 양자 알고리즘, 양자오류 감소 기술, 클라우드 서비스 시스템 등으로 구성되는 요소기술의 개발 및 이들 기술 간의 유기적이고 체계적인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국내에서도 양자컴퓨팅 기술을 짧은 시기 내에 선진국 수준으로 진입하기 위해 초전도 기반 양자컴퓨팅 연구 인프라 구축 사업(2022년 6월 착수)을 비롯하여 연구개발, 생태계 조성, 국제협력 강화 등을 위해 효율적인 투자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물리학적으로는 양자컴퓨터가 갖는 양자 오류로 인해 아직 계산 결과가 완전히 신뢰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지만 공학적으로 오류를 감소시키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으며, 양자 오류를 수용하면서 실용적인 문제를 발굴하기 위한 노력이 진행 중이다. 큐비트의 물리적 성능을 높이기 위한 기초적인 연구와 시스템 및 활용기술 개발을 위한 공학적인 접근 간의 체계적인 연계가 필요한 시점이다.

1989년 KAIST 물리학 박사학위 취득 후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 입소하여 초전도양자간섭소자(SQUID) 센서, 심자도, 뇌자도 및 정밀 측정 시스템 개발과 활용연구를 수행 중이고, 4건의 대형기술을 이전하였다. 최근에는 대규모 양자컴퓨팅 시스템 개발을 위한 초전도양자컴퓨팅시스템연구단 단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