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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엽 교수는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수학과에 재직하고 있다. 이 교수의 전공 분야는 수치해석 및 과학계산으로 효율적 계산기법을 개발하고 이를 자연과학이나 공학 등 다양한 분야에 접목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대한수학회와 한국산업응용수학회의 여러 이사직과 부회장직을 수행하였고, 미래창조과학기술부 직할기관 평가위원, 지능정보사회추진단 기술분과위원, 국가연구개발사업평가 분과위원 등을 역임하였다. 또한, 2021년부터 2년간은 한국연구재단 자연과학단장직을 수행하였다.
한국연구재단은 기초연구, 인문사회연구, 국책연구 지원사업과 학술진흥 및 국제협력 사업에 연간 10조 원에 가까운 예산을 집행하는 우리나라 최대의 연구관리 전문기관이다. 그러나 연구재단의 설립 목적은 단순히 국가 R&D 예산을 집행하고 관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한국연구재단법에 명시된 재단 설립 목적은 학술 및 연구개발을 위한 활동 지원, 인력 양성, 국제협력 촉진과 이에 필요한 “자료 및 정보의 조사·수집·분석·평가·관리·활용과 정책개발 지원” 등을 기본으로 한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점은 연구개발 정보를 조사,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연구정책 개발을 지원하는 것이 연구재단의 주요 설립 목적이라는 점이다. 우리는 과거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 모형으로 성장한 대표적 국가이다. 빠른 추격자는 사전에 설정된 성과목표를 단시간 내에 가능한 많은 자원을 투입하여 성취하는 것이 최선책이다. 그러나 우리의 연구개발 수준은 이제 최초 선도자(First Mover)로 도약해야 하는 단계에 와 있다. 최초 선도자가 되기 위해서는 올바른 이정표를 설정하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 여기서 우리의 어려움은, 미국이나 중국과 달리 경제나 인구 규모 면에서 모든 과학 기술과 학문 분야를 선도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제한이 많기에, 우리의 역량을 집중할 분야의 선택과 전략적 목표의 설정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러한 전략적 목표와 달성 방안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의 현주소와 전망에 대한 객관적이고 실증적 정보가 있어야 한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도구가 바로 디지털 플랫폼이다.
한국연구재단 디지털 플랫폼은 연구개발 데이터를 취합하고 이를 지식, 정보화함으로써 올바른 정책적 결정을 내리고 나아가 미래 비전의 수립을 지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지식 정보화 이전 업무처리 방식은 정책 수립을 위해 우선 필요한 지식으로서의 정책적 가설을 세우고, 이를 입증하는 데 필요한 정보가 무엇인지 판단하여 이들 정보를 모으는 순으로 진행되었다. 이때 필요한 정보가 부족한 경우 원자료를 수집하는 작업부터 다시 수행하게 된다. 이러한 업무처리 방식은 매번 목표에 따라 자료, 정보, 지식을 재구축하여야 하기에 매우 번거롭고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반면 지식 정보화 디지털 플랫폼이 완성된 이후 업무의 흐름(Work flow)은 자료, 정보, 지식이 순차적이고 자동화된 방식으로 생성되고, 이를 통해 정보기반 의사결정과 같은 지혜를 얻을 수 있게 된다. 먼저 자료(Data)는 생성 시점 자동으로 축적되고, 이들 자료는 관련성 있는 자료와 연계됨으로써 정보화의 단계를 거친다. 이들 정보는 목표에 부합하는 것끼리 체계화하여 사용자에게 요긴한 지식(Knowledge)의 형태로 제공되고, 이러한 지식정보를 통해 궁극적으로 전략과 전망과 같은 지혜(Insight/Wisdom)를 얻을 수 있다.
이러한 디지털 플랫폼의 비전을 바탕으로 연구재단이 새롭게 제공하는 연구자활동분석과 자동패널구성을 예로 들어, 지식 정보화의 특징과 장점을 잠시 살펴보고자 한다. 과거 우리는 연구과제 선정이라는 판단을 위해 신청자의 선행 연구성과의 객관적 평가라는 지식이 필요했다. 이를 위해 과제 제안서를 작성할 때마다 성과정보란을 두고, 개별 논문의 서지 내용과 투고 저널의 수준 등의 자료(Data)를 수동으로 입력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작업은 지식정보화 과정을 통해 완전 자동화된다. 연구자의 논문이 게재되는 순간 논문 자료(Data)는 자동 생성되고, 해당 논문의 인용 횟수와 투고 저널의 수준 등의 자료는 서로 연계되어 실시간 정보화(Information) 단계를 거치게 된다. 이러한 정보는 연구자활동분석이라는 지식(Knowledge)화 단계를 거쳐 평가자에게 현명한 판단(Wisdom)을 위해 제공된다. 자동패널구성은 좀 더 추상적 지식정보화의 산물이다. 과거 연구자들이 요청한 심사 RB 분야와 과제 계획서에 수록된 자료 등은 지식정보화 과정을 거쳐 세부분야별 특징을 나타내는 정보로 자동 축적된다. 연구자의 소속, 과거 연구수행 이력 및 공동 연구성과의 연계성과 같은 정보도 통합되어 평가 분야별 상관성이라는 지식으로 축적된다. 이러한 지식, 정보를 바탕으로 신청한 과제들의 합리적 패널 구성이라는 의사결정 안을 제시할 수 있게 된다.
과거 연구자들이 요청한 심사 RB 분야와 과제 계획서에
수록된 자료 등은 지식정보화 과정을 거쳐
세부분야별 특징을 나타내는 정보로 자동 축적된다.
연구자의 소속, 과거 연구수행 이력 및 공동 연구성과의
연계성과 같은 정보도 통합되어 평가 분야별 상관성이라는
지식으로 축적된다.
이러한 지식, 정보를 바탕으로 신청한 과제들의
합리적 패널 구성이라는
의사결정 안을 제시할 수 있게 된다.
현재 우리는 최초 선도자로 나아가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를 지원하기 위한 디지털 플랫폼의 미래 모습과 필요성을 과거 정보 분석 사례를 예시로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2017년 한국의 대중은 알파고(AlphaGo)와 이세돌의 대국을 통해 인공지능이라는 개념과 이를 산업 현장에 접목한 3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물결을 마주하게 되었다. 그러나 2009년 재단 설립 이후 모든 기초연구사업 지원과제를 정량적으로 분석해 보면, 인공지능이 광범위한 과학 기술 분야에서 오랜 시간 꾸준히 연구되어 온 분야임을 알 수 있다. 문제는 대중이 관심을 가지고 난 이후 관련 과제의 제안이 폭증하고, 해당 분야에서 인공지능 관련 신규 과제의 선정률은 시차를 두고서야 높아짐을 알 수 있다. 연구 제안자는 다른 연구자가 우수한 성과를 내는 선도연구를 추격하고 평가자는 연구 제안자보다 적은 정보를 가지고 과제를 평가하는 연구의 후행성(後行性)을 보인 것이다. 전형적인 추격자 모형에 기반한 연구 기획 및 연구비 배분 양상이 나타난 사례라 할 것이다. 이를 극복하고 선도적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분야를 발굴 육성하기 위한 객관적 정보가 연구자와 평가자에게 제공되어야 할 것이다. 새롭게 제안되는 연구개념과 주제에 대한 정보를 축적하여, 한국 과학계가 새롭게 시도하는 분야에 대한 선제적 발굴이 요구된다. 또한, 국제적 연구 동향과 비교할 때 한국의 분야별 위상을 객관화하고 장단점 분석을 통한 전략 수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연구재단의 디지털 플랫폼 구축이 우리 정부가 추구하는 ‘모든 데이터가 연결되는 세계 최고의 디지털 플랫폼 정부 구현’의 성공 사례로 자리매김하여, 우리 사회가 직관에 의존한 의사결정 구조보다는 객관적 정보기반의 합리적 의사결정 구조로 전환되기를 기대해 본다. 연구자의 한사람으로서 이번에 제공되는 2개의 서비스가 합리적이고 현명한 과제평가를 위해 제안자의 불필요한 단순 작업은 줄이고 평가자에게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정보로 제공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더 나아가 이러한 정보기반 의사결정 방식이 더 많은 영역으로 확산하도록 하는 좋은 선례가 되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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