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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연구자 "톡"
실험실 심리학에서 현장의 심리학으로

▲ 구민정 성균관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연말이 되면 스포츠와 문화계 등 사회 각 분야에서 시상식이 줄을 잇습니다. 독특하고 재기 넘치는 수상소감들도 화제가 되곤 하는데요. “대상이나 최우수상은 또 기회가 있지만 신인상은 일생에 한 번뿐이라 더 기쁘다”던 한 수상자의 소감이 인상적입니다.

한국연구재단 역시 지난해 말 ‘올해의 신진연구자 시상식(Young Researcher Award 2018)’를 개최했습니다. 최근 10년 이내에 영향력이 큰 연구논문을 선보인 젊은 연구자 10인을 선정해 세계 수준의 연구리더로 성장할 수 있도록 응원하는 자리였는데요. 인생에 다시없을 특별한 수상과 함께 또 다른 새 출발을 다짐하고 있는 이들을 찾아가보았습니다. 첫 번째 연구자는 새로운 시작과 잘 어울리는 인물입니다. 바로 ‘동기부여’ 전문가 구민정 교수입니다.

“내 삶의 동기가 된 연구논문”

구민정 교수는 지난 2009년 국제사회인지학회(ISCON)가 수여하는 최고의 논문상을 수상해 화제가 된 바 있습니다. ‘한국인 최초’이자 ‘최연소 수상’이란 2개의 신기록을 만들었지요. 이후에도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Journal of Marketing Research 등 세계 유수의 상위 학술지에 잇달아 논문을 게재하며 국제적으로 주목받는 소셜 마케팅 전문가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이번 수상을 어느 정도 예상하고 계셨나요?
현재 몸담고 있는 대학에서는 많은 수의 논문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저널만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그래서 논문 한 편을 작성하는데 보통 3~4년이 걸려 다른 연구자 분들에 비해 논문의 수가 적은 편이라 제가 신진연구자 상을 받게 되리라고는 전혀 예상을 못했습니다. 아마도 빅데이터로 분석한 인용수 등의 지표가 큰 작용을 한 것 아닌가 짐작하고 있어요.”
2009년 논문이 생애 첫 연구 결과물이셨던 건가요?
“네 맞아요. 제 첫 연구논문이자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깊은 일이었어요. 유학 시절 한동안 내가 왜 이 공부를 해야 하는지 의미를 못 찾고 헤매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우연히 지인을 통해 엘살바도르의 한 양육기관으로 봉사활동을 가게 되었어요. 어려운 처지의 어린이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잘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프로그램이었지요. 그곳에서 ‘아 내가 이런 분야에서 도움이 되는 연구자가 되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더불어 이런 단체가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회적 지원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에 관한 스터디에도 참여하게 되었는데요. 거기서 뜻밖에도 첫 논문의 아이디어까지 얻게 되었지요.”
    신연구자의 발자취를 따라서
  • 연구의 시작
  • 연구의 과정
  • 연구의 성과
  • 향후 연구방향

“새로운 심리학 방법론…현장에서 찾는 인간”

구민정 교수는 연세대에서 심리학과 영문학을 공부한 뒤 미국 시카고대 경영대학으로 유학을 떠났습니다. 광고인 어머니와 자유롭고 개방적인 가정 분위기 속에서 늘 무언가 창의적인 일을 꿈꾸며 연극배우 생활을 하기도 했던 그에게 심리학은 더없이 매력적인 학문으로 보였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막상 실제 공부에 들어가자 과학에 기반을 둔 실험과 데이터 분석이 주종을 이루는 심리학은 밖에서 생각했던 것과 사뭇 달랐다고 합니다.
첫 논문이 실험실의 심리학을 현장으로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국제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던데요.
“현대의 심리학은 상당 부분 실험실의 데이터를 통해 이뤄지고 있는데, 이에 대한 비판도 만만찮습니다. 인간이 실험동물처럼 파악될 수 있는 존재냐는 것이지요. 아마 제가 유학 시절 품었던 회의감 역시 비슷한 맥락이지 않았나 돌아보게 되는데요. 그런 점에서 엘살바도르에서의 경험은 정체됐던 제 인생에 정말 큰 동기부여가 된 셈이지요. 남들이 시도하지 않았던 현장조사라는 새로운 연구방법에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불러 일으켰으니까요.”
어떤 주제였기에 125회라는 높은 피인용수를 기록하게 된 건가요?
“동기 부여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피드백’의 역할을 다룬 논문입니다. 사람들의 개인적 목표뿐만 아니라 기업이나 조직의 목표, 혹은 기부행위나 사회적 문제 해결과 같은 공동의 목표에 대해 어떠한 피드백을 주었을 때 가장 동기가 극대화되는가를 분석한 것이지요. 기존의 연구들과 달랐던 것은 실험실이나 온라인상의 자료수집으로만 구축된 이론이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영향력을 갖는지를 실제로 검증했다는 점인데요. 이런 새로운 방법론이 학계의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면서 세계 각지에서 현장조사에 기반을 둔 연구논문들이 속속 등장하는 계기가 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큰 목표보다 작은 성취를 습관화하면”

2009년 박사 학위와 함께 귀국한 구민정 교수는 현재 성균관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가 몸담고 있는 성균관대 SKK GSB(원장 이재하)는 영국 파이낸셜 타임즈가 발표하는 세계 MBA 평가에서 국내 1위, 세계 51위를 기록하며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그는 마케팅과 브랜드 매니지먼트 등을 강의하는 한편 개인과 조직, 공동체의 목표에 영향을 주는 동기 부여 요인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는데요. 특히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사회와 기업의 지속적인 상생’입니다. 다양한 동기부여 이론과 실험을 통해 기업의 이익창출과 사회적 기여가 선순환할 수 있는 최상의 접점을 찾고자 하는 것입니다.
‘동기부여’ 기제에 대한 연구가 대중에게도 무척 흥미로운 주제가 될 듯한데요.새해를 맞고 있는 독자들께도 관련해 조언을 해주신다면?
너무 어려운 질문이에요(웃음). 연구를 하면 할수록 동기부여가 어려운 주제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동기부여에는 일정 부분 개인차가 존재하는 것 같아요. 스스로 잘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외부에서 적절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더 효과적인 이들도 있지요. 하지만 제가 볼 때는 가장 중요한 게 ‘자신에 대한 정확한 파악’이라고 봐요. 지나친 낙관이나 회의를 피하고 자신의 성향과 환경에 적당한 목표를 세우는 게 필요합니다.

새해를 맞았으니 금연을 하겠어, 살을 10kg 빼겠어 하는 어려운 목표를 세웠다가 좌절감을 맛보기보다는 작은 것이라도 조금씩 목표를 이뤄가면서 성취감을 습관화하는 게 좋습니다. 예를 들어 한때 크게 유행했던 인형뽑기 같은 경우가 그렇지요. 이런 작은 성취들이 뜻밖에도 어렵고 힘든 삶을 지탱하는 큰 정서적 보상이 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기억하시면 좋을 듯합니다. 그리고 이런 작은 성취들에 대해 스스로 또는 가족이나 친구처럼 긍정적인 피드백을 얻을 수 있는 장치를 가까이에 마련해두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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