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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는 기본,
환경까지 생각하는 신소재를 찾아라!
경희대학교 정보전자신소재공학과 정재웅 교수
창의적이고 호기심 왕성한 젊은 연구자들은 남들과 다른 방식으로 관찰하고 사유하며, 누구도 가보지 않은 새로운 길을 향해 용기를 내는 이들입니다. 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연구환경을 만드는 것은 대한민국을 넘어 인류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중요한 열쇠입니다.

한국연구재단은 신진연구자지원사업을 통해 젊은 연구자를 응원하고 있습니다. 신진연구자의 열정과 꿈을 집중 조명하는 ‘신진연구자 톡’의 아홉 번째 주인공은 경희대학교 정재웅 교수입니다.

태양광의 미래를 준비하는 신소재 개발

소재기술은 산업의 꽃이자 한 국가의 기초체력으로 통한다. 기계, 나노, 바이오, 의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미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소재 연구를 진행하는 이유다. 특히 에너지 전환 시대를 맞아 미래에너지 분야에서는 신소재 개발을 통한 돌파구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정재웅 교수는 차세대 유기반도체 개발을 통해 태양광 효율을 높일 고효율 유기태양전지 소자를 개발하며, 세계적인 연구 경쟁력을 키우는 젊은 과학자이다. 현재 태양광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실리콘태양전지는 60~70% 수준의 높은 광전효율을 보이지만, 물리적 한계와 인체 유해성으로 많은 연구자들이 실리콘을 대체할 새로운 구조의 친환경, 고성능 소재를 찾아 나선 상황이다. 최근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 조치로 국내 소재기술 개발의 중요성이 다시금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진행된 정재웅 교수와의 만남이 더욱 뜻깊게 다가온다.
대학원 시절부터 10년 남짓한 기간 동안 SCI 논문을 64편 발표하셨습니다. 연구자가 천직인 것 같은데요.
“처음부터 연구자의 삶을 꿈꾸고 준비한 것은 아닙니다. 전공도 성적에 맞춰 재료공학을 선택했으니까요. 그런데 졸업하려고 보니 제가 전공분야를 너무 모르고 있더라고요. 기본은 알아야겠단 생각으로 뒤늦게 대학원 진학을 결심했습니다. 그 당시 바이오 분야가 유망하다는 소식에 바이오를 연구하시는 고분자 전공 지도교수님께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지도교수님께서는 앞으로 에너지가 중요한 시대가 되리라 전망하셨어요. 특히 유기소재 기반의 에너지 소재의 연구가 활발하게 시작되던 시기였습니다. 이것이 제가 태양전지 개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입니다. 이후 유기물을 이용한 태양전지와 부도체, 무기‧유기 태양전지의 정점을 모두 갖춘 페로브스카이트를 이용한 태양전지를 연구해 왔습니다. 연구가 재미있어 몰두하다 보니 좋은 성과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
차세대 태양전지란 무엇인가요?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는 실리콘태양전지는 제조공정이 복잡하고 생산단가가 비싼 단점이 있어요. 또 평면적이고 단순한 형태로 제작되기 때문에 활용범위가 제한적이고요.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차세대 태양전지가 연구되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유기태양전지와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가 있어요. 유기태양전지는 유기물을 소재로 사용해 가볍고 잘 휘어지는 특성이었어 디스플레이 등 미래 디바이스에 접목 가능성이 크죠.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유·무기 태양전지의 장점을 합한 하이브리드 소재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
교수님이 생각하는 차세대 태양전지 조건은?
“태양전지의 효율을 끌어올리는 것만큼 지속 가능한 친환경 공정을 통한 신재생 에너지 연구 개발도 중요합니다. 최근 유기태양전지의 효율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지만, 주요 소재가 톨루엔과 같은 독성물질입니다. 또 이런 소재는 고순도가 요구되거나 수분에 민감해 공정 가격이 굉장히 높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즉, 친환경 에너지를 생산하겠다면서 환경과 인체에 해로운 물질을 계속 사용하는 것입니다. 때문에 태양전지의 광전효율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소재 중에서도 인체와 환경에 무해하면서도 소자의 성능을 유지하거나 더 향상시킬 수 있는 소재와 공정을 연구하려고 합니다. ”
세계적으로 경쟁이 치열한 태양전지연구에서 경쟁력을 높이는 비결은?
“매일 새로운 소재를 만들 수는 없습니다. 새로운 물질을 발견하는 일 자체도 어렵지만, 새로운 소재가 무조건 성능이 우수하지도 않습니다. 때문에 태양전지 이외에 다른 다양한 분야 연구자들의 논문을 관심 있게 보고 있습니다. 다른 분야에서 개발되었거나 검증되지 않은 신소재가 태양전지에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태양전지 소자로도 적용 가능성이 높은 반도체 물질을 적용하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자와 스승이 아닌 동등한 연구자로서 함께 성장하는 연구실

대학원 시절 지도교수가 보여준 학자로서의 삶과 연구 전체를 꿰뚫는 통찰력, 박사 후 과정을 지도한 슈퍼바이저의 성실함과 완벽함은 독립 연구자의 길을 시작하는 정재웅 교수에게 본보기가 되었다. 연구자인 동시에 인재양성의 책임을 함께 해야 하는 정 교수는 그의 스승들이 그랬듯 학생들에게 연구의 자율성은 보장하며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신진연구자라 좋은 점

“아직은 교수보다는 직접 연구를 수행하는 학생과 같은 자세로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제가 하고 싶은 연구를 직접 해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또, 학생들에게도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장점도 있습니다. 지금은 남들이 인정해주는 것을 고려하는 것 보다, 내가 궁금하거나 해보고 싶었던 연구를 목표로 학생들과 함께 재미있는 연구를 하는 게 좋아요. 이를 통해 우리 실험실 학생들도 스스로 흥미 있어 하는 연구 분야를 직접 발굴하여 수행해나가기를 바랍니다.”

연구실 운영 철학은?

“학생 때는 정말 연구가 재미있기도 했지만, 연구 밖에 할 것이 없어서 온종일 연구실에서 보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 저희 학생들에게 그것을 강요하지는 않습니다. 연구는 본인이 하고 싶을 때, 하고 싶은 만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제 학생을 지도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학생들의 연구 결과를 가장 효과적으로 연구 논문이나 특허에 발표하려고 신경 쓰고 있습니다. 연구결과가 유수 저널에 게재되기까지는 연구결과의 큰 틀을 잡고 실험결과에서 유의미한 결실을 도출하는 지도교수님의 역량이 크게 작용합니다. 제 지도교수님은 학생들에게 연구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상당히 많이 허용해 주셨습니다. 학생들이 하고 싶어 하는 연구는 크게 제한하지 않으셨어요. 연구의 자율성은 충분히 보장하고,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 같은 연구결과를 보석으로 연마해 주셨죠. 그래서 그 시절 걱정 없이 연구에만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저도 저의 스승처럼 학생들이 연구에 열정을 쏟아 붓고,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충분히 만들어 주고, 연구의 큰 방향을 잡아주는 데 집중하여 학생들이 본인의 연구를 스스로 진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저의 직접적인 역할은 학생들의 연구결과가 우수한 논문으로 발표될 수 있도록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학생들이 본인의 연구를 독립적으로 진행하도록 연구실을 운영하려 하고, 학생들과 제자와 스승이라기보다는 함께 성장하는 동료 연구자로서 지내고 싶습니다. ”

존경하는 과학자는?

“가장 존경하는 과학자는 지도교수셨던 서울대학교 조원호 명예교수님입니다. 정년퇴임 하시던 그날까지 늘 한결같으셨던 학자로서의 삶이 저를 되돌아보게 해요. 또, 언제나 연구에 열정적이던 교수님의 모습은 지금도 저의 자극제가 되고 있습니다. 또 박사후연구원을 한 워싱턴주립대학교의 슈퍼바이저였던 알렉스 젠 교수(현재 홍콩 성시대 학장)의 연구에 대한 열정과 성실성도 저에게 큰 가르침을 주었습니다.”

연구자의 길을 준비하는 제자에게 전하는 당부

“제가 평소 연구실 학생들에게 평소 강조하는 세 가지가 있는데요. 첫째, 연구 수행을 위해 실험을 진행하는 것에서 흥미를 느껴야 하고, 둘째, 실험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실험 결과를 논문으로 작성하는 일이 재미있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내 논문이 아닌 다른 사람의 논문을 읽는 것이 늘 재밌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또 한 가지, 공학 분야의 연구는 아이디어를 실험을 통해 구현하고 검증하는 과정이 주된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실험은 나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니기에 다른 사람과의 협업도 중요하고, 그러다 보니 하루하루 일정도 개별적이지 않고 여러 사람들의 일정과 맞물려 있습니다. 개인 컨디션이 안 좋다고 오늘 하루를 미루면 실험장비 사용 스케줄이 변경될 수 있고, 또 다른 사람들의 실험 진행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요. 따라서 성실함과 자기관리는 좋은 연구자가 되기 위한 기본 조건임을 잊지 말았으면 합니다. ”

2018 한국연구재단이 선정한 올해의 신진연구자상의 주인공이다.

“연구자가 독립 연구를 수행하려면 연구를 수행하기 위한 재원,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공간, 마지막으로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연구 인력이 있어야 합니다. 연구재단의 신진연구자지원사업은 학위를 마친 연구자들이 독립연구자로 첫발을 뗄 수 있는 재원을 마련해주는 좋은 기회를 제공해 주고 있습니다. 저는 감사하게도 최초혁신실험실 지원도 추가로 선정되며 연구에 필요한 여러 광전분야의 실험 장비를 갖추게 되었고 ‘에너지나노소재연구실’을 꾸릴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저희 연구실 논문은 저희 연구실 안에서 태양전지분야의 주요 실험 결과를 자체적으로 측정할 수 있어요. 향후 더 정교한 측정 장치 등을 갖추어, 태양전지 분야에서 우수한 결과를 낼 수 있는 연구실로 거듭나고 싶습니다.”

연구자로서 도전하고 싶은 목표

“저희 연구실은 연구범위를 태양전지에 한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태양전지에 사용되는 소재는 광학 및 전기적인 특성이 우수해야 합니다. 따라서 이를 활용해 다양한 특성을 보이는 차세대 반도체를 개발하는 연구도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미래로 갈수록 반도체의 역할은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저는 미래 에너지와 환경, 그리고 차세대 반도체 소재 및 소자에 대한 도전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더 많은 연구자에게 자극을 줄 수 있는 연구자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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