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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과학과 데이터과학의 앙상블
‘디지털 사회과학’으로의 초대
한국연구재단 한국사회과학연구(SSK)지원사업(대형)
연세대학교 디지털사회과학센터
최근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갈등과 대립의 기원은 비단 양 갈래의 정치적 노선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세대, 성별, 지역, 소득, 종교 등 다양한 요인들에 따라 분열과 진화, 생성과 사멸, 이합집산과 합종연횡이 반복되는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습니다. 현대 사회의 이런 다양성은 지극히 정상적인 현상이며 존중받아야 할 가치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원만한 절충과 합의를 통해 더욱 성숙한 사회로 나아가는 밑거름이 될 때에야 비로소 민주사회의 동력으로서 의미를
가질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무엇보다 중요해지고 있는 것이 양극화 이상의 다중극화와 불평등이 더욱 심화되고 있는 사회
현상들을 객관적으로 진단하고 그에 따라 정확한 해법을 마련하는 일입니다.
연세대 디지털사회과학센터(Center for Digital Social Science, 이하 CDSS 센터)가 전통적인 사회과학 방법론들에 더해
‘데이터’라는 새로운 도구를 나침반 삼아 사회문제 분석과 해결방안에 접근하고자 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사회과학의 새로운 나침반 ‘데이터’

CDSS 센터는 인간 사이의 소통과 사회적 활동에 관한 흔적
데이터를 분석해 인과관계를 규명하고 공공문제에 대한
정책적 해법을 제시하는 연구를 수행합니다.
이를 위해 정치, 사회, 커뮤니케이션, 문화, 심리, 정책, 기술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다양한 영역의 데이터들을 조사하고 분석하며
디지털 시대의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회과학연구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한국연구재단은 현대 사회의 급격한 변화 추세에 따라 지난 2010년부터 세계적인 사회과학 연구그룹 육성을 위한 중·장기 연구지원 프로젝트 SSK(Social Sciences Korea) 사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CDSS 센터는 이 사업 초기부터 현재까지 10년간에 걸쳐 참여하고 있는 몇 안 되는 사회과학 연구집단 중 하나입니다.

CDSS 센터의 핵심 연구 분야는 ‘사회과학적 데이터 사이언스’입니다. 최근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계학습 같은 기술혁신을 사회과학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CDSS 센터는 특히 소셜 미디어 등장과 함께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온라인 빅데이터와 설문조사, 실험디자인과 각급 행정기관이 보유 중인 빅데이터를 활용해 텍스트마이닝과 의미연결망 같은 네트워크 분석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각종 정형·비정형 데이터를 정제하고 종합적으로 분석하며 이를 토대로 사회과학 본연의 전문지식을 발휘해 다양한 사회문제 해결과 공공정책 형성에 통찰력 있는 해법을 제시하고 있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연구성과가 ▲댓글 문제의 진단과 해법 ▲언론보도에서 성희롱·성폭력 및 피해자에 대한 묘사 분석 ▲서울시 교통 데이터 분석을 통한 7개 생활권 분석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동북아 해양영토분쟁의 역사·사회적 기원 연구 등입니다.

▲ 2019년 6월 국제학술대회 CDSS 연구단

해외 공동연구원들과의 협업을 통해 국제적인 연구 성과도 속속 탄생시키고 있습니다. 트위터 이용자 5천 6백만 명의 긴 거리 연결망 효과를 검증한 논문 ‘The Strength of long-range ties in population-scale social - networks’ 등을 네이처 자매지와 사이언스 같은 세계적인 융합저널에 게재하는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한편으로 이들이 거둔 주요 연구성과들은 ‘사회과학자가 보는 4차 산업혁명’ ‘한국정당의 미래를 말하다’ ‘사이버공간의 문화코드’ 등 한국 사회 변화상에 대한 해석과 전망을 담은 10여 편의 단행본으로도 집약되어 각종 정책 결정에 적잖은 영향을 끼쳐왔습니다. 이 가운데 특히 ‘빅데이터로 본 한국 정치 트렌드’는 SSK 사업단 중 유일하게 ‘학술연구지원사업 우수성과’로 뽑히며 교육부총리상 수상의 지렛대 역할을 하게 됩니다.

강정한 부센터장(연세대 사회학과 교수)은 “이런 연구 성과의 공공재 성격이 사회과학적 데이터 사이언스와 산업적인 의미의 데이터 사이언스를 구분하는 가장 결정적인 차이점”이라고 강조합니다. 거대 기업의 이윤 창출 마케팅 수단이 아니라, 다중극화와 불평등을 초래하는 디지털 네트워크 시대의 공존과 사회통합을 위한 실마리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설명은 CDSS 센터가 걸어온 지난 10년간의 발자취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디지털 사회과학의 최종 기항지 ‘공존과 통합’

센터는 SSK 사업이 출범한 첫 해 소형 센터에 선정되어 첫 진입에 성공한 이후 중형(2013), 대형(2016) 센터로 차근차근 단계를 밟으며 성장해왔습니다.
소형 단계부터 센터와 함께해온 김범수 연구교수는 그 사이 일어난 두 가지 연구 주제의 융합이 CDSS 센터를 현재의 대형사업단으로 이끄는 기반이 되었다고 전합니다.

▲ 2018년 11월 공공문제 해결을 위한 디지털 사회과학의 모색 심포지엄_연구단 및 참여자

“우리 센터는 ‘한국의 민주주의’와 ‘온라인 불평등’이라는 두 개의 큰 뿌리를 바탕으로 시작됐습니다. 2010년 ‘네트워크시대 소통과 한국 민주주의의 미래 연구팀’과 ‘온라인 연결망 불평등의 구조에 관한 학제 간 연구팀’이 각각 소형 센터로 출발한 뒤 중형연구단으로 넘어가며 ‘쏠림과 불평등: 네트워크 사회의 민주주의와 사회통합’을 주제로 한 팀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정치학과 사회학이 주축이 되고, 언론학과 수리사회학, KAIST 문화기술대학원의 이공계 연구자들이 모여 본격적인 협업이 추진되었습니다. 이질적인 학문들의 결합인 만큼 매년 4차례 전체회의를 열어 참여 연구자들의 연구계획을 청취해 공동연구계획을 수립하였고, 특히 예산운영을 통합해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실질적인 융합연구단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2016년 대형센터 진입 당시에는 단독성장의 길을 선택하였습니다. 중형단계에서 이미 10여 명 이상의 연구자가 참여하는 규모로 성장했기 때문입니다.”

10여 년간 함께 호흡을 맞춰온 센터 연구진은 2명의 공동연구원을 추가 영입하며 보다 확실하게 대형 센터로서의 모습을 갖추었습니다. 그리고 이 같은 연구진의 지속성은 일관된 연구의 추진과 동시에 심화와 확산에도 유리하게 작용하였습니다. 강 부센터장은 “공동연구원들의 변화를 최소화하면서 장기적인 비전을 공유한 것이 사회과학과 데이터과학의 결합, 그리고 최근 두드러지고 있는 크고 작은 성과의 가장 큰 힘이 되고 있다”고 강조합니다.

“센터 초기에 실질적인 협업이 가능할 것, 빅데이터 사회과학과 정치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현저한 업적을 거둔 석학들일 것 등과 같은 까다로운 영입 기준을 통해 모신 2명의 해외 공동연구원 역시 지속적인 공동연구를 통해 자국에서도 놀라운 학문적 파급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 센터의 연구주제 역시 온라인에서 디지털, 민주주의와 불평등의 문제에서 다중극화로 대형 과제에 적합한 국제적인 테마로 진화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전통적인 사회과학과 첨단 데이터 사이언스의 융합학문은 정체성을 구축해 가는 태동기라 할 수 있습니다. CDSS 센터의 목표는 이런 ‘디지털 사회과학’의 개척자이자 국내 학계의 본산이 되고자 하는 것 입니다.”

프런티어의 숙명 ‘두려움과 용기 사이’

CDSS 센터는 현재 조화순 센터장을 포함, 13명의 국내외 공동연구원과 4명의 전임연구원, 보조연구원 6명 등 34명의 연구진으로 진용을 꾸리고 있습니다. 이들은 디지털 사회과학의 눈을 통해 대한민국의 사회정치적 변화상을 추적하는 학술적 연구와 함께 민관학 협력 플랫폼의 구축을 통해 공공문제를 과학적으로 진단하고 관련 정책을 기획·평가하는 공익 활동에도 열심입니다.
미래의 디지털 사회과학자들을 양성하기 위한 노력 역시 분주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특히 인과추론 방법론의 전문가인 이병재 박사의 담당 아래 매년 여름과 겨울방학에 열리고 있는 데이터 분석 워크숍은 당초 대상이었던 CDSS 센터 구성원들을 제외하고도 수강을 희망하는 외부 연구자와 학생들이 너무 많아 매번 전체 신청자의 절반밖에 수용하지 못할 만큼 문전성시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는 최근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본격적인 진입과 함께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데이터 사이언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보여주고 있는 현상이기도 한데요.
“좋은 디지털 사회과학자의 조건”을 묻는 질문에 대한민국 디지털 사회과학의 프런티어들인 CDSS 센터 연구진들은 이렇게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디지털 사회과학은 혁신 기술을 이용해 사회 현상을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학문입니다. 데이터 과학은 도구이고 본질은 여전히 사회과학인 것입니다. 그렇다고 데이터 사이언스를 대충만 알면 된다는 생각은 자칫 이도저도 아닌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디지털 사회과학자가 되고자 한다면 인생의 어느 시기 한번은 외국어 공부하듯 기술지식에 충분히 몰입해봐야 합니다. 그렇게 쌓아가는 사회과학, 자연과학, 공학 지식이 협업과 융합의 전제인 커뮤니케이션을 능하게 합니다. 물론 이것은 젊은 학생들뿐만 아니라 그 길을 걷고 있는 우리에게도 큰 가능성인 동시에 두려움입니다. 하지만 사회과학자로서의 문제의식에 더해 새로운 미래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까지 있다면 이미 좋은 디지털 사회과학자로서의 조건을 갖춘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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