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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
연구자

인공지능 시대, 신학과 타학문의 대화

전철 (한신대학교 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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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로 발달한 미래 기술문명 무대의 주인은 인류일까, 아니면
초지능을 지닌 인공지능일까?

인류는 인공지능과 더불어 공존할 수 있을까?

전철 한신대 신학과 교수는 이러한 질문은 먼 미래의 고민이 아니라 오늘의 문제가 되었다고 이야기한다. 미래 문명과 사회는 매우 융합적이며 혼종적인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며, 그것은 디스토피아적 종말론으로 흐를 가능성도 있다는 것. 인공지능으로 인류의 생활양식이 크게 변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 때, 우리는 다시 인간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Profile

  • 신진연구자지원사업 ㅣ 일반공동연구지원사업
  • 한신대학교 신학과 부교수
    한신대학교 종교와과학센터(CRS) 센터장
주요
연구분야
  • 조직신학
  • 독일현대신학
  • 화이트헤드
  • 학제간 신학연구
  • 종교와과학

다시, 인간이란 무엇인가?

1990년대 일본 애니메이션의 대표작인 ‘공각기동대’는 인간과 로봇의 경계가 무너진 미래를 배경으로 삼고 있다. 이 애니메이션은 뇌의 일부만 인간이며 나머지는 로봇인 ‘쿠사나기 대령’을 통해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이 인간 존재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면 그는 여전히 인간이다.

인간의 본성과 존재의 이유는 신학과 철학의 주요 관심사다. 특히 인공지능의 등장은 인간의 고유한 정체성에 대한 인간학적이며 신학적인 질문을 던지게 했다. 전철 교수는 이 질문의 심화를 위해 개인연구는 물론 의학, 자연과학, 사회과학, 인문학 연구자들과 함께 공동연구를 진행 중이다.

종교와과학센터(CRS) ‘뇌과학과 신학’ 공개포럼

‘동아시아의 종교와 과학’ 중국 컨퍼런스

  • 세상의 빛이 될 연구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결이 인공지능의 승리로 이어진 2016년, 신학자들과 과학자들이 만나 ‘인공지능 시대의 신학’을 주제로 토론을 펼친 적이 있습니다. 기독교 일각에서는 알파고의 등장을 21세기 바벨탑 사건으로도 해석하곤 합니다. 인간중심주의가 지니는 파괴적 측면, 인간보다 강력한 지능의 등장에 대한 불안감이지요. 그러나 인간이 만든 기술이 인간 모두를 위한 기술로 긍정적으로 전환된다면 이러한 우울한 전망은 극복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인공지능은 신과 인간, 인간과 기술, 인간과 사물, 인간과 자연의 공생을 새롭게 상상하게 합니다. 우리는 다시 인간의 본질과 그 미래를 성찰적으로 질문해 볼 수 있게 됐지요. 이를 통해 인간의 미래를 잘 진단하고 우리 사회의 지혜로운 길을 모색하면 좋겠습니다.

  • 인공지능 시대, 종교와 과학의 대화

    제 연구는 변화하는 세계상 안에서 인공지능이 인간, 사회, 그리고 신의 본질을 탐구하는 종교의 영역에 어떠한 도전을 주었는지를 다루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인간의 기술적인 진화와 그 능력은 신성적인 가치의 공간을 어떻게 위배하고 있고, 협력하고 있는지를 말이지요. 인공지능의 형상(imago AI)이 하나님의 형상(imago dei)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도 중요한 질문입니다. 이를 위해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국내외 과학자 및 철학자와 공동으로 연구하며 신학의 사회적 의미를 발굴하고 있습니다. 특히 공동체의 윤리와 사회적 가치를 모색하는 간학문적 신학 담론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

서울 끝자락에 있는 아름다운 수유리, 그곳 한신대 대학원 서울캠퍼스에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는 전철 교수. 한신대에서 학부와 석사 과정을 밟은 뒤, 독일 유학을 다녀온 그는 2014년 모교 교수로 부임했다. 제자를 지도하며 부지런히 연구에 매진한 결과, 공저를 포함한 단행본 15여권과 60여 편의 학술논문을 출간했으며, 한신대 종교와과학센터(Center for Religion and Science, CRS)의 센터장까지 맡고 있는 그다. 이토록 숨 가쁜 하루하루 가운데에서도 전철 교수가 놓치지 않으려는 것은 학문의 깊이다.

그의 독일 지도교수인 미하엘 벨커(Michael Welker)는 10여 년 동안 ‘그리스도론’이라는 주제를 깊이 심화하고 그 결과를 최근 책으로 출간했다고 한다. 연구를 위한 침묵의 시간은 길고 느린 듯 했다. 하지만 그 파장과 울림은 전 세계 많은 이들의 신학적 지성 속으로 퍼져나갔다. 전철 교수는 이야기한다. 우리 연구도 이제 속도 뿐 아니라 깊이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미국 클레어몬트대 한미공동연구 국제학술대회

종교와과학센터(CRS) 국제학술대회

  • 연구자의 길에서 만난 사람

    제가 공부한 한신대학교는 신학과 종교를 공부하는 이들을 위한 최적의 교육과 연구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1940년 한국의 고유한 신학 형성을 위한 대학의 출범에서부터 오늘날까지 독특한 학풍과 스피릿이 계승되고 있지요. 학부 및 석사 과정에서 만났던 좋은 스승들과 동료와의 인격적 교감 그리고 학문의 대화는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도 제 인생과 학문의 소중한 자산이 되어주고 있죠. 또한, 독일 하이델베르크대학에서 박사 과정을 밟을 때, 각 분과 전공의 깊이와 함께 학문간 연구의 전통과 유산, 그리고 낭만을 매우 구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학문의 깊이와 향기라고 할까요. 특히 하이델베르크에서 저를 지도하신 미하엘 벨커(Michael Welker, 1947-) 교수님으로부터 신학의 학문성, 개방성, 그리고 간학문적 연구의 통찰과 종합적인 감수성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한신대 석사 지도교수 김경재 교수와

    학제간 신학연구를 선도하는 미하엘 벨커 교수와

  • 오래, 깊은 인연을 맺어온 한국연구재단

    저는 연구를 할 때, 개인적 관심이 어떻게 공적으로 기여될 수 있는가를 질문하고자 노력합니다. 그리고 연구주제를 구상하고 심화할 때, 외부 관찰자의 눈에서 보려고 하지요. 이 덕분인지 한국연구재단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는데요. 재단의 신진연구자지원사업, 일반공동연구지원사업, 특별협력사업, 양자연구교류지원사업, 국내외학술대회지원사업 및 세계인문학포럼(WHF) 선정 등을 통해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특히 해외 연구자들과 여러 교류를 하며 재단의 국가 R&D 및 연구지원 환경이 전 세계적으로 매우 높은 수준임을 발견했습니다.

    그러나 신학과 인문사회 연구자로서 진리의 본성 그리고 인간과 사회의 무늬에 대한 심화된 연구를 진행하는 것이 참 쉽지 않은 듯 합니다. 그간 한국연구재단을 통해 구축된 연구성과의 양적 평가와 정량화 시스템 환경은 인문사회 연구 경쟁력 강화의 중요한 동력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인문학연구를 어떻게 숙성시키고 그 결실을 어떻게 잉태할 것인가를 저 자신에게 자문하곤 합니다. 환갑이 되어 내놓은 1권의 단행본으로 해석학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창조했던 독일의 철학자 한스 게오르그 가다머(Hans Georg Gadamer, 1900-2002)가 생각납니다. 우리 인문학 연구도 이제 속도 뿐만 아니라 깊이 모두를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내가 꿈꾸는 연구자

전철 교수는 인간 이후의 세대 ‘포스트 휴머니즘’을 기술문명의 성찰과 인간 성숙의 과정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기술로 인한 삶의 향상을 생명 연장의 관점으로만 접근하면 이는 건강한 방향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지능의 진화도 계산능력의 진화만을 뜻하지는 않는다고.

첨단 인공지능이 미래의 거리를 뒤덮어도 그 거리에 사랑이 없다면 이는 유토피아가 아닐 것이다. 그가 인공지능의 도전 앞에서 사회성과 이타성 그리고 연대성을 깊게 성찰하는 이유다.

‘과학기술문명시대의 신학’ 국제 워크숍

한신대 대학원 외국석학 초청 세미나에서 제자들과

  • 나는 [나를 가르치신 선생들을 기억하며] 연구한다.

    몇 년 전 5월 15일 스승의 날이었습니다. 캠퍼스 채플실에 선생과 제자가 모여 함께 스승의 노래를 불렀습니다. 그런데 저의 선생이자 선배 교수님이 노래를 부르시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우연히 보았습니다. 저의 스승에게도 스승이 있었던 것이지요. 그리고 내 안에 수많은 스승이 함께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생은 제자의 인격과 삶을 비추는 반성과 지혜의 거울입니다. 동시에 지금의 나와 학문을 형성하게 한 지성의 젖줄이지요. 저에게 나쁜 선생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저를 학문과 인격으로 가르치신 분들을 의식적으로 기억하며 연구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가끔 연구 노트의 행간에 - 지금은 세상을 떠나신, 그리고 지금도 저와 함께 이 땅에서 호흡하고 계신 - 여러 존경하는 선생님들의 얼굴이 떠오를 때가 있습니다.

  • 나는 [제자와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은] 연구자를 꿈꾼다.

    지식은 잘못하면 권력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연구는 사회공동체를 향한 사회적 봉사가 아닐까 싶습니다. 또한, 미래 세대를 위한 현 세대의 사회적 모색과 진보의 창출이지요. 동시에 진리를 추구하는 공동체의 사회적 위탁이기도 합니다. 새로운 지식과 지혜를 창출하는 연구자들이 가장 의식해야 할 것은 결국 미래 세대인 우리 제자들과 아이들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연구자는 사회의 미래와 희망을 연구하고 상상하는 이들이 아닐까요. 강의실과 연구실에서 만나는 제자들과 미래 세대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어떤 새로운 통찰과 꿈을 나눌 수 있을까. 어떠한 지혜로운 생각과 상상력을 건넬 수 있을까. 내일의 주인공인 미래 세대를 떠올리면 더 정진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전철 부교수

한신대학교 신학과

한신대학교 신학과를 졸업 후 동 대학원 신학과(Th.M)에서 조직신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 후 세계교회협의회(WCC)의 장학생으로 독일 하이델베르크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시작하였으며, 조직신학으로 박사학위(Dr.theol.)를 받았다. 현재 한신대학교 신학과 부교수로 조직신학, 종교와 과학을 가르치고 있으며 한신대학교 종교와과학센터(CRS) 센터장이다. 한국연구재단의 “인공지능과 종교: 포스트휴먼 문명에 대한 종교와 과학의 대화” 연구프로젝트와 국내외의 다양한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공저를 포함한 단행본 15여권과 60여 편의 학술논문을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