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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현장탐방

대학중점연구소 졸업해도 “우리는 여전히 열망한다”

한림대학교 생명공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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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y hungry, Stay foolish.”

스티브 잡스의 졸업식 축사 중 가장 유명한 문장이다. ‘현재에 만족하지 말고 꾸준히 정진하라’는 이 말은 비단 사회초년생들에게만 해당되는 삶의 명제가 아니다. 개인 혹은 집단 어디에서나 보편성을 갖는 진리에 가깝다. 9년간의 대학중점연구소 활동을 마치고 이제 또 다른 출발점에 선 ‘한림대학교 생명공학연구소’도 마찬가지일 듯하다. 여전히 더 큰 지식과 실천을 열망하고 있는 이들을 만나러 호반의 도시 춘천으로 향한다.

병든 세포 살리는 단백질 침투기술

한림대학교 생명공학연구소(이하 연구소)는 지난 2009년 대학중점연구소에 선정됐다. 한국연구재단이 지원하는 대학중점연구소 사업은 이공계 대학에 특성화·전문화된 연구거점을 육성하고 신진 연구인력을 육성하는 사업이다.

그로부터 9년의 시간이 흐른 올해, 연구소는 대학중점연구소 사업을 마무리하는 최종평가에서 ‘우수성과 창출 연구소’의 영예를 안게 된다.

그간 연구소가 집중적으로 탐구해온 것은 단백질 침투기술(Protein Transduction Technology)이다. 중요한 생리활성을 갖는 단백질과 핵산 등의 다양한 생체기능신소재들을 세포 내로 효율적으로 침투시키는 기술이다. 이를 이용해 질병을 발생시키는 비정상세포를 단백질 처리로 회복시키거나 암세포 등의 사멸을 유도하는 단백질 치료법을 연구해왔다.

단백질 침투기술 및 응용기술

최수영 소장은 “최근 다양한 인체 질환이 세포 단백질의 비정상적인 활성으로부터 기인한다는 사실과 함께, 이들 단백질의 활성을 조절해 치명적인 인체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단백질 제재의 개발이 전 세계적으로 큰 관심의 대상이 되어 왔다”며 “하지만 고분자인 단백질은 분자의 크기가 상대적으로 커서 세포나 조직 내로 침투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이를 해결할 단백질 침투기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연구소는 대학중점연구소 사업기간 동안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요한 생리활성을 갖는 다양한 생체 기능 단백질들을 세포 및 조직 내로 침투시키는 기술을 연구하는 한편, 다양한 인체질환을 직접적이고 효율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단백질 치료법 개발과 상용화에 매진했다.

최수영 연구소장

9년 간 빚어낸 군계일학의 성과들

연구소는 먼저 3개의 세부과제로 팀을 나눠 집중적인 연구와 함께 학제간 융합의 조화를 시도했다. 최수영 소장과 박진서 교수 팀에서는 단백질 치료제 개발과 작용기전을, 권형주 교수와 한규형 교수 팀은 핵산 치료제 개발과 작용기전을 맡았다. 강태천·음원식 교수팀에서는 항염증 효능 평가를 수행했다.

또한 연구주제와 부합하는 교육내용의 대학원 단위 협동프로그램인 ‘치료용 생체고분자 대학원 협동과정’을 통해 교수와 대학원생의 협력연구를 유도하며 4명의 박사와 석사를 배출한다. 또한 3명의 대학전임교수와 6명의 전임연구원을 임용하는 등 4차산업혁명 시대의 생명과학 산업을 이끌 인재 양성에도 힘썼다.

의사이자 교육자였던 한림대 설립자 윤덕선 동상 앞에 모인 연구진

이 같은 노력에 따라 연구소는 전체 105곳에 달하는 대학중점연구소 중에서도 군계일학의 성과를 낳게 된다. 9년 간 178편의 논문 발표와 함께 2건의 미국 국제특허를 포함 모두 21건의 특허등록에 성공하는 등 당초의 목표와 기대치를 훌쩍 뛰어넘는 성과들을 양산했다. 하지만 최 소장은 이 같은 탁월한 결과물에만 만족하지 않는다.

대학중점연구소 사업은 종료됐지만 생체기능 신소재 개발과 염증관련 질환 치료법 실용화라는 우리 연구소의 목표는 아직 남아 있습니다. 기존 중점연구소 조직과 대학원 협동과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지요. 그간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연구해온 이들의 기초 연구 성과들이 사장되지 않고 향후 임상치료를 포함한 의료, 제약, 화장품 등 생명공학 산업 전 분야의 기반기술로 상용화될 수 있도록 다시 운동화 끈을 바짝 죄고 있습니다.

“또 다른 출발…끝에서 다시 웃겠다”

대학중점연구소를 통해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춰온 연구진 역시 새로운 마음으로 미래를 설계 중이다. 신민재 박사는 대학중점연구소 사업을 마친 뒤에도 연구소에 남아 그간의 침투성 융합단백질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그가 공부했던 치료용 생체 고분자 협동과정에서 후배들을 지도하는 것도 요즘 그의 중요한 일과 중 하나다.

대학중점연구소를 통해 성장한 신민재 박사, 안지현 박사, 박준하 박사

안지혁 박사는 “대학중점연구소 사업을 통해 국가연구과제를 수행하는 연구책임자로의 책임감과 자립심을 배웠다”고 말한다. 안 박사는 “특히 연구소 구성원들과 공들여 수행해온 연구가 국제저명학술지에 게재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끼곤 했다”며 “연구소의 이런 우수한 환경을 후배 연구자들에게도 잘 물려주어 독립된 연구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박준하 박사는 연구소의 특화된 단백질 침투 기술이 가장 높은 사망률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치료제 개발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뇌혈관 질환 분야에서 크게 쓰일 날을 기다리고 있다. 그는 “새로운 지식을 발견하고 창출하는 것이 연구자의 가장 큰 보람”이라며 “많은 노력과 힘든 시간의 끝에서 활짝 웃을 수 있도록 맡고 있는 연구에 더욱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한다.

올해 다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바이오의료 원천기술개발사업에 선정된 한림대 생명공학연구소는 현재 관련 기업들과 함께 안구건조증, 아토피, 신경질환 등의 치료제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또한 뇌졸중과 파킨슨병, 당뇨, 간질 등의 질환과 기능성 화장품 제재 등의 생활용품까지 단백질 침투 기술의 다양한 응용 방안을 모색 중이다.

최수영 소장은?

연세대 생화학과를 졸업하고 미 테네시대에서 신경생화학 박사를 받았다. 1988년 한림대 교수로 부임해 생명공학연구소장과 부총장, 한국뇌신경과학회장 등을 역임했다. 평생의 연구주제인 세포 침투성 단백질 기술을 기반으로 후진양성과 의약학 발전에 크게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한림대학교 최초의 석좌교수로 임명됐다. 15년째 자선공연을 펼치고 있는 늦바람교수밴드의 드러머로도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