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최초 ERC’ 그로부터 10년

메카트로닉스 융합부품소재연구센터는 창원과 경남의 주력산업인 항공·발전 소재와 부품 기술 국산화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관련 분야의 고급인재 양성뿐만 아니라 지역 특화산업의 고도화를 위해 기업 재직자와 구직자 등을 대상으로 하는 맞춤형 전문인력 교육에도 힘을 쓰고 있습니다.

이재현 센터장, 창원대 신소재공학부 교수

창원대학교 메카트로닉스 융합부품소재연구센터는 지난 2011년 한국연구재단이 지원하는 선도연구센터 지원사업의 공학연구센터(ERC)로 선정됐습니다. 경남 지역 대학으로는 최초의 기록입니다. 당시 ERC 공모 과정을 진두지휘한 이 센터장은 “미래지향적인 선도융합기술 개발과 함께 고급 인재 양성 시스템을 구축해 지역의 기술 서비스 허브 역할을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진 바 있는데요. 7년간의 최초 지원기간 동안 자신들이 내건 목표 대부분을 현실화한 메카트로닉스 융합부품소재연구센터는 전국의 ERC 중에서도 특별한 성과를 거둔 우수센터에만 주어지는 3년간의 추가지원에도 선정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메카트로닉스 융합부품소재연구센터의 두 가지 핵심 분야는 항공과 발전입니다. 항공기의 추진체와 발전소에서 사용되는 가스터빈 엔진은 부품 수만 4만 여개에 달해 ‘제조업의 꽃’으로 불립니다. 이 가운데서도 1,500도 이상의 고온고압 환경에서도 견딜 수 있게 하는 고강도 초내열 소재 기술, 그리고 복잡한 형상의 부품 개발은 장치 수명 및 안전성 보장과 직결되는 가장 중요한 사안입니다.

특히 터빈 블레이드와 같은 부품들은 극심한 고온환경과 함께 매우 큰 회전 응력 상태에 노출된 상태에서 이상 없이 작동되어야 하기 때문에 매우 특별한 기계적 특성과 표면 물성을 유지해야 합니다. 이런 높은 기술 난이도로 인해 전 세계에서 가스터빈을 만들 수 있는 나라는 미국, 독일, 일본, 이탈리아 등 4개국에 불과했는데요. 모두 2차 세계대전 때부터 제트엔진을 개발해온 나라들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정부와 대기업, 중소기업 등 산·학·연이 함께 지혜와 역량을 총동원한 끝에 지난해 세계 다섯 번째로 발전용 가스터빈 독자 모델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 중심에는 차세대 열차폐 코팅 공정 최적화와 블레이드 최적설계기술 개발에 성공한 메카트로닉스 융합부품소재연구센터의 활약이 있었습니다.

현재 국내 발전소에서 운영하고 있는 가스터빈은 총 149기로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가스터빈 구매 비용만 약 9조 원에 달하고 유지·보수 등을 포함하면 해외로 흘러나가는 돈은 12조를 훌쩍 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가스터빈 국산화에 따른 수입 대체 효과는 약 1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가스터빈 독자 개발은 소재·부품 분야의 대표적인 극일(克日) 사례이기도 합니다. 가스터빈의 최종 생산을 맡고 있는 ERC 참여기업 두산중공업은 최근까지 일본 기업에서 설계 도면과 블레이드 등의 고부가가치 부품을 전량 수입해왔는데요. 이번 원천 기술의 개발로 인해 내수는 물론 가스터빈 선진국들이 독점했던 해외 시장에서도 큰 균열을 일으키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산업 생태계 혁신 이끄는 집단지성

가스터빈 독자개발 사례에서 볼 수 있듯 메카트로닉스 융합부품소재연구센터가 수행 중인 ERC 사업은 금속, 세라믹, 기계, 물리, 전기 등 다양한 학제간 융합연구뿐만 아니라 선순환 구조의 산·학·연·관 선순환 구조의 중심으로서도 빛을 발하고 있는데요. 현재 연구센터에서는 창원대와 경상대, 성균관대, 한양대, 재료연구소 등 11명의 교수급 참여연구원과 12명의 박사급 전문연구원, 63명의 석박사과정생 등 모두 86명이 머리를 맞대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메카트로닉스 융합부품소재연구센터를 중심으로 두산중공업과 한국우주항공(KAI),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14개 대·중소기업과 전기연구원, 재료연구소 등의 국책연구소, 지자체가 함께 모여 메카트로닉스 소재·부품의 제조혁신 플랫폼 구축을 위해 집단지성을 발휘하고 있는데요.

이들의 눈부신 성과 중 특히 더 눈에 띄는 것은 다음 세대의 과학기술 혁신과 소재·부품 독립을 이끌어갈 젊은 인재 양성입니다. 센터는 지난 10년간의 집단연구를 통해 많은 전문 연구자들을 배출해왔는데요. 이들은 창원대, 포항공대, 계명대 등의 대학을 비롯해 세아창원특수강, 두산중공업, 한국우주항공 등 지역 산업계의 요소요소에서 핵심 연구개발 인력으로 활약 중입니다. 이 가운데는 공부를 마친 뒤 고국으로 돌아가 중경과기대, 요녕과기대에서 자리를 잡은 3명의 중국인 ‘친한파’ 교수들도 있습니다. 이들의 적극적인 민간외교관 역할은 메카트로닉스 융합부품소재연구센터의 활발한 국제 협력연구뿐만 아니라 산업체들의 현지 진출도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메카트로닉스 융합부품소재연구센터의 인력양성은 센터 내외부를 가릴 것 없이 전방위적으로 펼쳐지고 있기도 합니다. 지역에 필요한 전문인력을 지역에서 교육하고 배출하기 위해 마련한 ‘3D 적층제조기술 전문인력 양성 사업’이 대표적입니다.

경상남도와 협력하고 있는 3D 프린팅산업 전문인력 양성 교육은 최근 경기침체로 산업여건이 악화되고 있는 지역 제조업의 고도화에 필요한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지난해 경남도내 구직자 및 재직자, 대학교 재학생 등을 대상으로 첫 교육이 시작됐는데요. 약 8개월간에 걸친 장기간의 이론 및 실습 교육에도 불구하고 일반 구직자는 물론 KAI, 재료연구소, 창원대, 경상대 등 산학연 관계자가 대거 참석한 가운데 40명의 수료자를 배출하며 성공적으로 첫 발을 뗐습니다.

한편 3년간의 ERC 추가지원사업 중 두 번째 해를 맞고 있는 메카트로닉스 융합부품소재연구센터는 국내에서 찾기 힘든 항공·발전 분야 소재·부품의 전문성을 한층 더 강화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특화 연구센터로서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좀처럼 식지 않는 뚝배기처럼 10년여에 걸쳐 묵묵히 계속되어 온 이들의 집념이 창원과 경남을 넘어 대한민국 산업 생태계 모두의 비상을 이끄는 엔진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