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관리전문가로서 부푼 꿈을 안고 한국연구재단에 입사한 지도 어느 덧 3년이 다 되어 간다. 이전 직장에서 중소기업 지원 관련 행정업무를 담당했던 경력이 있어, 입사 초 별 문제없이 잘 적응할 것이라 자신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교육 및 연구지원사업이 이전과는 전혀 다른 분야임을 깨닫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교육 및 연구지원사업은 나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고, 나의 사고방식을 많은 부분 바꾸었다.

입사 직후 학술진흥본부의 대학지원1팀으로 발령 받았다. 당시 교육부와 함께 신규사업으로 추진 중이던 ‘국립대학육성사업’을 맡게 되었고, 이후 ‘대학특성화사업(CK)’ 등을 거쳐 현재의 ‘대학혁신지원사업’을 담당하게 되었다.

3년 동안 대학재정지원사업을 담당하며 느낀 점이 있다. ‘우리나라에는 참 다양한 대학이 많다’는 것과 ‘대학들이 대한민국 발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 단순히 고등교육기관으로서 대학의 역할은 아주 작은 일부분에 불과했다.

특히 지역의 대학은 내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많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인재양성을 위한 교육과정 운영, 지역의 현안문제 및 산업발전에 밑거름이 되는 다양한 연구수행, 현장중심 인재양성을 위한 산학협력 활동, 그리고 해외 유관기관과의 교류를 통한 국제화까지. 이제 대학은 지역사회 발전에 빼놓을 수 없는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최근 대학들은 대내외적으로 많은 위기에 직면했다. 학령 인구 감소는 이미 현실로 나타나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대학의 재정상황도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비대면 교육이 급증하면서 대학교육 시스템의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으며, 대학이 보다 큰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기 바라는 지역사회의 요구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학의 설립유형별, 지역별, 규모별 격차해소도 앞으로 중장기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들이다. 이러한 과제들은 대학의 교육 및 연구역량 등 경쟁력과 직결되는 부분이므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해결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복합적인 문제들을 대학 스스로 단기간에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정부, 대학, 지역사회와 같은 관련 주체들이 문제점을 인식하고 해결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중장기적인 측면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 과정은 고등교육의 질을 높이고 대학의 실질적인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대학 역시 다양한 사회적 요구를 반영, 주도적으로 경쟁력 강화에 집중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정부에서 추진하는 각종 재정지원사업도 지속적인 개선을 통해 대학의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 대학의 평가 및 행정부담을 최소화하고, 자율성을 강화하며, 유관기관 또는 지역사회와 소통 및 협력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그 일환으로 2018년부터 진행된 재정지원사업 통·폐합과 상향식(Bottom-Up) 사업추진방식의 확대는 매우 의미 있는 시도로 보인다. 이를 기반으로 대학별 설립특성과 규모, 위치, 전공학과 등을 고려하여 중장기 발전계획과 연계한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추진할 수 있다. 또한 국고지원금이 적재적소에 투입되어 사업의 효율성을 높이는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대학의 자가진단을 바탕으로 부족한 부분을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려는 과정을 통해 경쟁력 강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여러 가지 어려움 속에서도 대학들은 사회적으로 많은 역할을 담당해 왔고, 앞으로도 더 많은 책임과 임무를 수행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코로나19와 같은 큰 어려움이 또다시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 축적한 경험과 저력을 통해 충분히 극복하고 해쳐나갈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작년 하반기, 대학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관련 대학재정지원사업의 만족도 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응답자의 97%가 대학현장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학재정지원사업이 기여했다고 답했다. 특히 비대면 교육(연구) 관련 기자재·장비 구입(99%), 비대면 교육(연구) 관련 전산시스템 등 환경구축(95%), 방역활동 관련 비용(93%) 등의 기여도가 90% 이상으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대학현장의 어려움이 지속되는 가운데, 대학재정지원사업이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은 사업담당자로서 뿌듯함을 느끼기에 충분했고, 앞으로도 대학 발전에 기여하는 재정지원사업을 기획하고 추진하겠다는 각오를 다질 수 있었다.

한 국가의 미래는 그 국가의 대학을 보면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대학이 지니는 위치와 의미는 남다르다. 대학이 사회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면서 지속적으로 기여해 나갈 때, 그 나라의 미래 역시 더욱 밝을 것이다. 대학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밝힐 수 있도록 한국연구재단은 끊임없는 지원과 응원을 계속해나갈 것이다. 대학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비추며, 세계적인 수준으로 발돋움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한국연구재단 대학지원1팀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