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부장 강국 독일과 일본에서 10년 간 활동하셨습니다. 귀국 후에는 연구재단 및 NST 평가위원, 분말야금학회장 등으로 교육과 연구, 정책 전반에 걸쳐 많은 경험을 쌓으셨는데요. 향후 한국의 공학 분야 연구개발과 인력양성의 방향성에 대한 고견을 듣고 싶습니다.
일본의 수출규제 이후로 소재·부품·장비 분야에 연구개발 지원이 크게 강화됐습니다. 이에 따라 최근 핵심 소재들의 국산화율이 상당히 높아졌지만 실질적으로는 기초소재와 기계 분야의 경쟁력이 향상되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여전히 해당 분야의 강국들인 독일과 일본의 기초 기술을 따라잡을 만한 수준이 아니지요. 이와 관련한 공학 분야의 연구개발 지원은 단기와 장기적 관점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단기적인 관점은 제조관련 기술 지원입니다. 중소·중견기업이 주도하는 민간주도의 정책지원을 통해 각 기업에 특화된 제조기술을 업그레이드하고 국산화할 수 있는 연구비와 세제·행정지원 등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민간 주도로는 첨단 소재와 부품 자체의 국산화가 어렵습니다. 기업 특성상 오랜 개발 기간과 막대한 자금·인력의 투입을 감내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화공, 금속 등의 기초소재와 기계부품 등의 원천기술 확보를 위해서는 정부의 꾸준한 R&D 지원이 필수적입니다. 이를 위해 공학단은 응용분야를 고려한 기술개발을 지원하는 연구재단 소재·부품단과 함께 장기적인 연구개발 지원을 위해 관련 기초연구비 확보와 새로운 연구과제 창출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특히 공학기술 발전의 핵심은 잘 훈련받은 사람들, 즉 박사과정 학생들을 포함한 젊은 학문후속 세대의 양성입니다. 따라서 학문후속세대가 요구하는 내용을 분석하여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공학단이 추진하고 있는 주요 현안을 소개해주세요.
현재 공학단은 2022년 적용을 목표로 수요자 중심의 분야별 지원체계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수요자 중심의 분야별 지원체계는 관련 분야의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일선 연구자들이 자율적으로 연구체계와 발전방향을 수립하고 연구재단이 이를 지원하는 형태입니다. 이를 위해 그동안 학회와 연구자 등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자문위원회 등을 개최하며 세부 사업 유형과 연구비 비중, 적정 선정률 및 연구 수혜율 등의 분석 작업을 마쳤고 1차 초안에 맞춰 예산 안배 등의 시뮬레이션을 진행했습니다. 향후 관련 학회들을 통해 추가적인 의견수렴과 조율이 이뤄지게 되는 만큼 더 많은 연구자들의 관심과 좋은 의견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공학단 소관 분야인 재료, 화공, 기계 분야 등에서 디지털 전환 속도가 빨라지고 있습니다. 연구현장의 분위기와 대응 상황은 어떠한가요?
디지털 전환은 협업과 집단혁신을 촉진하여 사회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하고 산업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공학기술과 관련된 제조업 분야에서의 디지털 전환은 기업의 생존을 이어갈 수 있는 새로운 도구로 많이 인식하고 있습니다. 잘 만들어진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공지능 등을 이용하는 기초연구 역시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도구라고 생각되며 이미 실제적으로 많은 연구에 적용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인공지능 이용이 연구의 절대적인 목표가 될 수는 없습니다. 디지털 전환이 필요하지만 어디까지나 도구여야 하며 목표가 되어선 안 되지요. 여전히 기초연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폭넓은 지식을 기초로 한 호기심과 창의성, 인내라고 믿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