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월호 포커스 人

연구도 나를 찾아가는
행복 여정이어야 한다

한국연구재단 제5대 김영철 신임 행복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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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초 갓 부임한 김영철 신임 사무총장을 만났습니다. 한 시간 남짓이었지만 대화의 범주는 옛것과 새것, 시(詩)와 나노기술, 아시아와 아프리카, 교육과 연구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했습니다. 고풍스런 아호(雅號)와 좋은 글씨를 논하던 화제가 어느 틈엔지 MZ세대의 트렌드인 이모티콘과 유튜브의 확장 가능성으로 옮겨갑니다. 코로나19로 촉발된 교육 현장의 변화는 다른 듯 닮은 연구 지원의 본질에 관한 성찰로도 이어집니다. 세대와 분야를 가리지 않고 자유로이 넘나드는 그의 다양한 지식과 경험은 연구재단의 방대한 사무 전체를 거시적으로, 때로는 세심하게 조망하고 견인해야 하는 사무총장이란 직책과도 더없이 잘 어울려 보입니다.

사람이 온다는 것

김영철 사무총장은 지난 30년 간 교육부와 산자부에서 봉직하며 학교제도와 직업교육, 평생교육, 산학협력, 국가인적자원개발(NHRD), 교육리더 연수 등 다채로운 이력을 쌓았습니다.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기구인 유네스코에서도 직업교육 ODA 사업을 기획해 아프리카 5개국에 직업교육 프로젝트를 가동하였으며, 강원도와 서울시 부교육감 재직 시에는 세계평화교육 페스티벌, 서울학생 농촌유학 보내기, 호주·뉴질랜드 등 외국과 국내 학생들의 온라인 협력수업을 진행하기도 하였습니다.

Q제5대 사무총장 취임을 축하드립니다. 한 달 정도가 흘렀는데 그간 어떻게 지내셨는지요?

연구재단이 하반기 사업 준비로 한창 바쁜 때인 만큼 저 역시 재단 안팎에서 많은 분들을 만나고 모르는 것들을 새로 배우며 분주하게 지냈습니다. 그중에서도 제게는 연구자만큼이나 중요한 고객인 재단 구성원들과 첫 인사를 나누는 데 각별히 많은 신경을 썼습니다. 의례적이고 형식적인 만남이 싫어서 한 분, 한 분 찾아다니며 제가 아끼는 시를 선물하고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조금은 생경한 퍼포먼스에 당황하는 분들도 있고, 또 어떤 분들은 금세 취지를 알아차리시고 외려 더 반갑게 화답하는 분들도 계셨는데요. 어떤 반응이었든 평범한 일상에 무언가 색다른 기억을 선물하고 싶었던 제 마음은 모두 잘 전달되었으리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Q시를 선물하셨다니 어떤 내용이었을지 궁금합니다.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이란 시입니다. ‘사람이 온다는 건/ 사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라는 내용인데요. 30여 년의 공직 생활에 대한 고마움, 그리고 그를 통해 얻은 지혜와 경륜 모두를 이제 연구재단의 여러분과 나누고 싶다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Q집무 공간에 꽤 많은 변화를 주고 계신 이유도 함께 소개해주세요.

제가 추구하는 공간 구성의 목표는 소통과 공감입니다. 입식 원탁 테이블은 저와 직원들이 좀 더 자유롭고 편한 마음으로 업무를 협의할 수 있게 하려는 것입니다. 보고나 결재가 아니라 전문가들 간의 동등한 토론과 대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지요. 작은 서가를 꾸미는 것도 관심 분야의 책들이 훨씬 더 부드러운 소통을 유도하지 않을까 생각해서입니다. 조만간 한쪽 벽면은 반크가 제작한 ‘거꾸로 보는 세계지도’로 채울 예정인데 그를 보면서 글로벌 연구지원 리더를 지향하는 연구재단 공동의 목표를 늘 되새기게 되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미지 출처: 사이버외교사절단 반크(www.prkorea.com)

가다보니 알게 되는 것들

새 주인을 맞은 연구재단 사무총장 집무실은 여기저기에서 크고 작은 변화가 감지됩니다. 가장 크게 눈에 띄는 것은 입식의 원탁 테이블과 작은 서가입니다. ‘교육은 기다림=연구는 기다림’ ‘긍정적인 사람은 한계가 없고 부정적인 사람은 한 게 없다’ 등의 메모와 함께 다양한 아이디어와 단상들로 채워지고 있는 화이트보드도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Q‘교육은 기다림’이란 문구가 눈길을 끕니다.

교육계에서 종사할 때 늘 명함에 새겨두던 글입니다. 최근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우리나라의 지위를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변경한 게 화제가 됐습니다. 이런 한국의 위상 강화에는 특유의 빨리빨리 문화가 큰 힘이 된 것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로 인해 잃은 것도 적지 않습니다. 진정한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우리가 잃어온 것들에 대해 진지한 성찰이 필요한 때입니다. 교육의 경우에는 초중고 시절 학습량은 세계 최고입니다. 하지만 성인이 되면 교육과 학습에 대한 관심이 바닥을 치게 되지요. 저는 이를 ‘성공교육’의 그늘이라 생각하는데요. 성공이 목표인 교육에서는 기다려주고 관찰해주고 바라봐주는 게 불가능합니다. 배움이 결코 힘든게 아니라 나의 행복을 찾아가는 여정이란 깨달음을 얻을 수 없게 하지요.

Q이어지는 ‘연구는 기다림’이란 표현도 같은 맥락이신 건가요?

미래는 아무도 모릅니다. 하지만 뭔가 있을 것 같다면 가봐야 하는 게 맞지요. 그 길의 끝이 어디인지는 모르더라도 일단 가다 보면 절벽도 만나고 샛길로도 빠지고 예상치 못했던 풍경과도 마주하며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게 됩니다. 이는 연구개발의 본질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라 여겨집니다. 가다 막힐 땐 돌아가기도 하고 쉬기도 하다 보면 무언가 가능성을 찾게 됩니다. 교육의 가장 중요한 본질처럼 연구 지원의 목표 역시 많은 실패를 통해 성공의 자질을 갖출 수 있게 돕는 것, 그리고 연구가 자아를 찾아가는 행복한 여정이 돼 쉬 지치거나 멀어지지 않고 꾸준히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가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Q‘긍정적인 사람은 한계가 없고 부정적인 사람은 한 게 없다’란 문구가 재미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문장 중에 거중지(去中知)란 표현이 있습니다. 가다보니 알게 된다는 뜻인데요. 이는 제 이름 영철을 소개하며 종종 건네는 ‘영 철없는 사람’이란 농담이나 한 선배가 지어주신 원산(遠山)이란 호와도 일맥상통하는 듯합니다. 저는 무언가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사람과 하고 싶지 않아 주저하고 핑계를 대는 사람은 나중에 큰 차이가 나게 된다고 믿고 있습니다. 아마도 제가 공부해온 평생교육의 영향이 큰 것일 수도 있을 텐데요. 교육 현장에서 다양한 산학협력 프로젝트나 코로나 언택트 수업에서 더욱 빛을 발하게 된 교육청과 교사들의 유튜브 활용, 우리나라와 호주·뉴질랜드 청소년들의 온라인 국제공동수업처럼 새로운 트렌드의 도입과 활용에 적극적이었던 것도 그 때문입니다.

“다시 본질을 생각할 때”

김영철 사무총장은 향후 3년 간 이사장을 보좌해 연구재단의 학술 및 과학기술 진흥, 경영관리, 국제협력 등의 업무를 총괄하게 됩니다. ‘가다보면 알게 된다’란 표현으로 압축할 수 있는 그의 이야기가 향후 연구재단 안팎에서 일게 될 적잖은 변화의 바람을 예상하게 합니다. 김 총장은 그 출발이 정확한 진단에서부터 시작될 것이라 예고하고 있습니다.

Q연구재단 사무총장으로서 뜻하고 계신 바를 말씀해주세요.

연구재단에 첫 출근하면서 가장 반갑고 기뻤던 것 중 하나가 2021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A등급을 받은 결과였습니다. 특히 연구재단을 향한 평가가 지난 몇 해 동안 꾸준히 상향되고 있는 중이라는 게 더 고무적이었는데요. 주요 고객인 연구자들로부터 인정을 받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재단이 많은 부분에서 변화의 의지가 강하다는 것의 확실한 반증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를 보면서 제가 연구재단에 또 다른 ‘샐리의 법칙’ 같은 존재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좋은 일이 더 많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게 만드는 해피바이러스가 되고 싶다는 바람이지요. 아마도 그 시작은 사고의 틀을 깨는 것에서부터 출발할 것 같습니다.

Q사무총장님께서 말씀하시는 사고의 틀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일까요?

최근의 코로나는 고통스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사회 전반에서 큰 변화의 전환점이 되고 있습니다. 코로나로 학교와 직장 등의 일상이 멈추며 오히려 교육과 직업의 본질을 더 정확히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있지요. 올해부터 시행되기 시작한 국가연구개발혁신법 역시 이런 본질에 대한 오랜 고민의 결과물일 텐데요. 그간 연구재단이 부지불식간에 너무도 당연하다 생각하며 해왔던 일들도 더 큰 도약을 위해서는 다시 한 번 꼼꼼하고 차분하게 돌아봐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듭니다. 번잡한 행정업무와 서류들이 과연 연구 지원이란 본질에 부합하는 것인지, 아니면 일방의 편의나 타성에 따른 것인지를 숙고해야 하는 것이지요.

Q3년간 함께하시게 될 연구자와 재단 구성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그런 의미에서 첫 인사를 시로 시작했으니 마무리 인사도 나태주 시인의 ‘응원’이란 시의 몇 구절로 전했으면 합니다. ‘오늘부터 나는/ 너를 위해 기도할 거야/ 네가 바라고 꿈꾸는 것을/ 이룰 수 있도록/ 그날이 올 때까지 기도하는 사람이 될 거야/ 함께 가자/지치지 말고 함께 가자… 그 길 끝에서 웃으면서 우리 만나자’란 내용입니다. 그간 정부 부처에서 일하며 가장 많이 느낀 점 중 하나는 인적구성의 변화가 매우 빈번하다는 것입니다. 그럴수록 한 자리를 꾸준히 지키는 연구재단 같은 조직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곤 했습니다. 이런 특성과 장점을 잘 살려 더욱 전문성을 향상시킨다면 결국 연구개발 지원과 인력양성의 중심축은 연구재단이 될 수밖에 없으리라 믿고 있습니다. 재단의 가장 중요한 고객인 연구자들께는 더 귀를 귀울여 그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자 노력하겠습니다. 또한 연구재단의 임무인 R&D(연구개발)와 HRD(인재양성), 인문과 과학기술의 진흥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선순환구조를 이룰 수 있도록 재단 구성원들과 함께 더 고민하고 사색하도록 하겠습니다.
더불어 이제 개인과 조직을 가릴 것 없이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할 새로운 화두에 대해서도 계속해서 관심을 환기해보고자 합니다. 제게는 유네스코와 아프리카 직업교육 프로젝트 등의 경험이 인류보편의 문제를 각성하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이후로 지구적인 기후변화 등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고, 연구재단에 와서 새로 만든 명함에도 이런 관심을 담았습니다. ‘지구가 먼저다’라는 문구를 새긴 마음명함 입니다. 기후위기, 코로나 펜데믹 등 지구인으로서 함께 손잡고 나아가 우리 아픈 지구를 치유하는데 우리 연구재단도 남다른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봅니다.

핵심 연구진들의 공동연구 워크숍 해외학자 초청 세미나

About the Interviewee 김영철 사무총장

고려대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오하이오주립대에서 교육학(평생직업교육)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행정고시로 공직에 입문해 교육부와 산자부, 대통령비서실 등에서 교육행정 및 직업교육 전문가로 활동했으며 유네스코 본부 파견관을 거쳐 교육부 기획조정실장, 중앙교육연수원장, 서울시·강원도교육청 부교육감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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