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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현장탐방

공유와 개방으로 수놓는 스마트패션 라이프

국민대학교 모듈형 스마트패션 플랫폼 연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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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개인의 일상 곳곳을 첨단기술로 장식 중인 4차산업혁명의 거센 파고는

아날로그적 요소가 강할 것으로 여겨져 온 의상 산업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국민대학교 모듈형 스마트패션 플랫폼 센터는 디자인과 정보통신, 신소재, 경영, 스포츠를 망라하는 전 방위적인 융합연구 속에 곧 다가올 스마트패션 시대를 한 발 앞서 준비하고 있다.

미적감성, 첨단기술을 만나다

인류의 3가지 기본생활요소 중 첫 번째인 옷은 오랜 시간 본연의 보호기능뿐만 아니라 감성적 요소가 함께 발전해왔습니다. 기능과 디자인이 보조를 맞추며 인간의 생활상을 변화시켜 온 것이지요. 우리 센터는 이제 빠르게 발전하는 웨어러블 기술을 의상에 접목시켜 4차산업혁명 시대의 새로운 생활양식과 패션산업을 열고자 하고 있습니다.

이재갑 국민대학교 모듈형 스마트패션 플랫폼 센터장

약 3년간의 준비 끝에 2015년 정부 융합연구 기획과제에 선정되며 출범한 모듈형 스마트패션 플랫폼 연구센터(이하 연구센터)는 현재 국민대의 핵심경쟁력으로 평가받는 ‘디자인’과 ‘기술’의 대표적인 융합 성공사례로 꼽히고 있다. 의상·공업·영상 디자인과 신소재·전자·컴퓨터, 여기에 체육과 경영까지 8개 학부 19명의 교수들은 서로 간의 부족한 이해와 제한된 시간 내에서도 흥미로운 결과물들을 쏟아냈다.

이들이 구현하고자 하는 모듈형 스마트패션 플랫폼은 사용자가 레고를 조립하듯 본인의 개성과 필요에 맞게 다양한 기능성 모듈을 자유롭게 의상에 탈부착하고 재구성하도록 돕는 것이다. 옷을 여미는 데 쓰였던 단추와 지퍼, 장식용 키링이나 참 등의 부자재들이 건강상태와 위치정보를 알리는 첨단 정보통신기기로 활용되고, 블루투스나 플렉서블 디스플레이가 적용돼 기분에 따라 음악을 듣거나 옷 색깔을 바꿀 수 있게 하는 인포테인먼트(infotainment)의 도구가 된다.

사용자의 위치정보에 따라 자외선, 미세먼지 등의 정보를 알려주는
스마트패션

사용자의 데일리룩에 따라 다양한 정보를 디스플레이하는
스마트태그 시스템

블루투스 디바이스로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색상을 바꾸는 드레스

복합소재를 이용한 3D프린팅 의상

또한 유연한 직물 형태의 센서와 소자·광섬유·전도성 파이버 등 스마트 텍스타일 기반의 원천기술 개발, 복합소재로 만드는 3D프린팅 의상제작, 빅데이터와 머신러닝 등을 활용한 디자인 프로그램 등 스마트패션 산업을 이끌어 갈 다양한 플랫폼들이 함께 개발되고 있다. 이에 따라 매년 연구센터가 주요성과들을 모아 전시하는 쇼케이스는 세계의 패션 흐름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프레타포르테, 오트쿠튀르 등의 패션쇼처럼 국내 스마트패션 산업의 미래를 가늠하게 하는 대표적인 행사로 자리 잡으며 해가 갈수록 관심의 열기가 더해가는 중이다.

2017년 쇼케이스에 전시된 융합연구 성과물들

모두에게 좋은 융합 플랫폼

하지만 국민대 연구센터의 미덕은 당장의 가시적인 성과보다도 미래 비전에서 더욱 빛이 난다. 이들은 아직 걸음마 단계인 국내 스마트패션 산업의 육성을 위해 과감히 ‘공유와 개방’의 전략을 선택했다. 세계의 소프트웨어 산업이 오픈소스로 파이를 더욱 키우는 것처럼 자신들의 융합연구 성과와 개발과정 모두를 공개해 스마트패션 산업의 저변을 확장하겠다는 것이다.

연구센터의 궁극적인 목표는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융합의 플랫폼이 되는 것입니다. 저희 역시 이질적인 영역들이 전공을 불문하고 함께하다 보니 처음엔 모든 게 생소하고 충돌도 잦았습니다. 하지만 조금씩 서로의 전문성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고 소통이 이뤄지면서 실현가능한 공동의 목표들이 생겨났습니다. 개인연구로는 상상할 수 없었을 종류의 것들이지요. 센터가 추진 중인 오픈 웹사이트 구축도 같은 맥락입니다.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집단지성의 플랫폼이 스마트패션 기술과 시장, 그리고 개별학문의 깊이까지 더할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이지요.

이재갑 센터장(앞줄 가운데)과 국민대 모듈형 스마트패션 플랫폼 연구센터 동료들

연구센터는 지난해 수도권 대학 중 유일하게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주관하는 CRC(Convergence Research Center)에 재선정됐다. 독창적인 융합연구의 결과물들과 함께 스마트패션을 미래 유망산업의 위치로 끌어올린 성과를 확실히 인정받은 셈이다. 2022년까지 총 100억 원을 지원받게 된 연구센터는 보다 실제적이고 효율적인 융합연구와 함께 세계와 교류하며 한국의 스마트패션 산업을 이끌어 갈 전문인재 양성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17년 신설된 융합디자인테크놀로지학과에는 현재 디자인, 신소재, 전자공학 등 다양한 학부 출신의 대학원생 6명이 재학 중이다. 이들은 공학과 디자인, 인문경영 등 전공이 다른 교수진이 3명 이상 참여해야 하는 독특한 ‘팀티칭’ 수업을 통해 복합적인 문제해결 능력을 키우고 있다. 연구센터는 이와 함께 기획, 디자인,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개발, 비즈니스 모델 발굴까지 스마트패션 산업의 프로세스 전반을 모두 익혀야 하는 철저한 실무 중심의 프로젝트 교육을 통해 융합교육의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공유와 협력의 정신 아래 아직은 낯선 미지의 영역을 함께 개척하고 있는 국민대 연구센터. 이들의 씨줄과 날줄이 엮어내고 있는 스마트패션의 새로운 플랫폼들이 가까운 미래, 또 어떤 신세계를 인류에게 선물할지 사뭇 기대가 커진다.

코워킹스페이스에서 만난
융합디자인테크놀로지학과 대학원생들

취재 당일 마침 미국에서 열린 CES를 참관하고 돌아왔다는 학생들은 “기술과 디자인 모두에서 세계와의 격차가 그리 크지 않음을 두 눈으로 확인했다”며 도전정신을 더욱 불태우고 있었다.

처음 입학했을 때는 확실히 다른 전공에 대한 이해가 낮아 이질감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심미적인 것, 아니면 기술적인 부분에만 집중됐던 관심이 전에 보지 못한 분야까지 넓어지며 상상력과 아이디어의 지평이 확장되는 경험을 하고 있어요. 디자인과 소프트웨어에 모두 관심이 있던 차에 이런 융합전공이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주저없이 선택했어요. 전에는 좋은 모양새에만 신경썼는데 이제는 PCB보드나 태양광 전지 등의 기술적 적용을 염두에 두고 디자인을 하고 있지요.
이재갑 센터장은?

국민대 신소재공학부 교수로 반도체 전자소자 분야의 전문가다. 국민대-텍사스주립대 국제미래재료혁신연구소 소장을 겸임하고 있다. 이 센터장은 “9년 간 ERC 과제를 수행하며 쌓은 경험자산이 현재의 센터를 이끄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면서 “비단 스마트패션의 발전뿐만 아니라 새로운 산학연 융합의 모델을 만들어 간다는 보람이 CRC 사업에 더 큰 애착을 갖게 한다”고 말한다.

“모두가 함께 소통하며 과정과 결과를 나누는 또 하나의 융합 플랫폼을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내년이면 정년을 맞게 됩니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지만 최선을 다해 작은 주춧돌 하나를 놓고 나면, 그 이후엔 젊은 교수님과 구성원들이 더 풍성한 융합의 플랫폼으로 가꾸어갈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