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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중국, 그 사랑과 욕망의 사회사

여성의 시선으로 바라본 중국의 사회와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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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전부터 현재까지 인류의 최대 화두는 바로
사랑이 아닐까요?

「근대 중국, 그 사랑과 욕망의 사회사」는 ‘연애’를 여성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중국의 사회와 문화의 다양한 풍경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愛는 원래 부모와 자식의 사랑을 의미하는 글자였습니다. LOVE를 표현하고자 했던 일본은 남녀상열지사를 나타내는 ‘연’자와 ‘애’를 붙여 ‘연애’라는 말을 만들었습니다. 사실, 연애는 일본식 한자인 셈이죠.

1920년, ‘Love is best’로 시작되는 구리야가와 하쿠손의 「근대의 연애관」이 소개되었습니다. 이후 ‘연애’는 정신적 사랑과 육체적 욕망을 모두 아우르는 개념이 되었습니다.

더 나아가 연애는 더 이상 개인주의적 행동이 아닌 국가와 사회가 유지되기 위한 중요한 방안이 되었죠. 이를 통해 사회 개혁과 국가의 부강으로 이어진다고 받아들여지면서 중국의 일급 지식인들과 식민지 시절 조선의 지식인들도 열광하게 되었습니다. 한국, 중국, 일본 세 나라에서 연애는 최단 시간에 서양을 따라잡을 수 있는 묘약이 된 셈이죠. 압축적 근대화의 상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근대 중국 사회문화사

이 책은 근대 중국의 연애담론과 논쟁을 다룬'사상사'와 연애자주의 실천, 동성애, 근대의 축첩 문제와 신여성의 비애 등을 다룬'사회사'로 나누어집니다.

발을 묶은 어린 중국 소녀

일본발 근대적 연애의 수용과정, 민국시기는 물론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는 뿌리 깊은 정조 숭배와 그 배경, 민국시기 지식계의 ‘정조논쟁’, 장경생이 주도한 ‘애정의 정칙 논쟁’, 일부다처든 일처다부든 연애만 있으면 문제가 될 것 없다고 하는 파격적인 성도덕인 이른바 ‘신성도덕(神性道德)논쟁’ 등을 여성의 시점으로 정리했습니다.

중국의 남성들은 여성의 작은 발에 집착했습니다.

부모는 딸아이가 서너 살만 되면 발을 묶어 자라지 못하게 만든 것인데요. 여성의 작은 발이 남성 욕망의 대상이 되면서 나타난 전족은 천년이 넘도록 이어져 왔습니다. 이후 서구적인 미에 영향을 받으며 작은 발보다 풍만한 여성의 몸매가 각광받게 되었습니다.

성인 남성 구두, 컵과 비교한 전족 크기

그동안 전족은 남성의 시각에서 해석이 되어왔습니다. 여성들의 발을 묶음으로써 바깥활동에 제약을 주어 남자를 접할 기회를 줄이기 위함이며, 여성의 정절을 강조하는 유교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또한, 다른 시각에서는 북방 유목민의 침량의 산물로 유목민이 발이 작은 여성을 끌고 가기 어려워 약탈을 포기했기 때문에 전족이 유행하게 되었다고 해요.

전족에 대한 다른 해석

하지만 「근대 중국, 그 사랑과 욕망의 사회사」에서는 다르게 해석합니다. 전족이 천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어져 온 것은 여성의 동조가 없이는 어려우며, 여성들이 몸값을 높이기 위한 수단이었기 때문에 천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어져왔다는 것입니다. 얼굴은 타고나지만 발은 노력에 따라 작게 만들 수 있다는 희망 때문이었다고 해요.

"작은 발 한 쌍을 가지려면 한 항아리의 눈물을 쏟아야 한다."

그러나 어떠한 시선과 관점에도 전족은 전통의 이름으로 행한 악습입니다.

비인간적인 미의 기준을 요구하는 사회 속에서 모진 고통을 견딘 가장 큰 희생자는 여성이었습니다. 사회에 널리 퍼져있던 잘못된 여성관에 의한 여성을 하나의 동등한 인격체로 여겼다면, 전통이란 이름으로 이렇게 잔인한 풍습이 지속될 수는 없었겠죠?

한중일 세 나라 모두에서 시대의 아이콘이 되었던 노라(입센의 희곡 <인형의집>의 여주인공)의 가출, 그리고 스웨덴의 여성 철학자 엘렌 케이의 소위 ‘영육일치적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부모가 정한 혼사를 거부하고 가출하거나 연인과 동거했던 여성들과 그녀들이 현실에서 부딪친 문제들, 그리고 중국 역사상의 동성애와 민국시기 여성들의 동성애 문제, 민국시기 첩 위상의 변화, 여전히 조혼과 성폭력, 인신매매를 벗어나지 못했던 농촌 여성들의 성과 사랑의 다양한 사례들을 그려냈습니다.

근대의 물결은 성적 욕망의 대상뿐 아니라 연애와 결혼을 비롯한 남녀관계와 의식 전반에 거대한 전환을 불러왔습니다. 이를 통해 근대 중국 사회문화사의 지평을 확대한 것이죠.

연극<인형의 집>에서 노라를 연기한 리브 울만

여성의 생존 전략

한국과 중국, 일본 세 나라 모두 보수적인 분위기로 모든 쟁점의 주인공은 남자들이었습니다.

청말과 민국시기 지식인들의 문집과 민국 시기의 대표적인 신문 잡지, 그리고 화보나 만화와 같은 자료들은 그동안 남성의 입장에서 분석되어왔지요.

근대 중국, 그 사랑과 욕망의 사회사는 문학과 역사학의 경계를 허물어 자유롭게 넘나들고 있으며 춘궁화, 사진, 만화, 영화 등도 적극 활용하여 여성의 관점에서 재해석 되었습니다. 다양한 사료를 활용하여 여성의 시점으로 연애와 성 문제를 분석하니 다른 관점에서 중국의 사회와 문화의 모습들을 발견했어요.

1885년, 학자 복장을 한 여성

1880년, 상류층의 중국 여성들

여성을 남성 중심 사회에서 연애에 희생된 수동적 희생자로만 보기보다는 그러한 사회에서 여성적 전략으로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려 했던 여성의 생존전략에 주목하고 있죠.

현재 우리나라의 많은 청년들이 다양한 사회적 문제들로 연애와 결혼, 그리고 출산을 포기하고 있으며 자의반 타의반으로 ‘비혼’을 추구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러한 세대에 100년 전 한국과 중국, 일본 세 나라의 남녀들을 설레게 만들었던 ‘연애’는 사치일지도 모르죠.

그 시대의 여성들은 ‘연애’를 통해 부모나 종족에 속한 것이 아닌 바로 나 자신이라는 존재의 발견과 동시에 여자는 음이며 땅이라고 교육받은 여성이 진취적으로 계층을 뛰어넘고 신분의 이동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역사 속에서 보였던 사랑에 대한 열정과 그들이 이루어 낸 변화를 분석하여 현시대를 바라본다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지 않을까요?

출처
자료출처

한국연구재단 저술출판지원사업
'근대 중국, 그 사랑과 욕망의 사회사'(카이스트 인문사회학부 대우교수, 천성림)

내용출처

한국연구재단 인문공감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