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배경
우리의 몸과 마음은 떨어질 수 없는 존재다. 몸의 질병이 마음의 괴로움을 동반하고, 마음의 괴로움이 몸의 질병을 불러올 때도 있다. 이 때 질병의 원인을 찾고 그에 따른 처방으로 몸을 건강하게 하는 것이 ‘의학’이라면, 문학과 같은 인문학을 통해 마음 속 고통의 근본 원인을 찾고 해결 방법을 구하는 것이 ‘인문의학’이다. 이처럼 질병 치료 과정에서 몸의 치유와 마음의 치유가 같이 이루어지면 좋겠지만, 실제 의료 현장에서 이를 실현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의과대학의 의예과 학생들과 함께 시(詩)를 통해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는 인문의학 교육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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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기간
총 4학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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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강학생
총 98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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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진행
1) 의학과 관련한 인문학적 주제 선정
[생명] [사랑] [의사] [마음의 고통] [몸의 질병] [시간과 삶] [감정]
2) 주제가 잘 표현된 시 함께 읽기
3) 자신들의 창작시와 창작의도 발표
학생들이 시를 만나 감정이 정화되고 정화된 감정이 삶을 변화시키는 경험을 한다면, 그들이 의사가 되었을 때 환자들을 심리적으로 지지해주고 치유해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로 이번 교육은 시작되었다.
연구내용
의예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은 시인의 시를 읽은 후에 느끼는 자신의 감정이나 삶에 대한 성찰을 직접 창작시로 표현하여 발표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상황들을 이해하게 되고, 자신들이 나아갈 의사의 모습에 대해 진지하게 고뇌하는 모습을 보였다. 병을 치료하는 의술(醫術)에서 아픈 사람의 마음까지 생각하는 인술(仁術)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다.
학생들은 환자를 ‘몸이 아픈 사람’으로만 보는 인식으로부터 그들도 개인적인 역사를 지닌 삶의 주체라는 사실을 인지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마음의 변화는 무엇을 어떻게 실천할 것인지를 생각하는 데로 나아간다. 그들은 이제 자신이 지향하는 미래의 의사가 “마음을 치료하는 위대한 의사”이며, 그 의사를 만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안다.
핵심성과
이처럼 의예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시 수업을 진행 한 후, 마지막 종강시간에 설문지 조사가 이루어졌다. 조사 결과, 시를 만난 후 학생들의 시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6%로 증가했으며, 부정적인 인식은 46%에서 11%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시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강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설문지 분석 결과 中
위의 결과들을 통해 시가 소통과 치유의 방법이 될 수 있음을 학생들이 인식하기 시작했으며, 이 학생들이 의사가 되었을 때 환자들의 고통을 인간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졌음을 알 수 있다. 물론, 개인의 호불호에 따라 그리고 시간적인 이유로 실제 의료현장에서 시를 활용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시로 자신을 돌아보고 치유했던 이번 경험은 그들이 의사가 되었을 때 인간적인 의술을 펼칠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이다.
활용방안
의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은 중·고등학교 과정부터 이과 계열의 자연과학 분야를 공부하면서 인문학을 접할 기회가 적다. 또한, 실제 의학 교육은 인간의 삶보다는 몸과 마음의 기능적인 문제를 지식 전달 중심으로 행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병을 치료한다는 것은 철저하게 인간 대 인간의 일이다. 타인의 고통에 공감한다면 의사와 환자 사이에 단절감은 줄어들 것이며, 의료의 질 또한 향상될 수 있다. 앞으로 이 연구를 바탕으로, 실제 의료 현장에서 시를 통한 치유를 시도해보고, 지속적인 관찰과 연구를 계속해 나가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