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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의공학은 21세기 첨단 과학기술의 최전선”

한국연구재단 김현 뇌·첨단의공학단장(고려대 의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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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된 자원을 배분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이익을 보는 집단이 있다면,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는 제로섬(Zero-sum) 게임의 특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주어진 자원을 효율적으로 분배하고, 꼭 필요한 곳에 가도록 하는 일에는 전문성과 공정성이 필요합니다. 국책연구 과제를 기획하고 선정하는 일도 마찬가지라는 것이 한국연구재단 김현 뇌·첨단의공학단장(고려대 의과대학 교수)의 생각입니다.

김 단장은 그동안의 경험을 살려 국책연구 과제 기획의 전문성, 과제 선정의 공정성에 주력하겠다는 각오를 밝혔습니다.

이와 더불어 우리나라의 뇌 과학과 첨단 의공학 분야를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기여하고 싶다는 포부도 피력했습니다. 김 단장은 지난 3월 부임했습니다. 부임과 동시에 정신없이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김 단장을 만나 국내 뇌 과학과 첨단 의공학 연구의 잠재력과 개선 방안 등을 들어봤습니다.

지난 3월 부임한 한국연구재단 뇌·첨단의공학 분야 김현 신임 단장.

“질병 진단·치료에 쓰일 원천기술 개발에 주력”

  • 우선 단장으로 부임하신 소감과 각오부터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이제 한 달 정도밖에 안 돼서 정신이 없습니다. 지금은 업무파악에 주력하고 있고요. 박사과정을 마치고 지금까지 지난 30년 동안 실험실-학교-집을 오가며 살았더라고요. 개인적으로 뭔가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었습니다. 또 이렇게 30년의 세월을 바친 분야에 뭔가 기여를 하고 싶었고요. 무엇보다 연구자와 연구지원 기관 간의 신뢰를 높이는데 미력하나마 일조해야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연구과제 기획, 평가의 전문성과 공정성을 높여야 한다고 믿고 있고요. 이 두 가지를 병행하는 게 간단한 일은 아니지만, 공정하면서도 전문적인 프로세스가 이루어진다면 얼마든지 신뢰를 높일 수 있다고 봅니다.

  • 뇌·첨단의공학이라는 용어가 생소한 독자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범위도 상당히 포괄적일 것 같은데요. 뇌·첨단의공학이 어떤 분야이고, 또 뇌·첨단의공학단에서는 어떤 일을 하는지 소개해주세요.

    우선 뇌·첨단의공학 분야가 국책연구본부 소속이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은데요. 다시 말해 연구자 개인 연구가 아니라 국가에서 필요로 하는, 글자 그대로 ‘국책연구’를 수행하는 분야라는 겁니다. 또 뇌·첨단의공학 분야는 크게 뇌 과학과 의공학 두 분야의 연구과제를 기획하고 평가·관리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뇌 과학 분야에서는 뇌·신경계 질환의 진단과 치료를 위한 원천기술, 첨단의공학분야에서는 환자 진단 및 치료용 의료기기 개발을 위한 원천기술을 발굴하는 업무를 수행한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여기에 임상의과학자 역량 강화도 뇌·첨단의공학단의 한 파트를 차지하고 있어 크게 세 분야를 아우르고 있습니다. 지금은 하나로 합쳐져 있지만, 해당 분야의 국내 연구 규모가 커지면 분리되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 국내외 연구현장에서 오래 계셨던 만큼 해당 분야 연구개발의 문제점이나 개선점에 대해서도 하실 말씀이 많으실 것 같은데요.

    사실 어느 분야이든 연구자 입장에서는 자기가 하고 싶은 연구과제가 국책연구과제에 포함돼서 진행되면 가장 좋다고 생각할 겁니다. 하지만 모든 연구자를 만족시킬 수는 없지요. 결국은 지원할 수 있는 연구비 규모의 문제인데요. 국가에서 당장 시급하거나 필요한 부분을 찾아 여기에 집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당연히 정기적으로, 또 상시적으로 어떤 연구가 필요한지 수요조사를 해서 국책연구과제를 도출하고 있는데요. 아무리 공정하게 진행된다고 해도 여기에 포함되지 않은 연구자들의 입장에서는 불만이나 소외감을 느끼게 마련입니다. 이것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펼쳐야 한다고 봅니다.

  • 거꾸로 해당 분야의 연구 현장에서도 노력이 필요할 텐데요. 어떤 부분에 초점을 맞춰 노력해야 한다고 보시는지요?

    결국 국가에서 필요한 연구를 수행하는 국책연구는 일정 수준의 결과물이 중요합니다. 뇌·첨단의공학 분야에서는 진단이나 치료에 쓰일 수 있는 원천기술이 개발되어야 하겠죠. 물론 좋은 논문을 쓰고, 많은 특허를 내는 것도 중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궁극적으로는 뇌 질환자나 기타 환자의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데 쓰일 수 있는 연구에 집중해야 하지 않을까요?

직원과 함께 현안을 논의하고 있는 김현 단장.

“전문성·공정성 바탕으로 지원기관-연구자 신뢰 높여야”

  • 임기 동안 이 일만은 꼭 하고 싶다, 혹은 바꾸고 싶다는 게 있다면 무엇인가요?

    앞에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제가 맡은 역할 중에서 재단과 일선 연구자, 또 지원기관과 연구현장을 잇고 신뢰를 높이는 일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고 생각합니다. 연구자와 연구현장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전문성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고요. 이를 위해서는 뇌 과학과 첨단 의공학 분야의 미래 산업 발전을 고려하는 전략적이고 전문적인 연구과제 기획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또 아무리 좋은 기획이라고 하더라도 선정·관리의 신뢰도가 흔들린다면 연구개발이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연구과제의 선정·관리에서는 공정성이 가장 핵심적인 가치가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이처럼 전문성과 공정성을 바탕으로 신뢰를 높이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 최근 실리콘밸리의 거대 IT기업도 뇌 과학이나 첨단의공학 분야에 많은 투자를 하고 도전적인 연구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 분야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이 사업 분야의 미래가 밝고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죠. 뇌의 신비를 풀고자 하는 신경과학은 궁극적으로 인간의 본질을 이해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동시에 미래 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분야입니다. 21세기 첨단과학의 최전선이자 최후의 과학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이 때문이겠죠. 의공학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첨단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많은 문제가 해결되면서 인간은 갈수록 더 건강한 삶을 오래 지속하고 싶어 합니다. 첨단 의공학의 역할과 중요성이 커질 수밖에 없죠. 거대 IT기업들이 뇌 과학이나 첨단 의공학 분야에 과감하게 투자하고 도전하는 것은 이러한 사회 변화를 읽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 이들 기업이 호언장담하는 내용을 보면 SF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기술이 많은데요. 가능성은 어느 정도일까요?

    시간의 문제이지 언젠가는 가능하다고 봅니다. 바이오 분야에서 최근 괄목할 만한 성과가 많이 나오고 있는데요, 이것은 오랫동안 진행한 연구결과인 동시에 빅데이터나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첨단 IT 기술이 적용되면서 그동안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를 해결해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과학기술의 진행 속도를 고려하면 앞으로 더 많은 문제가, 더 빠른 속도로 해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고려대 해부학교실 구성원들과 함께 포즈를 취했다. 앞줄 오른쪽 네 번째가 김현 단장.

“평가·선정 상당히 공정해져…탈락자 관리에도 관심을”

  • 뇌 과학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연구 성과도 많이 도출하셨는데요. 단장님이 최근 관심을 두고 연구하고 계신 분야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우울증 치료입니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에서 자살률이 가장 높은데, 자살의 가장 큰 원인이 바로 우울증입니다. 그래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데 조금이라도 기여하고자 우울증을 효과적인 치료할 수 있는 치료법을 찾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즐겁고 아름다운 것을 봐도 아무 느낌을 받지 못하는 무쾌감증은 우울증의 대표적인 증상으로 현재까지 특이적인 치료법이 전혀 개발되지 않았는데요. 최근 우울증 환자 및 동물모델을 활용한 실험을 통해 무쾌감증을 완화할 수 있는 치료 표적을 발견했습니다.

  • 끝으로 재단이 잘하고 있는 점, 혹은 더 잘해줬으면 좋겠다는 점을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992년으로 기억하는데 미국국립보건원(NIH)에서 한국으로 돌아와 처음 연구비 1,500만 원을 지원받았습니다. 이후에도 재단 생명과학분과위원, 나노융합단 전문위원으로 활동하며 재단과는 오랫동안 직·간접적인 인연을 맺어 왔습니다. 예전에 비해 연구과제 기획, 평가, 관리 시스템의 공정성과 전문성이 현저하게 높아졌음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연구과제에 선정된 연구자보다는 선정되지 못한 연구자가 늘 많게 마련입니다. 이 연구자들을 어떻게 끌어안고 가느냐, 이 연구자들이 국가 발전을 위해 어떻게 연구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느냐가 재단에서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봅니다. 저도 아직 구체적인 그림이 그려지지 않지만, 임기 동안 재단 관계자들과 머리를 맞대고 함께 고민하도록 하겠습니다.

사랑하는 가족,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 스트레스 해소법이라고 소개하는 김현 단장. 산에도 자주 오른다.

김현 단장은?

고려대 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국립보건원(NIH)에서 박사후 연구과정을 거친 뒤 1992년부터 고려대 의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대학생 시절부터 신경과학에 흥미를 느껴 이 분야에 몸담은 뒤 지난 30여 년 동안 신경과학자로서의 외길을 걸었다. 한국뇌신경과학회장, 21세기 프론티어연구개발사업단 기획위원장 등을 역임하고 고려대 실험동물연구센터장, 유전병연구소장 등을 지냈다.

한 줄 인터뷰

01. 요즘 흔한 우울증이란?

“완치 가능한 질병”

치매와 달리 우울증은 완치할 수 있다. 치매는 신경세포가 죽으면서 생기는 뇌 질환이지만, 우울증은 그 직전 단계이기 때문에 치료할 수 있다. 당사자는 물론 사회적으로 더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02. 본인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이 있다면?

“사랑하는 가족과 함꼐”

가족과 함께 자주 시장도 가고 쇼핑도 한다. 아내와 딸과 함께 즐겁게 지내다보면 어느새 스트레스가 사라진다. 아내와는 산에도 자주 간다. 좋은 사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스트레스 해소에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03. 인생철학으로 삼는 격언·문구

“억울해하는 사람이 없도록 하자”

나로 인해 억울한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특히 나보다 힘이 없거나 서열상 아래에 있는 사람이 나로 인해 억울한 일이 생기면 그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또 하나. 내 후임자는 무조건 나보다 똑똑하고 유능해야 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