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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환경 원천기술 연구의 융합·균형에 주력”

한국연구재단 이상협 에너지·환경단장(KIST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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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세먼지 등으로 환경에 관한 사회적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는데요. 화력발전소나 자동차 배기가스가 여러 요인 가운데 하나로 꼽히면서 깨끗한 에너지 문제도 중요한 관심사가 되었습니다. 이렇듯 미세먼지 문제만 봐도 환경과 에너지는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이상협 한국연구재단 에너지·환경단장(KIST 책임연구원)은 이런
에너지와 환경을 ‘쌍둥이, 혹은 우애가 돈독한 형제’라고 표현했습니다.

동전의 양면과 같은 두 분야는 양립 가능할까요? 이 단장의 대답은 “그렇다”였습니다. 안전하고 쾌적한 에너지 기술 개발과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 기술 개발을 분리해서 따로 생각할 수 없다는 게 이 단장의 생각입니다.
지난 3월 부임한 이 단장을 만나 에너지와 환경 문제, 그리고 이 분야의 기초연구 현황과 앞으로의 방향 등을 듣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인터뷰 내내 유머와 비유가 끊이지 않았는데요. 환경 분야 전문가답게 “대전이 서울보다 공기가 좋은 것 같다”는 덕담(?)으로 시작했습니다.

한국연구재단 이상협 에너지·환경단장(KIST 책임연구원)

“에너지·환경은 영문 머리글자도 E로 같아”

  • 지난 3월 부임하셨는데요. 그동안 어떤 것을 중점에 두고 일하셨는지 궁금합니다.

    KIST에서 근무하면서 재단과 이런저런 인연을 맺어왔지만, 2년 동안 재단의 단장으로 일한다는 것이 처음에는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재단이 둥지를 틀고 있는 대전이라는 도시와의 인연을 찾아보려고 했는데 아쉽게도 작은 실마리도 없더군요. 대전이 서울보다 훨씬 공기가 쾌적하다는 것은 분명해 보였습니다(웃음). 어떤 일이든 열심히 하고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이런 낯섦부터 극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단장 업무를 수행하는 동시에 재단과 대전, 새로운 일과 사람,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 부담감도 적지 않으셨을 것 같습니다. 어떤 각오와 계획으로 임하고 계시는지요.

    사실 처음 재단에 올 때는 그리 큰 부담감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항상 그랬듯 꾀부리지 않고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면 된다는 각오로 왔고요.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일과 연구의 새로운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단장이라는 직함을 달게 되니까 여기저기서 전화가 많이 오더군요. 물론 대부분 축하와 응원의 전화였습니다. 휴대폰을 사용한 이후 처음으로 ‘배터리가 부족하니 저전력 모드로 전환하시겠습니까?’라는 질문을 휴대폰으로부터 받곤 했습니다(웃음). 이때부터 조금씩 부담감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 이름에서 보듯 에너지와 환경이 합쳐져 있습니다. 에너지와 환경은 어떤 관계인가요?

    에너지와 환경의 관계는 쌍둥이, 혹은 우애가 돈독한 형제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영문 이니셜도 ‘ET’로 같습니다. 세대별로 ET의 뜻이 다르다는 거 아세요? 1세대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SF영화 ‘E·T(Extra-Terrestrial)’입니다(웃음). 2세대는 환경(Environment), 3세대는 에너지(Energy)라는 의미의 ET이고요. 이제 4세대는 에너지 & 환경(Energy & Environment)입니다.
    실생활에서도 에너지·환경은 사람들의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죠. 최근 폐비닐로 촉발된 쓰레기 수거 거부 논란이라든지 단전, 단수, 수질 오염, 미세먼지 등 에너지와 환경이 합쳐진 문제로 많은 사회적 갈등을 빚고 사회적 비용이 들어가고 있습니다. 에너지·환경단장은 이런 쌍둥이 같은 두 분야의 기초연구를 조화롭게 잘 이끌어가야 하는 임무를 부여받은 자리입니다. 안전하고 쾌적한 에너지 기술, 또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 과제를 잘 만들고 진행하도록 하는 것이 저에게 맡겨진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연구기관장협의회 정기총회에서 녹조 문제에 관해 발표하고 있는 이상협 단장.

“사회문제 해결은 연구자 책무, 단 거짓말 하지 말아야”

  • 말씀하신 것처럼 최근 대기·수질 오염 등을 비롯한 환경과 신재생 에너지 문제 등이 사회적 관심사로 대두하고 있습니다. 에너지·환경의 기초연구는 어떤 관련을 맺고 있나요?

    먼저 환경 분야 원천기술이라고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또 에너지 분야 원천기술이라고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아마 환경 문제, 환경 기술이라고 하면 더럽고 오염된 것을 먼저 떠올리는 분이 많을 겁니다. 에너지 문제, 에너지 기술이라고 하면 태양에너지를 연상하는 분이 많을 거고요. 이런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저는 개인적으로 환경과 에너지가 서로 다른 분야이지만, 원천기술에서는 독립성이 다른 분야에 비해 낮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씀드리자면, 융·복합 성격이 매우 강한 기술이라는 거죠. 그래서 두 분야가 융·복합할 수 있는 원천기술, 기초연구는 무한하다고 봅니다. 결국 안전, 쾌적, 건강이라는 키워드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달성하느냐가 두 분야의 주요 원천기술 확보와 응용 전략입니다.

  • 앞으로 에너지·환경 분야의 기초연구 방향과 지향점도 궁금합니다.

    두 분야의 지향점은 같습니다. 방법은 달라도 결국 ‘국민을 위한(for the people), 국민에 의한(by the people), 국민의(of the people)’ 연구가 되어야 하고요. 정부가 사회문제 해결형 연구개발 사업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라고 봅니다. 다만 사회문제 해결형 연구개발 사업이라고 해서 모든 문제를 단박에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히 하고 싶어요. 녹조 문제를 예로 들어볼까요? 사실 녹조는 자연적인 현상입니다. 녹조가 너무 많아도 문제지만, 녹조가 없는 강은 죽은 강입니다. 정책 결정자나 국민 입장에서 녹조 해결은 강에서 녹색을 없애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연구자들의 관점에서 볼 때 녹조는 안전한 식수 공급과 관련이 깊습니다. 안전한 식수 공급 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녹조 문제 해결과 어떤 관련이 있을까요? 이런 부분에 관한 고민과 토론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 연구자들에게 국민 생활과 직결된 사회문제 해결에 더 많이 주력해달라는 요구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한 요구 자체는 당연합니다. 그런 요구에 부응하는 게 연구자들의 책무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연구자들이 국민을 대상으로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보통 그런 연구를 수행하는 연구자는 몇 가지 고민에 직면합니다. 저는 모든 것을 다 충족하는 연구자보다는 거짓말하지 않는 연구자가 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2년이라는 임기가 짧을 수도 있는데요. 임기 동안 이 일만은 꼭 하고 싶다, 바꾸고 싶다는 게 있다면 무엇인지요.

    에너지와 환경 문제는 불가분의 관계입니다. 그런데 그동안 보이지 않는 장벽이나 칸막이가 어느 정도 존재했던 것 역시 사실입니다. 에너지와 환경 문제를 서로 연결해서 볼 수 있는 연구 환경을 만드는데 미력하나마 힘을 보태고 싶고요. 또 에너지·환경은 기후변화와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기술은 전 지구적 문제에 전 세계적 대응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그 중요성이 더 높아질 것입니다. 우리나라 역시 이에 대한 적극적이고도 효율적인 대응이 필요하고요. 정책적인 측면의 환경 관련 시나리오는 있지만, 이에 대응할 수 있는 기술 개발 시나리오는 부족한 게 현실입니다. 이런 부분에 주력하면서 에너지·환경 분야가 서로 균형을 이루면서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싶은 것이 저의 희망입니다.

KIST 물자원순환연구단 구성원들과 함께.

“‘우리 것’에서 ‘우리 함께의 것’ 만드는 데 주력”

  • 연구자 시선으로 봤을 때 연구 지원의 문제점이나 개선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아마 어떤 연구 분야이든 비슷할 텐데요. 연구현장에서 30년 넘게 생활하면서 가장 힘들 때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일로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였습니다. 사실 연구자들을 보면 개인별로 차이점과 특성은 존재하지만, 대부분 숙제 잘 하고 1등에 익숙한 분들입니다. 숙제를 다 못하거나 1등을 못 하면 잠을 제대로 못 자는 연구자들이 많아요.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자신이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는 것이 연구 지원의 핵심이라고 봅니다. 물론 연구비를 지원했으니 중간고사나 기말고사와 같은 최소한의 관리는 필요하겠죠(웃음).

  • 또 연구현장에서 느낀 재단이 잘하고 있는 점, 개선해야 할 점도 말씀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재단에 들어와서 보니 정말 재단에서 하는 일이 산더미 같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세상 모든 일은 사람이 합니다. 세상 모든 일이 잘 되려면 사람이 일을 잘해야 합니다. 하지만 사람과 자원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최대한의 효율을 낼 수 있도록 해야 하죠. 그게 조직 관리이고 체질 개선일 수도 있습니다. 산더미 같은 일을 잘 하려면 이게 정말 잘 이루어져야 한다는 생각을 했고요.
    또 최근에는 어떤 일이든 단독으로 떨어져 진행하기 어렵습니다. 함께 하는 연구개발 전략이 이루어져야 하는데요. 인간은 기본적으로 ‘자기 것’을 지키려고 하는 본능을 갖고 있습니다. 사회활동을 진행하면서 이게 ‘우리 것’으로 규모가 커지는데요. 자기 것, 우리 것을 지키려고 하는 일은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하지만 이제 연구개발의 패러다임이 합치기, 혹은 뭉치기로 변하고 있고 이것을 피해갈 수 있는 분야는 없다고 봅니다. 재단과 연구현장이 함께 노력해 ‘우리 것’을 ‘우리 함께 것’으로 바꾸는 도전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 연구자로서도 의미 있는 연구 성과를 많이 남기셨는데요. 최근 관심을 두고 주력한 분야는 무엇인가요?

    저는 재료공학을 전공한 뒤 다시 환경공학을 전공했습니다. 그래서 남들은 알아주지 않아도 저 혼자 이 분야 최고의 융합 전문가라고 자랑하고 다닙니다(웃음). 이런 배경으로 저는 환경 분야를 연구하면서도 소재와 재료를 바탕으로 하는 환경 기술 개발을 연구의 기본 철학으로 삼았습니다. 4년 전부터 단장으로 오기 전까지 녹조 문제 해결을 위한 연구에 주력했습니다. 재단과의 첫 인연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이때만큼 재단을 자주 드나들었던 시절은 없었을 거예요. 그때 녹조 연구를 하면서 사회란 이런 곳이구나, 국민들이 연구자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이구나 등의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만약 연구실에서 혼자 연구만 몰두했다면 이런 것을 깨닫지 못했겠죠.

  • 단장 임기가 끝나면 더 시야가 넓어지실 텐데요. 끝으로 앞으로의 계획, 연구하고 싶은 분야는 무엇인지요?

    그동안 깨달은 것을 연구 결과로도 이어지게 해야겠죠. 과학기술과 국민들의 요구 사이에는 간극이 존재하지만, 어떻게 하면 좁혀 나갈 수 있는지 목격하고 경험했으니 이것을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에 접목하고 싶습니다. 단장 일을 마치고 KIST로 복귀한다면 과학기술이 사회구성원의 불안을 해소하고 더 행복한 삶을 사는데 기여하는 연구에 주력할 생각이고요. 이런 과학기술의 역할과 연구자의 책임을 더 많이 고민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보고 싶습니다.

이상협 단장(사진 맨 왼쪽)이 현장에서 연구결과 시연을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했다.

이상협 단장은?

재료공학과를 졸업하고 기업에서 소재 연구를 하다가 서울대에서 환경공학으로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0년대 초 일본 문부과학성·후생노동성 초빙연구원으로 활동했으며 환경부 환경기술개발 운영위원회, 경기도 하수도자문위원회 등에서 자문 활동을 수행했다. KIST 개방형 R&D사업 녹조방제기술연구개발단장, 미래부 사회문제 해결형 R&D사업 식수원녹조연구단장 등을 역임했다. 환경 기술 고도화에 기여해 2008년과 2012년 두 차례 환경부장관 표창을 받고 2017년 미래부 우수기술 100선에 선정되기도 했다.

한 줄 인터뷰

01. 단장님께 에너지와 환경이란?

“쌍둥이, 혹은 우애가 돈독한 형제”

최근 우리가 접하고 있는 환경 문제의 상당수는 에너지 문제로부터 비롯되었다. 또 에너지 문제는 결국 환경 문제와 직결된다. 에너지와 환경은 동전의 양면처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

02. 단장님께 녹조란?

“자연이다”

가끔 황토색이 되기도 하지만, 강은 원래 녹색이다. 파란 강은 새파란 하늘이 강물에 비친 것이다. 이렇게 보는 게 녹조 문제를 해결하려는 연구의 시작이다.

03. 인생철학으로 삼는 격언·문구는?

“근면성실”

고리타분하게 들리겠지만, 실제로 그렇다. 초등학교 때 처음 써서 제출한 가훈이었다. KIST에 본이 같은 성씨의 선배 박사님이 계셨다. 그분께서도 “우리 조상은 꾀부리지 않고 성실하게 사는 유전자를 후손에게 남겨 주셨다”라고 말씀하시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