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인문학의 새 역할 '동북아 피스메이커'
원광대는 한중관계연구에서의 지속적 성과들을 바탕으로 HK+ 사업에서는 보다 진일보하고 도전적인 의제를 제시하고 있다. ‘동북아 공동번영을 위한 동북아시아다이멘션(NEDA) 토대 구축: 역사, 문화 그리고 도시’가 그것이다.
한마디로 "동북아의 안정과 통합을 가로막는 장애물들을 인문학을 바탕으로 극복하겠다"는 것이다.
자칫 지나치게 이상적인 목표가 아닌지 고개를 갸웃할 법하다. 유 원장은 “실제로 HK+ 선정과정에서도 심사위원들의 질문 포화가 집중된 문제”였다며 웃음을 지었다.
국내 한 대기업이 중동 지역 석유기업과의 거래 중에 크게 곤욕을 치른 일이 있습니다. 해당 지역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그 지역 사람들이 불경하게 여기는 왼손으로 물 잔을 건넨 것이지요. 아주 사소한 실수 하나 때문에 초대형 계약이 무산될 뻔한 것인데, 서로의 인문지리적 배경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 없이는 정치·경제적으로도 장기적으로 신뢰 관계를 기대할 수 없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 계기였습니다. 이번 HK+ 사업의 기저에도 이런 실제적 경험들이 깔려 있습니다.
첨예한 갈등의 현장인 동북아
동북아 갈등해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중인 HK+ 사업
선정 심사 중 연구대상 지역이 남북·중·일을 넘어 러시아과 몽골까지 포함하면서, 어젠다 또한 너무 넓다고 지적한 위원도 있다. 역사, 문화에 도시라는 지정학적 문제까지 포괄하고 있는 연구주제 역시 광범위하다는 의견이었다. 이에 대해 한중관계연구원은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독도(한·일), 조어도(중·일)와 남사군도(중·대만 등 6개국), 북방 4개 섬(러·일), 양안(중·대만) 같은 영토갈등을 비롯해 남과 북, 미일과 중러의 대립까지 동북아는 언제 무력충돌이 빚어져도 이상할 것이 없는 첨예한 갈등의 현장입니다. 동북아의 상시적인 평화와 공동번영은 서로에 대한 이해에서부터 출발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 언어, 문화, 역사, 철학, 종교 등의 인문학적 교류를 통해 서로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치·경제·문화적 협력을 추진하자는 것입니다.
유 원장은 “국가 간 힘의 외교와 언제든 휴지조각으로 변할 수 있는 협정과 협약에 의존해서는 동북아의 갈등을 근원적으로 치료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한중관계연구원이 도시 차원의 접근방법, 즉 새로운 다이멘션(Dimension)을 유력한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롄과 오사카, 하바로프스키와 같이 주변국의 역사와 문화가 혼재된 이른바 ‘경계도시’들에 대한 이해를 통해 도시간 협력, 나아가 동북아 갈등해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하고자 하는 것이다.
한중관계연구원은 이 같은 HK+ 사업의 새로운 의제 연구를 위해 ‘경계를 넘어, 마음을 연결하고, 공동시장을 구축하자’란 모토를 구축했다. 또한 세부 연구주제들을 독립적으로 수행할 ‘동북아시아인문사회연구소’를 연구원 내에 설치하고 산하에 역사, 문화, 경제, 인문사회융합 분과를 구성하고 있다. 이와 함께 원광대의 국제적인 어젠다 연구에 동참할 베이징대, 상트페테르부르크대, 일본의 동경대와 중부대 등 해외 유수 대학 및 관련 연구소들과의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도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