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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현장탐방

'인공광합성'이 견인하는 이산화탄소 패러다임 시프트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 광전자신소재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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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은 햇빛과 물, 이산화탄소만으로 포도당을 만든다. 실질적으로 지구상의 모든 생물을 먹여 살리는 에너지의 원천이다.

그렇다면 식물의 광합성 원리로 다른 화합물들도 제조할 수 있지 않을까?

성공하면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환경오염과 자원고갈의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 세계적인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는 이 놀라운 발상은 ‘고려대 광전자신소재연구소’(이하 고려대 연구소) 구성원들의 도전정신을 끊임없이 자극하는 연구 주제이기도 하다.

CO2의 개과천선 “공공의 적에서 인류의 효자로”

지난 100년 간 화석연료 사용의 급증은 지구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를 40% 넘게 증가시켰다. 같은 기간 지표면의 온도는 1.0~3.5℃로 상승하며 지구온난화에 따른 자연재해와 생태계 교란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오염물질 배출을 줄이기 위한 국제사회의 협력이 활발해지고 있는 가운데 단순 저감을 넘어 이산화탄소를 아예 친환경 자원으로 탈바꿈시키려는 움직임도 주목을 받고 있다. 고려대 연구소가 집중하고 있는 ‘인공광합성’은 이런 패러다임 시프트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기술이다.

인공광합성은 지구상의 생명현상 가운데서도 가장 경이롭고 신비한 식물의 광합성을 모방하는 것이다. 식물은 광합성을 통해 스스로 에너지를 만드는 지구상의 유일한 생물이자 먹이사슬의 가장 아래에서 자연생태계 전체를 지탱하는 강력한 에너지 공급원이기도 하다. 또한 이산화탄소를 연료로 소비하기 때문에 대기오염을 막는 것은 물론 부산물로 깨끗한 물과 산소까지 내놓는다.

광전자신소재연구소 초고속분광학연구실

고려대 연구소가 특히 중점을 두고 있는 분야는 인공광합성의 열쇠인 고효율 태양광 포집과 광촉매 기술 개발이다. 이산화탄소는 구조적으로 매우 안정된 상태여서 다른 물질로 전환이 쉽지 않다. 자연계에는 NADPH라는 천연의 광촉매가 존재한다. 이를 이용한 식물의 이산화탄소 전환효율은 1%대로 그리 높지 않은 수준이다. 인공광합성 기술이 경제성을 갖추려면 10% 수준의 촉매시스템 개발이 필요하다.

강상욱 광전자신소재연구소 소장

대학중점연구소 광전자신소재연구소 강상욱
소장은 “인공광합성은 세계적으로도 아직 진입
초기의 기술인만큼 집중적인 연구가 필요한
분야”라며 “이와 관련해 특화된 대학 연구소가
드문 만큼 기본원리부터 산업화까지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간다는 마음가짐 아래 화학, 물리,
전자, 생명 등 다양한 전공분야들이 협력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세계인 모두에게 희망이 되는 연구”

지난 2007년 설립된 연구소는 대덕연구단지와 오송·오창과학단지 등 세계적 수준의 산업 클러스터의 한가운데서 OLED 디스플레이와 태양전지, 3D홀로그래피 등 국가전략산업의 핵심기술들을 개발하고 실용화하는 데 기여해왔다.

이렇게 오랜 기간 특성화된 광전자 에너지 분야의 연구력을 기반으로 2014년 한국연구재단 이공분야 대학중점연구소 지원 사업에 선정됐다.

현재 연구소가 가장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이산화탄소의 에너지 전환과 저장기술 개발. 태양광의 효과적인 포집부터 이산화탄소를 합성연료로 전환하는 광촉매까지 탄소재생사이클 전반의 원천기술 확보란 큰 목표를 갖게 된 연구소는 자체적으로 고가의 분광분석장비와 클린룸을 갖춘 초고속분광학연구실까지 마련했다.

연구자들의 면면 역시 대학중점연구소 선정 이후
더욱 다양해졌다. 신소재화학과, 디스플레이·
반도체물리학과, 전자 및 정보공학과,
생명정보공학과 등 25명의 연구원들이
인공광합성 현실화를 위해 힘을 모으며 눈에 띄는
결과물들을 양산하고 있다. 연구소가 2016년
고려대 부설연구기관 평가에서 121개 기관 중
최우수에 선정된 배경이기도 하다.

초고속분광분석장비

광촉매 분야의 손호진 교수팀은 2015년 고효율 집광소재와 광촉매를 반도체 물질과 합체한 ‘유·무기 하이브리드 광촉매’를 개발한 바 있다. 이어 올해 초에는 가시광선 중 파장이 길고 에너지가 낮아 태양광 발전에서 버려지던 적색 빛까지 잘 흡수할 수 있는 광촉매를 개발하며 국제 과학계의 이목을 끌었다.

태양광 중 적색빛 이용한 이산화탄소 합성연료 전환 광촉매의 원리

기초연구뿐만 아니라 산업 활용 분야도 연구소의 큰 관심사다. 연구소 산하 에너지제로조명센터의 이승준 교수는 연구소가 배출하는 융합연구 성과를 실용화로 연결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2016년 자연광과 가장 유사한 양자점(Quantum Dot)
조명기술을 개발해 국내기업에 이전한 데 이어
울산대학교병원 등과 함께 의료용 조명 개발에도 나서고
있습니다. 특히 조명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국가 총전력
소비량의 약 30%에 육박할 만큼 상용화의 파급력이 커 새로운
시장을 찾고 있는 제조대기업들의 러브콜도 이어지고 있죠.

바르면 빛이 나는 양자점 소재를 이용한 조명

강 소장은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와 탄소포인트 제도 등이 본격화되며 우리를 향한 관심이 중앙·지방정부와 산업계를 가릴 것 없이 더욱 높아지고 있는 것을 실감한다.”면서 “정직한 연구와 실용적인 기술개발을 통해 고려대 광전자신소재연구소가 한국은 물론 세계인 모두에게 희망이 되는 인공광합성 연구의 중심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강상욱 소장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 화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MIT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재직했다. 1989년부터 30년째 고려대 신소재화학과 교수로 봉직하고 있으며 대한화학회 공업화학분과회장, 무기화학분과회장, 한국공업화학회 디스플레이분과회장 회장 등을 역임했다. 작업용 조끼와 스위스 군용칼을 애용하는 실용주의자이기도 한 그는 지난 4월 대한화학회로부터 받은 한만정학술상 상금 전액을 연구소에 기부했다. 가까운 미래에 인공광합성이 국가중추산업은 물론 태양계 탐사용 기술로도 발전하리라는 예견 아래 광전자신소재연구소의 성장에 매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