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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자

젊은 경제학자의 고백, 나도 한때 낙제생이었다

류두진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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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살다보면 인생이 바뀔만한
터닝 포인트를 만난다고 한다.

류두진 교수의 터닝 포인트는 대학교 때 찾아왔다. ‘서울대학교 전기공학부’라는 멋있는 명함을 달고 있었지만, 전공공부를 따라가지 못해 힘들어하던 시절이었다. 학과 교수님에게 수업 중 모르는 내용을 물어보거나, 해외연수를 위해 추천서를 받으러 찾아갈 때면 ‘공부도 잘 못하면서’라는 핀잔을 들었을 만큼 낙제생이었다.

하지만 그는 대학교 3학년 때 우연히 경제학부 이준구 교수님의 수업을 들으며 이 오명을 벗게 된다. 이 교수님으로부터 경제학과 관련이 있는 재무를 공부하면 잘 할 것 같다며, 당시 재무 분야를 집중육성 중이던 KAIST 경영대학원에 진학할 수 있도록 추천서를 받은 것이다. 그렇게 대학원에서 재무경제학으로 전공을 바꾼 그는 29살에 한국외대 최연소 교수로, 34살에는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에 최연소 정년보장 교수로 임용될 만큼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Profile

주요
연구분야
  • 재무론 및 금융시장미시구조
  • 인문사회 신진연구자 지원사업 및 일반공동연구 지원사업
  •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
    정년보장 부교수

현실과 밀접한 금융시장 연구

사회과학의 일종인 ‘재무경제학’은 자연과학과 마찬가지로 수학, 통계학, 전산학이라는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연구방법론을 바탕으로 진리를 추구한다. 하지만 자연과학과는 달리 정답이 없으며, 인간에 대한 통찰력, 사회현상 및 제도에 대한 철학적 고민을 모두 고려해서 연구의 방향을 결정한다는 특징이 있다.

이러한 재무경제학은 류두진 교수의 호기심을 자극시켜 거대한 금융시장에 도전하게끔 이끌었다. 그는 현재 재무이론과 빅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금융시장의 행태를 연구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자본시장 정책에 반영될 수 있는 연구결과를 내놓고 있다. 또한, 전세계 학자들과 우리 파생금융상품시장에 대한 심도있는 연구를 수행함으로써 대한민국 금융시장의 특성과 중요성을 국제학계에 전파 중이다.

류 교수의 공동연구자인 로버트 웹 미국 버지니아대학교
석좌교수와의 연구수업

왼쪽부터 류 교수, 김민성 성균관대 경제대학장,
로버트 웹 석좌교수

  • 세상의 빛이 될 연구

    주요 연구 분야는 금융시장 투자자의 실시간 호가주문 및 체결행태를 이론적으로 모형화 하고, 빅데이터를 체계적으로 분석하는 ‘금융시장미시구조(Market Microstructure)’ 연구입니다. 이러한 연구는 현실과 동떨어진 고전적인 경제학 연구와는 달리, ‘어떤 유형의 투자자가 시장유동성을 공급하는가?’, ‘정보우위를 갖고 있는 거래자의 비중과 역할은 어떠한가?’, ‘금융시장규제 및 정부정책이 시장의 특성 및 투자자의 거래행태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 ‘외국인 투자자는 실제로 국내투자자의 부를 착취하고 있는가?’, ‘거래행태를 통한 분석으로 판단할 때, 투자자의 불법행위는 없었는가?’와 같은 학술 및 정책적으로 매우 중요한 문제에 대한 답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 빅데이터 활용한 금융시장미시구조

    금융시장미시구조 분야의 90년대 초창기 연구들은 제한된 정보의 자료를 활용하기 위하여 단순한 형태의 모형을 제시하였습니다. 고빈도 거래단위의 분석이 중요한데도 일별 자료의 추정에 맞도록 모형을 단순하게 설계하거나, 거래주문에 대하여 별다른 정보가 없었기 때문에 ‘주문의 크기와 간격이 언제나 동일하다’, ‘어떤 유형의 투자자가 주문을 제출하는지는 알 수 없고, 투자자의 포지션 또한 동일하다’ 등과 같이 비현실적 가정을 바탕으로 매우 제한된 모형만을 구축했죠.

    저는 기존 연구의 약점을 보완하여 모형을 확장하고, 다양한 정보를 포함하고 있는 최근의 금융시장 빅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자 했습니다. 이에 투자자의 형태와 포지션, 주문의 크기 및 빈도, 시장유동성, 주변 시장에서의 실시간 거래행태 등을 포함하여 결과를 추정할 수 있는 새로운 모형들을 제시하였는데요. 이는 10,000분의 1초 단위의 실시간 금융시장의 거래주문 자료를 분석하여 결론을 도출하므로 그 의미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

최근 류두진 교수는 4차 산업혁명과 함께 주목을 받게 된 금융시장 융합분야에도 큰 관심을 두고 있다. 특히 금융과 공학의 융합연구를 계획 중이며, 이미 핀테크, 로보어드바이저, 인터넷전문은행 등을 연구하여 그 논문을 국내외 저명 학술지에 게재한 바 있다.

이 바탕에는 류 교수의 독특한 이력이 있다. 서울대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한 뒤, 카이스트 경영대학원에서 재무경제학을 전공한 경험이 금융과 공학의 융합연구에 강점으로 작용하게 된 것이다. 대학에서 전공공부를 잘 따라가지 못할 때만 해도, 그리고 대학원에서 재무경제학을 전공하기 시작할 때만 해도 두 전공이 이렇게 시너지를 낼지 미처 몰랐다.

다양한 경제학자들이 모인 이준구 교수님의 제자모임

  • 연구자의 길에서 만난 사람

    대학시절 제게 전자공학 대신 재무를 공부하면 잘할 것 같다며 격려해주신 교수님, 그리고 대학원시절 동고동락한 동기들이 없었다면 저는 지금의 자리에 서 있지 못했을 것입니다. 15년 전, 제가 대학원에 다닐 때만해도 경제학 및 재무 분야의 국내대학 박사학위 소지자가 교수로 임용되는 일은 거의 없었습니다. “유학도 안 다녀와서 어떻게 교수가 될 수 있는가?”라는 냉소적인 분위기가 팽배했죠. 하지만 제 주변에는 “우리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뛰어나고 도전적인 동기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그 동기들과 함께 밤새워 공부하고, 재무 분야의 최신연구를 따라잡으려고 노력했는데요. 덕분에 저와 동기들은 재무 분야 국제저명학술지에 연구 성과를 게재했고, 미국, 호주, 싱가폴, 홍콩의 해외명문대학 및 국내 주요대학에 교수로 임용될 수 있었습니다.

  • 개인연구와 공동연구 지원을 동시에

    인문사회분야는 학문의 특성상 공동연구보다 개인연구를 수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 또한 한국연구재단이 지원하는 개인연구과제 중 ‘신진연구자지원사업’을 통해 금융시장미시구조 연구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었죠. 하지만 제 연구의 경우, 빅데이터 분석을 위한 연구장비 및 데이터 구입비용이 큰 편입니다. 또한 금융업계 및 여의도 현장의 실무자와 정책입안자들을 만나 연구주제를 고민하고 발전시켜야 할 때도 자주 있고요. 이러한 이유로 개인연구과제 연구비 지원이 조금 부족하게 느껴진 것도 사실입니다.

    파생금융상품시장에 대해 강의 중인 류 교수

    2017 올해의 신진 연구자 시상식

    하지만 다행히도 재단에서는 인문사회분야 공동연구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에 저는 파생금융상품시장의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물리학과 교수와의 ‘경제물리학’ 분야 연구를 제안했는데요. 재단에서 이러한 융합시도를 높게 평가해 공동연구를 수행할 수 있었고, 통계물리학 저널을 비롯한 금융분야 학술지에 다수의 논문성과를 발표할 수 있었습니다.

내가 꿈꾸는 연구자

류두진 교수는 현재까지 70여편의 논문을 사회과학분야 국제저명 SSCI학술지에 게재했다. 융합연구논문까지 합치면 논문 게재수가 100편 이상이다. 또한, 논문 인용을 통해 연구의 질적 수준을 나타내는 피인용 횟수는 1,000회가 넘는다.

하지만 그가 처음 국제저명학술지에 논문을 투고할 때만 해도 심사위원들의 분위기는 좋지 못했다. 우리나라의 금융시장을 분석해 논문을 작성했던 탓이다. 미국이나 유럽의 금융시장을 연구해야 학술지에 게재가 되는 관행 속에서 그의 도전은 파격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그는 국제학계에 우리나라의 금융시장을 꾸준히 알렸고, 그 결과 30대라는 젊은 나이에 국제저명 SSCI학술지의 에디터로 임명되었다. 그리고 류두진 교수는 이러한 연구 노하우를 제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전수 중이다. 특히, 올해 첫 대학원 제자인 양희진 박사가 졸업과 동시에 숭실대 금융학부에 조교수로 임용되어서 큰 기쁨을 느낀다고 한다.

지도 학생들과(오른쪽이 양희진 숭실대 금융학부 조교수)

류 교수의 연구학점제 지도를 통해 주택금융공사 논문대상을
수상한 김제우 학생과

  • 나는 연구할 때 [의미 있는 논문을 쓰려] 노력한다.

    첫 논문을 투고할 때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특히, 논문의 심사위원들이 ‘독자들은 한국시장에는 관심이 없다’, ‘미국시장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오느냐’라며 지적했죠. 그러나 꾸준한 연구를 수행한 결과 국제학계로부터 연구역량을 인정받게 되었는데요. 이제는 국제저명학술지에서 ‘논문을 투고해 달라’는 초청요청을 받기도 하고요. 국제저명 SSCI학술지인 Emerging Markets Review와 Investment Analysts Journal에서 에디터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저는 전통적인 재무 연구뿐 아니라, 핀테크, 인터넷 전문은행, 머신러닝, 블록체인 등의 주제와 융합연구를 수행하고 있는데요. 학자들끼리만 공유하는 연구결과가 아니라, 정책수립과 현업의 설계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연구를 수행하고 싶습니다.

  • 나는 [세상에 도움이 되는 교육자이자] 연구자를 꿈꾼다.

    저는 연구 못지않게 교육을 중요시합니다. 연구를 열심히 하는 것의 궁극적인 목적도 ‘훌륭한 교육자로서의 균형을 갖추기 위해서’라고 생각하고요. 그렇다고 제 수업이 화려한 것은 아닙니다. 강의노트와 판서가 주를 이루죠. 하지만 학생들의 질문은 매우 활발합니다. 물론 처음에는 학생들이 질문을 하지 않아 질문이 나올 때까지 학생들을 강의실에 붙잡아 두기도 했지만, 이제는 강의시간 절반가량이 자연스러운 토론으로 채워지고 있습니다. 저는 지금도 이준구 교수님의 제자모임에 빠지지 않고 참여하고 있는데요. 제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만들어주신 이 교수님처럼 교육과 연구 지도를 통해 저보다 더 훌륭한 제자들을 키워내고 싶습니다.

류두진 부교수

성균관대 경제학과

서울대에서 전자공학을 공부하였으나 KAIST 경영대학원에 진학하여 재무경제학으로 전공을 바꾸었다. 그 후 국민연금공단 부연구위원을 거쳐 29세에 한국외대 최연소 교수로, 31세에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로, 34세에는 성균관대 최연소 정년보장 교수로 임용되었다. 주요대학 경제학과 교수 중에 국내대학 박사학위 소지자는 그가 유일하며, 인문사회분야에서 30대 초반에 정년보장을 받은 경우 또한 유일하다. 주요 연구 분야는 재무론 및 금융시장미시구조이며, 한국연구재단의 신진연구자 지원사업과 인문사회 공동연구지원사업을 통해 금융시장의 다양한 융합연구를 수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