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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자

실험은 짜릿한 '게임'이다

유우종 (성균관대학교 전자전기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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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시험 전, 새벽 3시까지 잠을 못 잤다고 한다.

긴장을 많이 하는 성격 탓이었다. 덕분에 수능 당일 꽤 헤맸다. 하지만 실험실에서는 달랐다. 편안한 마음으로 재미있게 실험을 즐긴 덕분에 좋은 논문을
많이 냈고, 대학원 졸업도 앞당겨 했으며, 취업도 빨리했다. 마치 물 흐르 듯 자연스럽게 일이 풀렸다. 2013년 31세에 성균관대 교수로 임용된 유우종 교수 이야기다.

유우종 교수는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그래핀에 다른 물질들을 쌓아 새로운 물질을 만드는 연구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만일 국가고시 같이 한 번의 시험결과로 판단되는 분야로 나갔다면 이러한 결과를 얻지 못했을 것이라며 웃는다. 그에 반해 연구는 기간도 정해져 있지 않고, 논문도 자유롭게 낼 수 있기
때문에 자신과 잘 맞았다고 한다. 하다가 실패하면 다시 하면 되고, 또 실패하면 또 다시 계획해서 하면 되었다. 실험실은 그런 곳이었다.
처음에는 그저 열심히만 하던 연구에서 점차 재미를 느끼고, 시간과 노력에 비례해 결과물을 인정받을 수 있는 곳.

Profile

주요
연구분야
  • 나노물질 이용한 차세대 고성능 트랜지스터, 광센서, 태양전지 등 응용연구
  • 인간 뇌세포와 기억저장기관을 모방한 ‘인공 뇌’ 연구
  • 신진연구자 지원사업·중견연구자 지원사업
  • 성균관대학교 전자전기공학부
    조교수

스스로 생각하는 컴퓨터 '인공 뇌'

유우종 교수는 연구를 ‘게임’으로 표현했다. 실패를 넘어 마침내 원하는 결과물을 얻는 과정이 마치 게임에서 1단계 왕을 깨고 2단계, 3단계로 나아가 마침내 최종 보스를 깨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라는 것. 연구가 워낙 재미있다보니 주말이면 오히려 월요일이 기다려졌다는 그는 어린 시절에도 목 빠지게 기다린 것이 있었다. 바로 추억의 만화잡지에 실렸던 ‘드래곤볼’이다.

그토록 재미있게 보았던 ‘드래곤볼’ 만화 중 아직까지 그의 기억 속에 남는 장면은 막강한 인조인간 16호와 혈투를 벌이는 손오공과 베지터의 모습이다. 과연 인간과 같이 생각하고 판단하는 인조인간의 제작이 가능할까? 실제로 유우종 교수 연구팀은 인간의 인지능력을 구현하는 ‘인공 뇌’를 개발 중이다.

실험실에서 동료들과

  • 세상의 빛이 될 연구

    현재의 컴퓨터는 계산 위주로 발달되어 수학 계산에 있어서는 인간의 뇌를 월등히 앞서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지 능력 면에서는 인간의 뇌가 슈퍼 컴퓨터기반 인공지능보다 수천 배나 적은 전력을 소비하면서 훨씬 높은 정확도를 보입니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 9단 간의 바둑경기에서 알파고는 대용량 슈퍼컴퓨터 수백대를 이용해 시간당 56,000W의 막대한 전기 에너지를 사용했습니다. 반면 이세돌 9단의 뇌는 주먹 두 개 정도의 크기에 시간당 20W만을 사용하며 막상막하의 대결을 펼쳤죠. 만약 인간의 뇌와 같이 동작하는 ‘인공 뇌’ 컴퓨터를 만든다면 스마트폰에서도 작동하는 알파고를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 유용하게 사용될 착한 인공 뇌 개발

    우리 뇌에는 860억 개의 신경세포가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신경세포에서는 수만 가지들이 뻗어 나오고, 이 가지와 가지를 이어주어 신호를 주고받는 시냅스 덕분에 기억을 저장하죠. 이러한 시냅스 시스템을 기반으로 우리 뇌는 적은 에너지로도 고도로 빠른 인식을 할 수 있는데요. 현재 저희 연구팀은 우리의 뇌 속 신경세포와 시냅스를 모방해 에너지효율이 뛰어난 차세대 메모리 소자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 차세대 메모리는 2차원 나노물질인 그래핀, 육각형 질화붕소, 이황화몰리브덴을 쌓아올려 만드는데요. 전기적, 기계적 특성이 우수한 2차원 나노물질만을 사용해 기존 메모리 소자 대비 1000배 높은 기억 정밀도를 확보했습니다. 이를 통해 정확한 의료 진단 및 치료, 자율주행 자동차 등 사회 전반에 걸쳐 유용하게 사용 될 착한 ‘인공 뇌’ 기술을 개발하고자 합니다.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

성균관대 학부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이 대학원 석·박사 통합 과정에서 물리학을 배워 박사학위를 받은 유우종 교수. 그는 대학원에 진학할 때, 당시 주목받는 연구보다 10년 후 쯤 주목받을 수 있는 연구를 해야겠다는 마음을 가졌다고 한다. 이에 여러 동향들을 살피던 중 나노기술이 눈에 띄었고, 반도체와 나노기술을 접목한 나노소자 분야에서 유능하신 지도 교수님을 만나게 되었다.

그런데 사실 그는 대학원 진학이 아닌 취업을 할까 고민했었다고. 대학원 진학을 하면 등록금과 생활비가 걱정되었던 것이다. 또, 빨리 취업을 해서 높은 월급을 받으며 안정적인 삶을 꾸리고도 싶었다. 하지만 대학원 기간 동안의 등록금 및 생활비를 한국연구재단 BK21+ 장학금을 통해 지원받을 수 있었다. 덕분에 그는 연구에만 몰입했고, 4년 만에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학원 재학 당시, 단합산행

  • 연구자의 길에서 만난 사람

    학부에서 전자공학을 하고 석·박사 통합과정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덕분일까요. 저는 전자공학 기반 지식과 대학원에서의 물리학 지식을 결합하여 좋은 논문을 쓸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뒤에는 물리학자이심에도 전자공학자인 저를 학생으로 받아주신 박사학위 지도교수님이 계십니다. 바로 이영희 교수님이신데요. 학부 졸업을 앞두고 교수님께 진학상담 메일을 보낸 적이 있었습니다. 이에 교수님은 장학금을 통한 등록금 해결법, 대학원 진학 후의 밝은 비전 등을 상세하게 알려주시며 제 고민을 말끔히 해결해주셨습니다. 당시, 교수님께서는 탄소나노튜브라는 1차원 나노물질을 연구하셨고, 저는 탄소나노튜브의 반도체 특성을 이용하여 다양한 소자를 만드는 연구를 했습니다. 전자공학 기반인 저에게 물리학 마인드를 얹어주셔서 많은 시너지를 낼 수 있었죠. 그리고 현재까지도 옆에서 같이 연구하며 많은 영감을 주고 계십니다.

  • 박사 후 국외연수부터 신진연구자 지원까지

    대학원에서 연구에 매진한 결과 다수의 논문을 출판했습니다. 이로 인해 대학원 졸업을 빨리 했을 뿐 아니라 한국연구재단의 ‘박사 후 국외연수’ 지원에도 선정될 수 있었죠. 그 후 논문 출판 목록과 재단의 연수비 지원 내용을 첨부해 미국 교수님들에게 박사 후 연구원 지원서를 보냈고, 세계적으로 유능하신 교수님들의 오퍼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 중 제가 하고 싶은 연구와 가장 가까운 UCLA Duan 교수님을 선택해 미국 LA로 갔는데요. 지도교수님의 인건비 지원에 재단의 연수비 지원을 더해 안정적으로 연구를 수행한 덕분에 연수기간 2년 동안 Nature Materials 2편, Nature Nanotechnology 1편, Nature Communications 1편 등 다수의 세계적 논문을 출판했습니다.

    미국에서의 박사 후 연구원 시절

    2017 올해의 신진 연구자 시상식에서(오른쪽에서 네 번째)

    그렇게 미국에서의 연수기간을 마친 후, 성균관대 교수로 임용되었는데요. 교수가 된 후 지난 6년간 연구재단의 다양한 과제에 지원했고, 신진연구자 및 중견연구자 지원사업에 선정되었습니다. 연구재단 과제는 보통 서류평가, 발표평가 2단계로 이루어지는데요. 저의 경우 특별했던 점은 서류평가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으며 통과하는 반면 발표평가에서는 매번 혹평을 받았습니다. 제가 발표력과 질의응답 순발력이 낮은 것이 이유인 듯합니다. 서류기반 패널평가로 진행하는 과제가 많아진다면 연구력은 좋으나 발표력과 질의응답 순발력이 부족한 교수님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 생각됩니다.

내가 꿈꾸는 연구자

유우종 교수는 박사학위를 밟으며, 또 박사후연구원으로 지내며 한 가지 고민이 있었다고 한다. ‘과연 내가 하는 일이 이 세상에 필요한 연구일까?’라는 의문이었다. 맡은 분야가 기초과학연구다 보니 현재 필요하기보다 미래에 필요할 수도 있는 연구를 주로 했었고, 학부 때 공학을 했던 그로서는 현실과 동떨어진 연구 같다는 느낌을 받았던 것.

하지만 그는 이제 안다. 기초과학연구들은 씨앗과도 같아서 어떤 것은 피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몇몇 씨앗은 싹을 피우고 무성한 나무로 자라나 세상을 바꾸는 기술이 된다는 것을.

대학원을 졸업하며

지도하는 학생들과

  • 나는 연구할 때 [게임하듯 즐기며] 한다.

    저는 연구라는 것이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대학 때까지의 공부는 선배 과학자들이 밝혀놓은 것을 배우는 것이라면 대학원에서의 연구는 새로운 것을 밝히는 것이었죠. 기존에 하지 않은 일을 밝히기 위해 연구를 계획하고, 연구를 진행하다가 실패하면 그 원인을 밝혀서 다시 한 단계 나아가고, 또 실패하면 또 계획해서 진행하고, 그러다가 최종적으로 제가 생각한 대로 결과가 나오게 되는데요. 이 과정이 마치 게임과 비슷해 무척 재미있습니다. 지금은 수업과 과제제안서 보고서 작성, 논문작성 등으로 실험할 시간이 없는 것이 많이 아쉬운데요. 그래도 저희 학생들에게 새로운 연구를 만들어주고, 학생들이 해온 결과를 보며 방향을 지시해주는 등 간접적으로 즐기고 있습니다.

  • 나는 [세상을 바꿀 씨앗이 되는] 연구자를 꿈꾼다.

    사람마다 자신만의 개성이 있는 것처럼 연구 방향에도 개성이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초과학분야를 비롯해 융합분야까지 모든 분야가 다 중요하죠. 자신의 분야에서 묵묵히 일하되, 주변 연구자들을 한 번씩 둘러보며 같이 할 수 있는 연구를 모색한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제가 맡은 분야에서 싹을 틔우고 무성한 나무로 자랄 수 있는 씨앗과도 같은 연구를 하고 싶습니다. ‘인공 뇌’ 연구를 시작한 이유도 그 중 하나인데요. 완전한 기초과학보다는 응용전자공학과 융합된 분야를 연구하여 실용화에 가까운 결과를 얻고자 합니다. 그래서 제 연구가 실제로 사람들이 사용하는 기술이 되어 세상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유우종 조교수

성균관대 전자전기공학부

2007년 성균관대학교 전자전기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하고, 2011년 이 대학 나노과학기술원 물리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 후 UCLA의 department of biochemistry and chemistry에서 2년간 박사 후 연구원으로 지낸 후 2013년부터 성균관대학교 전자전기공학부에서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현재 한국연구재단의 ‘신진연구자 지원사업’의 책임연구자로 고효율 그래핀-실리콘 접합 태양전지 개발연구, ‘중견연구자 지원사업’의 책임연구자로 고성능 수직 트랜지스터 개발연구, ‘국민위해인자에 대응한 기체분자식별・분석기술개발 사업’의 공동연구자로 그래핀-자가조립 단백질-탄성파 기반 포터블 액상마약 센서 개발 연구를 수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