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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
연구자

똑똑해지지 말자, 엉뚱해지자

유명현 (한밭대학교 화학생명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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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넓고, 똑똑한 사람은 매우 많다.”

유명현 교수는 카이스트에 재학할 때부터 지금까지 똑똑한 사람을 많이 만났다. 하지만 의외로 창의적이고 엉뚱한 생각을 하는 사람은 드물었다고 한다.
창의적인데다 실력까지 겸비하는 것이 제일 좋겠지만, 연구자의 가장 기본적인 덕목은 창의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엉뚱한 생각을 많이 하면 이를 현실화
할 수 있는 똑똑한 사람들이 얼마든지 있다는 것. 그는 오늘도 자신의 머리가 좋지 않은 것 같다고, 실력이 부족하다고 회의감에 빠지는 어린 제자들에게
이야기 한다. 똑똑해지지 말자, 엉뚱해지자고.

Profile

주요
연구분야
  • 리튬이온전지
  • 신진 연구자 지원사업 및 지역대학 우수과학자 지원사업
  • 한밭대학교 화학생명공학과
    부교수

전기차의 심장 ‘리튬이온전지’

혁신적인 기업으로 손꼽히는 애플, 테슬라, 구글. 그리고 이들보다 기술력이 뛰어남에도 대중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기업들. 이들의 차이는 어디에 있을까. 유명현 교수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라고 말한다.

이처럼 혁신적인 기업들이 몇 년 전부터 집중하는 분야가 있다. 바로 전기자동차 개발이다. 특히, 최근 환경오염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전기자동차는 대중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부담스러운 가격과 짧은 주행거리로 한계를 가지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유명현 교수는 창의적인 발상으로 이 한계를 극복하고자 한다.

한밭대학교 Energy United Lab에서

  • 세상의 빛이 될 연구

    전기차의 심장인 동시에 가격의 절반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리튬이온전지입니다. 리튬이온전지는 충전과 방전을 통해 전력을 생산하고 저장하는 이차전지 중 가장 우수한 성능을 보이는데요. 이 때문에 스마트폰, 노트북, 전기차의 배터리로 널리 활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전기차에 적용되는 리튬이온전지의 경우, 저장할 수 있는 전기의 양에 한계가 있습니다.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주행거리가 짧은 것도 이 때문이죠. 이에 전기차의 주행거리를 늘릴 수 있도록 에너지저장용량이 큰 리튬이온전지 개발이 필요합니다.

  • 전기차 성능 향상시킬 에너지저장연구

    저희 연구팀은 ‘홍합 유래 접착 고분자 재료’를 리튬이온전지에 적용함으로써 해당 기술이 에너지 분야에도 응용될 수 있음을 세계 최초로 제시했습니다. 홍합은 젖어 있는 상태에서도 배, 바위, 철근 등 다양한 표면에 강하게 접착해 서식하는데요. 이러한 특성에 착안한 홍합 유래 접착 고분자 재료는 원래 외과 수술 후, 상처 부위를 봉합하는 용도로 주목받았습니다. 외과 수술 후 계속되는 출혈로 인해 젖은 상태가 된 상처 부위를 기존의 스테플러 대신 홍합 유래 접착 고분자 재료로 봉합하는 것이죠. 저희 연구팀은 이러한 홍합 유래 접착 고분자의 고유 특성을 리튬이온전지의 고분자 분리막 표면 개질 등에 활용했는데요. 그 결과, 손쉽게 전지의 성능이 향상될 수 있음을 증명했습니다.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

홍합 유래 접착 고분자 재료를 리튬이온전지에 적용한 연구로 한국연구재단의 ‘2017 올해의 신진 연구자’에 선정된 유명현 교수. 그는 이 상을 통해 자신의 연구에 참여한 학생들의 가능성을 널리 알린 것 같다며 기뻐했다. 그리고 머릿속으로 지난 몇 년간의 일들이 스쳐지나갔다.

교수로서 연구를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서는 많은 학생들의 참여, 연구수행을 위한 지원금, 실험공간이 꼭 필요하지만 지금까지 세 항목이 모두 충족된 적은 없었다. 덕분에 미세한 불안감은 늘 그를 따라다녔다. 수업과 연구의 균형을 맞추는 것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제자들이 지방 국립대라는 선입견을 이겨내고 사회에서 인정받을 때 그는 연구의 원동력을 얻곤 했다.

스승의 날, 연구실 학생들과

  • 연구자의 길에서 만난 사람

    제가 속해 있는 한밭대학교는 대전에 위치한 국립대입니다. 박사 과정을 정상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어려움이 있기에, 학부·석사생을 중심으로 연구실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저희 연구실 학생들은 지방 국립대라 하더라도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노력, 그리고 경쟁심만 있다면 얼마든지 연구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저로서는 한 학기 평균 6개의 수업을 진행하며 수업과 연구의 균형을 찾는 것이 조금 힘든 일이지만 말이죠. 또한 연구에 더 집중하고 싶은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수업을 받는 것도, 연구실에 진학하여 실험을 수행하는 것도 학생이기 때문에 매 수업 때마다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합니다. 대신 부족한 연구 시간은 아내의 희생을 통해 보충하고 있습니다. 바쁜 남편에 대한 불평 없이 늘 두 아이를 묵묵히 보살피는 아내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 신진 연구자 지원사업으로 연구 기반 마련

    제가 속한 이차전지 분야는 대부분 여러 기관이 컨소시엄을 이룬 대형과제나 사업체와의 위촉과제에 연구 지원금이 부여되고 있습니다. 저는 실무 경험 없이 바로 교수로 임용되다보니, 인적 네트워크가 매우 부족했는데요. 다행히 타인과의 연계 없이 오롯이 개인의 역량에 근거한 연구과제 사업에 선정되었습니다. 바로 한국연구재단의 신진 연구자 지원사업이었죠. 덕분에 연구실 초기 운영자금을 확보해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국제 학술지인 ‘저널 오브 파워소스’ 편집장님과

    2017 올해의 신진 연구자 시상식에서

    하지만 지방 국립대 규모의 연구자들에 대한 재단의 지원이 다른 유수의 대학과 차이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언더독(underdog)은 스포츠에서 우승이나 이길 확률이 적은 팀이나 선수를 일컫는 말인데요. 언더독 상황에 있는 연구자들의 기초 연구 환경 조성을 위해 지원을 좀 더 확대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내가 꿈꾸는 연구자

유명현 교수는 대학교 3학년이던 2005년, 일본 도호쿠(Tohoku) 대학에서 1년간 생활했다. 학교에서 지원해준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통해서다. 그는 그 시절, 일본 토요타에서 출시된 하이브리드 자동차 ‘프리우스’를 처음 접했다고 한다. 내연기관과 배터리라는 두 개의 동력원에 의해 구동되는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유명현 교수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그리고 이 매혹이 지금의 유명현 교수를 만들었다. 당시만 해도 전기자동차가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일본의 선구적인 연구 활동은 그가 에너지 연구에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되었다. 미래에는 친환경에너지를 생산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저장하여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 후 유명현 교수는 대학원 과정에서 에너지저장장치인 전지를 연구했고, 그의 예상대로 현재 에너지저장장치는 환경오염 및 에너지 고갈 문제를 해결할 주요 대안으로 떠올랐다.

독일 뮌스터대 배터리연구소에서의 박사후과정 시절

하버드 대학교의 존 하버드 동상 앞에서

  • 나는 연구할 때 [질문왕]이 된다.

    사람의 성향이 크게 변하지 않는 것처럼 저 또한 일상생활을 할 때와 연구를 할 때의 성향이 비슷한 편입니다. 연구를 할 때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고자 많은 질문들을 품고 있으며,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답이 완성되기까지 집요하게 생각하고 고민하죠. 사소한 부분까지 집요하게 질문을 하는 습관에 가족을 포함한 주변인들이 가끔 지칠 때도 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연구 측면에서는 좋은 습관이라고 스스로 위로하고 있습니다. 근본에 대한 질문은 현 실험에 대한 해답을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연관된 다양한 실험들에 대한 가이드를 제시하기 때문입니다.

  • 나는 [놈코어(normcore)] 연구자를 꿈꾼다.

    놈코어는 표준·평범을 뜻하는 노멀(normal)과 단호함·철저함을 뜻하는 하드코어(hardcore)를 합성한 신조어입니다. 소박하고 평범한 것을 택함으로써 오히려 더 스타일리쉬하고 쿨함을 드러내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저는 일상생활에 적용될 수 있는 기술들의 핵심을 파악하고, 실용적 활용을 가능하게 만드는 놈코어(normcore) 연구자가 되고 싶습니다. 환경오염 및 에너지 고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통한 에너지 생산이 필요한데요. 하지만 신재생에너지 발전은 날씨와 환경의 제약을 많이 받기에, 생산된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저장하여 사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멋있는 컨셉의 연구로 논문상에만 존재하는 연구가 아닌, 실용적인 연구를 통해 우리나라의 에너지저장 기술이 세계 시장에서 우뚝 서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유명현 조교수

한밭대 화학생명공학과

KAIST 생명화학공학과에서 학·석·박사를 마치고, 일 년 반의 박사후과정을 거쳐 2013년 8월한밭대학교 화학생명공학과 교수로 부임했다. 2년 8개월의 조교수 기간을 거쳐, 2016년 4월부터 현재까지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연구 분야는 리튬이온전지의 각 구성 요소인 양극, 음극, 분리막 및 전해질에 관한 기술 개발 및 시스템 최적화 연구이다. 현재 한국연구재단의 지역대학 우수과학자 지원사업을 통해 차세대 리튬전지에 대한 연구를 수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