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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현장탐방

소우주 ‘세포’ 향하는 마이크로 탐사대

포스텍 세포소기관 네트워크 연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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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촉(contact), 소통(communication) 그리고 조율(control)은 비단 인간사회뿐만 아니라 자연계에서도 중요한 작동원리다.
약 60조 개의 인체 세포들 속에서도 이 같은 상호작용은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 생명현상의 유지와 사멸이 결정되는 지점이다.
하나하나가 소우주로 불릴 만큼 여전히 모르는 것이 더 많은 세포.

포스텍 세포소기관 네트워크 연구센터는
미지의 세계를 항해 중인 마이크로 탐사대다.

세포 속의 세포 미토콘드리아

정부를 구성하는 여러 조직이나 인체의 장기처럼 세포 속에도 다양한 소기관들이 존재한다. 유전정보를 관리하며 적절한 시점에 알맞은 단백질 합성을 명령하는 핵, 단백질을 생산하고 가공하는 소포체, 단백질을 세포 내 최종목적지로 수송하는 골지체 등이 각자의 기능을 한 치의 오차 없이 톱니바퀴처럼 수행한다.

세포소기관 네트워크 연구센터(이하 센터)는 이들의 정교한 작동원리를 연구 중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관심사는 ‘미토콘드리아’다.

미토콘드리아는 생명체가 유지되는 데 꼭 필요한 화합물 ATP(아데노신3인산)을 대량으로 합성한다. 특히 세포는 기초적인 에너지의 대부분을 미토콘드리아가 만드는 ATP에 의지한다. 한 개의 세포 속에는 적게는 백 개에서 많게는 수십만 개 단위의 미토콘드리아가 있다. 일반적으로 활동이 많고 호흡이 활발한 세포일수록 미토콘드리아의 수가 많다. 예를 들어 인체의 대사와 해독작용을 맡은 간세포, 운동기능을 담당하는 근육은 많은 미토콘드리아를 갖고 있지만 광합성을 하지 않는 식물의 뿌리세포에는 아예 없는 경우도 있다.

미토콘드리아는 이런 에너지 공장 역할 외에도 여러 가지 중요한 기능을 한다. 세포 내부는 물론 다른 세포와의 정보와 물자 교환에 관여하며, 기능이 상실된 세포가 다른 암세포 등으로 변이되는 것을 막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으론 부정적인 면모도 보인다. 인체에 필요한 에너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노화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활성산소를 유발하는 것이다.

전 세계의 과학자들이 미토콘드리아에 주목하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분명히 세포 소기관 중 하나이지만 독자적인 DNA와 이중막 구조를 갖고 있다는 특징이다.

유주연 세포소기관 네트워크 연구센터 센터장

이를테면 세포 속의 또 다른 세포인 셈이지요. 그래서 태초에는 독립된 생활을 하던 박테리아가 세포 속에 들어와 영구적으로 공생을
선택했다는 ‘세포공생설’이 학자들 사이에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미토콘드리아가 세포 내부는 물론 외부와 교류하는 외교대사
역할을 하는 것도 이런 태생적인 유래 때문인지도 모르지요.

유주연 센터장

‘접촉·소통·조율’로 찾아가는 생명의 비밀

이에 따라 센터는 미토콘드리아를 중심으로 세 갈래의 연구를 진행 중이다. 박상기 포스텍 생명과학과 교수 등이 참여하는 3그룹은 미토콘드리아의 ‘접촉’ 기능에 집중하고 있다. 소포체의 구조적 연관성이 질병 감염과 신경활성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다. 2그룹의 이승재·황철상 교수는 미토콘드리아의 유래물질을 통해 기원을 찾는 한편 주변 세포소기관들과 어떤 경로로 ‘소통’하고 있는지 관찰한다.

1그룹은 미토콘드리아의 생체 조절 기전을 맡고 있다. 미토콘드리아와 세포소기관들의 네트워크가 인체의 병원균 감염 제어와 손상 조직 재생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찾고 있다. 유 센터장이 속한 1그룹은 ‘조율’이란 연구 테마처럼 센터의 전체 연구방향을 거중 조정하는 기능도 맡고 있다. 세포의 중심기관인 핵의 역할과도 비슷하다.

세포소기관 네트워크 연구센터 교수진

이들이 탐구하는 세포소기관들의 ‘접촉-소통-조율’은 비단 연구주제로서뿐만 아니라 포스텍, 서울대, 가톨릭의대 10명의 교수가 모인 센터를 유기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작동원리인 듯도 하다. 기초연구실 시절부터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춰왔다는 동년배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조직사회에서 응당 찾아볼 수 있는 위계나 허물을 발견하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대부분 80년대 후반~90년대 초반 학번들이라 정서적으로 공유하고 있는 지점이 많습니다. 또 연구자로서도 비슷한 성장단계를 밟고 있어 공감대의 폭이 넓지요. 기초연구실 시절부터 함께 산전수전을 다 겪어온 동지랄까요. 덕분에 서로의 연구에 대한 조언이나 토론에서도 불필요한 눈치를 보지 않고 자유로운 편이지요.

3그룹 박상기 교수

우수 과학자 결집의 힘…공통의 호기심

하지만 자율적이고 개방적인 분위기 이상으로 이들을 강하게 결속시키는 가장 큰 힘은 공통의 관심사, 즉 세포 속에 숨겨진 생명현상의 원리이다.

센터가 아직 세계적으로도 알려진 바가 많지 않은 세포소기관 네트워크 연구를 본격화할 수 있었던 데는 선도연구센터 지정이 큰 힘이 됐다. 물론 이보다 앞서 2012년부터 기초연구실 지원사업을 통해 소규모 협력연구를 통해 함께 키워 온 호기심은 이들이 미지의 영역을 향해 용기 있게 배를 띄울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이다. 센터의 연구자들이 한결같이 “흥분된다”고 입을 모으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세포소기관의 비밀을 찾고 있는 연구원들과 유주연 센터장

세포소기관 현상에 대해서는 아직 모르는 게 더 많습니다. 이제 한참 기초지식이 쌓이고 있는 단계이지요. 그런 만큼 새롭게 공부해야 할 것도 많지만 덕분에 오랜 시간 잊고 있었던 첫마음이 되살아나고 있는 느낌이에요. 더구나 그런 순수한 열정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동료들, 흥미로운 주제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져 있으니 과학도로서 행복하지 않을 수가 없지요.

한편 한국연구재단이 지원하는 선도연구센터(SRC)는 우리나라의 기초과학 연구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대학 내 최우수 연구자 집단을 결집해 장기간 특정 과제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이다. 2017년 선정된 세포소기관 네트워크 연구센터에는 2024년까지 총 87억 원이 지원된다.

유주연 센터장은?

서울대와 메릴랜드대에서 수학하고 하워드휴즈의과학연구소, 존스홉킨스 의과대학에서 연구원으로 재직했다. 2004년 포스텍 생명과학과 교수로 부임한 뒤 면역유전체를 연구하던 중 2000년대 중반부터 국제학계에서 새로운 탐구영역으로 대두된 미토콘드리아와 감염면역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