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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을 예술로,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

기술과 예술의 커뮤니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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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라주가 유화를 대체하듯 브라운관이 캔버스를
대체하게 될 것이다.”

한국 출신의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 전위적이고 실험적인 공연과 전시로
센세이션을 일으켰었는데요. 그는 비디오 아트의 창시자로서 다양한 매체를 통해 예술에
대한 정의와 표현의 범위를 확대했습니다.

백남준의 예술에 대해 알아볼까요?

<퐁텐블로>, 1988년작

백남준 그리고 예술과 기술

“피카소가 20세기 전반을 지배한 거인이라면 백남준은 20세기 후반 예술의 무게중심이다. 그의 상상력이 세상을 바꿔놨다.”

<백남준 포트레이트>, 1963년

2012년 12월, 백남준 전시를 개최하면서 미국 스미스소니언 아메리칸 아트 미술관의 관장인 엘리자베스 브로운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세상을 바꿔놨다고 할 정도로 백남준의 예술은 상상력의 결정체로 평가되는 것입니다.

백남준은 기술을 예술의 영역으로 적극적으로 끌어들였던 예술가 중 한 명입니다. 이미 잘 알려져 있다시피 그는 1960년대에 TV와 비디오를 이용한 예술의 영역을 개척했지요. 텔레비전의 내부 회로를 변조한 예술 작품으로 미디어 아티스트의 길에 들어섰습니다. 그의 비디오 아트는 총천연색의 다양한 이미지들을 합성하고 매 순간 변형시킨 이미지들을 TV를 통해 내보내는 작품이 많았습니다. 백남준 작품은 예술과 기술의 경계가 허물어져 있었지만, 백남준에게 있어서 예술과 기술의 차이는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새로운 예술의 가능성, TV와 비디오

예술가 백남준의 기술 철학은 무엇일까요?

백남준은 기계에 대한 교육을 받은 적이 없지만, 작품 활동에 있어 당시 첨단 기술인 비디오를 사용했습니다. 단순히 작품 활동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로봇이나 비디오 이미지 합성기와 같은 독창적인 기계의 발명에 크게 기여했고, 그 과정에서 기술에 대해 독특한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비록 체계적인 엔지니어는 아니지만, 기술과 예술에 대해 깊이 고민했던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영감을 내포했죠.

<로봇 K-456>, 1964년작

<닉슨 TV>, 1965년작

백남준과 신시사이저

백남준은 1963년부터 TV 이미지들을 자유자재로 합성할 수 있는 신시사이저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그의 초기 시도는 흑백 이미지에 컬러를 입힐 수 있는 기계를 만들려던 것이었죠. 당시 컬러 카메라나 컬러 TV는 천문학적으로 비쌌기 때문입니다. 당시 일본에 살던 형을 따라 일본에 방문한 백남준은 엔지니어 슈아 아베를 만나 초기 이미지 신시사이저에 대한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이때도 그는 이미 상당한 수준의 신시사이저 전문 지식을 갖고 있었죠.

〈비디오 코뮨〉의 스틸 이미지, 1970년작

<백-아베 비디오 신시사이저>, 1969년작

1970년 여름, 백남준은 아베와 함께 비디오 신시사이저를 완성했습니다.

제작이 완료되자마자 백남준과 WGBH 방송국은 이를 이용하여 “비디오 코뮨-처음부터 끝까지 비틀즈”를 제작, 방송했습니다. 이 방송은 비틀즈의 음악을 배경으로 비디오 신시사이저를 이용한 초현실적인 이미지와 추상적인 이미지를 반영했습니다. 백남준이 만든 비디오 신시사이저는 세계 최초의 비디오 신시사이저는 아니었지만, 방송용으로 제작되고 실제로 방송 매체로 방영된 첫 번째 사례입니다.

그는 비디오 신시사이저와 같은 예술적 기술이 TV 방송과 같은 거대한 기술 시스템의 방향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비디오 아트는 현대 기술 사회에서 기술의 발전 방향을 뒤틀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것이었고, 따라서 사회를 급진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었죠.

기술 시대, 예술의 역할

기술에 대한 그의 철학적 사고는 1960년대 말부터 70년대 초엽에 정점에 달했습니다.

백남준은 주로 TV나 비디오 같은 통신 기술에 대해 생각했죠. 그의 생각은 당시 통신 기술의 현실과 그 기술의 잠재력 사이를 오갔습니다. 현재와 미래 모두 긍정적일 수도 부정적일 수도 있는 것이니까요.

<TV 부처>, 1974년작

<글로벌 그루브>, 1973년작

기술은 그 자체의 성격보다 누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인데, 바로 이 지점에 예술의 역할이 있습니다. 비디오 아트와 같은 예술은 기술을 변형시켜 낯선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기술에 대해 다시 생각할 기회를 주었죠. 그의 이러한 끊임없는 실험은 현대 사회의 통신 기술이 지닌 내재적 경향성을 극복하는 데 일조했습니다.

출처
  • 자료출처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지원사업 ‘백남준의 비디오 작업을 통해 본 기술과 예술의 상호작용’(서울대학교 홍성욱)

  • 내용출처

    한국연구재단 인문공감 블로그

  • 이미지출처

    백남준 아트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