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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가정 어린이 문학에서 발견할 희망

다문화가정 독자 반응을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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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사회로 빠르게 진전되면서 학교에서도 다문화가정의
자녀 수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늘어난 학생 수 만큼 언어와 문화의 차이로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많고, 다른 외모로 급우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다문화가정의 문제를 놓고 가장 많이 대두되는 것은 정체성 문제입니다. 이에 전국의 공공 도서관과 작은 도서관에서는 이주민을 위한 다문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지만, 한국 문화 체험이나 한국어 교실 등에 치우쳐져 있습니다. 다문화가정의 어린이들이 현재 겪고 있는 심리적 어려움의 극복과 자아존중감 향상을 위한 문화가 필요하겠죠?

한국의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자신의 삶과 비슷한 이야기를 다룬 문학작품을 읽어나가면서 자신의 삶을 인식하고, 자아정체성을 확립해나가는 과정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다문화가정 어린이 문학

도서 ‘함께 걷는 길’ 표지 ©웅진주니어

도서 ‘까만 달걀’ 표지 ©샘터

<함께 걷는 길>에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태어난 이리나는 엄마를 따라 한국에 오지만, 한국 학교에서 따돌림을 받으며 적응하지 못합니다. 후에 아시아 공동체 학교로 전학을 가면서 다양한 나라에서 온 자녀들과 함께 즐겁게 학교생활을 해나가죠. ‘다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와 다양한 문화 배경 속에서 이리나는 힘을 얻게 되었습니다.

도서 ‘함께 걷는 길’ 본문 ©웅진주니어

어린이 소설집 <까만 달걀>은 다문화가정에서 태어난 다섯 친구들의 이야기입니다. 표제작 <까만 달걀>에서 흑인 미군인 할아버지의 영향으로 까만 피부와 곱슬머리를 갖고 태어난 재현은 피부색 때문에 학교에서 인신공격을 받고 속상해합니다. 그것을 본 재현의 아빠는 다음날 학교로 찾아와 친구들에게 까만 달걀을 나눠주며 이야기합니다. “하얀 달걀도 있고 갈색 달걀도 있어요. 여기 이렇게 까만 달걀도 있어요. 하지만 속은 똑같이 하얀색이에요. 아저씨나 우리 재현이가 겉모습은 달라도 여러분과 똑같이 한국 사람인 것 처럼요.”

<사르 해! 사르 해!>는 필리핀인 엄마와 한국인 아빠 사이에서 태어나 지금은 엄마와 둘이 사는 아랑이의 이야기입니다. 검은 피부에 한국말도 못 하는 엄마에게 늘 못되게 굴던 아랑이는 어떤 사건으로 인해 엄마를 사랑하는 자신의 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아랑이는 엄마에게 한글을 알려주기로 결심했고, 가장 먼저 ‘사랑해’라는 말을 알려주었죠.

<내 이름은 유경민이야>에서 혼혈이라는 이유만으로 학교에서 또래들에게 심각한 언어폭력과 신체폭력에 시달리던 경민이는 어느 날 자신의 괴롭히는 아이를 때리게 됩니다. “내 이름은 유경민이라고!”라고 소리치면서 말이죠.

난 이 맘 알죠

이리나, 재현, 아랑, 경민 네 주인공은 학교에서의 따돌림, 피부색으로 인한 열등감, 한국인이 아닌 부모에 대한 분노 등 우리나라

다문화가정 아동들이 겪는 문제들을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이 책들을 읽으며 다문화가정 아이들은 주인공의 감정에 깊이 공감하고, 그를 통해 자신의 경험을 떠올립니다.

<내 이름은 유경민이야>를 읽던 중 ‘발걸음이 무겁습니다. 내일 소풍 가서 끼리끼리 몰려다닐 아이들 틈에 혼자 있을 생각을 하면 말입니다.’라는 구절에서 “난 이 맘 알죠.”라고 말한 아동은 주인공 경민이의 경험과 비슷한 자신의 왕따 경험을 떠올렸습니다.

도서 ‘까만 달걀’ 중 ‘사르 해! 사르 해! 본문 ©샘터

또 다른 아동은 <사르 해! 사르 해!>의 주인공 아랑이가 필리핀인 엄마를 창피해하는 대목을 읽으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자신도 아랑이처럼 엄마를 부끄러워한 적이 있었다며 말이죠. 그리고 소설 속 아랑이가 그런 것처럼 자신 역시 지금은 엄마를 무척 사랑한다고 고백했습니다.

문학의 본질은 독자가 인간의 삶을 비추어 볼 수 있는데 있다고 하죠. 다문화가정의 아이들 은 문학작품을 읽어나가며 작품에 대한 솔직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등장인물의 감정에 공감하거나 작품을 통해 드러난 한국 사회의 인종차별에 분노하기도 했죠. 다문화 작품들을 통해 아이들은 자신의 모습을 비추어보고,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할 수 있었습니다.

긍정적인 자아 상이 필요해요

지금까지 한국에 나온 다문화가정에 관한 어린이책 대부분은 계몽적인 의도가 무척 강합니다. 그러다 보니 다문화가정 자녀가 겪는 현실의 부정적인 면을 강조해서 보여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위에 소개한 책들처럼 말이죠. 주인공은 주로 위축되어 있고 친구가 없고 가난한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이런 책들은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는 있지만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이제는 다음 단계의 작품들, 즉 갈등의 해소를 사회구조 안에서 찾고 다양한 문화의 가치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이야기가 등장해야 할 때입니다.

다문화 가정 자녀들은 밝고 긍정적인 성향의 다문화 주인공이 문학 속에서 등장하기를 바라고 있었습니다.

다문화가정 자녀와 비다문화가정 자녀가 서로 친하게 지내는 평화로운 결말 말이에요. 문학 속에서라도 그런 희망을 발견한다면 현실에서도 희망을 가지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있었습니다.

비다문화가정의 아이들 역시도 문학 작품을 통하여 다양한 문화에 대해 편견 없는 올바른 인식을 습득함으로써 자신과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이해하며 공감하는 법을 배워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이는 모든 아이가 살아갈 사회가 평화롭고 안정된 공간이 되게 하는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출처
자료출처

한국연구재단 인문사회분야 학문후속세대 지원
‘다문화 어린이 문학에 대한 독자 반응 연구-다문화가정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성대학교, 임여주)

내용출처

한국연구재단 인문공감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