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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
연구자

독불장군의 시대는 지났다

서동원 (충남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연구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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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흔하지만 그럼에도 힘을 주는 말이 있다.
바로 '긍정'과 '함께'이다.

평소에는 그냥 지나쳐버리는 이 말은 위기의 순간에 우리를 보다 좋은 곳으로 데려다준다. 서동원 교수는 긍정의 힘으로 주변인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주는, 그리고 동시에 도움의 손길을 받는 사람이다. 스스로 ‘일복’이 많다 할 정도로, 선후배들의 크고 작은 일들을 함께 하지만 이를 피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이를 통해 오히려 더 많이 배우고, 할 수 있는 것들이 늘어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서동원 교수의 이런 행동은 그에게 고스란히 돌아온다. 연구를 하면서 늘 어려움이 따르지만, 함께 고민하고 아이디어를 시도하는 선후배들이 있어 어려움을 극복해나간다. 무엇을 하든 항상 잘 될 거라는 긍정의 힘, 그리고 늘 함께 라는 믿음은 서동원 교수의 인생 내내 함께했다.

Profile

주요
연구분야
  • 분자유전마커 활용한 가축의 유전적 다양성과
    개체 및 품종식별
  • 경제적으로 우수한 형질과 관련된 분자유전마커 개발
  • 신진 연구자 지원사업
  • 충남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미래동물바이오창의인력양성사업단
    연구 교수

토종 치느님, 시장에서 많이 보게 될까?

삼삼오오 사람들이 모여 무언가를 할 때, 치킨이 빠지면 왠지 서운하다. 치킨은 ‘치느님’이라 불릴 정도로 한국인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친구들과 맥주잔을 기울일 때도, 공부하다 지쳤을 때도 우리는 치킨을 먹는다. 그러나 우리가 먹고 있는 닭이 어디에서 어떻게 왔는지 생각해본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대부분 외국에서 닭의 할아버지인 ‘원종계’ 병아리를 수입해 교배를 시킨다. 그 후, 닭의 부모인 ‘종계’를 만들어 우리가 먹는 닭을 생산한다. 특히 닭의 고조 할아버지인 ‘순종계’는 해외 2개 회사에서 엄격하게 관리한다. 이처럼 종자를 엄격히 관리하는 것은 부모세대의 유전적 특질을 그대로 유지하고 높은 생산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중국 국제동물유전학회에서

  • 세상의 빛이 될 연구

    현재 우리가 소비하고 있는 닭의 부모인 ‘종계’는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이는 닭고기 소비금액 중 일정금액이 해외에 로열티로 지출되고 있음을 의미하죠. 우리 토종닭의 경우, 현재 종계산업의 약 10%를 차지하고 있는데요. 만일 점유율이 지금보다 낮아지면 해외에 지불하는 로열티가 더 높아질 수 있으며, 우리 고유의 유전자원이 사라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토종닭은 수입종자에 비해 가격이 비싼 단점을 안고 있습니다. 이 단점을 해소하는 동시에 쫄깃쫄깃하고 담백한 토종닭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토종닭 개량을 진행하고자 합니다.

  • 우수한 토종닭 유전체 선발 기술

    토종닭을 개량한다는 것은 특정 형질이 우수한 개체를 선발해 교배하는 것입니다. 특히 유전자의 생산능력을 단시간에 분석할 수 있는 ‘SNP 칩’이 구축되어 가축 개량에 활용되고 있는데요. 이를 활용할 경우, 자신의 생산능력이 확인도 되기 전 자손에게 전달될 유전자를 정확하게 추정할 수 있게 됩니다. 결국 생산능력이 우수한 가축을 어릴 때 조기 선발함으로써,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죠.

    이러한 유전체 선발의 방법은 이미 한우, 돼지 등 다양한 가축에 적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닭의 경우, 유전체 분석 비용이 다른 동물에 비해 높은 편이고요. 이미 개발된 ‘SNP 칩’은 대부분 해외 회사에 귀속되어 있어 활용하기 어렵습니다. 이번에 제가 개발하는 ‘한국형 닭 유전체 선발용 SNP 칩’을 통해 우수한 토종닭을 분석해서 선발하고, 개량속도를 높임으로써 토종닭의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자 합니다. 이는 수입종자의 로열티 감소, 아시아 지역으로의 토종닭 수출 등 닭 사육농가의 소득증대에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

서동원 교수가 처음 닭에 관심을 둔 것은 충남대 동물자원생명과학과에 재학할 때였다. 학부 2학년 때 동물분자유전학실의 문을 두드렸고, 이후 연구실에서 토종닭의 유전적 다양성을 연구했다. 얼떨결에 시작한 닭 연구였지만, 토종닭 경제형질 개량을 위한 연구로 석사와 박사학위를 진행할 만큼 오랜 시간을 함께했다.

하지만 현재 진행 중인 ‘닭 유전체 선발용 SNP칩’의 경우, 연구에 참고할만한 해외 정보를 찾기가 어려웠다고 한다. 이미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해외 종계회사의 경우, 비밀리에 연구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답답했으나, 서동원 교수답게 또 긍정의 힘이 발동했다.

낙천적인 서동원 연구 교수

  • 연구자의 길에서 만난 사람

    현재 해외 연구의 정확한 데이터나 결과들을 논문으로 확인할 길은 전혀 없습니다. 처음에는 답답했지만 뒤집어서 생각해보면 그만큼 효과가 있고 상업적인 가치가 충분하니 비밀에 부친 것이겠지요. 그 후 학회에 참여하며 연구자들의 간접적인 결과 발표로 다양한 정보를 알아가고 있습니다. 이렇듯 어려움에 부딪힐 때마다, 이준헌 지도 교수님이 생각나는데요. 대학원에서 토종닭 경제형질 관련 실험을 할 때, 교수님이 해주셨던 말은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당시 저는 1만 2천개가 넘는 유전자형 정보를 직접 모두 보며 분석 중이었습니다. 분석이 잘못되어 세 번째 반복하다보니 머리가 하얗게 되었었죠. 그 때 교수님이 하셨던 말씀이 “네가 하는 게 ‘research’이기 때문에 한 것을 또 하고, 또 하며 정확한 데이터를 찾는 것이다”였습니다. 단어 참 잘 만들었다 생각했는데, 수정한 데이터 또한 좋은 결과로 보답했다죠.

    지도 교수님 그리고 지도 교수님의 스승님과

    학술대회에 참가하며

  • 든든한 후원자 같은 신진연구자 지원 사업

    저는 2011년, 대학원 연구실 생활을 하면서 한국연구재단의 일반연구자 지원 사업에 참여했고요. BK21플러스사업 장학금도 받았습니다. 지금은 재단의 신진연구자 지원 사업에 선정되어 ‘한국형 닭 유전체 선발용 SNP 칩’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니, 무려 8년 동안 재단과 인연을 맺고 있네요. 처음 신진연구자 지원 사업에 선정되었을 때는 실감이 안 났습니다. 사실 사업에 지원할 때 “과연 선정이 될 수 있을까, 닭 산업에 관심이 있을까” 싶었거든요. 하지만 무엇보다 제 연구가 토종닭 산업을 살리는데 필요하다고 생각했기에 과감히 도전했었죠.

    책임자로 연구를 하는 것은 설레는 한편 걱정이 따라오는 일입니다. 하지만 그 동안 제가 느낀 재단은 한번 계획한 연구를 끝까지 믿고 지원해주는 든든한 후원자와도 같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통해 연구자들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유연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었기에 이번 연구도 잘해보자 다짐하게 됩니다.

내가 꿈꾸는 연구자

현재 연구 교수라는 직함을 달고 있는 서동원 교수. 그는 사실 연구에 집중하기 때문에 교수라는 직함은 과하다고 손사래 친다. 그리고 연구 교수로 일하는 것도 별로 어렵지 않다며 담담한 표정이다. 오히려, 실험실 학생들과 한 공간에서 연구를 하고, 단체사진을 찍고, 엠티를 가는 등 즐겁게 생활하고 있다고.

이런 친밀함은 실험실의 수평적인 분위기로도 이어진다. 서동원 교수와 학생들은 각자의 강점을 살려 연구하고, 이를 토의해서 좋은 결과를 이끌어 낸다. 일방적인 지시나 수동적인 태도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라는 말은 그의 실험실을 표현하기에 딱 이다.

현재 유전체 육종학 실험실 멤버들과

염기서열 티셔츠를 맞춰 입고

  • 나는 연구할 때 [늘 함께] 한다.

    연구자라 하면 혼자서 한 우물을 깊게 파는, 전문성이 돋보이는 사람으로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예전 생각인 듯합니다. 요즘은 공부해야 할 내용도 너무 많고 한 가지를 알아서는 전체를 알 수 없는 시대입니다. 또한, 다양한 관점과 분석방법이 함께 어우러져야 우수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죠. 독불장군 같은 자세는 본인이 믿는 과정과 신념일 뿐 항상 결과가 따라오지는 않습니다. 때문에 나보다 나은 동료들을 인정하고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 나는 [정직한] 연구자를 꿈꾼다.

    연구자의 가장 우선되는 윤리는 정직함이라고 생각합니다. 연구결과를 추론하고 그 결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은 모두 다를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연구과정과 결과를 정직하게 기술하고 다른 연구자들이 재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은 등불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비록 내가 어떤 결과를 발견하지 못했어도 다른 연구자가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줄 테니까요. 실제로 과거 연구자들이 켜놓은 그 등불 아래에서, 현재의 연구자들이 많은 것들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연구는 인류가 정직하게 기록한 흔적을 바탕으로, 새로운 발견을 이끌어내는 과정인 것 같습니다.

서동원 연구교수

충남대 농업생명과학대학

충남대 동물자원생명과학과 졸업 후, 동대학 축산학과 대학원 가축번식육종학 전공으로 석사 및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졸업 후에는 미국 아칸소주립대학(University of Arkansas)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1년간 유전체 분석 연구를 수행했다. 이 후 충남대로 돌아와 동물 분자유전학 및 유전체육종학 분야 연구를 2년간 수행하고 있다. 주요 연구분야는 ‘가금을 이용한 유전적 다양성 분석 개체 및 품종식별’ 및 ‘유용한 경제형질 개량을 위한 유전적 마커 개발 및 활용방법’이다. 2017년부터 한국연구재단의 신진연구자 지원사업을 통해 ‘한국형 닭 유전체 선발용 맞춤형 SNP 칩’ 연구를 독립적으로 수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