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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
연구자

열심히만 해서는 안 된다

김상현 (전북대학교 스포츠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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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 논에 물 들어가고 새끼 입에 밥 들어가는 것 보고 산다’는 속담이 있다.

이 속담에서 엿볼 수 있듯이 우리네 아버지와 어머니는 보릿고개와 험난한 생존의 기억을 전해 받은 사람들이다.
우리 또한 “열심히 살아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그들에게 배웠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요즘 열심히만 하다가, 혹은 다른 이들의 기대에 지나치게 부응하려다가 지쳐 스러지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김상현 교수도 하마터면 그럴 뻔 했다고, 그럼에도 스러지지 않았노라고 고백한다.

Profile

  • 신진연구자 지원사업
  • 전북대학교 스포츠과학과
    조교수
주요
연구분야
  • 운동생리/처방
  • 운동영양학

연구하는 것이 재미있니?

미국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지내던 시절, “정말 열심히 연구했다”고 김상현 교수는 말했다. 당시 임신한 아내를 한국에 두고 왔기에, 열심히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가 미국에서 거주하던 건물에는 같은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과 연구원들이 많이 자취했는데, 그 건물에서 불이 가장 늦게 꺼지는 곳은 김상현 교수의 방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6개월 넘게 지내다 보니 살도 많이 빠지고 지치기 시작했다. 그때 그의 지도교수가 그에게 이런 물음을 던졌다. “연구하는 것이 재미있니?”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그는 한 대 맞는 기분이었다고 한다. 열심히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닫고, 연구에서 즐거움을 찾으려 노력한 것은 그 때부터였다.

미국 박사후연구원 시절

  • 세상의 빛이 될 연구

    누구나 건강하게 살기를 원할 텐데요. 건강을 위해서는 영양과 운동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운동의 경우, 건강증진에 도움이 되는 운동 강도나 시간, 빈도 등의 기준이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건강에 취약한 대상자 즉, 노인이나 특정 질병을 가진 사람들은 이러한 기준으로 운동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체력도 낮고, 부상의 위험 등이 도사리고 있으니까요. 때문에 운동의 효과를 나타내는 물질(exercise mimetics)을 찾아 특정 운동기능을 향상시키고자 하는데요. 적은 양의 운동으로도 건강을 효과적으로 증진시킬 수 있다면 활기차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 운동효과 낼 수 있는 물질 개발

    인체 골격에 붙어있는 ‘골격근’은 우리의 모든 동작을 가능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노화에 따라 신체활동량이 적어지고, 골격근이 감소되면 노인의 낙상 및 신체기능 장애가 유발될 수 있죠. 이처럼 골격근은 신체의 노화를 막는 데 중요하며, 이 힘을 키울 수 있는 운동을 하면 건강한 삶에 더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이에 저는 골격근 내 특정 유전자의 역할을 밝히는 연구를 통해 적은 양의 운동으로도 건강을 증진시킬 수 있는 ‘운동효과 물질’을 찾고 있습니다.

    운동효과를 나타내는 물질이 개발되면 의료비 부담이 줄어들어 노인들의 삶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고요. 우리 사회가 당면한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또한 현재 노화 관련 질병을 예방하기 위한 기능성 식품 및 운동효과 약물 개발이 시도되고 있는데요. 아직 그 결과물은 미흡한 상황입니다. 저는 이러한 시도들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기초 자료를 제공하여 노화 관련 약물 개발에 많은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

김상현 교수가 현재 진행 중인 연구에서 말한 것처럼, 운동은 아무리 몸에 좋아도 과유불급이다. 이는 비단 운동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만일 그가 미국 박사후연구원 시절, 처음 6개월처럼 무리했다면 과연 4년 6개월이라는 긴 시간을 버텨낼 수 있었을까? 아마 포기했을 거라고 그는 이야기한다.

열심히만 해서는 멀리가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은 그는 연구를 즐긴 덕분에 미국 박사후연구원 과정을 잘 마칠 수 있었다. 그리고 귀국 후, 국내에서 1년의 박사후연구원 과정을 거쳐 2015년 전북대 스포츠과학과 교수로 임명되었다. 그가 박사후연구원 때 쌓은 많은 연구실적은 교수가 되는 중요한 기반이 되어주었다.

연구를 즐길 수 있게 해주신 한동호 교수님과

  • 연구자의 길에서 만난 사람

    제가 스포츠과학에 관심을 가진 것은 사회체육학과에 재학하던 대학교 때입니다. 운동을 하면 우리 몸속에서 어떤 반응이 생길까하는 궁금증을 해결하고자 지도교수님의 연구실에서 공부하게 되었고요. 석사과정 때는 의과대학에 가서 유전자분석 관련 기법 등을 습득하는 등 이를 이용한 많은 연구를 수행했습니다. 또한 박사수료 후 모교에서 강의도 했으며, 그 후에는 총 5년 6개월의 박사후연구원 생활을 통해 많은 연구실적을 쌓았죠. 이 과정에서 저 ‘김상현’이라는 나무의 뿌리를 내리게 해주신 분이 석·박사 지도교수님이신 김기진 교수님이고요. 열매를 맺게 해주신 분은 미국 박사후연구원 시절 Holloszy J.O. 교수님과 함께 저를 지도해주신 한동호 교수님 입니다. 한동호 교수님은 제게 “열심히만 해서는 멀리가지 못한다”는 깨달음을 주셨고, 연구를 즐길 수 있도록 해 주셨습니다.

  • 가장 중요한 시기 지원해 준 한국연구재단

    저는 2011년 ‘해외박사후연수사업’에 선정되면서 처음 재단과 인연을 맺었습니다. 이 사업을 통해 1년 동안 재단의 지원을 받았죠. 그리고 이 지원이 계기가 되어 미국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재직할 수 있었는데요. 미국에서 보냈던 4년 6개월은 제 연구 활동을 위한 가장 중요한 시기라 자부할 수 있습니다. 이후에도 1년 동안 국내 ‘박사후연수사업’을 지원받았는데요. 이 기간 동안 쌓은 많은 연구결과들로 인해 전북대학교 스포츠과학과 교수로 임용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22nd annual Congress of the ECSS 에서

    2018 국제운동학 학술대회 발표현장

    임용 이후에도 ‘신진연구자지원사업’에 2016년(2년 과제), 2018년(3년 과제) 연속으로 선정되어 재단과 계속 인연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현재 진행 중인 ‘운동효과 약물 개발’이라는 연구 주제가 우리 사회의 관심사를 잘 반영했기에 사업에 선정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또한 박사후연구원시절부터 지속해온 연구 경험과 결과, 사전 연구들도 도움을 주었고요.

내가 꿈꾸는 연구자

그는 현재 전북대학교에서 스포츠과학 분야를 이끌어갈 리더를 양성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에게 생각만 하지 말고 도전하기를, 그리고 많은 것을 경험하기를 강조한다. 자신이 어떤 분야에 관심이 있고 즐거움을 느끼는지 알려면 경험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김상현 교수는 단호하게 이야기한다. “생각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그가 한 번 마음을 먹으면 어리석을 정도로 단순해지는 것처럼, 그리고 열심히만 하는 게 아니라 즐기는 것처럼, 일단 뭐든 즐겁게 시작하는 태도가 우리 삶에는 필요하다. 이후에는 또 다른 길이 열릴 것이다.

박사과정 중 여름 단합대회

전북대 강의현장

  • 나는 연구할 때 [Simple하고 Stupid]하다.

    미국에서 박사후연구원 생활을 할 때, 지도교수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연구는 3S(Smart, Simple, Stupid)가 중요하다”고요. 저는 스마트하지는 않기 때문에 이것은 노력으로 채우려고 합니다. 그리고 연구는 단순하고 때로는 멍청할 필요가 있습니다. 연구를 계획할 때 여러 가지를 한꺼번에 확인하는 것은 오히려 하나도 제대로 밝히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저는 한 가지만이라도 확실히 밝히자는 생각으로 단순해지려 노력합니다. 그리고 그 것을 밝히기 위해 어리석을 정도로 집중하고 집착하려 노력합니다.

  • 나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연구자를 꿈꾼다.

    체육을 전공하는 사람들은 크게 선수들의 경기력향상과 일반인의 건강증진에 초점을 두고 연구를 합니다. 저는 건강증진에 관심이 많은데요. 저의 연구결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열심히만 하는 것이 아닌 좀 더 효과적인 운동을 할 수 있기를, 그리고 부상을 방지하는 운동을 하는데 도움이 되길 원합니다.

김상현 조교수

전북대 스포츠과학과

계명대학교 사회체육학과 졸업 후, 동대학교에서 운동생리·처방 전공으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 후 4년 반 동안 미국 Washington University in St. Louis 의과대학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재직했다. 귀국 후 충남대학교에서 1년 동안 박사후연구원으로 재직한 후 2015년 9월부터 전북대학교 스포츠과학과에서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연구 분야는 운동시 골격근 내 미토콘드리아와 당수송체(GLUT4) 생합성에 관여하는 메커니즘과 건강증진을 위한 운동효과 물질(exercise mimetics)을 찾기 위한 연구이다. 현재 한국연구재단 신진연구자지원사업을 통해 ‘고령자의 운동효과 물질 개발 위한 골격근 내 특정유전자의 역할’을 규명 중이다.